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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강구종 신부님]그리스도왕 대축일 : 예수님의 나라

작성자최은덕 에스텔|작성시간21.11.22|조회수126 목록 댓글 0

그리스도왕 대축일 : 예수님의 나라

(다니 7,13-14 ; 묵시 1,5ㄱㄷ-8 ; 요한 18,33ㄴ-37)

 

오늘 우리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왕이시라면, 도대체 그분이 다스리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통해 아주 분명하게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러니까 인구수는 얼마나 되고, 무슨 언어를 사용하며, 땅 크기는 얼마나 되고, 군사력은 어느 정도이며, 경제력은 또 얼마나 되는지 우리가 매길 수 있는 기준에 속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분명히 하십니다.

 

예수님의 나라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니까 아쉬우신가요? 오히려 정말 다행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인구가 천만 명이고, 언어는 일본어를 쓰며, 땅 크기는 한반도의 5배이고, 군사력은 세계 2위정도 된다고 파악할 수 있다면, 그분은 전능하신 분도 아니고, 그 사람들만을 위한 임금일 것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나라가 신비로 남아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의 나라가 전혀 알 수 없는 나라는 아닙니다.

 

오늘 두 개의 독서들이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나라는 1독서가 강조하는 것처럼 사라지지 않고 멸망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지난 2,000년 동안 수없이 많은 나라들이 존재했었지만, 그 어떤 나라도 2,000년 동안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 자리한 하느님 나라는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고, 천상에서는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낼 것입니다. 제1독서는 계속해서 예수님의 나라가 모든 사람을 당신 주위로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적인 나라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다니 7,14).

 

복음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리스도의 나라는 어떠한 나라인지 2독서도 덧붙여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나라입니다. 오늘 제2독서 마지막 구절을 함께 바라봅시다 :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묵시 1,8). 그러니까 그리스어로 “처음이자 마지막, 시작이요 마침”이라는 말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시간도 공간도 그 어떠한 한계 없이 다스린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 나라의 땅 크기는 얼마나 되고, 군사력은 얼마나 되며, 경제력은 또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려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한계가 없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전능하시고, 모든 사람들의 임금이 되실 수 있으십니다.

 

그런데 이 축일을 언제부터 지내왔고, 도대체 왜 지내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비오 11세 교황님께서 1925년에 이 축일을 정하신 이후에 매년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축일을 지내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오늘 독서들이 등장하는 배경과 같은 맥락에서라고 보면 됩니다.

 

제1독서 다니엘 예언서와 제2독서 요한 묵시록은 모두 극심한 박해 중에 쓰여 진 책입니다. 박해 때문에 어떤 희망도 없고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상황에서 인간이 다스리는 세상은 이제 곧 끝나고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이 차지할 하느님의 나라가 꼭 오리라는 희망이 선포됩니다. 다니엘과 요한은 약해지는 희망을 다시 굳세게 하기 위해 희망을 노래한 사람들입니다. 1925년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경제 대공황의 징조가 보이며 힘든 시기였고, 유럽의 왕정들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들이 파산되면서 희망이 없어 보이는 세계였습니다. 이제 모두가 망했다고 생각하던 때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오직 하느님의 나라만이 인간적인 것들에 의해 사라지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경축하는 대축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서 도대체 어떠한 희망이 약해지고 없어지길래 이 대축일을 계속해서 경축하는 것일까요?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1.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부활 신앙이 약해지기 때문에 경축하는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부활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심에서 부활은 정말 존재한다는 확신으로 바꾸어주기 위한 희망의 대축일입니다. 희망이 무엇인가요? 세상이 바라보는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진짜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신앙인들에게 희망은 그런 희망이 아닙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확신을 두는 것이 신앙인들이 정의하는 희망입니다. 그것은 부활 신앙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

 

2.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하느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기 때문에 지내는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과연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실까?”라는 의심에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으로 바꾸어주기 위한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단순히 죽음을 이기신 하느님만이 아니라 사람이 되시어 죽을 때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분의 전능하심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8).

 

3.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기 때문에 지내는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하느님 나라가 정말 존재할까?”라는 의심에서 하느님 나라는 정말 존재한다는 확신으로 바꾸어 주기 위한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이미 살펴 본 것처럼, 하느님 나라는 영토가 얼마나 있고, 군사력은 세계 몇 위이고, 경제력은 세계 몇 위인지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의 나라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영역이 없기 때문에 세상 끝까지 하느님의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신비로서, 주님께 대한 신앙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우리 마음에 정말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게 되겠지요.

 

우리 인간을 사랑하셔서 사람이 되시고, 우리가 지닌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지위를 다시 회복 시켜주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을 내놓으시고 부활하신 참 임금이신 주님께 우리의 믿음을 두는 은총을 늘 간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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