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옥양목 한 벌 걸치고
뿌리를 찾아 나선다
쿤타킨테의 먼 항로를
흉내 내듯
입항조가 눌러앉았던 마을
흩어진 후손들이 살던 터전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지워지고
이제는 사진 속에서만 서로를 부른다
해질 무렵
아라랏산 너머로 흩어진 형제들
목을 축이며 부르던
아리랑 한 자락이
붉어진 눈시울을 타고
저문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즐기는 척이라도 하며
나는
황혼의 들녘을
끝까지 걸어간다
대륙의 봄
순록을 몰던
대륙에도
봄은 왔다
깃발이 바뀌고
국경이 그어질 때마다
강은 이름을 잃었다
아무르 강가,
북극해를 향해 선 등들
돌아갈 땅은 지도에서 지워졌다
눈물은 얼음 밑으로 스며들고
총성은 바람 속에 묻혔다
상처는
해빙선처럼 금이 간 채
아직 떠다닌다
그래도 누군가
절망보다 깊은 물로
이 대륙을
적셔주기를
기다린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