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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사랑.......♥

체서피크에서의 하룻밤

작성자장재화|작성시간16.10.02|조회수46 목록 댓글 0

체서피크에서의 하룻밤

 

   미국 여행의 마지막을 바다낚시로 장식한다. 사위의 주선으로 재미교포 사업가인 차명학 회장의 바다별장으로 초대 받았기 때문이다. 낚시 취미는 없지만 이 또한 이색적인 추억의 하나가 될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그의 별장이 있는 메릴랜드 주의 체서피크 만()은 서스쿼해나 강과 그 지류들의 하류가 침몰하여 형성된 곳으로 길이는 무려 311km, 너비만 해도 넓은 곳은 40km에 이르는 거대한 만으로, 1607년 신대륙으로 이주해 온 유럽인들의 첫 정착지인 제임스타운이 세워진 유서 깊은 곳이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체서피크로 가는 길은 한적했다. 키 큰 가로수들이 열병식 하듯이 줄지어 서 있고, 가로수 뒤 숲 속에 숨은 작고 예쁜 집들이 빼쭉 고개를 내민 채 궁금하다는 듯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페어팍스에 있는 딸네 집을 출발한 지 두 시간 반 만에 별장촌에 도착한다. 웅장한 집, 아담한 집, 소박한 집들이 나름대로의 특색을 자랑하고 있는 별장촌은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집 마당에서 바닷가까지 곱게 깔린 잔디밭. 집집마다 요트가 있었고 그 요트를 넣어두는 개인용 선창이 배다리처럼 바다 안으로 길게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끝 선고(船庫) 옆에는 낚시용 덱이 마련되어 있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차 회장이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인사를 나눈 우리는 곧장 낚시터로 향했다. 그러나 조과(釣果)는 신통찮다. 몇 시간 동안 낚싯대를 들고 버텼지만 잡힌 것은 겨우 가오리 한 마리. 잡혀준 것이 고마워서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런 나를 위로함인지 차 회장이 자신의 소신을 들려주었다.

   “낚시의 묘미는 얼마나 많이 잡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즐기느냐에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이 1m급 대형농어를 잡아 올렸다. 요리사는 차 회장. 한껏 솜씨를 부린 그의 요리로 포식한다.

   약속이 있다는 차 회장을 먼저 보낸 후, 우리는 다시 낚시터로 나갔다. 나는 잔물결이 일렁이는 바다를 본다. 이 물이 흘러 대서양으로 들어간다. 대서양, 시원찮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바다. 바다 저쪽에는 가본 적 없는 신세계가 열리겠지. 나는 먹먹한 심정으로 낚싯대를 잡았지만 낚시는 이미 마음을 떠났다.

   지는 해의 기울어짐에 따라 바닷물의 색깔이 달라지더니 은색 물비늘이 금색으로 변한다.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있는 아내의 얼굴도 금빛으로 물든다. 아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해가 풍덩 바다 속으로 뛰어들자 집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떼가 구름을 비켜날고 물새 소리만 적적하다. 애무하듯이 선고의 기둥을 어루만지는 잔물결소리는 꿈결에서 듣는 듯 부드럽다.

   다시 차 회장을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가족을 따라 이민 왔다는 차 회장. 지금은 유기농식품 체인점을 세 곳이나 경영하는 성공한 기업인. 게다가 그의 부인은 이름깨나 알려진 치과의사. 하여, 교포 사회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성공한 기업인으로 대접 받고 있지만 그가 이룬 성공 뒤에는 무수한 시련과 좌절, 눈물과 피가 녹아 있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이 땅으로 몰려왔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좌절하여 돌아가는가. 꿈을 이루기는커녕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나는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 딸과 사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저 아이들의 진정한 아메리칸드림은 무엇일까. 세계의 수도라는 워싱턴 D.C에서 방송국에 근무하는 사위,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를 수료한 뒤 입시학원을 차린 딸, 그 학원의 인기가 치솟아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지만 그게 딸과 사위가 꾸는 꿈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딸과 사위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믿을 수 있는 것은 둘 사이의 신뢰와 사랑뿐인 그 애들이 꾸는 꿈은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까. 또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할까. 그런 나에게 물결이 속삭인다.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라고.

   이 무슨 조화일까. 그렇게 총총하던 별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가 싶더니 이내 소나기가 쏟아진다. 놀란 우리가 낚싯대를 거두고 집으로 뛰어들자 번개가 검은 하늘을 가르고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어디 하늘만 그럴까. 인생 또한 그런 것인 걸.

   다음 날 아침, 별장을 떠나며 둘러보니 마당 한쪽에 작은 텃밭이 있고 고추며, 상추, 들깨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차 회장이 어린 시절에 즐겨 먹던 야채를 심어 둔 것이란다. 어쩌면 그는 자꾸만 멀게 느껴지는 모국과 사라져가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붙들고 싶어서 이 텃밭을 가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딸이 집 뒤란 울타리 밑에 상추며 들깨를 심어둔 것처럼. (화백문학 2016,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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