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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오디세이-제86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왜 한국에 왔을까?

작성자정일영|작성시간26.06.06|조회수20 목록 댓글 0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왜 한국에 왔을까?

: 내고향의 한국 방문이 보여준 새로운 남북교류의 조건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내고향여자축구단’, 마치 만화책에 나올 것만 같은 이름의 축구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5월 수원종합경기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이야기다. 여자축구 경기로는 전에 없었던 매진과 응원, 그리고 여러 이슈들을 남겼던 이번 대회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이 칼럼에서는 뜨거웠던 만큼 논란도 많았던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을 다소 열기가 식은 지금 차분하게 돌아보려 한다.

 

 

예상치 못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

 

북한은 지난 2월 제9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관계임을 재확인하고 3월 말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이를 제도화했다. 북한 헌법에 영토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남과 북의 경계를 국경으로 못 박은 것이다.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에서 개최되는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수원FC위민과의 경기가 성사된 것이다.

 

준결승 장소가 수원으로 결정되고 내고향과 수원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혹시 내고향축구단이 한국에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내고향의 방한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더 높았다.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이 한국에 축구단을 파견한다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고향은 한국행을 선택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은 경기를 전후해 많은 이슈를 만들었지만, 핵심적인 질문은 그들의 방문 자체에 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왜 한국에 왔느냐는 것이다.

 

 

내고향이 보여준 새로운 남북교류의 조건

 

내고향은 왜 한국에 왔을까?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질문이다.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는 20258월부터 플레이오프와 그룹스테이지를 거쳐 20265월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루는 9개월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입장에서 준결승전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이며, ‘교전중인 두 국가로 주장하고 동족 관계를 부정하며 통일을 지워버린 상황에서 적대국인 대한민국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이 더 현실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고향여자축구단이 한국 땅을 밟았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가 모든 것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비정치분야의 국제관계(대회)’에서 남북 간 접촉을 거부할 이유가 없으며, 필요하다면 한국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포츠는 이 두 가지 전제조건, 비정치분야와 국제관계(대회)’에 가장 잘 맞는 분야였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추가된다. 민간의 주도적 역할이다.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의 역할은 핵심적이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당분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 간 불신이 깊고 서로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교류·협력을 추진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평화공존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통일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국민인식조사(2025.12)에 따르면,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통일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주장에 79.4%가 동의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4%에 머물렀다. 통일연구원의 ‘2025 통일인식조사에서는 남북 간 스포츠 교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7.2%로 반대한다는 의견 13.3%로 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이번 내고향축구단의 방한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스포츠라 하더라도 남북 대결은 여전히 민감하다. 아무리 남과 북을 번갈아 응원해도, 일부 언론은 남북 공동응원북한응원으로 왜곡했다. 남북 스포츠 교류는 좋다고 하지만 막상 경기가 펼쳐지면 스포츠 이상의 정치적 해석과 왜곡이 일어난다. 실향민과 북향민이 고향에서 온 북한 선수들을 속 시원히 응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갑작스레 찾아온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적지 않은 고민과 과제를 우리에게 남기고 돌아갔다. 남과 북은 여전히 정전체제 하에서 전쟁을 종결하지 못하고 있다.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희망을 남겨준 것 또한 사실이다.

 

올해 9월에 있을 나고아·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 좀 더 성숙한 남북 스포츠 교류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이 칼럼은 오마이 뉴스에 공동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글쓴이 정일영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평양학개론>,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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