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가(遊山歌) | |
| |
화란 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 방창(萬化方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山川景槪)를 구경을 가세. |
꽃이 활짝 피어 봄 성에 가득하고 만물이 피어나는구나. 시절이 좋구나 벗님들이여 산천의 경치를 구경가자꾸나 |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천리 강산을 들어를 가니, 만산 홍록(滿山紅綠)들은 일년 일도(一年一度) 다시 피어 춘색(春色)을 자랑노라 색색이 붉었는데, 창송 취죽(蒼松翠竹)은 창창 울울(蒼蒼鬱鬱)한데, 기화 요초(琪花瑤草) 난만 중 (爛漫中)에 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 없어 날아난다. |
대나무지팡이와 한 소쿠리의 밥, 물을 들고 천리강산 들어가니 온 산의 꽃들은 일년에 한 번 다시 피어 나서 봄색깔을 자랑하느라고 색깔마다 붉었는데,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는 울창하고, 아름답운 꽃과 풀은 난만한 가운데 꽃 속에 나비는 노닐고 있도다. |
| |
유상 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 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삼춘 가절(三春佳節)이 좋을씨고. 도화만발 점점홍(桃花滿發點點紅)이로구나. 어주축수 애삼춘(漁舟逐水 愛三春)이어든 무릉 도원(武陵桃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 사사록(楊柳細枝絲絲綠)하니 황산곡리 당춘절(黃山谷裏當春節)에 연명 오류(淵明五柳)가 예 아니냐.
|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는 날아가는데 조각조각 금조각이요, 꽃 사이에 춤추는 나비는 가루가루 흩어지는 눈과 같구나. 봄 석달의 아름다운 계절이 좋구나. 도화는 만발하여 점점이 붉어 있고, 물고기 배를 띄워 놓고 봄을 즐기니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 아니냐? 버드나무 가는 가지는 가닥가닥 녹색을 띠고, 황산곡 가운데 봄을 맞았으니 도연명이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어 놓고 지냈다는 곳이 여기 아니냐! |
제비는 물을 차고, 기러기 무리져서 거지 중천(居之中天)에 높이 떠서 두 나래 훨씬 펴고, 펄펄펄 백운 간(白雲間)에 높이 떠서 천리 강산 머나먼 길을 어이 갈꼬 슬피 운다. 원산(遠山)은 첩첩(疊疊), 태산(泰山)은 주춤하여, 기암(奇岩)은 층층(層層),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에이구부러져 광풍(狂風)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춘다.
|
제비는 물을 차며 날고, 기러기는 떼를 지어 허공에 높이 떠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흰 구름 사이에 높이 떠서 천리 강산 머나먼 길을 어떻게 갈꼬 하고 슬피 운다. 멀리 있는 산은 겹겹이 있고, 큰 산은 우뚝 솟았으며, 기이한 바위는 층층이 쌓이고, 큰 소나무는 가지가 늘어지고 조금 휘어져서 미친듯 사나운 바람에 흥을 못 이겨 우줄우줄 춤을 춘다. |
|
|
층암 절벽상(層岩絶壁上)의 폭포수(瀑布水)는 콸콸, 수정렴(水晶簾) 드리운 듯, 이 골 물이 주루루룩,저 골 물이 쏼쏼, 열에 열 골 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지고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저 건너 병풍석(屛風石)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銀玉)같이 흩어지니, 소부 허유(巢父許由)문답하던 기산 영수(箕山潁水)가 예 아니냐.
|
층층 바위 절벽 위의 폭포수는 콸콸 쏟아지는데, 마치 수정발을 드리운 듯, 이 골짜기 저 골짜기 물이 주루루룩, 쏼쏼 흘러내리고 여러 곳의 물이 한 곳에 합수하여 천방지방으로 흩어지고 쏟아 내려 건너편 병풍석으로 콸콸, 은옥같이 흩어지는 풍경이니, 마치 소부와 허유가 세상과 단절하고 지내던 기산과 영수라는 곳과 같구나. |
주곡제금(奏穀啼禽)은 천고절(千古節)이요, 적다정조(積多鼎鳥)는 일년풍(一年豊)이라. 일출 낙조(日出落照)가 눈앞에 벌여나 경개 무궁(景槪無窮) 좋을씨고.
|
주걱주걱 우는 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솥이 적다고 우는 새는 일년의 풍년을 예고하는구나. 일출과 낙조가 눈앞에 펼쳐지니 경치가 끝이 없이 좋구나. |
일출 낙조(日出落照)가 눈앞에 벌여나 경개 무궁(景槪無窮) 좋을씨고.
|
솟아오르는 아침 해와 떨어지는 저녁놀이 눈앞에 펼쳐져 한없이 아름다운 경치로구나 |
삶에 대한 낙천적 태도와 자연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었던 선조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