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7.28 재보선 평가: 민주당을 심판하고 진보를 고민케 하다"

작성자백련강|작성시간10.08.04|조회수17 목록 댓글 0

7.28 재보선 평가: 민주당을 심판하고 진보를 고민케 하다
코리아연구원 [2010/08/04]   
민주당의 패배로 요약되는 7.28 보궐선거의 결과는 놀랍지 않다. 6.2 지방 선거 이후 민심을 거스르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도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던 민주당의 행태와 선거를 앞두고 나타난 여러 난맥상들을 목도하고도 민주당의 패배가 놀라웠던 사람이 있었을까? (물론 선거 후 김민석의 당대표 승계 시도 등 민주당의 후속조치(?)는 놀라웠다) 세종시가 마무리되자 충청에서 바로 패배했으며 그 처참한 18대 총선에서도 야권을 지지했던 수도권의 두 지역에서도 패배했고 이광재 지사에 대한 동정표가 남아있는 강원에서 겨우 세 석 중 두 석을 건졌으며 광주에서의 당선은 승리라 부르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상당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민주노동당이 광주에서 이겨 민주당이 정신 차리길 바랐으니 현재 민주당을 수권 정당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을 심판한 선거였으며 진보진영 전체에 여러 고민거리를 안겨준 선거였다.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 원인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전략의 문제, 특히 부적절한 공천의 문제와 정권 심판론의 효용성이 약해졌다는 것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무기력하고 하나마나한 투쟁과 지도부의 구태가 가장 큰 문제였다는데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어쨌든 이런 원인들로 인해 여당의 보선 필패론, 높은 투표율시 야당 유리론 같은 경험적 경향들이 깨졌다는 것이 언론의 단골 주제였고 민주당의 오만함을 지적하는 소리는 가상과 현실의 공간 모두에서 드높았다.

보다 장기적인 정치적 측면에서 이번 보궐 선거가 야권과 진보진영에 보여준 것은 크게 보아서 세 가지이다. 첫째, 연합정치는 후보 단일화 이상의 것이며 장기적 안목 없이는 실패한다는 것. 둘째, 민주당은 당내의 젊고 새로운 세력에 의한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수권 정당은커녕 야당다운 야당도 될 수 없다는 것. 셋째,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의 패배 이유들이 아직도 충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연합정치는 후보 단일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회중심제(의원내각제)가 아닌 우리 권력구조에서는 지속적인 협력의 경험을 통한 신뢰의 축적 그리고 장기적 안목에서의 정치적 이익의 공유와 배분이 연합정치를 성공시킬 중요한 요건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연합정치 논의는 내용적 면에서 지지부진했고 야권 내부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반MB만으로는 연합정치의 행보를 길게 이어갈 수 없다. 반MB만을 목표로 하면 한나라당이 아니면 된다는 후보단일화 논의에서 한 발도 나갈 수 없다. 당의 크기와 상관없는 정치적 양보의 결단이 없이는 앞으로의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세력의 승리에 들러리를 서는 데 그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보선 전 과정에서 민주당은 전혀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고 광주에서의 추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은평 을에서 처음부터 아예 공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 선거는 훨씬 흥미진진했을 것이고 혼자 뛰며 동정표를 구걸한 이재오는 부활을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광주를 내 주었다면 인천에서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경우 얻은 민주당의 세 의석은 (다른 지역은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도) 지금의 의석 세 개와는 완전히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결과론도 아니며 이상주의자들의 비현실적 상상이 아니다. 연합정치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누구나 생각할만한 현실적인 수였고 다음 선거까지 광범위하고 견고한 연합정치와 그 안에서 민주당의 리더십을 보장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었다. 이번 보선에서 연합정치는 민주당의 아집으로 완전히 실패했으며 연합정치 그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어떤 식으로도 만회가 어렵게 되었다.

민주당에게 획기적인 당내 개혁을 바라는 것은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고 한겨울에 백화가 만발하길 바라는 것인가? 당내 주류들이 말하는 "민주당 접수론"이나 몇몇 시민운동가들의 "빅 텐트론" 같은 것은 모두 민주당 깃발 아래 모이자는 것인데 정말 민주당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정세균 대표의 사임은 다음 대표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는 확약이 없는 한 정치적 쇼 -그것도 부끄러운 수준의-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는 주류 세력들이 늘 작은 이익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의 역사적(!) 질병이다. 수권 없이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다고 믿은 두 전직 대통령 같은 사람들 이외에는 민주당은 늘 작은 기득권에 연연해 왔고 그런 사리사욕을 통제할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런 구태를 깨는 법은 당의 안으로부터, 당의 밑으로부터, 당의 젊은 세대로부터의 강력한 전복의 시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민주당은 어째서 기존의 판을 바꾸는 토니 블레어나 데이빗 캐머런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인가? 왜 당내 원로 투사들조차 반박 못하고 이정희를 앞세운 민주노동당의 선택도 심지어는 질적 수준을 떠나서 40대가 당대표에 도전하는 한나라당의 쇼도 따라가지 못하는가? 맨몸으로 부딪히는 노무현의 정치적 도전이 당신들에게 가르친 것이 없었는가 말이다. 민주당은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정당이다. 이 당에 들어서면 누구나 멀리 바라볼 이유가 없는 노인이 된다. 나쁜 버릇을 너무 빨리 배웠듯이 386들의 머리는 너무 빨리 세었나 보다.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누구든 기성 정치인을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지지하거나 그 뒤에 줄 설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당을 깨부술 각오를 하고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은 민주당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386의 정치적 시간은 침몰하는 민주당과 함께 정치적 심연으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연민이라도 받을 시간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이 끝나고 우리는 "욕망의 정치"가 등장했음을 목도했다. 그러나 6.2 지방선거 후 많은 논자들은 "욕망의 정치"가 섣부른 진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야당이 승리한 지방선거의 결과는 정상적 궤도를 벗어나 역행하는 MB정권의 행태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신념과 인내의 한계를 벗어났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욕망과 신념은 공존하는 정치적 양상으로 보아야 한다. 사회의 공정한 원칙에 대한 신념을 동원할 정치적 동력이 부족하고 합리적 이익과 무조건적 욕망의 경계를 나눌 정치적 구조가 주어지지 않으면 지난 대선과 총선의 결과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차악이 아니라 최소한 차선으로서의 적절한 대안이 주어지지 않거나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다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욕망의 정치에 쓸려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세력이 욕망의 정치를 통제할 적절한 공동체적 대안과 이를 현실화 시킬 연합의 힘을 빠른 시일 내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지방선거의 결과에 놀란 보수층의 투표참여, 비판적 유권자들의 야당에 대한 실망, 세종시 이슈가 끝난 충청도의 선택, 그리고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비판과 투쟁이 제대로 조직화 되지 않았던 이번 선거의 양상은 앞으로 한국 정치에 대한 진보진영의 깊은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소수파와 권력의 공유를 전제하지 않고 집권할 수 없고 야당이 당을 먼저 변화시키지 못한 채 수권에 성공한 예가 없으며 상상의 유권자를 머릿속에 그리며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 이것이 민주당을 심판한 보선을 통해 진보세력들이 숙고해봐야 할 교훈이다.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우리 고전 다시 읽기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