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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대통합의 가능성과 전망

작성자백련강|작성시간10.08.28|조회수87 목록 댓글 0

진보정치대통합의 가능성과 전망

 

 

김원열(시민회의 준비위원)

 

 

1. 글을 시작하며

 

이 글의 목적은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과 집단이 크게 통합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제로 진보정치 세력의 대통합의 전망을 함께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진보정치의 대통합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그 동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독재적인 국정운영은 민중, 즉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과거 정부의 정치 실패에 근거하여 집권한 이명박 정권은 초기부터 부자감세와 친재벌 등 부자와 재벌만을 옹호하는 정책을 강행했고, 더욱 극단적으로 불공정한 시장경쟁체제를 밀어 붙였다. 또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진보의 다양한 가치들을 무참하게 짓밟았으며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복지 전반을 위축시켰다. 그 결과 민주적 권리는 억압되고, 복지 정책은 후퇴하며, 남북관계는 위험천만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최근에 이명박 정권은 자연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민중들 사이의 대립을 격화시키는 4대강 사업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엄청난 규모의 재정 적자와 가계 부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대다수 민중보다는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심각한 양극화 속에서 지금 이곳의 민중은 삶의 의욕을 잃고 미래에 대한 절망에 빠진 상태이다.

 

이 실의와 절망의 상황에서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6.2 지방선거의 결과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한 국민의 부분적 승리라고 파악했다. 비록 민주당 때문에 전국적인 선거연합이 결렬되었지만 지역적으로 이루어진 선거연합의 기세가 일단은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7.28 재보궐 선거에서 사람들은 민주당의 보수적이고 퇴행적인 행태를 보면서 더욱 실망하게 되었다. 역시 민주당은 보수적 한계가 분명하기에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한나라당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면서도 민주당이 아닌 다양한 진보세력이 최대한 힘과 지혜를 모아 진보대통합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민중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지금과 같이 진보정치세력이 사분오열된 상태라면 향후 2012년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다시 다수당이 되고, 대선에서 재집권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민중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진보정치세력이 분열해 있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전국적인 승리와 민주당의 지역적인 승리 그리고 진보정치세력의 패배가 우리 사회에서 보수 양당 체제를 더욱 고착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 비관적인 전망대로라면 보수 양당 체제하에서 민중의 일상적인 삶은 억압되고 진보의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될 것이다.

 

이 비관적인 가능성과 전망을 희망적인 미래로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이곳의 다양한 진보정치세력이 소중한 진보의 가치들을 중심으로 힘과 지혜를 합쳐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실현, 공공성에 기초한 복지의 구현, 생태환경의 가치 실현, 평화의 정착과 통일의 실현 등 미래지향적인 진보의 가치들이 실현되기를 원하고 있다.1) 또한 진보정치세력들이 최대한 힘과 지혜를 합쳐 그 진보의 가치들을 제대로 실현하기를 기대한다.2) 그런데 이 절박한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세력은 사분오열되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래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 세력이 크게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 글에서는 분열된 진보정치세력이 크게 통합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희망적으로 전망하여 실천적으로 진보대통합을 이루고자 한다.

 

진보정치의 대통합을 주제를 다루는 이 글은 소수 정치 엘리트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의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민중의 관점에서 진보정치대통합의 가능성과 전망을 바라본다. 방법론적으로 이러한 민중의 관점은 진보정치대통합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진보적 가치들을 보다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3) 그렇다면 민중의 관점이라 했을 때 민중이란 무엇인가? 과거의 민중과 달리 지금 이곳의 민중은 최근 몇 년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역동적인 존재로 계급적으로는 훨씬 다양해진 노동자와 농민이며, 무엇보다 촛불로 표상되는 네티즌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진보정치대통합은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을 중심으로 대통합의 새로운 주체에 의해 치열하게 실천되는 새로운 시민정치운동 과정에서 혁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진보정치대통합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와 7월 28일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시도되었던 연대와 연합 그리고 통합의 방법적 문제를 살펴볼 것이다. 특히 선거연합의 한계를 다루어 연합을 넘어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가칭, 이하 약칭으로 시민회의)의 진보의 가치들과 우선적으로 연구할 진보의 정책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다양한 진보세력이 함께 만들어 갈 진보적 가치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진보를 모색할 것이다. 다음으로 진보정치의 대통합이라는 전망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시민회의와 진보대통합 정당의 주체, 범위, 향후 일정 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실천의 중심인 새로운 주체의 재구성이 이루어져야 진보대통합의 전망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보정치대통합의 시대적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2. 진보정치의 대통합 가능성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은 매국과 반민족행위 그리고 극우 반공 일색의 척박한 역사 속에서 개인적인 희생을 통해 진보의 길을 걸었던 그리고 걷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지금 이곳의 진보 세력들은 사분오열로 분열되어 있다.4) 구체적으로 진보정치 세력들의 하나인 진보 정당을 먼저 살펴보자. 지난 2008년 2월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부 당원들이 탈당했고, 이후 진보신당의 창당으로 이어져 현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열되어 있는 상태다. 사실 민중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차이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고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비슷한 진보정당들이니 서로 합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 민중의 일반적인 정서와 요구이다.

 

그런데 진보정당들만 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현장에서 지역에서 진보정치 세력들이 이리저리 분열되어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동현장에서는 정파에 따라 분열된 상태에서 극심한 대립이나 소모적인 비난이 넘쳐나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지역에서도 정파에 따라 연대와 연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진보정치의 현실은 분열 된 채 상호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진보정치세력들의 분열과 대립 그리고 소모적인 무한경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진보정치세력들이 통합을 해야 한다는 요구와 주장들이 민중으로부터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현상이다.

 

진보정치의 대통합 가능성을 살펴보기 전에 지난 6.2 지방선거의 선거연합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거연합 과정과 결과가 진보정치대통합의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2009년 하반기에 진보정치세력의 입장에서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연합정치로 준비한 단체가 바로 2010연대였다.

 

 2010연대가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야당들에게 4+5 선거연합을 제안했고,5) 함께 목표로 삼았던 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 세력의 공동승리’였다. 당시 사분오열로 고립 분산되어 있던 진보개혁 세력이 민중의 열망인 선거연합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당시에는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거연합을 준비하면서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가졌던 것은 광범위한 이명박 정권 반대 정서와 진보개혁 세력에 대한 민중의 선거연합 요구였다. 이러한 정서와 요구는 수많은 촛불 모임과 2009년 말에 개최한 예상 후보자 간담회 등에서 확인되었다.

 

2009년 말 준비를 거쳐 2010년 1월에는 선거연합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되었고 마침내 선거연합의 두 가지 길을 병행하였다. 하나는 ‘지방선거 공동승리를 위한 야 5당 협상회의’라는 선거협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4+5 정책연합위원회’라는 정책협상이었다. 이 선거연합의 두 가지 길의 구상은 선거연합을 실현시키기 위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자, 가치연대 또는 정책연대로서 선거연합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방법에서 가치와 정책에 대한 협상은 길게 봐서 이루어야 할 진보대통합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이것은 4+5 선거연합 당사자들 가운데 주로 2010연대의 입장이었고, 다른 다양한 입장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연합의 두 가지 길로서 정치협상과 정책협상의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워낙 야 5당의 처지와 이해관계가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초기 선거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2010연대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6) 다른 시민사회 3단체와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 공동정책토론회의 내용은 2010 지방선거의 의미와 방향, 지방자치 혁신과제, 주민의 삶의 질 향상1-2, 지역 경제 활성화1-2, 2010 지방선거 연합정치실현이었으며, 이러한 토론 주제들은 선거연합 협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정치협상의 결과 3월 4일 선거협상 1차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시민사회 4단체와 야 5당이 협상하여 연합의 선언, 연합의 원칙, 연합의 구체적 방안 즉 광역 및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일정에 대해 합의한 것이다. 또한 정책연합위원회의 정책책임자들은 정책협상회의에서 각 당의 정책 차이를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의제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정책들을 토론하였다. 그리고 정책책임자들은 연대의 정신과 연합의 노력으로 각 당의 정책 차이를 존중한 가운데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공동정책을 모아나갔다. 그 협상 결과 각 당의 정책 차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3월 7일 정책책임자들은 지방선거 공동 승리를 위한 공동 정책안에 1차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정책연합위원회의 1차 합의는 진보 개혁 세력이 서로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동으로 정책을 마련한 결과이다. 1차 공동정책 합의는 12대 의제로 모아졌으며, 구체적으로 일자리, 교육, 복지, 주거․주택, 보건의료,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분야, 비정규직 고용개선, 4대강 사업, 세종시 원안 추진 및 국가균형발전, 국가재정 분야, 검찰 개혁 및 사법부 독립성 강화, 남북관계 및 대외정책 분야 등이었다.7) 물론 이견이 큰 다른 의제에 대해서는 2차 논의와 합의 대상으로 유보하였다. 이 공동정책합의는 진보 개혁 세력이 대다수 민중의 의지와 희망을 대안적인 정책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1차 공동정책을 포함하여 역사적인 4+5 선거연합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선거연합의 결렬의 씨앗이 그 속에 내포되어 있었다. 진보신당은 4+5 선거연합에 꾸준히 참여했는데 노회찬 대표의 조선일보 90주년 기념식 참석으로 비판받으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졌고 선거연합마저도 당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선거연합 1차 합의를 전후해서 참여와 탈퇴, 다시 참여를 했던 진보신당은 3월 14일 협상 중지를 선언하고 다시는 공식적으로 선거연합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4+5에서 4+4 선거연합으로 축소된 채 선거협상과 정책협상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미 최초에 구상했던 협상 구도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협상이 이어진 것은 역시 민중의 정서와 요구였다.

 

협상이 언제 결렬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4+4의 선거협상과 정책협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그 선거협상의 결과 3월 15일 4+4 2차 합의안이 완성되었다. 각 당의 추인과 발표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2차 합의안은 선거연합과 공동승리에 걸맞게 어떤 당이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희망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3월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그 민주당 자신조차 함께 공들여 만든 2차 합의안을 스스로 거부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였다. 이때부터 선거연합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성공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래도 시민사회 4단체는 민중의 열망을 외면할 수 없기에 한편으로 민주당을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로 민주당을 압박하면서 4+4 협상을 지속하였다. 그와 함께 정책연합위원회도 2차 공동정책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정책협상을 계속 진행하였다.

 

시민사회 4단체는 선거협상과 정책협상의 완성 시기를 서로 조율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4+4 선거연합을 완성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4월 15일 정책연합위원회는 마침내 진보적 가치를 담은 2차 공동정책안과 공동정부안을 합의하였다. 정책연합위원회에서 2차로 합의된 분야는 여성, 환경, 노동, 농업, 소상공인 분야, 뉴타운/재개발 개선, 통상정책, 지방재정분야 등 8대 의제였고 지방공동정부 구성 및 운영안을 마련하여 선거협상 단위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하였다.8) 4+4 공동정책 1차 합의에 이어 이루어지기 어려운 진보적 의제조차 2차 합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책연합이란 측면에서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진보적 의제조차 공동으로 합의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제 합의된 2차 공동정책안은 선거협상의 연합 성사를 전후해서 또는 동시에 발표되는 일만 남았다. 이와 함께 힘들게 이어졌던 선거협상도 2차 합의 직전까지 도달하였다. 

 

원래 3월 15일에 잠정적으로 합의됐던 선거연합이 민주당의 추인 거부로 재협상한 지 한 달만인 4월 15일이 협상기한이었다. 그 협상기한이 또 연기가 되고 있었다. 다시 선거연합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참여당이 경기도지사 경선 방법의 문제를 제기하며 그 동안의 합의를 거부하였다. 4월 17일 서울과 경기도의 세부적인 내용의 나머지 선거협상까지 이어지던 중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돌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국민참여당을 되돌릴 수 없었고 선거연합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더 이상 전국 단위의 선거연합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시민사회 4단체는 4월 20일 선거연합 협상의 최종 결렬을 선언하고 선거연합의 염원을 담아 협상 과정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준비 기간까지 4개월 정도 숨가쁘게 이어졌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전국 단위의 선거연합은 결국 실패한 것이다.

 

비록 전국 단위의 선거연합이 결렬되었지만 선거연합의 흐름은 지역 단위의 선거연합을 촉진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동정책과 야권단일후보가 이루어진 곳에서는 연합정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민중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였다. 선거연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야권 단일후보가 나온 곳에서는 쉽게 승리하였고, 그렇지 못한 곳은 패배하였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독주를 저지했다는 점에서는 진보개혁 세력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전국 단위의 선거연합이 결렬됨으로써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기에 이 승리는 내용면에서 부분적인 승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7.28 재보궐 선거에서는 실질적으로 야당이 패배했다.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했던 국민은 7.28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한 곳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대신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6.2 지방선거의 승리에 취해 독선과 오만으로 야권 연대를 거부하거나 형식적으로 선거연합에 임한 민주당은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게 되었다.

 

다만 광주 남구 선거의 경우 지역에 안주하던 민주당에 맞서 민주당이 아닌 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단일 후보를 내서 사상 유례가 없이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경우는 매우 희망적이다. 특히 시대착오적인 민주당의 냉전적 색깔 공세에도 불구하고 비민주당 야권 단일 후보가 선전한 것은 광주 지역에 민주당에 대한 비판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 정치의 희망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지역 패권에 균열을 낸 보기 드믄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볼 때 7.28 재보궐 선거는 제대로 된 야권 선거연합이 없었기에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역에서 통합의 형태로 이루어진 선거연합의 경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지만, 야권이 분열되어 각개 약진하거나 형식적으로 단일후보를 만든 경우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워낙 많은 종류의 자리가 있어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협상이 가능한 지방선거와 달리 승자 독식일 수밖에 없는 총선과 대선에서는 선거연합의 여지가 많지 않다. 이것은 아무런 준비없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한다면 민주당 중심의 단일 후보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 진보적인 정당들이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야권이 분열된 채 선거를 치른다면 필연적으로 진보 정당을 비롯한 야권은 몰락하고 한나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야권의 선거연합에서 가장 큰 문제거리는 다름아닌 민주당이었다. 비록 민주당 내에서 쇄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으로 보수적인 특성을 극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진보를 추구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민주당 속으로 들어갔지만 개인적으로 자리를 차지했어도 당적인 차원에서는 보수적인 구조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한나라당에 반대하면서도 민주당이 아닌 나머지 진보 개혁 정당들이 진보대통합 정당을 구성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민주당의 경우는 사안에 따라 연대할 수도 있고 연합할 수도 있지만 진보대통합의 대상은 아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인 민주당의 선거연합은 있을 수 있지만, 다양한 진보세력이 단일한 정당으로 대통합을 이루었을 때만이 현실적으로 선거연합의 의미가 있다. 또한 냉철하게 살펴볼 때 민주당과의 통합은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존의 다양한 진보세력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전혀 원하지 않으며, 만약 이루어진다고 해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보수 양당 체제만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기식의 ‘빅텐트’라는 구상은 주관적으로 진지한 모색이더라도 객관적으로 민주당의 강화에 악용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또한 ‘제3지대 백지신당’의 경우는 어떤 정당도 그 방법에 동의할 수 없기에 현실 가능성이 희박하다.9) 오히려 다양한 진보세력이 시민정치운동과 정치협상으로 대통합을 이루어 양극화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를 더불어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진보정치대통합의 방법이다.

 

흔히 진보대통합을 정당간의 논의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실현 가능성도 별로 없고 결코 바람직한 형태도 아니다. 특히 기존 진보 정당들 사이의 통합은 특정 정당의 주도권 시비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정당 지도부의 정치협상보다는 다양한 진보적 가치의 실현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민중으로부터 진보대통합이 이루어지고 그것을 통해 기존의 진보 정당들을 넘어서는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치대통합을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러한 진보정치의 대통합은 가능한가? 많은 사람들이 진보정치의 대통합이라는 대의에는 동의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낮게 보곤 한다. 실제 진보정치대통합에는 온갖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민중이 절실히 바란다면 반드시 진보정치의 대통합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선거연합의 성과와 한계를 경험한 다양한 진보 세력이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진보정치의 대통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중이 제 머리 못깎듯 정당들 스스로 통합 정당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독자적인 시민정치운동을 통해 현실적으로 힘이 있으면서도 객관적이고 진보적인 시민단체가 진보적인 정당들 사이를 매개하여 진보대통합 정당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새로운 시민정치운동 속에서 형성되는 통합의 주체를 중심으로 진보대통합을 추진할 새로운 시민단체가 필요한 것이다. 진보정치 대통합을 통해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민정치운동단체가 바로 시민회의인 것이다.

 

 

3. 시민회의의 진보적 가치들

 

시민회의는 진보정치의 대통합을 제안하고 추진하는 중요한 주체들 가운데 하나이다. 시민회의는 새로운 진보 가치의 재구성과 시민정치운동을 통해 진보대통합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진보대통합의 주체가 어떤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진보세력이 되어야 한다면, 그 진보의 가치 또한 다양해서 서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오직 단일한 진보적 가치만을 내세우는 것은 나머지 수많은 진보적 가치들과 사람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해 자족적인 소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중심으로 삼는 진보의 이념과 가치가 있더라도 시민회의의 차원에서는 다른 진보세력의 이념과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진보대통합을 결코 이룰 수 없다. 진보대통합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오직 단일한 진보의 이념과 가치만을 고집하면 안되고 다양한 진보의 이념과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시민회의의 구성원들이 수많은 논의를 거쳐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을 서로 인정하고 매우 포괄적으로 민주, 복지, 생태, 평화 등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진보의 가치들 가운데 민주라는 가치에서 주목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다. 기존의 대의제와 새로운 직접민주주의의 긴장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실천적 과제는 민중의 직접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이다.10) 예컨대 촛불운동에서 나타난 직접민주주의의 역동적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법과 제도를 대안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주목할 사실은 직접민주주의가 반영되지 않는 복지는 시혜적인 복지가 되고, 생태 문제는 환경 공학의 문제로 축소가 되며, 평화는 상층부의 흥정과 거래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민중의 직접민주주의라는 진보의 가치를 토대로 해야 복지를 보편적으로 만들고, 생태환경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며, 평화와 통일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보의 다양한 가치들이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통합적인 사유와 실천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보편적인 복지국가가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가설의 상태지만 구체적으로 보편적인 복지국가의 가치들, 예컨대 보편주의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시혜적인 복지와 달리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11) 이러한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평등의 권리는 직접민주주의와 직접 연결되고 지속가능한 사회에서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와 상호 연관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의 재정문제를 단지 증세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체제와 민족통일을 통해 군사비의 절감을 기반으로 해야 근본적으로 복지국가의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생태환경에서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현재 우리의 중요한 진보적 가치로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지금 이명박 정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은 자연과 인간에게 커다란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진보적으로 선취할 경우 그 속에 담겨있는 직접민주주의의 가치, 복지국가의 지향,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도 고려하고 배려하는 지속성의 가치, 지역자치의 중요성, 평화로운 세계관 등이 다른 진보의 가치들과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12)

 

평화의 경우 민족 자주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진보적 가치를 담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드는 시급한 과제에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전쟁의 위험과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결정적 실천은 우리 민족이 자주적인 힘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서구 사회와 달리 우리의 경우 민족이 자주적인 방법으로 평화와 통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보를 내세울 수 없다. 그리고 평화와 통일 없이는 막대한 분단체제 비용 때문에 복지 국가의 실현도 요원하며, 지속가능한 자연과 사회도 어렵게 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평화와 통일이 민족의 다수 구성원인 민중 중심의 직접민주주의의 방법으로 추구되어야 실질적인 평화와 바람직한 통일이 가능하다. 총괄하면  직접민주주의와 보편주의 복지와 지속가능한 자연과 사회 그리고 민족 자주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진보의 가치들은 유기적으로 서로 긴밀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거론한 진보의 가치들 이외에도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이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를 시민정치운동이라는 사회적 실천 속에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회의는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진보적 정책에 주목한다. 그래서 우선 만들어 갈 11대 정책의제를 설정한 것이다. 시민회의가 우선 만들어갈 11대 정책의제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건설, 지속가능한 사회의 구현, 고용의 양극화 해소 및 실질적 완전고용실현, 보육 ․ 교육 ․ 의료의 공공성 강화, 인간적인 삶이 보장되는 주거정책의 실현, 생태가치 실현과 친환경 지역발전, 평등성과 다양성이 실현되는 통합사회 구축, 조세정의와 재분배정책의 실현,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 ․ 혁신적 중소기업 중심 경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통일 실현, 참여와 연대 속에서 살아있는 민주주의 실현 등이다.13) 여기서 제시된 정책 의제들은 진보의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11대 정책 의제이지만 지금 이곳의 진보적 요구에 따라 진보 정책 의제가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식량산업의 자주화 의제, 에너지 문제의 해결 의제, 여성 문제의 현실적 해결 의제 등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제에 깃든 진보대통합의 이념과 가치는 진보의 다양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진보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가 입증하듯이 실천적 투쟁으로 지금 이곳의 진보 이념과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다. 어떤 이념과 가치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진리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대통합의 이념과 가치는 철저히 민중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민중적 이익을 철저히 옹호할 수 있는 이념과 가치를 기반으로 해야 진보대통합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민중성을 떠난다면 그 이념과 가치는 지식인의 지적 유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대통합의 이념과 가치는 진보의 다양성과 민중성을 핵심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진보대통합의 구성 과정에서 정책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 이념과 가치와 긴밀히 연관된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정책은 마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일지라도 사실은 현실 계급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이념적이며 가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념과 가치만을 소중히 여기고 정책을 추상적으로 나열하는 것으로는 민중을 설득할 수 없다. 구체적인 진보 정책의 경우 민중의 일상적인 삶의 문제와 연관하여 시급한 것과 중요한 것 그리고 실현 가능한 것을 먼저 제시하여 그 문제 해결에 민중의 호응과 지지그리고 참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진보적인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국정운영의 경험을 축적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2012년 공동정부의 구성과 운영이 논의된다면 크게 통합된 진보세력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4. 진보대통합의 향후 전망

 

우선 지금 이곳의 분열되어 있는 진보 세력을 바라볼 때 간혹 매우 냉소적이거나 회의적인 경우가 많은데 보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진보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 개인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바로 진보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곳의 진보 세력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기에 오직 비난만을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진보 세력의 분열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어떻게든 그 분열을 극복하려는 실천적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렇다고 해서 분열되어 있는 진보 세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민중의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보다 더욱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진보 세력의 대통합을 통해 민중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열되어 있는 진보세력의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민중이 새로운 세상의 희망을 지닐 수 있다. 진보대통합은 단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만의 통합은 작은 통합이지 결코 큰 통합이 아니다. 진보대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진보세력이 서로의 힘과 지혜를 합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진보세력의 조건과 상황 그리고 이해관계가 매우 다양해서 연합도 어려운데 통합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여기서 말하는 진보대통합은 다양한 진보세력이 이념과 가치 그리고 조직을 함께 만드는 매우 높은 차원의 결합 형태이기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진보대통합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진보대통합만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하여 민중의 이익을 철저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양한 진보세력의 진보대통합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작은 통합조차 쉽지 않다. 이념과 가치 그리고 정책의 차이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비교해보면 양당의 이념과 가치 그리고 정책의 차이는 별로 없거나 크지 않다. 그런데도 양당이 분열되어 있는 것은 지난 세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함께 고생하며 진보정당 활동을 했던 소수의 사람들에게 서로 감정의 문제가 심각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통합은 물론 연합조차도 어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양당에 맡겨두는 것은 통합도 연합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적대적인 감정의 문제가 시간이 흐른다고 짧은 시간에 저절로 해결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 시대 민중의 절실한 요청인 진보대통합은 앞으로 새로운 주체의 형성과 새로운 진보 가치 그리고 새로운 시민정치운동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진보대통합의 새로운 주체는 진보적 가치를 실천하려는 열정과 헌신성이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보대통합의 새로운 주체라고 해서 기존 진보세력을 아주 폄하하거나 완전히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진보대통합의 주체는 과거 풍부한 진보 운동의 경험과 지혜가 있는 진보 세력과 새롭게 주체로 형성되고 있는 진보 세력의 만남과 소통 그리고 실천 가운데서 혁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진보대통합의 과정에서 과거로 회귀해서는 결코 안되고 항상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면서 어떤 사람에 대해 과거의 어떤 잘못을 비난하며 지나치게 상대방에게 도덕적 반성을 강요하거나 전제하는 것은 통합을 하지 말자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세상에 완벽하거나 완전한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과거의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무엇보다 실천가로서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이론과 실천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진보대통합에 대한 동의와 실천이다. 진보대통합의 주체는 실천 속에서 검증되며 새롭게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대통합의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치 대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진보정치세력이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큰 통합의 새로운 공간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단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진보정치대통합을 추구하는 시민회의의 취지에 동의하는 개인과 집단은 누구나 실천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 촛불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이나 마음 속에 촛불이 있는 사람들과 반한나라당과 비민주당의 정당이나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사람들은 누구나 시민회의에 실천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진보대통합의 주체인 새로운 진보세력은 기존 정당의 당원일 수도 있고 당원이 아닐 수도 있다.14) 진보정치대통합의 범위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정당의 당원 여부가 아니며 진보적 가치를 지니고 얼마나 치열하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진보적 가치를 지니고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진보대통합의 범위에 포함하는 열린 진보가 필요하며 그럴 때만이 진보의 주체가 다양하게 형성될 수 있다.

 

진보대통합의 방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방법이다. 진보대통합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간접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경계할 방법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보적인 명망가의 이름이 몇몇 나열되면 민중이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면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지금 시대는 촛불에서 입증되었듯이 민중이 스스로 절실하게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진보대통합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힘과 지혜가 모여서 실질적인 의미의 진보대통합이 될 수 있다.

 

또한 진보 세력의 정치적인 대통합 과정에서 다양한 진보 세력의 각각의 장점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 어느 진보 세력도 문제와 단점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진보대통합을 위해서는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직접민주주의의 방법과 진보세력의 장점들의 화학적 결합 방법으로 아래로부터 민중의 힘과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세상을 변혁하여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장기적 전망에서 진보대통합을 추구해야겠지만 만약 진보세력이 분열된 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한다면 진보세력은 패배할 수밖에 없고 보수 양당 체제가 고착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진보라는 희망은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 기회는 반복해서 오지 않고 준비하는 자에게만 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진보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2012년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진보대통합에 대한 일정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보세력은 적어도 2011년 상반기 이전에 진보정치의 대통합을 이루고 진보대통합 정당을 구성해야 한다. 진보대통합 정당을 통해 2012년 총선에서 최고 목표는 원내 다수당, 최저 목표로 원내 교섭단체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야 정치적으로 힘과 의미가 있다. 또한 대선에서 진보대통합 정당은 최고 목표로 단독 집권, 최저 목표로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무리 늦어도 2017년에는 진보대통합 정당이 단독으로 집권할 수 있게 된다. 단지 상상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집권 과정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늦어도 2011년 상반기까지는 진보대통합 정당이 결성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진보대통합을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다.

 

위와 같은 일정을 고려하면 2010년 8월 31일 발기인 대회 이후부터 시민회의는 시민정치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진보대통합 담론을 확산하여 진보대통합에 함께 할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여 새로운 시민정치운동단체를 정식으로 창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회의는 실질적인 시민정치운동과 진보대통합 담론을 바탕으로 진보대통합 정당의 추진을 힘차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2010년 안에는 진보대통합 정당 추진인을 민주적인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형성하되, 이 추진인은 진보대통합 정당이 만들어질 경우 당원으로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추진인은 예비 당원인 셈이다. 또한 진보대통합 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당명, 강령, 정책, 부문 및 지역 조직 등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시민회의의 진보대통합 정당 추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민중의 열렬한 호응이 이루어진다면 기존의 다양한 진보 세력들에게 진보대통합 정당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창당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2011년 상반기 안에 적극적인 다수 예비 당원들을 기반으로 아래로부터 진보대통합 정당을 창당할 수 있는 것이다.

 

 

5. 글을 맺으며

 

지방선거의 선거연합과 재보궐선거의 은평 후보단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현실 정치는 진보 가치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보적 가치가 반영된 공동 정책에서 진보대통합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현실 정치는 겉으로 내세우는 정책보다 선거의 대결 구도와 주로 돈으로 유지되는 기득권과 인물 중심의 정치라는 점이다.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진보대통합 정당을 실제로 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주체가 분명히 바로서야 한다. 진보대통합 정당의 주체는 누구보다 새롭게 형성되는 다양한 진보세력이 되어야 하고, 그 진보의 가치 또한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하며, 다양한 진보세력이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들을 새로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상호 인정하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새로운 시민정치운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그럴 때만이 진보대통합 정당이 현실적으로 새로운 진보정치세력의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진보대통합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기존의 진보적인 정당과 노동계 그리고 진보대통합을 추구하는 시민회의 등은 어떻게 되는가? 기존의 진보적인 정당은 평당원부터 진보대통합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여 당대회 결의에 따라 진보대통합 정당의 창당에 결합할 수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진보정치대통합에 동의하는 야당들이 각자 진보대통합 추진 기구를 결성하여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합당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진보대통합 정당이 창당된다면 분명히 우리 진보 정치에서 새로운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진보적인 노동계의 경우도 진보대통합 추진 기구를 결성하여 진보대통합 정당의 창당에 기여한다면 노동의 정치세력화를 실현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시민회의의 경우 진보대통합 정당 결성에 물심양면으로 기여한 이후에도 계속 시민정치운동을 전개하여 진보세력의 정권 창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예상해 볼 때 가장 좋은 결과는 반한나라당 비민주당인 진보대통합 정당에 다양한 진보 세력들이 새로운 진보 가치의 재구성을 중심으로 힘과 지혜를 합치는 것이다. 그래서 2012년 진보대통합 정당이 원내에서 다수당이 되고 단독으로 집권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좋지 않은 결과는 진보대통합 정당의 창당과 상관없이 진보적인 기존 정당들이 그대로 남는 경우이다. 이런 상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진보적인 기존 정당이 그대로 남아 진보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에는 진보대통합 정당이 진정한 의미의 대통합 정당이 아니므로 비슷한 진보정당을 창당해서는 안된다. 또 다른 진보세력의 분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적인 기존 정당이 당대회 결의를 통해 새로운 진보대통합 정당의 창당에 주체적으로 결합하는 문제는 아무리 그 과정이 어렵더라도 진보대통합 정당 창당에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지금 이 순간은 진보대통합의 추진 결과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단정적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객관적인 상황과 주체적인 조건에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진보대통합 정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체의 형성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민회의가 진정성을 가지고 치열하게 시민정치운동을 전개할 때, 새로운 진보적 가치와 새로운 주체가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촛불운동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실천적 힘과 역동적인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이야말로 진보대통합 정당의 구성 과정에서 새로운 진보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다. 이 절망의 시대에 진보대통합은 민중의 간절한 요청이자 유일한 희망이기에, 지금 이곳에서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은 누구나 시민회의에 참여하여 진보대통합을 함께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참고문헌]

 

4+5 정책연합위원회, 1차 정책연합 합의문, 2010년 3월 7일.

4+4 정책연합위원회, 2차 정책연합 합의문, 2010년 4월 15일.

김원열 외, 더불어 사는 세계관, 한경사, 2008.

김원열 외, 한미 FTA와 한국의 선택, 한울, 2007.

김원열, 2010 지방자치 10대 의제, 2010 연대 국회도서관 발표문, 2010년 1월 14일.

김원열, 동북아시아 유교의 전통과 현대, 한국학술정보, 2007.

김원열, 현행 지방자치의 문제와 진보 개혁의 대안을 위한 성찰, 군포시 시민사회단체 발표문, 2010년 2월 2일.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가칭), 발기인제안서, 2010년 5월 11일.

이상이 편저,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도서출판 밈, 2010.

한길리서치,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에 대한 민주노총 단위노조 간부 여론조사 결과, 2009년 9월 1일-7일.


1) 우리 사회 공공성 문제들 가운데 특히 교육의 공공성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김원열, 「한·미FTA와 공공성 문제에 대한 사회철학적 비판」,『한·미FTA와 한국의 선택』, 한울, 2007, 53-56쪽.

2)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정당세력의 통합필요성에서 89.1%가 통합되어야 한다고 했고, 9.8%만이 통합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비록 민주노총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도 민중의 핵심이자 진보적인 노동단체로서 진보대통합에서도 중요한 주체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여론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을 참조할 것. 한길리서치,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에 대한 민주노총 단위노조 간부 여론조사 결과, 2009년 9월 1일-7일.

3) 민중 개념과 민중적 관점이란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김원열, 동북아시아 유교의 전통과 현대, 한국학술정보, 2007, 122-123쪽.

4) 지금 이곳의 진보정치 세력은 누구인가? 진보정치 세력이 매우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듯이 진보라는 개념도 다양하게 규정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역사 발전을 전제로 한 것으로 지금 이곳의 진보는 돈 중심인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와 분단체제를 철저히 비판하고 민중 중심의 사회와 민족 자주의 통일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고, 진보 세력은 그 민중과 민족의 이익을 철저히 옹호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집단이다. 구체적으로 촛불집회를 통해 나타난 다양한 진보의 가치들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진보 세력인 것이다. 물론 진보 세력에는 기존 정당뿐만 아니라 각종 단체와 모임이 있고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진보적 가치를 실천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포함한다. 이 소중한 진보 세력이 분열되어 있고 고립되어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5) 4+5에서 4는 시민사회단체인 2010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시민주권, 희망과대안이고 5는 정당인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을 의미한다. 최초 2010연대 이상현 운영위원이 이 용어를 제시했고, 언론에서는 4+5를 주로 5+4라고 표현했다.

6)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합과 통합을 위한 10대 의제’로 제시된 것은 다음과 같다. 지역 주민과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확대, 지역의 재정자립도 향상과 경제 활성화, ‘지방의제21’의 재수립과 생태환경의 보전, 지역의 보건과 의료의 공공성 확대, 초중등 교육의 친환경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성평등 정책으로 여성 문제 해결,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 농어업의 친환경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 문화 창작과 향유의 공공성.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다음을 참조. 김원열, 2010 지방자치 10대 의제, 2010 연대 발표문, 2010년 1월 14일.

7)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할 것. 4+5 정책연합위원회, 1차 정책연합 합의문, 2010년 3월 7일.

8) 보통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진보적 정책들을 공동정책으로 합의한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4+4 정책연합위원회, 2차 정책연합 합의문, 2010년 4월 15일.

9) 이밖에 통합의 대상으로 민주당을 포함시킨다는 점에서는 임종인의 럭키7공화국이나 정동영의 ‘담대한 진보’ 등도 있지만 민주당 내부의 구조적 보수성 때문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상이다.

10)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적 이해에 대해서는 김원열, 동북아시아 유교의 전통과 현대, 한국학술정보, 2007, 152쪽을 참조할 것.

11) 다음을 참조할 것. 이상이 편저,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도서출판 밈, 2010, 77쪽.

12)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김원열 외, 더불어 사는 세계관, 한경사, 2008, 285-304쪽.

13) 우선 만들어갈 11대 정책의제는 시민회의 구성원의 논의를 통해 결정된 제안서 마지막에 제시되어 있다. 다음을 참조할 것.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가칭), 발기인제안서, 2010년 5월 11일.

14) 이런 점에서 보면 비록 당은 보수적인 구조에 갇혀있지만 만약 진보대통합의 진보적 가치들에 동의하는 당원이라면 얼마든지 시민회의에 함께 할 수 있다. 진보를 추구하는 시민회의의 구성원만 보더라도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시민회의가 기존의 정파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민정치운동 단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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