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마치며
노동자 서민에게 가한 광기어린 테러를 막기 위한 항쟁을 시작한다!
오늘 이곳에 모인 우리는 정리해고라는 자본의 테러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다. 파업, 단식, 고공농성, 원정 투쟁, 음악회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정리해고와 비정규제도에 맞선 노동자들이다. 죽는 것 빼고 다 해봤다는 말이 무색한 우리는 26명의 상주다.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 최소한 사법정의는 살아있다는 바람이 산산이 부서진 사람들이다. 1,895일간의 사투 끝에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사장이 야반도주를 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우리다. 결국 우리는 평택과 구미의 굴뚝에 스스로 깃발이 되어 올라가고,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소박한 요구를 주장하기 위해 땅바닥을 기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라는 자본의 테러는 우리를 굴뚝으로, 땅바닥으로 내몰았다.
냉기가 한기가 되어 서릿발처럼 우리 몸을 들쑤신다. 5일간 우리가 걸어온 길은 어디 하나 만만치 않았다. 도로의 요철은 무릎과 팔꿈치로 파고들고, 하수구 냄새와 오래된 담배꽁초, 얼어붙은 침과 가래는 우리를 모욕했다.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와 우리를 막아서는 형광색 옷을 입은 공권력은 우리를 비웃었다. 비단 5일만 그랬을까. 우리의 6년 싸움이, 10년 싸움이, 굴뚝에서의 230일이 그랬다. 자본의 냉대는 가슴으로 파고들었고, 권력의 하수인이 된 사법부의 판결은 우리에게 모욕을 줬다. 법과 질서를 초월해 노동자들을 탄압했던 공권력은 우리를 짓밟았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라는 테러는 우리의 몸과 생을 짖이겨 놓았다.
자본은 정리해고, 비정규직화라는 첫 번째 테러를 가했다. 정치와 언론, 사법부는 무능력과 무관심, 가진자들의 오만이라는 두 번째 테러를 가했다. 기륭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1차 오체투지에서, 쌍용차 구로공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2차 오체투지에서 공권력은 세 번째 테러를 가했다. 경찰은 부정한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꼬리 흔들기 바빴다. 한국 사회의 가장 주요한 쟁점인 정리해고와 비정규문제를 전하는 목소리가 행여 오늘 10시 청와대에서 있다는 박근혜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들릴까 노동자들을 영하 10도의 한파 속에 버려뒀다. 평화로운 노동자 서민도 만나지 못하겠다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를 개처럼 끌어내고, 짓밟았다. 그러나 우리는 저들의 테러가 사람의 인격마저 몰살시킬 수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우리의 연대는 무자비한 공격이 인간의 존엄마저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오체투지. 마음은 하늘을 품되, 몸은 가장 낮게,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절박한 기도다. 우리의 오체투지는 대통령과 정부, 국회 등에 청원하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절박한 이들이, 온 몸, 맨 몸으로 새로운 길을 내자는 손 내밂이다. 바닥부터 지렁이 거북이처럼 더디더라도 수많은 이들과 함께 다시 일어서자는 간절한 기도다. 한 자리에 머물러 고여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길이 되어 물꼬를 트자는 간절함의 실천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약속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배밀이로 길을 열겠다는 행진이다. 엄숙하고, 평화롭지만 가장 역동적이고, 처절한 외침이다.
1차 오체투지 외침은 이러했다. “비정규직은 노예제도다. 민주주의에서 노예제도는 있을 수 없고, 좋은 노예제도도 없다. 비정규 법제도 폐기를 위한 사회적 고발과 저항을 시작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앞장서고, 콜트콜텍, 스타케미칼 등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함께한 2차 오체투지 행진의 외침은 이렇다. “정리해고는 돈을 위해 사람을 배제하는 상징이다. 정리해고 철폐하고, 해고자 전원을 공장으로 복직시켜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리해고 노동자, 그리고 2,000만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램은 이렇다. “착취와 차별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 정리해고-비정규 법제도를 전면 폐기하라.”
우리의 마지막 도착지가 청와대인 까닭은 우리의 호소가 권력과 자본에게 마지막 통첩장이 될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청와대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2차 오체투지는 1차 오체투지가 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선을 넘어 정부종합청사까지 왔다. 지렁이 같은 움직임으로, 한 시간에 1km도 채 가지 못하는 더딘 걸음으로 또 하나의 벽을 넘었다. 연대와 저항이, 2차 오체투지가 보여준 인내와 끈질김이 만든 전진, 이것이 우리의 길이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박근혜 정부의 정리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라는 광폭한 테러에 맞서, 뿌리로부터 일어나는 저항의 길이다. 정리해고 비정규직이라는 사탄의 언어에 고통당하는 우리 노동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품어 안는 더 큰 행진의 길이다.
우리는 오늘 정권과 자본의 테러에 맞서 더 큰 행진과 더 장엄한 항쟁으로 나아갈 것이다.
해고자를 전원복직, 쌍용자동차가 결단하라!
해고는 살인이다. 콜트콜텍 노동자를 복직시켜라!
굴뚝의 외침이다. 스타케미칼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라!
2000만 노동자의 요구다. 정리해고-비정규법제도 전면 폐기하라!
2015년 1월 12일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