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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클리닉

'어머님 전상서'인가

작성자보슬비|작성시간03.05.12|조회수520 목록 댓글 0
'어머님 전상서'인가


80년대든가 '우정의 무대'라는, 군부대를 찾아가는 텔레비전 프로를 열심히 본 적이 있는데, 요즘에도 비슷한 프로가 있나보다. 앳돼 보이는 '군인 아저씨'들의 뭔가 '어리뜩한 표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데, 무슨 프론가 했더니 KBS 2TV의 '청춘! 신고합니다'라는 거다. '필승!' 하고 거수경례하고, 애인 이름 외쳐부르고, 무대로 어머니가 나타나 모자 상봉하며 울먹이고…… 남북분단이 여전하고 징병제가 여전하고 텔레비전이 여전하니, 화면에 그려지는 그림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모자 상봉하는 이 프로그램의 하일라이트에서 어머님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고색창연하게 '어머님 전상서'라 이름하였다. 자막도 멘트도 '어머님 전상서'다. 이등병 아들이 쓴 편지를 화면에 잡았는데, 편지지에 쓰인 글자도 '어머님' 하고 떼어서 '전상서'다. 뭐가 잘못되어서 그러느냐고?

전상서는 前上書다. 한자다. 前은 '앞'이고 上書는 '글을 올린다' '올리는 글'이다. 그러니까 어머님前上書는 '어머님께 글을 올립니다'다. '어머님께 올리는 글'이든가.

그래서 '어머님 전상서'라고, 어머님 떼고 전상서라고 쓰거나 말하는 것은 마치 '어머님 께올립니다'라고 쓰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말이 띄어쓰기가 어렵다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게 쓰라고 해도 '어머님 께올립니다' 이렇게 떼어쓰는 것은 나오기 어렵다.

젊은 사병에게 '어머님전상서'를 쓰게 해서 '어머님 전상서'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자기가 평소 쓰던 말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우리말이고 '전상서'는 한자니까 '어머님'에서 한번 띄어쓰기를 한다. '전상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니까 '어머님께' 정도로 이해했다고 해서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지만 방송의 자막이나 진행 멘트는 정확하게 나와야 되지 않을까. 떼어 쓰려면 '어머님전 상서' 또는 '어머님 전 상서'로 쓰고 발음도 '어머님전 상서'로 구분해야 한다.

-[삶이 보이는 창] 2003년 6-7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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