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대학생과 이 교수
이무원 시인
나는 들꽃대학교 1학년 초롱반 학생입니다. 들꽃대학의 설립자는 이서하입니다. 교수 겸 대학 총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들꽃대학교란 학교 이름도 손수 짓고 교표도 멋지게 도안을 하여 만들었습니다. 교표는 동그라미 속에 들꽃 한 송이가 그려져 있고 들꽃 좌우로 대칭이 되게 점이 두 개 찍혀 있습니다. 그 점은 구름이라고 합니다. 언뜻 보면 사람의 미소 짓는 얼굴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들꽃대학의 학생은 2명입니다. 할머니와 나만 입학을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할아버지 집 안방 문에 노인대학교 들꽃대학 초롱반이라 쓴 간판을 붙이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기 전에 나는 교수님(서하)과 같이 스케치북을 죽 찢어서 가방도 만들고 국어 공책, 알림장도 만들었습니다. 필통까지 만들고 나니 힘이 다 빠져서 수학 공책은 생략하기로 하였습니다. 할머니 것과 내 것 두 개씩을 만들었으니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님은 집중해서 전심전력을 다 하는 모습입니다.
가위, 칼, 스카치테이프, 종이, 색연필 등 소품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끈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여 멋진 노란색 긴 끈을 찾아다 주었더니 그것을 아까워하지도 않고 네 등분으로 잘라서 스카치테이프로 가방에 붙였습니다. 정말 멋진 가방끈이 되었습니다.
가방을 거는 못도 만들었습니다. 연두색 노란색 종이를 돌돌 말아서 할아버지 방 큰 유리문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떨어질 텐데…’하고 걱정을 했더니 테이프를 많이 붙이면 된다고 하더니 정말 필통과 국어 공책, 알림장이 들어 있는 가방의 무게를 지탱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방에는 다섯 가지 색깔로 들꽃대학이라 쓰고 그 밑에 자기 이름을 썼습니다. 내 이름은 이동건으로 하자고 서하가 제안했습니다. 영화배우 장동건 씨가 생각난 모양입니다.
할아버지 성은 이 씨니까 이동건인데 내가 가방에 박동건이라고 잘 못 써서 핀장을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박순이라고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우선 이 교수가 만든 할머니 국어 공책을 볼까요? 표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1-5 초롱반
박순이
국 어
표지를 넘기면 〈‘간호사’ 하면 생각나는 것에 ○표 하세요〉라고 써있고 전화기, 주사, 스위치, 병원, 구급차, 핀셋 그림이 하나 하나의 원 속에 그려져 있으며 그 그림 중앙에 멋진 간호사가 모자를 쓰고 두 손을 벌리고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글씨를 바르게 따라 쓰세요〉라고 쓰고 연필로 원고지를 만들고 나비, 별이란 글씨를 써 놓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나비와 별 사이에 한 자를 띄워 쓴 점입니다.
필통은 스케치북 표지로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양쪽을 스테플러로 찍고 두 개의 고무줄로 감아 입이 잘 벌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지퍼를 찾더니 그것이 없으니까 이서하 교수가 생각해 낸 것입니다. 할아버지 필통은 반짝이 끈으로 두 번을 묶었습니다.
첫 수업은 밤 9시쯤에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할머니가 일이 많이 밀려서 그 일을 끝마치고 나서 수업을 했기 때문에 늦어졌습니다.
이서하 교수는 간이 칠판에 두 자리 수 더하기, 빼기 문제를 내고 학생들은 손을 들어 그 문제를 푸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문제는 할머니가 먼저 풀었으나 엉터리라 틀렸기 때문에 이 교수는 기가 차다는 듯이 웃으면서 자세히 정답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다음 문제는 내가 거뜬히 맞추자 “잘 했습니다.” 하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이 교수님은 알림장을 꺼내도록 지시하더니 받아 적으라고 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6년 7월 1일 토요일
1. 내일 준비물 없음. (글씨를 쓸 때 마침표를 꼭 찍으라고 당부함)
2. 내일 수학, 국어, 챙겨 오세요.
3. 차조심, 길조심.
4. 는 없습니다.
이서하 교수님은 금릉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다음날 이 교수가 자기 집으로 가기 전에 들꽃대학 수업을 한 시간 더하기로 약속했으나 만화 영화를 보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장난기 많은 박순이 학생이 언제 공부하느냐고 물었더니 다음 토요일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가버렸습니다.
할아버지 방에는 들꽃대학교 가방 두 개가 유리창에 매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