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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알아보는 일 / 정온유

작성자유진|작성시간19.06.14|조회수111 목록 댓글 0

시 에세이

내가 를 알아보는 일

정온유


 

문득 현실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영혼과 육체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때다. 마치 넓은 방안에 꼬마인 내가 쪼그려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집채만 한 육체가 멀고 두려워 쪼그려 앉은 나는 더 몸을 웅크린다. 공굴린 영혼은 한없이 작아지고 영혼이 작아질수록 육체는 몸을 더 부풀린다. 커지고 있는 육체와 작아지는 영혼과의 거리는 너무 멀다. 먼 공간은 바람 한 점 없다. 회색빛으로 적막하다. 어스름 골목을 혼자 걷는 아이 뒤로 가로등 불빛이 더욱 외롭다. 외로움은 허기로 채워지고 허기진 것은 영혼인데 허겁지겁 양푼 밥으로 육체를 채운다. 영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육체다. 낯섦은 내가 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할 때 오는 현상이다. 내가 를 알아차리고 돌아보고 다독일 때 나와 는 괴리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영혼과 육체가 하나 될 때이다. 낯설음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영혼이 나에게서 점멀어진다

내 몸은 작아져서 붙잡을 수가 없다

캡슐 안 넓은 공간이 아득하다 낯..

 

매일매일 마시던 공기가 처음 같고

매일 앉던 강의실 자리가 겉돌고

내 집 앞 매일 걸었던 도로가 어색하다

 

비워진 골목들이 부스스 잠을 깬다

골을 타고 흘러온 문장들이 엉킨다

백지로 지워버리는 행위를 반복한다

 

양푼 밥을 비비고 허겁지겁 먹는다

빈 그릇 안으로 햇살이 내려앉고

밀랍의 독한 허기가 잠허리 배고 있다

- 낯선 허기전문

 

 

3월을 보내는 찬비가 잠시 내렸다. 겨울내 허기졌던 영혼에도 풋풋한 봄비가 내려 행복했다. 빗줄기 사이로 햇살이 내린다. 마음 골목에 햇살을 들이며 살자. 가끔 바람도 선선하게 드나들고 풀꽃향도 좀 맡으면서 를 외롭지 않게 바라볼 일이다


 

다 헤진 아파트 좁다란 골목에도

연둣빛 새싹이 고개를 내밉니다.

찬바람 꽃샘바람은 이제 그만 거두세요.

늦겨울 끝자락에 매달린 미련일랑

잘 익은 햇살에 은빛으로 묶어 보내고

이제는 산수유 향기가 휘돌게 하세요.

그 작은 꽃잎마다 머금은 봄빛들이

내가 부를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따뜻한 햇살 현으로 연주하게 하세요.

-3월의 기도전문

 

 

 

ㅡ『우리2019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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