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에세이
내가 ‘나’를 알아보는 일
정온유
문득 현실이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영혼과 육체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때다. 마치 넓은 방안에 꼬마인 내가 쪼그려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집채만 한 육체가 멀고 두려워 쪼그려 앉은 나는 더 몸을 웅크린다. 공굴린 영혼은 한없이 작아지고 영혼이 작아질수록 육체는 몸을 더 부풀린다. 커지고 있는 육체와 작아지는 영혼과의 거리는 너무 멀다. 먼 공간은 바람 한 점 없다. 회색빛으로 적막하다. 어스름 골목을 혼자 걷는 아이 뒤로 가로등 불빛이 더욱 외롭다. 외로움은 허기로 채워지고 허기진 것은 영혼인데 허겁지겁 양푼 밥으로 육체를 채운다. 영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육체다. 낯섦은 내가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할 때 오는 현상이다. 내가 ‘나’를 알아차리고 돌아보고 다독일 때 나와 ‘나’는 괴리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영혼과 육체가 하나 될 때이다. 낯설음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영혼이 나에게서 점…점…점…멀어진다
내 몸은 작아져서 붙잡을 수가 없다
캡슐 안 넓은 공간이 아득하다 낯.설.다
매일매일 마시던 공기가 처음 같고
매일 앉던 강의실 자리가 겉돌고
내 집 앞 매일 걸었던 도로가 어색하다
비워진 골목들이 부스스 잠을 깬다
골을 타고 흘러온 문장들이 엉킨다
백지로 지워버리는 행위를 반복한다
양푼 밥을 비비고 허겁지겁 먹는다
빈 그릇 안으로 햇살이 내려앉고
밀랍의 독한 허기가 잠허리 배고 있다
- 「낯선 허기」 전문
3월을 보내는 찬비가 잠시 내렸다. 겨울내 허기졌던 영혼에도 풋풋한 봄비가 내려 행복했다. 빗줄기 사이로 햇살이 내린다. 마음 골목에 햇살을 들이며 살자. 가끔 바람도 선선하게 드나들고 풀꽃향도 좀 맡으면서 ‘나’를 외롭지 않게 바라볼 일이다.
다 헤진 아파트 좁다란 골목에도
연둣빛 새싹이 고개를 내밉니다.
찬바람 꽃샘바람은 이제 그만 거두세요.
늦겨울 끝자락에 매달린 미련일랑
잘 익은 햇살에 은빛으로 묶어 보내고
이제는 산수유 향기가 휘돌게 하세요.
그 작은 꽃잎마다 머금은 봄빛들이
내가 부를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따뜻한 햇살 현絃 으로 연주하게 하세요.
-「3월의 기도」 전문
ㅡ『우리詩』 2019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