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목련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물이 그러하듯, 춘삼월 식물이 따스한 햇볕을 만나, 봄의 전령사 복수초가 피고, 목련이 피고, 산수유도 만개한다. 들판에는 농부가 흙을 만나 밭갈이가 한창이다. 아침 등굣길엔 학생들이 신학기를 만나 발걸음이 활기차다.
새로 부임한 목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향, 가족 사항, 취미 등을 나누다 요즘 각자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하여 나누게 되었다. 필자는 한자로 뜻을 풀이하는 칼럼을 쓴다며 칼럼 두 꼭지를 소개해 보았다. 읽어 보시고 “오~ 재미있네요. 한자로 글을 풀어내는 아이디어가 좋은데요”라며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왕성한 문학활동을 기대한다며, 다음엔 십자가를 주제로 칼럼을 써 볼 것을 주문하셨다. 목사님과의 만남이 서로의 삶을 바꿀 행복한 만남이 되길 소망하며 십자가(十字架)라는 한자를 풀이해 본다.
열 십(十)은 한 일(一)의 한가운데를 뚫을 곤(丨)으로 내리그어, 하나에서 시작된 숫자가 한 계단이 끝난 것을 의미하는 한자이다. 또는 두 손을 십자형으로 엇갈리게 하여 열을 나타내기도 한다. 덧붙여 이 한자는 완전할 십과 사거리 십의 훈과 음을 가진 한자이기도 하다. 열이면 여덟이나 아홉이 그러함, 곧 거의가 그렇게 될 것이란 추측을 나타내는 십중팔구(十中八九)가 열 십의 좋은 용례이다. 그리고 천구지십(天九地十)이라 하여《역경(易經)=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 충족된 수라 전하여 완전하거나 부족함이 없다는 뜻으로 쓰여 완전할 십의 용례이며, 교차로를 의미하는 십자로(十字路)가 사거리 십에 알맞은 용례이다.
글자 자(字)는 집 면(宀)에 아들 자(子)을 짝지운 글자다. 전자는 사방이 지붕으로 덮어 씌워져 있는 집의 형체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한자 부수 중‘갓머리’라고도 칭한다. 후자는 어린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아들, 사람, 동물의 알이라는 의미들을 내포하는 글자이다. 아들의 부인, 곧 며느리를 의미하는 자부(子婦)가 아들 자의 용례이고,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을 의미하는 남자(男子)가 사람의 용례이고, 누에 알 곧 누에고치를 의미하는 자잠(子蠶)이 알자의 용례이다.
시렁 가(架)는 더할 가(加)에 나무 목(木)를 짝지운 글자다. 전자는 힘 력(力)에 입 구(口)가 결합된 글자이다. 입을 놀리기에 힘쓴다는 데서 말이 많아진다는 뜻이 되고, 말이 많아짐은 곧 말을‘더한다’는 뜻이 된다. 즉 더하다, 더욱, 들어가다(가입하다)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가공(加供:인공을 더함), 가중(加重:더욱 무거워짐), 가담(加擔:어떤 일이나 무리에 한몫 낌)이 좋은 용례이다. 후자는 땅에 뿌리를 박고 선 나무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시렁 가를 이루는 한자를 종합해서 풀이하자면, 물건을 더 많이 얹기 위하여 나무로 만든 시렁이라는 뜻으로 시렁, 건너지르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조(架槽:나무로 만든 구유), 가설(架設:건너질러 설치함)이 알맞은 용례이다.
십자가는 로마 제국 시대 악명 높은 법정 최고형으로 최대한 죽지 않게 인간의 정신적 한계를 체감시키고 숨을 끊는 가장 잔혹한 형벌로 죄인을 구원으로 이끄는 기독교의 상징물이 되었다. 지구상의 전 인류의 죄를 씻기 위해 청년 예수는 구약시대제사 때 사용된 희생양 제물과 같이 십자가 위에서 양손과 양발에 못 박혀 피를 다 흘리며 처참하면서도 숭고하게 죽었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윤동주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십자가」전문
시인 윤동주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려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수감 되어 젊은 나이로 옥사한 조선의 청년이다. 유대 청년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목숨을 바쳤듯이, 조선의 청년은 나라를 위해 투쟁하다 옥사했다. 나라 안팎이 혼란스러운 요즘, 유대 청년이나 조선의 청년처럼 고난의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지구촌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 十 | = | 一 | + | 丨 | ||||||||||
| 열 십 | 한 일 | 둟을 곤 | ||||||||||||
| 字 | = | 宀 | + | 子 | ||||||||||
| 글자 자 | 집 면 | 아들 자 | ||||||||||||
| 架 | = | 加 | ( | 力 | + | 口 | ) | + | 木 | |||||
| 시렁 가 | 더할 가 | 힘 력 | 입 구 | 나무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