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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다 게시판에서-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작성시간07.09.12|조회수92 목록 댓글 3
힘든 시간에 슬픔을 함께 해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우다다의 말을 들어주세요.

‘우다다’라는 말은 "우리는 다 다르다"의 줄임말 입니다.
거침없는 우다다학교는 6명의 길잡이 선생님과 42명의 아이들, 30여명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진행하시는 여러 가지 수업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나가며 함께 커가는 미인가 도시형 대안학교입니다.
그런 우다다가 지금 많이 힘듭니다. 선생님 한분과 아이들 세명이 사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물놀이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놀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말을 들어주세요.

33살 우다다학교 길잡이 정철환 선생님은 2002년에 상근 선생님으로 오셔서 2년동안 상근을 하셨고 임용고시 준비를 하시고자 잠시 떠나셨다가 2007년 올해에 “여기가 내 길이다.”라고 하시며 우다다학교에 다시 오셨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신 선생님은 보따리 준비를 할 때에도 아이들이 빼먹은 건 없는지 하나하나 지켜보셨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살아 온 이야기, 공부, 경험들을 아낌없이 퍼주셨던 선생님 이었습니다.

우다다학교 중등3년 16살 이태재는 책임감이 많아서 맡은 일을 항상 열심히 했습니다.
수줍음이 많아서 뭔가를 부탁하거나 얘기를 하면 겉으로는 “몰라, 싫어, 내가 왜.”하면서도 다 해주고는 부끄러워 했습니다.
섬세한 태재는 기타 치는 걸 좋아해서 독학으로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도 곧 잘 가르쳐주곤 했습니다.

우다다학교 중등1년 15살 하누리는 책과 사진을 참 좋아했고 아버지께서 주신 카메라를 소중하게 여긴 아이었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서 IQ 360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특유의 곱슬머리 때문에 브로콜리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신입생인데도 영산강 도보 때 가장 무거운 짐을 들고 6mm카메라로 뛰어다니며 촬영을 할 정도로 자기 역할에 열정적인 아이였습니다.

우다다학교 중등1년차 14살 정훈이는 우다다 형 누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막내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찰흙놀이를 가르쳐 줄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고 어리지만 도보여행 때 축 쳐진 모둠원들에게 재롱을 피워 줄 정도로 생각이 깊은 아이였습니다.
정훈이는 하고 싶은 말이 잘 안 나올 때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린 아이였습니다.

우다다학교 ‘보따리 짊어지고 세상과 악수하기’프로젝트 수업은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이나 해 보고 싶었던 것, 또는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개인이 아닌 모둠을 꾸려 함께 그것에 대한 조사를 하고 보호자인 그림자 선생님을 섭외한 뒤 기획서를 적고 제출한 다음 모두가 함께 공개심사를 하고 통과가 되면 약간의 보충을 더해(식단, 예산, 숙소 등)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보따리 수업을 시작합니다. 다녀 온 후에는 보따리 수업 마무리로 보고서를 만들고 보고대회를 합니다.


태재, 누리, 정훈이 그리고 정철환 선생님의

2007 여름 보따리 짊어지고 세상과 악수하기

“특명 진우도를 찍어라!”

올해 중등졸업과정인 태재는 이미 보따리 수업을 2개월 전 영산강 도보 때부터 계획을 하고 누리와 같이 하기로 계획을 한 상태였습니다. 정훈이는 보따리 기간 중에 형들의 권유를 받고 보따리 수업에 같이 참가했습니다.
이들이 하나로 뭉친 이유는 친목, 생태탐사 였습니다.
정훈이, 태재, 누리 모두 밝고 성격 좋은 친구들이긴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속 이야기들을 잘 못 했었습니다. 서로서로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진우도라는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그들의 공동취미인 사진과 영상을 찍고 마지막으로 사진전을 열음으로써 보따리수업을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특명 진우도를 찍어라!’는 순탄하게만 흘러갔던 게 아닙니다. 기획할 때부터 보따리 수업을 실행 할 때 까지 수차례의 갈등과 화해, 수정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항상 아침부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상에 대한 강의를 듣고, 그리고 바로 학교로 와서 준비하며 항상 마지막 1, 2등으로 집에 가곤 했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들이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보따리 수업을 위해서 분투했었습니다.

진우도에 도착한 첫 날에 한 KNN기자의 가족을 만나 그 가족의 아이들과 우다다 아이들을 물놀이를 하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KNN기자의 가족들은 진우도에 자주 놀러왔기 때문에 진우도를 잘 알아서 정철환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진우도에서 위험한 장소와 놀아도 되는 장소를 하나하나 짚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며 즐겁게 노는 우다다 아이들은 그 가족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겨졌습니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과 일지내용을 보아 진우도에서의 첫날과 둘째날은 비가 많이 와 보따리 프로젝트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 한 걸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오전, 김치찌개를 끓여 먹은 선생님과 아이들은 한시간 가량 진우도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9시29분 경, 쌀이 떨어져 진우도에서 일찍 출발하기로 결정 한 아이들은 약속시간을 잡기 위해 선장과 통화를 했습니다. 진우도 옆 섬인 눌차도에 사는 선장님은 1지점에서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망원경으로 목격했습니다.
선장은 누구라도 물놀이를 할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파도를 보고 아이들에게 물놀이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파도는 거세었습니다.
9시경부터 10시경까지 약 1시간 동안 아이들은 숙소에서 1, 2지점을 거치며 3지점까지 걸어갔습니다.. 이 사실은 아이들이 찍은 사진이 명백히 말 해주고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물놀이를 했다면 숙소에서 1분밖에 걸리지 않고 파도도 세지 않은 2지점에서 할 텐데 왜 하필 1시간 동안 걸어서 3지점까지 갔겠냐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은 이틀 동안 비가 와 제대로 하지 못 한 보따리 수업 수행을 하기 위해서 3지점 까지 사진을 찍으며 진우도 생태를 몸으로 느끼며 간 것입니다.
3지점은 진우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라고 합니다. 언제 사람을 덮칠지 모르는 너울파도가 치는 곳이고, 8월 30일은 백중사리로 1년 중 가장 물이 많을 때라서 어부들도 꺼려하는 날입니다.
남은 옷은 다 젖어있고 여벌옷이라고는 입고 있는 옷 밖에 없었던 아이들과 선생님은 조개를 주울 때 옷을 버리지 않으려고 옷을 벗어놓았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성격을 잘 아는 우리는 그렇게 믿습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남자 4명이 갔다면 누구라도 옷을 입지 않고 다녔을 것이라고.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조개를 줍고 있는 모습이 있고, 아이들의 유품에도 주운 조개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개를 줍다 너울파도에 휩쓸려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철환 선생님과 아이들은 사람키 만 한 파도가 치는 위험한 바다에 물놀이를 하러 들어갈 정도로 무능력한 바보가 아닙니다.
몇 차례의 여행경험이 있고, 도보여행 중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안전요원 역할도 수행 했었으며, 응급처치법도 할 줄 압니다. 여행을 가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안전 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아이들과 선생님 이었습니다.
안전 불감증이나 안전교육 부족이라고 비난이나 지적 이전에 왜 이런일이 벌어졌는지 진심으로 알려고 해주세요.
아이들과 선생님은 마지막 날 오전에 절대로 물놀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보따리 수업을 수행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분투했습니다.
우다다를 모르는 사람들의 말만 믿지 말고
철환쌤, 태재, 누리, 정훈이를 잘 아는 우리의 말을 들어주세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 9월11일
우다다학생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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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9.12 우다다에 올린 아이들의 글을 보니 사고후의 상처도 있는 것 같네요. 언론이나 주변인들의..... 비난이나 충고 등. 목요일에 이와 관련한 학부모 모임이 있어 부산에 갑니다. 가서 다독거려 주어야 할 것 같아요. 너무나 큰 사건이어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것 같습니다.
  • 작성자물푸레 | 작성시간 07.09.12 언니, 이글을 읽다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눈물이 나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세요.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잃은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의 마음도... 마음은 다 같을 꺼예요.
  • 작성자대지 | 작성시간 07.09.12 뭐라고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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