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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부쳐 - 허영실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작성시간07.11.29|조회수178 목록 댓글 3

 오늘이 영실의 생일이라네요. 어젯밤에 검정 누비바지를 사서 아침에 입고 나타났습니다.

자신에게 선물을 한 것인가 봐요. 아이들을 잘 챙겨야겠다고 오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젯밤에 쓴 글을 건네고 갔습니다. 나날이 마음을 세우고 있는 영실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영실은 컴맹입니다.^^)

 

생일에 부쳐

 

자정이 지났다.

열두시 오십분

어제가 십일월 이십팔일

흠, 오늘이 바로 그날이군.

엄마로부터 나와

큰 소리로 울었던 날

오늘도 그날처럼 울어볼까.

아니야.

지난 세월의 무게를 담아

맑은 소주나 한 잔 마시자.

먹다 남은 반 병 짜리도 남아있긴 하지만

오늘은 그날이니까 새로 병을 따서......

한 병을 다 마셔야

온전한 사람이 되지않을까?

꽉 찬 소주 한 병처럼

가득하고

투명하고

푸르게

많이도 살았구나 사십오년

길고도 깊게

거칠고  무모한 열정으로

분간없이 많이도 살았네.

마지막 잔을 비우는 순간에

사람은 다시 태어나는 걸까?

죽는걸까?

조그만 한 아이가 되는걸까?    

아무래도좋아

그저 나는 수많은 방울방울 중의 한방울

숱하게 떠다니는 먼지들 중의 한 먼지

사랑을 배우며 살아야 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

분노로 얼룩진 것들 다 지우고

맑디맑은 소주 한 잔처럼

맑게 흐르고 싶다.

 

미안해요.

상처냈던 많은 사람들

실은 형제들

실은 내게 메세지를 준 스승들

아직은 잔이 가득 채워지지 않아

시끄러운 소리를 낸 거예요.

한 병 가득 비우고 나면

그때는 고요와 무심으로 향긋하게 취해서

좋은사람 될 수 있을 것을

방울져 떨어지는 술의 노래는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속으로

미워한 이들의 상처속으로

고개숙여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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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대지 | 작성시간 07.11.29 퍼가겠슴. 그대가 컴맹이라니 매우 다행이로다..ㅎㅎ.. 눈물이 난다..친구야... 그라고 니 매니큐어 마니 마니 사 놨다...갈때 가꼬 가께...
  • 작성자또다른세상 | 작성시간 07.11.30 영실누나 생일 축하~~ 어제 많이 피곤해보여서리... 물론.. 우덜도 모두들 김장땜에 피곤했지만..ㅎㅎ 암튼 간단한 소주한잔 좋았습니다... 생일축하해....
  • 작성자aswater | 작성시간 07.12.02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앞으로의 인생길에서 좋은 일들 많이 생기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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