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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영어에 대한 나의 생각

작성자피아노의숲|작성시간08.03.06|조회수102 목록 댓글 6

오늘 아침부텀 바빴다.

일찍 일하러 나가는 낭군 밥먹여 보내느라 새벽(?)에 일어나서리 그때 부터 쭈~욱.

낼 장담그는 날이라 아첨부텀 물을 끓여서 소금을 녹이고 난리를 쳤다.

작년엔 기냥 물 받아서 했는데, 올해는 여력이 좀 되는지, 힘이 뻐치는지 끓여서 해 볼라고 했다.

근데 시간이 엄청 걸렸다. 물론 가스도 많이 썼지.

내년에는 가마솥에다가 끓이던지 먼 수를 써야지, 이렇게 다시는 못하겠다.

하여튼, 그리고 나서 부랴부랴, 병화네 전해 줄 것 전해 주고, 잠시 차 한잔.

그러고는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왔다.

혜경언니, 화선언니, 계해언니를 보았으나 눈인사만 하고.

왜냐면 빨리 레슨 받고 순례단 환영 행사에 참가하려고...

헌데...

시계도 없이 레슨을 받고 나와 보니, 아니!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갈 때, 학원 문 열고 물어 보기라도 할 줄 알았는디... 쩝.

그래서 아무도 없는 모래실 가게에서 그동안 못다한 컴을 한다.

 

각설하고,

작은방 초딩 영어 수업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지 무지,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했고, 이랬다, 저랬다 맘도 많이 바뀌었는데, 어쨌든 시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은.

그래서 제 생각을 좀 정리 했습니다.

아마도 2탄, 3탄도 있게 될 것 같습니다만, 우선 며칠 전에 썼던 글을 올려 봅지요.

 

우리나라만큼 영어에 쏟아 붓는 돈과 노력이 많은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학교부터 하던 영어 교육이 초등학교로 내려오는가 하더니만 이젠 초등 1학년부터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서울의 사립학교는 초등 1년부터 일주일에 5시간씩이나 수업이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 때는 한글로 자기 이름 겨우 쓸 줄 알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이제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면, 열성적인 우리의 엄마들은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학원으로 코흘리개 개구쟁이 아이들을 돌려야 할 판입니다.

영어가 도대체 뭐길래.


영어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영어는 어떤 수단입니다.

만약 내가 외국인 회사에 뭔가를 설명해서 팔아먹어야 하는 영업사원이거나, - 그 회사가 영어권 나라에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나라 말을 하면 더욱 좋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다른 나라에 있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교류를 열심히 하고 싶다거나,

동시통역사니, 번역가니 하는 영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당연한 일이겠고,

썩 뛰어난 영어 실력이 필요하진 않겠지만,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거나,

영어권 나라에 가서 뭔가 대단한 것을 공부해서 배워오고 싶다거나,

한글로 번역되지 않은 너무 읽고 싶은 영어 책이 있다거나,

...

이런 정도의 경우에 영어는 그것을 수행하는 수단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다른 어떤 것들도 마찬가지이듯이 영어도 그 동기가 충분할 때 그 교육효과도 뛰어날 것입니다.

즉 스스로가 영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올 때,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고 그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 아닐까요.

그런데 그 동기가 중, 고등학교 시절에 생기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때 생기기는 정말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겠지요.

어른이라고 할 지 라도 스스로의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수단이라는 동기를 우리나라 사람 중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을까요.

지방경찰이, 농부가, 치킨집 사장이, 혹은 변호사가, 의사가, 연극 연출가가 영어를 정말 잘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자주 외국인과 대화를 하며 얼마나 많이 영어가 필요한 일이 생길까요.


어쨌든 다 접어두고, 전, 영어는 필요할 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전초전으로는 지금 중,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문법도, 단어도, 독해도, 그 정도면 정말 수준급일 것입니다.

그보다 더 정말로 필요한 일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얼마나 깊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 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과 교류를 한다고 할 때, 그 사람은 우리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 처음엔 좀 놀라기도 하겠지만 - 우리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지식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영어 교육을 점점 더 어린 나이부터 하게 되고, 과학과 수학을 영어로 수업하게 되면, 우리의 과학 실력도, 수학 실력도, 더 나아가서는 감수성도 점점 떨어 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외국인과 어떤 자리에서 만났을 때, 처음엔 우리의 뛰어난 발음과 - 그래야 원어민처럼 할 수도 없지만 - 유창한 회화실력에 놀라겠지만, 무슨 대화를 더 이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전, 영어는 중, 고등학교 때 좀 열심히 해 두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필요할 때 그 실력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하고.

제발 이래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이러면 되겠지만, 지금은 다 같이 이러지 않고 있지요. 그리고 전, 이제 이 ‘다 같이’에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고민스러웠던 초등학생 영어 수업.

지금도 다른 도시에 있는 아이들에 비해 열악한 환경과 실력인 게 가슴 아픕니다.

이것이 제가 작년 한 해 동안 수업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전 우리의 아이들이 세상을 좀 더 강하게 살아 나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중엔 어쩔 수 없이, 남들이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람들 마다 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전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정말 필요로 할 때, 제가 기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영어 수업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열려 있다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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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또다른세상 | 작성시간 08.03.10 짝짝짝~~~~ 동감동감.....
  •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 | 작성시간 08.03.11 아침뱀 마음 한구석에 때가 있어서 그래. 구석까지 잘 씼어! 재희야, 마지막 둘째줄에서 말한 것처럼 기꺼이 나의 통역사가 되어줄거지? 그래서 난 걱정이 없어. 재희가 있어서 너무 좋다. 항상 거울처럼 투명하게 닦여있어 마음속 때까지 다 비추는 사람. 어... 나는 비추지마..
  • 작성자사과사랑 | 작성시간 08.03.11 재희 그동안 맘 고생 많았어 충분히 이해해 ~ 화이팅
  • 작성자짱구 | 작성시간 08.03.11 오!!!마이 딸링...!!! 베리베리베리..... gooooooooooooooooooooooooooood!!!!!!!!!!!!! 여튼 영어 안되는 잉간들하곤..ㅋㅋㅋ.
  • 작성자피아노의숲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11 여러분의 동조에 감사 감사! 그래서 2탄도 올릴까 하는데... ^^ 올리지 말라구? 지겹다구? 내가 다 알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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