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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나무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작성시간08.03.20|조회수81 목록 댓글 3

어제 영화읽기 시간엔 그냥 신나게 놀았어요. 5시부터 7시 반까지 게임하고 놀았죠. 가정방문 기간이어서 아이들이 제 시간에 안왔거든요. 

마치고 내가 현숙이랑 서원이랑 경훈이를 태워다 줬어요. 하내리에 서원이가 살고, 구량리에 현숙이랑 경훈이가 살지요.

차에 시동을 거는데 현숙낭자랑 서원도령이 열심히 말다툼(?)을 하더군요.

서원 : 진짜라니까.

현숙 : 아니거덩. 이 거리엔 은행나무만 있거덩. 기껏해야 감나무 몇 그루  있고-.

서원 : 아니거덩, 분식집 앞에 산수유 나무 있거덩.

둘이서 종알 종알 다투는게 너무 예쁜겁니다.

그래서 끼어들었죠.

나 : 그럼, 내기를 해. 서원이가 산수유 나무 있다는 곳에 차를 세울테니까 확인해 보자. 뭘로 내기할래?

경훈 : 빵과 우유.

나 : 경훈아, 우리가 넷인데 그건 너무 비싸다.

경훈 : 그럼 아이스크림.

나 : 500원짜리로!

그리하여 분식집 앞 맞은편 담벼락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나무를 확인했는데 정말로 산수유 나무였음.

나 : 있네.... 근데 이거 혹시 생강나무 인지도 몰라. 산수유 나무랑 생강나무는 아주 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렵대.

서원 : 샘, 우리학교 교목이 산수유거든요. 학교에서 맨날 봐요.

현숙 : 샘, 생강나무로 판명해 주세요!!!! 아잉~~~

나 : 아무래도.....산수유 같다.  서원이 승리! 현숙아, 슈퍼로 간다.

현숙 : 샘이 태워주니까 차비 쓴 셈 치죠, 뭐.

그리하여 농협 앞에 차를 세우고 현숙이 내림. 우리는 차를 재빨리 농협 창고 입구 공터에 숨기고 몰래 엿봄.

수퍼에서 나온 현숙이 손에 아이스크림을 쥔 채 두리번 거림.

현숙 : 쌤! 쌔앰~~~

서원 : 불쌍해요.

그리고 잠시후, 현숙이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나 : 핸드폰 해봐.

경훈 : 핸드폰 차에 두고 갔는데요.

그리하여 모두 나가서 '현숙아~~!'를 외치고 다니는데 현숙이는 아이스크림이 녹을 까봐 마구 달려서 우리 가게 앞까지 가 있었습니다. 여튼 다시 태우고 가면서 현숙이를 놀려주었습니다.

나 : 그거, 사실은 생강나무야.

현숙 : 네? 그럼 서원이가 틀린건데 아이스크림 어떡해!!!

서원 : 에.... 그거 산수유 맞아요!!!

현숙 : 아니라잖아, 이 바보!!!

나 : 그럼 우리 너희 학교 운동장에 확인하러 가자. 아까 그 나무랑 똑 같은지 보자.

그리하여 깜깜한 학교로 들어섰는데.... 위에 있는 고등학교 건물은 호텔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더군요.(그 속에 있을 혜경이네 미술반 애들 모습이 그려지데요. 언제 한 번 밤에 간식 가지고 놀러(놀리러?)갑시다.)

나무는 아까 본 것과 똑같았습니다.

나 : 어머.... 잘 모르겠다. 아닌것 같기도 하고 맞는것 같기도 하고...... 

현숙 : 아니면 네가 내일 아이스크림 사!

서원 : 맞다니까-.

나 : 어쩌면 내일 또 먹을 수 있겠다.

현숙 : 좋아좋아~~요~~

서원 : 아, 샘, 장난치는거지요?

 

경훈을 먼저 내려주고, 현숙을 내려주고, 서원이만 남았습니다.

나 : 서원아, 현숙이 정말 예쁘다. 안그러냐?

서원 : 아유, 뭐가 이뻐요. 말괄량이, 철부지지요. 언제 철이 들런지-.

나 : 그거 산수유야. 생강나무는 가지에서 생강냄새가 나거든.

서원 : 하하.... 

 

중학교 2학년.

오늘, 우리반 아이들을 다시 만난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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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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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대지 | 작성시간 08.03.20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을 드셨단거죠? 결론이..
  • 작성자또다른세상 | 작성시간 08.03.21 결국 중2 학생들을 이리저리 그 놀라운 입으로 홀려서 아이스크림 삥(?) 뜯은거네요...ㅋㅋ 맛있겠다.
  •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21 맞아, 아무러한 사건도 아니데 막 부풀려서 아이들 끌고 다녔어. 예리한 기호!!! 하지만 '그놀라운 입'이라는 표현은... ㅋㅋ ㅎㅎ 너무 웃기당. 여튼, 애진의 말을 인용해서 "얘, 가끔씩 불량식품도 먹어줘야해"에다가, "신체건강에는 안좋지만 정신건강에는 좋아"라고 즉석조제한 훈화(아, 그리운 훈화...ㅎㅎ)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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