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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워 아까워(3탄)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작성시간09.12.29|조회수125 목록 댓글 1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짐을 옮기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매일 상자 서너 개 분량만 싣고 와서 그만큼 씩만 정리하는 이사입니다.

짐을 정리하고 남은 쓰레기를 분리하면서 내가 아까워 가게의 점원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미소짓습니다.

예전 같으면 분리수거도 동네 할머니 수준보다 쪼까 나은 정도인데(이건 환경공학과를 나온 우리 남편이 '분리해봐야 가져가서 제대로 처리안해!'하고 교육시킨 탓인데 순 핑게지요. 그들이 어떻게 하든 일단 내 손에서는 반듯하게 나가야 하는 거지요.) 나도 모르게 굉장히 꼼꼼해 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삿짐 정리하기가 지겨워서 몇 장 안 남은 공책은 갈등없이 버리곤 했는데 남은 뒷장을 뜯어낸다든지....

그러면서 꼭 초등학생 같은 아이디어를 짜내며 킬킬대고 있습니다.  

"이런 건 장날에 장바구니 안 들고 나온 사람들 가져가라고 해야지, 안 되돌려줘도 좋고.... 누군가 이런 가방 모아다 주면 누군가 필요할  때 갖다쓰고.... 비닐봉투 안쓰기 운동인거지, 옷핀 같은 거 셑트로만 파는데 이런거 바구니에 모아두었다가 한 개만 필요한 사람들은 찾아오게 해야지. 집에 굴러다니는 핀이나 단추같은 걸 갖고 오면 누군가는 갖다 쓰고.... 호치켓이나 펀치같은 건  필요한 애들 와서 쓰게 해야지, 이 상자는 한지를 덧발라서 선물상자 만들어야지...  그런건 미숙이 전공일테고....가게 밖에서 가게안으로 동전이 떨어지게 하는 구멍을 만들어 길에서 주운 돈이나 기부하고 싶은 동전은 여기다가 넣으세요...이런 글을 써 둬야지, 도시에만 팔아서 할머니들이 쉽게 살 수 없는 물건을 구해 드리는 일도 하고, 아이들이 단추 떨어지거나 단 띁어진 건 여기와서 꿰매게 기본 도구 챙겨두고.... 자주 안 입는 외출복 등은 세탁비만 받고 대여해 주기도 하고..... 중얼중얼..... "  

      

 지금 아까워 가게는 건물 주인과 약간의 조정을 해야 할 일이 있어서(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지만 다음에 들려드릴게요) 수리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실은, 미숙이가 밥먹고 사는 일거리를 좀 하느라 며칠 시간을 내었고 나는 혼자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내 이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주인과 만나 상의할 일이 생긴 것입니다. 상의가 끝난 후 일을 하는 게 안전할 것 같은 거지요. 상의가 잘 되어야 하는데.... 가게가 타고난 사주팔자가 있겠지요. 복이 있는 가게면 일이 잘 풀릴 것이고 나처럼 팔자가 사나우면 고생 좀 하겠지요. 해를 넘기지 않고 다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까짓.......  천천히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맘먹으니 한없이 느긋해요. 성질 급한 나로선 이 또한 기특한 변화지요.

아까워아까워 가게가 과연 문을 열기는 할 것인지,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이거 내가 할 소리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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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뜬구름처럼 | 작성시간 09.12.31 '가게 3탄 시리즈를 냈으니 담판을 지으시오.' 이 말씀은 내 말이 아니고 질러신(?)의 계시라네. 새해에 꼭 원하는대로 이루어지길 빌며, 강추위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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