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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장갑

작성자물푸레|작성시간14.07.06|조회수118 목록 댓글 0




 논에 갔다온 남편이 벗어놓은 장갑을 빤다.

장갑 속속들이 흙이 들어있다.

먼저 장갑을 뒤집어 흙을 털어낸다 

메마른 삶의 가루들이 폴폴 날린다

다시 장갑을 뒤집어 물에 담근다.

오전의 시간 동안 불린다

퉁퉁 물에 불은 먼지들이 햇빛에 증발한다

물그림자 살랑대는 물 속으로는

빨갛거나 희거나 노란 손가락들이 춤을 춘다

서로 꽉 잡은 손가락들을 탁탁 털어

나무에 걸어놓는다,

장갑이 마르는 동안 당신과 나

좀 떨어져 있어요.  나는 나대로

쉬어야지, 여보 당신도 당신대로 쉬어,

햇빛아래,

붙어있어서 생긴 땀띠같은 진물들

잘 마르라고,

아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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