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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가 안된다면 여기서 죽어도 될까요?

작성자물푸레|작성시간19.08.31|조회수410 목록 댓글 1

심보선 시집/ 오늘은 잘모르겠어./ 에필로그


낯설고 아름다운 나라에 도착하면 늘 생각해
이곳의 장례전통은 어떠한가
무덤 속 머리는 동서남북 중 어디를 향하나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나를 기꺼이 맞이해준다면
실례가 안된다면 여기서 죽어도 될까요?
물어봐도 화들짝 놀라지 않고
열쇠와 필기구를 말없이 건네준다면
객사의 원래 뜻은 손님으로 죽는 것
가장 멀리 뻗은 길따라 몸을 누이고
그때 밤하늘에 뜬 삐뚤빼뚤한 별자리 하나를
삐뚤빼뚤한 내 영혼에 딱 맞는 관으로 삼는 거지
낯설고 아름다운 나라에 도착하면 늘 생각해
사람이 죽으면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얼마나 좋을까
죽는 곳은 여럿이어도
태어나는 곳은 하나라면
같은 세계에서 같은 사람들이랑
부디 단 한번이라도
삶이 고단하지 않을 때까지
죽음이 서럽지 않을 떄까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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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검은돌 | 작성시간 19.09.17 아니.. 여기선 죽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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