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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 모른다
당신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나는 소나무 숲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
어찌할 바 몰라 지는 해를 따라갔다
뒤꿈치가 상하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땅바닥에 주저 앉아 당신의 이름을 불렀지만 어둠만이 밀려왔다.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빗겨갔다.
내가 아침이슬에 젖은 바짓가랑이로 논 길을 걸을 때
당신은 검은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 가로등 불빛을 따라 걸었다.
당신이 한 겨울 눈보라 속 얼굴을 옷에 묻은 채 바람에 맞서 걷고 있을 떄
나는 벗꽃잎 날리는 강가에서 나비처럼 펄럭거리며 웃었다.
하루가 빗겨 한 계절이 되고
한 계절이 쌓여 사계절이 되고
사계절이 겹쳐 십 년이 되고 백 년 되어
나는 한 생 늦게 태어난 전생의 당신을 산다.
이승의 바람 속에서 당신이 불었던 휘파람 소리를 듣고
파란 나뭇잎에서 당신의 아이적 환한 미소를 본다.
그러다 문득 당신이 있으면서도 없는 초록의 여름
시린 계곡물에 담긴 당신의 맨발과 나의 맨발이
파란 실핏줄 두드러진 같으면서도 다른 서로의
얼굴을 간신히 알아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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