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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열국지 - 2부 장강의 영웅들 (320)

작성자정라파엘|작성시간23.01.08|조회수24 목록 댓글 0


[列國誌]

2부 장강의 영웅들 (320)

제10권 오월춘추


제 40장 오자서(伍子胥)의 죽음 (5)


그날 밤이었다.

부차(夫差)는 서시의 방을 찾았다.

그녀의 육체를 탐닉함으로써 낮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서시(西施)를 품에 안아도 부차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서시는 시녀들을 통해 낮에 있었던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월(越)나라 범려로부터 새로운 지시를 받은 터였다.

그녀는 오늘이야말로 자신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할 때라고 생각했다.

부차의 품을 파고들며 물었다.

"왕께서는 오자서에 관한 소문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십니까?“

"소문? 무슨 소문?“

"오자서(伍子胥)가 그 아들을 제나라 포씨 집에 맡기고 왔다는 소문 말입니다."

"오늘 낮에 오자서에게 어지러운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가 아들을 제(齊)나라에 맡기고 왔다는 말은 금시초문(今時初聞)이다. 그것이 사실이냐?“

"백성들도 다 아는 일을 어찌 왕께서 모르십니까?

신첩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일이라도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면 될 것입니다.

지금 항간에서는 오자서(伍子胥)가 장차 반역을 꾀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원래 오자서(伍子胥)는 아들 오봉을 제나라 대부 포식의 집에 맡긴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에게 조차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태재 백비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오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던 월나라 재상 범려의 눈만은 속이지 못했다.

그는 오자서를 제거할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극비리에 서시에게 그 정보를 전달했고,

서시(西施)는 이제나 저제나 그 일을 폭로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서시의 말을 들은 오왕 부차의 눈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오자서(伍子胥)가 비록 자신에게 입에 담지 못할 소리를 떠벌려대기는 했으나,

그 모든 게 오(吳)나라를 위한 충정에서일 것이라며 참아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신의 아들을 제(齊)나라에 빼돌려놓았다니.

이야말로 배신 중의 큰 배신이 아닐 수 없었다.

서시의 말대로 반역을 계획하고 있지 않는 한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과인은 오자서(伍子胥)를 능지처참하리라!"


다음날 부차(夫差)는 아침 일찍 태재 백비를 불러 물었다.

"경은 오자서가 자기 아들을 제(齊)나라에 남겨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백비(伯嚭) 또한 깜짝 놀랐다.

"신은 금시초문입니다. 왕께서는 그런 소문을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과인이 어디서 들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오. 빨리 사람을 보내어 사실 여부를 알아보시오!“

백비(伯嚭)는 곧 궁중 시종을 오자서의 집으로 보냈다.

잠시 후 시종이 돌아와 보고했다.

"오자서의 아들 오봉(伍封)은 집에 없습니다.

제나라 대부 포식의 집에 머물러 있으며, 성(姓) 또한 왕손씨(王孫氏)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설마 했던 부차(夫差)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태재 백비도 놀라는 가운데 속으로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이제야 오자서(伍子胥)를 죽일 명분이 생겼구나.‘

그가 막 뭐라고 아뢰려는데 부차가 추상같은 영을 내렸다.

"무사들은 오자서를 당장 잡아 대령하라. 내 친히 국문한 후 능지처참하겠다.“

그러나 백비의 생각은 달랐다.

조정에는 오자서(伍子胥)를 지지하는 대부들이 상당수 있다.

오자서를 국문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개입하고 오자서가 그럴듯한 변명을 내세우면, 오왕 부차의 마음은 언제 또 변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백비(伯嚭)는 재빨리 부차 앞으로 나가 말했다.

"신 백비가 왕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오자서(伍子胥)는 선왕 대부터의 대신입니다. 우리 오(吳)나라에 대한 공도 적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진노를 누르시고 좀더 신중하게 이 일을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오자서(伍子胥)가 선왕 대부터의 대신인지라 과인의 분노가 더욱 큰 것이오.

이는 배신을 넘어서 역모나 마찬가지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소.“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오자서를 친히 국문하여 그 죄를 밝히다 보면 우리 오(吳)나라의 불미스런 일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는 스스로 왕의 체통과 위신을 깎는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

"또한 그 죄상을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은 선왕 대부터의 대신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번거롭게 형장을 벌일 필요 없이 오자서(伍子胥) 스스로 자결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도일 것입니다."

"오자서(伍子胥)가 스스로 자결할 까닭이 없질 않소?“

백비(伯嚭)는 누구보다도 오자서의 성격을 잘 안다.

그는 천하 영걸임을 자처하는 사나이다.

명예와 자존심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형이 억울하게 죽은 것에 대해 복수를 꿈꾸고 실현한 것도 바로 그러한 성품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런 성품의 사람은 치욕(恥辱)을 가장 싫어한다.

"왕께서는 오자서의 그간의 공을 생각하시어 보검 한 자루를 그에게 하사하십시오.

그러면 그는 왕의 뜻을 알아차리고 반드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입니다.“

"그럴까......? 그가 자결할까?“

부차의 의심에 백비(伯嚭)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오왕 부차에 대한 경멸이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러한 마음을 추호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왕께서 내린 칼을 보면 틀림없이 자결할 것입니다.“

백비의 장담에 부차(夫差)는 마음을 정했다.

"알겠소. 마침 과인에게 '촉루(屬鏤)' 라는 보검이 있으니, 그 칼을 오자서에게 내리도록 하리다."


오자서(伍子胥)는 하루 종일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몹시 우울했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오왕 부차의 오만한 얼굴이 떠올랐고 태재 백비의 간교한 눈매가 눈앞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오자서(伍子胥)는 확신하고 있었다.

'월왕 구천(句踐)은 반드시 우리 오나라를 들이칠 것이다!‘

월나라가 쳐들어오는 날 오(吳)나라는 큰 화를 당할 것이다.

그런데 부차(夫差)는 월나라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것을 뒤에서 부추기는 사람은 태재 백비였다.

또 한 사람의 얼굴이 그의 눈앞을 스쳐갔다.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난 대부 피이(被離)였다.

피이(被離)는 공자 광(光), 즉 오왕 합려의 심복으로서 오나라 최고의 인물 감별가였다.

그는 오자서가 초나라에서 망명해온 백비를 천거할 때 극력 반대했었다.

- 호걸께서는 백비의 겉만 보았을 뿐, 그 속은 보지 못하고 계십니다.

- 제가 백비(伯嚭)의 관상을 본즉, 그의 눈은 매 같고 걸음걸이는 범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욕심이 많고 야심이 대단하며, 잔인해서 사람 죽이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호걸(豪傑)을 위해 한마디 충고하면, 백비와 가까이 지내지 마십시오.

너무 믿었다가는 반드시 해를 당할 것입니다.


'아아, 나는 지난날 피이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오자서(伍子胥)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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