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통과하는 버팔로
선불교에는
이런 공안(화두)이 있습니다.
아주 멋진 공안이고
내가 좋아하는
공안들 중의 하나지요.
창문을 통과하는
버팔로(들소) 이야기입니다.
공안은 이렇습니다.
"버팔로의 머리, 두 뿔, 네 다리가
모두 격자창을 통과했다.
그런데 왜 꼬리에서 걸렸을까?"
선불교, 그 모든 가르침의
본질을 말해주는
가장 환상적인 공안입니다.
이 공안에서,
우리의 관념적인 마음인
머리가
격자창이라는 장벽을 통과합니다.
우리의 이원적인 마음인
두 개의 뿔들도
격자창을 통과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비이원성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생각과 관념을 상징하는
네 다리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꼬리가 걸린 걸까요?
꼬리는 가늘고
버팔로는 그렇게 큰데도 말입니다.
두 가지 답이 가능합니다.
하나의 실재는 두 가지 측면,
즉 이원성과 비이원성,
절대성과 상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답은 늘 둘입니다.
절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물론
꼬리가 통과할 창문이란 게
어디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빅 마인드(지혜)의 관점에서 보면
통과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아무도 그것을 통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창문도 없고
버팔로도 없고
자아도 없고
나도 없고 너도 없고
통과할 것도 없고
문도 없습니다.
절대의 관점에서 보면
문 자체가 없습니다.
상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꼬리는
이 세상의 우리 모두,
이 세상의 모든
의식적 존재들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존재가
우리가 여기서 말하고 있는
그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즉 자유롭고 행복하고 즐거우며
진정으로 관대해질 때까지
해방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그 창문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선에서는
보살의 서원이라고 합니다.
나는 나 자신이
그 창문을 통과하기 전에
모든 의식을 지닌 존재들,
그 최후의 존재들까지
해방시키기를 서원합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음입니다.
대단하고 신기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마음이고 한 몸입니다.
ㅡ 데니스 겐포의 '빅 마인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