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보라, 내가 달리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는 시 ‘여름날’에서 묻는다.
말해보라, 내가 달리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
결국엔 모든 것이 죽지 않는가? 그것도 너무 일찍
내게 말해 보라,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이 거칠고 소중한 삶을 걸고
당신이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Summer Day
Who made the world?
Who made the swan, and the black bear?
Who made the grasshopper?
This grasshopper, I mean-
the one who has flung herself out of the grass,
the one who is eating sugar out of my hand,
who is moving her jaws back and forth instead of up and down-
who is gazing around with her enormous and complicated eyes.
Now she lifts her pale forearms and thoroughly washes her face.
Now she snaps her wings open, and floats away.
I don't know exactly what a prayer is.
I do know how to pay attention, how to fall down
into the grass, how to kneel down in the grass,
how to be idle and blessed, how to stroll through the fields,
which is what I have been doing all day.
Tell me, what else should I have done?
Doesn't everything die at last, and too soon?
Tell me, what is it you plan to do
with your one wild and precious life?
- Mary Oliver -
여름날
누가 세상을 만들었을까?
누가 백조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검은 곰은?
누가 메뚜기를 만들었을까?
바로 이 메뚜기, 방금 풀밭에서 튀어나와
내 손바닥의 설탕을 먹고 있는 이 녀석을
위아래가 아니라 앞뒤로 턱을 움직이며
엄청나게 크고 복잡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녀석을
이제 메뚜기는 연한 색 앞다리를 들어올려
얼굴을 철저히 닦고 있다
그러고는 재빨리 날개를 펼쳐 멀리 날아간다
나는 기도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떻게 주의를 기울이고
어떻게 풀밭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는지
어떻게 한가롭게 노닐며 축복받는지
어떻게 들판을 산책하는지는 안다
그것이 내가 오늘 하루종일 한 일이었다
말해보라, 내가 달리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
결국엔 모든 것이 죽지 않는가? 그것도 너무 일찍
내게 말해보라,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이 거칠고 소중한 삶을 걸고
당신이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유대교 신비주의 종파인 하시디즘의 현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언젠가는 다시 전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다.
모두 죽어서 영혼 상태가 된 그들은 하늘의 풀밭 어딘가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살면서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회상한다.
그런데 이때 지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고 한다.
이렇게 언젠가는 모두가 죽을 운명인데 그것을 잊고 사소한 일에 흥분하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싸우고 집착했다는 것이다.
삶이 놀이라는 것을 잊고 너무 심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다들 한바탕 웃는다고 한다.
출처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 시 화
"만약 당신이 죽어서 지금 일어나는 일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더럽게 완벽할까요?"
출처 : “경이로운 부재”. 제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