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지금 커피잔이 있으려면 커피잔만 있어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아는 자인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하며, 이때 우리는 몸이 아니고(왜냐하면, 커피잔을 있게 하는 그것이 몸을 있게 하는 그것이기 때문에(몸도 알려지는 대상이다)) 투명한 의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커피잔은 곧 앎이며 앎이 곧 커피잔입니다. 이것은 비단 커피잔만이 아니라 탁자, 설탕, 몸, 태양, 달, 지구, 동물, 식물, 바위, 돌멩이, 모래 등 있는 모든 것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있음은 앎이고, 세상 만물은 의식이고, 아는 자는 알려지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앞에도 하얀 도자기 커피잔 이미지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 커피잔은 환영이 아니며 이미지로서 분명히 있고 그러므로 그것 혼자 스스로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투명한 의식과 함께 있습니다. 이때 투명한 의식은 어디 있습니까. 커피잔 이미지가 나타나는 바로 그곳입니다. 낮의 현실 또한 바로 그곳에 앎과 중첩해서 같이 있습니다. 이상으로서 낮의 현실에는 낮의 현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아는 자(투명한 의식)도 함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출처 : "자유롭게 살고 유쾌하게 죽기", 이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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