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가?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일
나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에 대해 생각한다.
옷들이 공손하게 옷장 안에서 기다리는 일
비누가 접시 위에서 조용히 말라 가는 일
수건이 등의 피부에서 물기를 빨아들이는 일
계단의 사랑스러운 반복
그리고 창문보다 너그러운 것이 어디 있는가?
The Patience of Ordinary Things
It is a kind of love, is it not?
How the cup holds the tea,
How the chair stands sturdy and foursquare,
How the floor receives the bottoms of shoes
Or toes. How soles of feet know
Where they’re supposed to be.
I’ve been thinking about the patience
Of ordinary things, how clothes
Wait respectfully in closets
And soap dries quietly in the dish,
And towels drink the wet
From the skin of the back.
And the lovely repetition of stairs.
And what is more generous than a window?
팻 슈나이더
일상의 사물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더 알아차리기 힘들다.
개미와 풀꽃의 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신의 존재도 알 수 없다고 독일의 사상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말했다.
우리는 평범한 것들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지지해 주는 것들과.
평범한 사물들의 미덕은 얼마나 융숭한가.
삶은 둘로 나뉜다.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거나,
어떤 것에서도 발견하지 못하거나.
주위의 사물을 통해 당신이 세상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그날이 올 것이다.
출처 :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