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그는 원을 그려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
He drew a circle that shut me out—
Heretic, rebel, a thing to flout.
But Love and I had the wit to win:
We drew a circle that took him in!
에드윈 마크햄(Edwin Markham)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연구하던 인류학자가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부족의 아이들에게 한 가지 놀이를 제안했다. 그는 사탕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멀리 떨러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자신이 출발 신호를 하면 맨 먼저 그곳까지 뛰어간 사람에게 사탕 전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신호를 하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이들이 다 같이 손을 잡고 바구니를 향해 달려간 것이다. 그리고 나무에 도착한 후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행복하게 사탕을 나눠 먹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는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서 자신의 주장과 다르거나 자기 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동그라미 밖으로 밀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 같이 연결된 ‘우리’인데도. 여기에 놀라운 진리가 있다. 계속 밀어내면 원은 점점 작아진다. 더 많이 초대하고 끌어들일수록 원은 넓어진다.
“다른 사람의 삶에 무엇인가를 보내면 그것은 모두 우리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온다.”라고 마크햄은 말했다. 더 큰 원을 그리자. 그리고 그 원 안으로 가능한 한 모두를 초대하자. 처음에는 세상이 당신을 원 밖으로 밀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세상을 껴안아야 한다. 당신의 더 넓은 원으로.
하시디즘(유대교 신비주의)에는 둥글게 원을 그려 춤을 추는 종교 의식이 있는데, 한 사람이 슬프고 우울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으면 그의 손을 잡아 원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면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의 기쁜 에너지를 받아 슬픔을 잊고 즐겁게 춤을 춘다.
출처 :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