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것)은 ‘마음’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기 이전에 이미 있는 것입니다. 성품은 ‘성품’이라는 말을 내뱉기 이전에 뚜렷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것은 생겨나지 않았기에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생겨나지 않았으므로 있다고 할 수 없고, 사라지지 않으므로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무한성)
도대체 그것이 무엇일까요?
이 알고자 하는 한 생각은 생겨난 것입니다. 이 알고자 하는 한 생각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면 그것 역시 새로 생겨난 또 다른 한 생각일 뿐입니다. 생각은 생겨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러한 일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이 벌어지는 ‘배경 같은 공간’(공, 순수의식, 청정심, 무심, 텅 빈 알아차림, 공적영지)은 생겨났다 할 수 없고 사라졌다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일까요?
만약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알 수 있고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 아닌 것과 나뉘어 있는 것(주체와 객체의 분리)으로서 일정한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대상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며, 존재하는 곳과 존재하지 않는 곳이 있게 됩니다. 모든 대상은 반드시 생겨났다가 사라집니다. 대상이 아닌 것만이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분리되지 않았기에 대상화하여 알 수 없고 볼 수 없습니다. 알 수 없고 볼 수 없지만, 이렇게 알고 보는 일을 떠나 있지도 않습니다. 바로 지금 눈앞의 알고 보는 일 자체가 그것입니다. 매 순간 모든 일이 그것이니 따로 그것을 대상화할 수 없습니다. 말로 가리켜 보일 수 없지만 ‘이렇게’(아무 뜻이 없는 말, 작용하는 것을 말함) 가리켜 보입니다.
스스로 말과 생각을 잊고 계합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알고 보는 일 속에서 쉴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림자를 끊고 달리는 천리마처럼 즉각 알아차려야 합니다.
출처 : "이것이 그것이다. 심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