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남녀노소·빈부귀천·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하고 차별이 없어야 진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능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차별이 있을 수 있다면, 개인에 따라 소유할 수도 있고 소유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 그것은 부분적이고 상대적인 대상으로서 절대적인 진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바로 그러한 진리에 대한 깨달음은 어떠한 수행을 통해 지금 여기 없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본래 아무 조건 없이 주어져 있는 것을 문득 발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비록 발견한다고 말하지만, 발견하는 주체가 바로 발견하는 대상이어서 결국 새롭게 찾거나 얻은 것이 없어야 합니다.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 줄 압니다. 특별히 배우거나 갈고 닦을 필요가 없습니다. 피곤하면 잠잘 줄 압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물건을 잡고 발로는 땅위를 걷습니다. 아무 차별이 없습니다. 때로 눈과 귀, 손과 발이라는 기관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이 궁극의 수행, 수행 없는 수행입니다. 억지로 조작하여 하는 것은 없으나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 줘도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진리는 숨어 있지 않은데 도리어 사람들 스스로 눈을 감고 보려 하지 않습니다. 보는 그것을 떠나서 달리 마음이랄 것도 없고, 부처랄 것도 없습니다.
눈 한 번 깜빡이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는 것이 진리입니다. 눈 한 번 깜빡이는 것이 진리이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있는 이대로가 진리입니다. 진리와 나는 둘이 아닙니다. 따라서 진리는 알 것도 없고 모를 것도 없습니다. 참된 나는 앎과 모름의 대상이 아닙니다.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이며) 그저 이러할 뿐입니다.
출처 : "이것이 선이다", 심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