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세존이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고, 구지 화상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인 것은 꽃과 손가락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덕산 스님이 몽둥이를 휘둘러 사람을 때리고, 임제 스님이 귀가 떨어져라 고함을 치는 뜻 역시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가 무엇이냐 묻는 말에 “마른 똥막대기다.”라고 하거나,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냐는 말에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고 말한 것은, ‘마른 똥막대기’와 ‘뜰 앞의 잣나무’에 뜻이 있지 않습니다.
꽃과 손가락을 보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몽둥이로 때리면 아픈 줄 알고, 고함을 치면 깜짝 놀라는 그것은 무엇입니까? ‘마른 똥막대기’라고 말하든, ‘뜰 앞의 잣나무’라고 말하든 그 말이 어디에서 드러났다 어디로 사라집니까? 이 일단의 풍광을 분명히 깨닫는다면, 꽃은 꽃이 아니고 손가락은 손가락이 아닙니다. 몽둥이로 때리는 일이나 고함을 치는 일이 다르지 않고, 똥막대기’와 ‘뜰 앞의 잣나무’가 다른 소식이 아닙니다. 나아가 온갖 차별현상 하나하나가 그저 이 하나의 풍광일 뿐입니다.
출처 : "이것이 선이다", 심성일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