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모두 허깨비와 같습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내 몸’은 순간 순간 허물어져 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윤나던 머리카락과 새하얀 이빨
길고 도톰하던 손톱과 발톱 모두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보드랍던 피부와 쇠심줄 같던 근육
강건하기만 하던 튼튼한 뼈대도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물로 돌아갑니다.
행복에 겨워 흘리던 기쁨의 눈물도
슬픔에 겨워 흘리던 비탄의 콧물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맛있는 음식에 입안 가득 고이던 침도
몸 안 곳곳을 부드럽게 적셔주던 진액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썩은 살에서 배어나던 피고름도
냄새나고 더러운 대변 소변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갑니다.
고운 이를 쓰다듬던 그 손길의 따스함도
미운 이를 증오하던 그 분노의 열기도
한 순간의 온기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거칠 것 없이 휘저으며 걷던 씩씩한 몸짓도
고아한 자태로 눈길을 끌던 우아한 몸짓도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방울 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난 뒤
‘나의 몸’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내 마음이다’하여 뻗대고 자랑하고 지키려 애쓰지만
‘내 마음’은 강가 돌멩이에 낀 누런 때와 같습니다.
밝고 어둡고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고요하고 시끄럽고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향기롭고 지독하고 풋풋하고 비린내 냄새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달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부드럽고 거칠고 차갑고 따스한 감촉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이것과 저것, 옳고 그른 생각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향기롭고 지독한 냄새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달고 쓴 맛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부드럽고 거친 감촉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옳고 그른 생각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렇게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난 뒤
‘나의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