泗溟大師 覺夢歌 (사명대사 각몽가)
인생천지(人生天地) 차세간(此世間)이
묘창해지 일속(渺蒼海之 一粟)이라.
부유(浮游)같은 우리 인생 조불모석(朝不謀夕)
세도(世道)로다.
야래풍우 정급(夜來風雨 正急)되여
화락다소 염려(花落多少 念慮)로다.
한단침(邯鄲枕)에 경기(京畿)하니
장생(莊生)인가? 호접(胡蝶)인가?
공왕불이 미출세(空王佛 未出世)의
삼계대몽(三界大夢) 꿈을 깨어 깜짝 놀라 일어나니
추야월(秋夜月) 둥근달이 중천에 밝았더라.
월색(月色)은 교교(皎皎)하고 만산(萬山)은
적적(寂寂)한데 무현금(無絃琴) 높이 타니
이 소식 누가 알리.
삼독주(三毒酒)에 대취(大醉)되어
무명장야(無明長夜) 잠이 깊어
꿈을 길이 꾸너라고 구경할 줄 모르오니
이 아니도 불쌍한가.
방편으로 수행하여 내가 먼저 성불(成佛)한 후
중생 제도하여 보세.
태고(太古)의 넓은 천지 일간토굴(一間土窟)
삼어두니 자심성(自性心)의 광명일월(光明日月)
어디다가 비할소냐.
사해수 심광(四海水深廣)하여 부증불감(不增不減)
하온 것이 그대로 정혜수(定慧水)라.
인아업산(人我業山) 깊은 곳에
수미산이 고묘(高妙)하니
원각도량(圓覺道場)이 이 아닌가?
송백(松柏)은 불변(不變)하여 사시장청(四時長靑)
하였으니 상주설법(常住說法)이 이것일세.
청산(靑山)은 청명(淸明)하고 백운(白雲)은
유유(悠悠)한데 적적한 산수간에 올연한 모습으로
허공마(虛空馬)를 빗겨 타고
반야혜검(般若慧劍) 높이 들어 마군중(魔軍衆)을
항복 받고 법성신(法性身)을 증득하여 주인공(主人公)이
하나되어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소요자재(逍遙自在) 수용하니,
각수담화(覺樹曇華) 만발한데 영상(嶺上)에서
우는 새는 관음조(觀音鳥)가 아니며,
잔잔한 청계수(淸溪水)는 조주청다(趙州淸茶) 아닌가?
두견새 울음소리 終日 無心 終日 無心
무심객(無心客)이 되었으니, 심산(深山)에 무인도(無人島)요
다만 내자오작(來者烏鵲)이라.
낮에는 해가 오고 밤에는 달이 오니,
비록 적막공산(寂寞空山)이나 주야 벗이 상수(常隨)로다.
유시(有時)에는 염불로써 무공적(無孔笛)를
빗겨 불고 주장자(柱杖子)를 의지하여
타성일편(打成一片) 이루우니 적멸락(寂滅樂)이
현전(現前)하고, 유시에는 영두암상(領頭巖床)
사명대사 각몽가(覺夢歌)
인생이 살아가는 이 천지는
넓은 바다의 쌀알에 불과하다
하루살이 같은 인생이여!
아침에
저녁일을 꾀할 수 없도다
한밤중에 풍우를 만나서 꽃이 떨어짐과 다름없다
깊은 잠에서 깨쳐나니 장자이냐 나비이냐
옛 부처 나기 전에 삼계 큰 꿈 깨어나니
가을 밤 둥근 달이 중천에 밝았도다
달색은 교교하고 앞산은 묵묵한데
줄 없는 거문고를 높이 타니
이 소식 누가 알랴!
삼독의 술에 크게 취해 어두운 밤잠이 깊어
꿈을 길이 꾸느라 구경할 줄 모르나니
이 아니 애석한가!
방편으로 수행하여
내 먼저 성불한 후
중생제도하여 보세
태고라 넓은 천지를 한 칸 토굴 삼아두니
본래 성품의 광명을 어디에다 비교할까
네 곳의 바다는 깊고 넓어 늘기나 줄지도 아니하니
부처 진리 이 아닌가!
나와 남 분별 속에 업의 산은 높고 높아
청정한 깨달음이 그 속에 숨어 있네
소나무와 잣나무는 불변하여 언제나 푸르르니
항상 설법하여 준다
푸른 산은 청정하고 흰 구름은 유유한데
고요한 산수간에 올련한 모습으로
허공말을 빗겨 타고 반야의 혜검을 높이 들어
마군중을 항복받고 법성의 몸을 증득하여
주인공과 하나되어
일체처
일체시에
소요자재 수용하니
우담발화 만발한다
고갯마루에 우는 새는 관음조 이 아니며
잔잔한 맑은 물은 조주의 차 이 아닌가
두견새 울음 소리에
종일토록 무심하고
종야토록 무심하니
무심객이 되었도다
깊은 산에 사람 없고 오는 것은 새 뿐이라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오니
적막한 공산이나
주야 벗이 항상 있다
어떤 때는 염불로써 구멍없는 피리 빗겨 불고
주장자를 의지하여 한 덩어리 이루나니
적멸락이 현전하고
어떤 때는 높은 산 바위 위에 배회하여 달을 보니
무심한 구름이 나타나고
골짝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봄이 오면 꽃을 보고
겨울 되면 눈을 보니
대장부 살림살이 다시 무엇 구하리오!
스스로 진리의 즐거움
영원한 법의 즐거움을
저버린 자 누구런고!
생사 긴 밤 잠든 사람 세상 욕심에 깊이 빠져
큰 고통을 받지 말고
방편 돛대 손에 잡고
생사 바다 넓은 물에 지혜의 배 노를 저어
그 바다를 얼른 건너
모두 함께
부처세계 돌아가세!
- 사명대사(조선시대 승려) - '마하반야의 노래'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