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생
인생이란 마치 문틈으로 천리마가 달리는 것을
내다보는 것처럼 덧없어서 풀꽃에 맺힌 이슬과 같으며,
그 위태롭기가 바람 앞에 등불이라,
백가지 온갖 계교를 부려본들 마지막
이르는 곳은 마른 뼈 한줌뿐이로다.
세상에 나왔지만 어디서 왔는지 모르며
세상을 떠나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업식이 아득하여 육신이 무겁고 불길이 치솟아
사생과 육취가 가슴으로부터 잉태되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랴
탄생,죽음
태어나서 온 이 몸은 무슨 물건이며 어떠한 모양인가.
죽어가는 이 몸은 또 무슨 물건이며 어떻게 생겻는가.
슬프도다.
죽어도 죽음이 아닌것이 우리의 본래면목이거늘
하물며 어떻게 생을 함부로 살려고 하는가.
그리하여 인생을 그르치려 하는가.
내 마음을 찾으라.
비록 몸뚱이는 살아있으나 내 마음을 찾으려면
내 몸을 죽은 송장이라 여겨야하며
세상일이 좋으나 싫으나 다 한갖 꿈이라고 생각하라.
사람의 생사는 누구도 알지 못하니
아침에 만난 사람이 저녁에 죽고
저녁에 만난 사람이 아침에 죽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렇기에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리고
항상 내 마음을 찾아보라.
그리고 듣고 말하는 일체의 형상을 생각하라.
공부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은 마음 움직이지 않기를 태산과 같이 해야 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해야 되며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 그르다고 하든 곧은 마음을 끊지 말라.
다른 사람이 잘하든 잘못하든
내 마음으로 예단해 참견하지 말고
좋은 일을 겪든지 좋지 않은 일을 당하든지
항상 마음을 편안히 하고 무심을 유지하라.
또한 바보같이 지내고 병신같이 지내고
벙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머거리같이, 어린애같이 지내면
마음에 절로 망상이 사라지리라.
허명
동산 스님이 글을 지어 가로되
"거룩하다는 이름도 구하지 말고 , 재물도 구하지 말고
영화로운 것도 구하지 말고, 그럭저럭 인연 따라
한세상을 지내다가, 옷이 해지거든 기워 입고
양식이 떨어지거든 구하여 먹을지로다.
턱밑에 세 마디 기운이 끊어지면 문득 송장이요
죽는 후에는 허명일 뿐이로다.
한낱 덧없는 몸뚱이 며칠이나 산다고, 쓸데없는 짓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깜깜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잊어버리는가" 하였다.
내 마음을 깨달은 후에는 항상 그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하며
또한 마음을 고요히 하라.
더러운 세상에 물들지 말고, 언제나 좋은 일만 하도록
마음을 닦아야한다.
이를 깊이 믿으면 죽을 때에도 아프지 않고, 앓지도 않으며
마음대로 극락왕생하리라.
뜬 세상
한스러워라 세상 사람들
길고도 아득하여 언제나 끝날 것인가.
아침마다 한가로운 적 없고
그럭저럭 해가 가나 어느새 늙고 마네
이 모두가 의식주를 위해
마음에 번뇌를 일으킨 탓이니
분주하게 백 천년 설쳐대며
삼악도에 끝없이 드나드누나.
벗
만일 나와 같이 벗이 되려는 사람이 있다면
남녀노소, 현우귀천을 묻지 말라
또한 멀거나 가깝거나 선후배를 가리지 말고
모두 함께 길을 가라.
사람은 저마다 제각기 한없는 보배 창고를 가지고 있어서
부처와 같으니
다만 모자란 것은 선지식의 바른 배움을 만나지 못해
삼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일생을 부침하는 것일 뿐이니라.
벗을 인도하라.
세상에 어찌 저절로 태어나는 미륵이 있을 것이며
어찌 저절로 태어나는 석가모니가 존재하랴.
진실한 마음
세월이 빠르고 무상한데
어찌 헛되이 일생을 보낼 수있으랴.
만약 이것을 깨달았다면
탐진번뇌의 마음도 해탈이다
하물며 어떤 꽃나무도 덧없이 일생을 보내진 않는다.
그렇듯이 내가 스스로 구원하여 나와 남이 이롭다면
무슨 일이든 하지 못하겟는가.
대개 마음이 진실하고 바른 사람은 얽매임이 없이 맑고
마음이 텅 빈 사람은 정결한 수고로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마음 광명이 항상 빛나고
신령스러움의 뿌리를 확실하게 통달하여야 할 것이다.
경허스님의 "나를 쳐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