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화상 고루가(枯髏歌)
이 마른 해골이여 몇 천 생(生)을
축생이나 인간(人天)으로 허망하게 허덕였던가
지금은 진흙 구덩이 속에 떨어져 있으니
반드시 전생에 마음 잘못 썼으리라
한량없는 겁토록 본성(性王)에 어두워
육근(六根)은 이리저리 흩어져 치달리고
탐욕과 애욕만을 가까이 할 줄 알았으니
어찌 머리 돌려 바른 광명 보호할꼬
미련하고 고집스런 메마른 해골이여
그 때문에 천만 가지 악을 지었네
하루 아침에 공하여 있지 않음을 본다면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서늘히 몸을 벗으리
놓쳤던 해가 가장 좋은 시절이라
이리저리 허덕이며 바람 따라 나는구나
권하노니 그대는 지금 빨리 머리를 돌이켜
진공(眞空)을 굳게 밟고 바른 길에 돌아가라
모였다 흩어지고 오르고 빠짐이여!
이 세계도 저 세계도 마음 편치 않구나
그러나 한 생각에 빛을 돌이킬 수 있다면
단박에 뼛속 깊이 생사를 벗어나리라
머리에 뿔이 있거나 머리에 뿔이 없거나
삼악도에 기어다니며 어찌 깨닫겠는가
갑자기 선각자의 가르침 만나면
여기서 비로소 잘못된 줄 분명히 알 것이니
혹은 어리석음과 애욕으로 혹은 탐욕과 분노로
곳곳에서 혼미하여 허망한 티끌 뒤집어 써서
머리뼈가 바람에 날려 이리저러 흩어졌는데
어디서 참사람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나기 전에 잘못되었고 죽은 뒤에 잘못되어
세세생생 거듭거듭 잘못되었으나
한 생각에 무생(無生)을 깨달아내면
잘못되고 잘못됨이 원래 잘못 아니리
거칠음에도 집착하고 미세함에도 집착하여
집착하고 집착하면서 도무지 깨닫지 못하다가
갑작스런 외마디 소리에 후딱 몸을 뒤집으면
눈에 가득한 허공이 다 부숴지리라
혹을 그르고 혹은 옳다 하여
시비의 구덩 속에서 항상 기뻐하고 근심하다가
어느 새 몸이 죽어 백골 무더기 뿐이니
당당한 데 이르러도 자재하지 못하네
이 마른 해골이 한 번 깨치면
광겁의 무명도 당장 재가 되어서
그로부터는 항하사 불조의
백천삼매라 해도 부러워하지 않으리
부럽지 않은데 무슨 허물이 있는가
생각하고 헤아림이 곧 허물되나니
쟁반에 구슬 굴리듯 운용할 수 있다면
겁석(劫石)도 그저 손가락 튕길 사이에 지나가리
법도 없고 부처도 없고
마음도 없고 물건도 없네
여기에 이르러 분명한 이것은 무엇인가!
추울 때는 불 앞에서 나뭇조각 태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