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기술
L'art de se taire
1771년,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
침묵에 대한 사색
14가지 침묵의 원칙
1.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2.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3.
언제 입을 닫을 것인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입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말을 잘할 수 없다.
4.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도 무례하기 때문이다.
5
일반적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닫는 것이 덜 위험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6.
사람은 침묵 속에 거함으로써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침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은 자기 밖으로 넘쳐나게 되고
말을 통해 흩어져,
결국에는 자기 자신보다
남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7.
중요한 할 말이 있을수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할 말을 먼저 혼잣말로 중얼거려 본 다음,
그 말을 입 밖에 낸 것을
혹시라도
후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짚어가며
다시 한 번 되뇌어 보아야 한다.
8.
지켜야 할 비밀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입을 닫고 있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할 때 침묵은 넘칠수록 좋다.
9.
일상생활에서 가급적 침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심스러움은,
달변의 재능이나 적성에 비해
결코 평가절하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현명한 자의 침묵은
지식 있는 자의 논증보다 훨씬 가치 있다.
그렇기에 현명한 자의 침묵은 그 자체로
무도한 자에게는 교훈이 되고
잘못을 범한 자에게는 훈육이 된다.
10.
침묵은 이따금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11.
사람들은 보통 말이 아주 적은 사람을
별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을
산만하거나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말을 많이 하고픈 욕구에 휘둘려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느니,
침묵 속에 머물러
별 재주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편이 낫다.
12.
용감한 사람의 본성은
과묵함과 행동에 있다.
양식 있는 사람은
항상 말을 적게 하되
상식을 갖춘 발언을 한다.
13.
아무리 침묵하는 성향의 소유자라 해도
자기 자신을 늘 경계해야 한다.
무언가를 말하고픈 욕구에
걷잡을 수 없이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결코 입을 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14.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닫아걸지 않고도 입을 닫는 방법은 많다.
신중하되 답답하거나 의뭉스럽지 않은 방법.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뿐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 방법.
열 가지 침묵에 대하여
1
때와 장소에 따라 상대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입을 닫는 것은
신중한 침묵이다
2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상대를 기만하거나
당혹스럽게 할 의향으로 입을 닫는 것은
교활한 침묵이다
3
기분을 맞춰줄 의향으로
누군가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경청할 뿐 아니라,
그의 행동이나 말을 달갑게 받아들인다는
표시의 일환으로 입을 닫는 것은
아부형 침묵이다.
여기에는 상대를 칭찬하기 위해
말 대신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모든 눈빛과 동작이 포함된다.
4
누군가가 얼토당토않은 짓을 하거나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말을 할 때,
그것을 들어주거나 동조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비웃기 위해 입을 닫는 것은
조롱형 침묵이다.
이때 상대는 자신이 칭찬과 동조를
이끌어낸다고 착각하면서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계속 이어가기 마련이다.
5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어도
얼굴에서 밝고 개방적이며
생기 넘치는 기운이 느껴지고,
말에 의존하지 않고도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그것은
감각적인 침묵이다.
6
혀가 굳어버리고 정신이 먹먹해져
아무 할 말이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이
멍하게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아둔한 침묵이다
7
보고 듣는 어떤 것에 대한
동의의 표시로 입을 닫는 것은
동조의 침묵이다
이때 호의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데 그칠 수도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공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8
우리에게 말을 하거나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 사람을 상대로
아무 대응도 해주 않고,
그저 차갑게 거만하게 바라보기만 하면서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무시의 침묵이다.
9
신경질적인 침묵은
일시적인 기분이나 기질적 흥분 상태에
정신과 감각이 쉽게 휩쓸리는 사람의 침묵이다.
그런 사람은 대개 몸 상태의 좋고 나쁨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이해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며,
변덕스럽게 입을 열고
무례하고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기 일쑤다.
10
정치적 침묵은,
성격이 신중하고 스스로를 절제하며 처신이 용의주도할뿐더러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그래서 생각을 말로 옮기는 법이 없고
자신의 행위와 의향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진실을 배반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입장이 노출될 만큼
명확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다.
예언자 이사야가 한 말
"나의 비밀은 나만의 것(Secretum meum mihi)"을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다.
현명한 자의 침묵은 그 자체로 무지한 자에게는 ‘교훈’이 되고, 잘못을 범한 자에게는 ‘훈육’이 된다.”
적절한 침묵은 외적으로는 처신의 수단이자
내적으로는 자기 통제의 수단이 된다.
부디 한 번이라도 진리를 깨달으려는 마음을 갖고,
진리를 추구하고 따르려는 지각 있는 자세를 가져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