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모음' 수련법Ⅰ
여기 내 자신의 상황이나 성향에 맞도록 적당히 손질한 여러 가지 명상
수련법을 소개합니다. 그대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들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어떤 방법이 본인에게 가장 잘 들어맞는지 찾아보세요.
모든 방법의 가치는 각 사람의 독특한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수련법들은 매우 간단합니다만,
그 위에 무엇이든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줍니다.
- 아침에 일어나면서 빙그레 웃기
나뭇가지, 웃음이라고 쓴 쪽지, 또는 다른 무슨 표시가 될 만한 물건을 천장이나 벽에 붙여놓고서 눈을 뜨자마자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한다. 그 표시물이 당신에게 웃음을 떠올리도록 도와줄 것이다. 침대에서 나오기 전, 몇 초 동안 호흡을 지켜본다.
빙그레 웃으면서 세 번 조용히 들이쉬고 내쉰다.
그대로 호흡을 따라간다.
- 자유로운 시간에 살짝 웃기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앉아 있든지 서 있든지, 그 자리에서
빙그레 웃는다. 어린아이, 나뭇잎, 벽에 걸린 그림 등 비교적 정적靜的인 대상을 바라보며 웃는다. 조용히 세 번 들이쉬고 내쉰다. 계속해서 빙그레 웃으며,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참본성이라고 생각한다.
- 음악을 들으면서 빙그레 웃기
2,3분간 음악을 듣는다. 노랫말, 음향, 리듬, 느낌에 주의를
모은다.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지켜보면서 빙그레 웃는다.
-화가 났을 때 빙그레 웃기
당신이 화가 났음을 알아차렸을 때 즉시 빙그레 웃는다.
조용히 세 번 들이쉬고 내쉬면서 그동안 계속 웃는다.
-누운 자세로 놓아버리기
요를 깔거나 베게를 베지 말고 맨바닥에 반듯이 눕는다.
두 팔은 옆구리에 자연스럽게 나란히 놓고 다리는 살짝 벌려 발가락이 밖을 향하게 뻗는다. 빙그레 웃으면서 부드럽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계속 호흡에 마음을 모은다. 온몸에 근육을 놓아버린다. 모든 근육을, 마치 바닥을 뚫고 가라앉듯이 또는 미풍에 날리는 부드러운 실크 천처럼 풀어준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오직 호흡과 미소에만 의식을 집중한다. 자기 자신이 따뜻한 난로 앞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의 근육은 누가 건드려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다. 호흡을 열다섯 번 계속한다.
-앉은 자세로 놓아버리기
결가부좌나 반가부좌 또는 책상다리로 앉든지 무릎을 끓든지 자기 좋을 대로 앉는데, 의자에 앉을 경우에는 발이 바닥에
닿도록 한다. 빙그레 웃는다. 계속 그렇게 웃으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모든 것을 놓는다.
-깊게 숨쉬기
등을 바닥에 대고 눕는다. 조용하게 편안하게 숨을 쉬면서
복부의 움직임에 의식을 집중한다. 숨을 들이쉬기 시작할 때, 폐의 아랫부분에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를 내민다.
폐의 윗부분에 공기가 들어가면 가슴이 솟아오르며 배는 꺼진다. 너무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 호흡을 열까지 센다.
들숨보다 날숨의 길이가 더 길 것이다.
-발걸음으로 호흡 헤아리기
강변이나 마을길을 천천히 걷는다. 숨은 평상시에 쉬듯이 쉰다. 발걸음 수로 들숨과 날숨의 길이를 재어본다.
몇 분간 계속한다. 날숨의 길이를 한 걸음만큼 늘여본다.
들숨을 늘이려고 억지를 쓰는 일이 없도록 한다.
자연스럽게 들이쉰다. 들숨을 쉴 때 혹시 그것을 늘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지 조심스레 살펴본다. 호흡을 열 번 센다.
이제 날숨을 한 걸음 더 늘인다. 들숨도 한 걸음만큼 길어졌는지 아닌지 살펴본다. 기분이 편안한 경우에만 들숨의 길이를 늘여야 한다. 그렇게 호흡을 스무 번까지 센 다음, 보통 숨쉬기로 돌아온다. 5분쯤 뒤, 숨의 길이 늘이는 연습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피곤한 느낌이 들면 즉시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숨 늘이기 연습을 몇 번 반복하면 차츰
들숨과 날숨의 길이가 같아질 것이다.
들숨 날숨을 똑같이 길게 쉬는 수련은 열 호홉에서 스물 호흡 이상하지 않도록 한다.
-호흡 숫자 세기
자리에 앉든지 아니면 산책을 한다. 숨을 들이쉴 때, '들숨 하나' 하면서 숨에 마음을 모은다. 내쉴 때, '날숨 하나' 하면서 숨에 마음을 모은다. 두번째 숨을 들이쉬면서 '들숨 둘'하고 마음을 모은다. 천천히 내쉬면서 '날숨 둘'하고 마음을 모은다.
이렇게 열까지 숨을 센다.
열까지 세었으면 다시 하나로 돌아간다.
숫자를 놓쳤으면 곧 하나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호흡 따라가기
음악을 듣는다. 길고 가볍게 숨을 쉰다. 호흡을 따라간다.
음악의 느낌과 흐름을 알아차리면서 계속 호흡을 놓치지
않는다. 음악에 빨려 들어가 자기를 잃어버리지 말고,
계속해서 호흡과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다.
-대화를 하면서 호흡 따라가기
길고 가볍고 고르게 숨을 쉰다.
호흡을 따라가면서 벗의 말을 듣고 자신의 대꾸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호흡 따라가기를 할 때처럼 계속한다.
-호흡 따라가기
자리에 앉거나 아니면 산책을 한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배로)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 모아 '숨을 들이쉰다'고 생각한다. 마음 모아 내쉬면서 '숨을 내쉰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세 번 반복한다. 네 번째 호흡에서는 숨을 조금 더 길게 들이쉬면서 '길게 숨을 들이쉰다'고 생각한다.
마음 모아 내쉬면서 '길게 내쉰다'고 생각한다. 세 번 반복.
이제 자연스럽게 숨을 따라가면서 복부와 폐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핀다.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대로 따라간다. 마음을 모아
'나는 숨을 들이쉬면서 들숨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스무 번 계속한다. 그런 다음 평상 호흡으로 돌아간다. 5분 뒤, 수련을 반복한다.
호흡하는 동안 빙그레 웃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방법을 습득했으면 다음 수련으로 넘어간다.
-기쁨을 맛보기 위해 심신을 고요하게 하는 숨쉬기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다. 빙그레 웃는다.
호흡을 따라간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었으면 가볍고 부드럽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마음 모아 '나는 지금 숨을 들이쉬면서 몸을 가볍고 평안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지금 숨을 내쉬면서 몸을 가볍고 평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 되풀이하면서 마음 모아 '나는 지금 숨을 들이쉬면서
온몸을 가볍고 평안하고 기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지금 숨을 내쉬면서 온몸을 가볍고 평안하고 기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5분에서 30분, 아니면 본인 능력에 따라 한시간이나 그 이상이라도 같은 생각에 마음을 모으며 호흡을 계속한다.
수련의 처음과 끝은 부드러운 휴식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되어야 한다. 중단하고 싶을 때에는 두 손으로 부드럽게 눈과 얼굴을 마사지하고 이어서 두 다리를 마사지한 다음 보통 앉는
자세로 돌아간다. 잠깐 멈추었다가 일어선다.
-몸 자세를 지켜보기
이 수련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통 때보다 더 조용히 그리고 깊게 숨을 쉰다.
걷거나 서 있거나 눕거나 앉아 있는 본인의 자세에 마음을
모은다.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를 걷고 있는지,
어디에 누워 있는지, 어디에 앉아 있는지를 알아차린다.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당신은 지금 기분을 바꾸기 위해, 호흡 수련을 위해 또는 그냥 서 있기 위해 푸른 언덕에 서 있음을 의식할 수 있다. 아무 목적이 없으면 목적이 없음을 인식한다.
-차를 준비하면서 마음 모으기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또는 당신 혼자 마시기 위해서 차茶를 준비한다. 모든 동작을, 그 동작에 마음을 모으면서 느리게
한다. 어느 한 동작도, 그것에 마음을 모으면서 느리게 한다. 어느 한 동작도, 그것에 마음을 모으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한다. 당신 손이 찻주전자 손잡이를 잡아 들어올리는 것을 안다. 향기롭고 따뜻한 차를 찻잔에 따르고 있음을
안다. 동작의 한 단계 한 단계를 의식이 따라가도록 한다.
보통 때보다 더 부드럽고 깊게 숨을 쉰다.
마음이 흩어지면 호흡을 붙잡는다.
-설거지
그릇 그릇이 명상의 대상인 것처럼 천천히 설거지를 한다.
모든 그릇을 성스런 물건으로 여긴다. 마음이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호흡을 따라간다. 빨리 일을 마치려고 서두르는 일이 없도록 한다. 그릇을 닦는 일이 당신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릇 닦는 행위가 곧 명상이다.
마음 모아 그릇을 닦지 못한다면 당신은 침묵 속에 앉아서도 명상을 할 수 없다.
-빨래
한번에 너무 많은 빨래를 하지 않도록 한다.
빨래거리를 세 가지나 네 가지만 선택한다.
등줄기에 통증이 오지 않도록, 앉든 서든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느릿느릿 빨래를 비빈다. 팔과 손의 동작 하나하나에 의식을 집중한다. 비누와 물에 의식을 집중한다.
빨래를 다 비비고 헹굼까지 마치면 당신의 몸과 마음도 깨끗이 빨아진 옷가지들처럼 신선해져 있을 것이다. 빙그레 웃음을
머금는 것과 마음이 흩어질 때 호흡 붙잡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집안 청소
청소 작업을 몇 단계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물건 정돈하기, 책꽂이 정리, 화장실 청소, 목욕탕 청소, 마루 쓸고 닦기, 먼지 떨기 등 . 이 모든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쓰도록 한다. 천천히, 보통 때보다 동작을 세 배쯤 느리게 한다. 모든 동작에 의식을 집중한다. 예를 들어 책을 책장에 넣을 때에는 책을 보고 그게 무슨 책인지 알고 자기가 지금 책을 책장에 꽂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당신 손이 책에 닿아 있음을 알고 그것을 집어 올리는 것을 안다. 갑작스런 동작이나 거친 동작을 피한다.
언제나 호흡에 마음을 모으는데, 특히 생각이 이리저리
헤맬 때 그렇게 한다.
-천천히 목욕하기
목욕시간으로 30분에서 45분 할애한다. 한 순간도 서두르지 않도록 한다. 목욕물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새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까지 동작 하나하나를 가볍게, 느리게 한다. 모든 움직임에 의식을 집중한다. 분별심이나 두려움 없이 몸의 구석구석에 집중한다. 몸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마음을 모은다.
목욕을 마치면 당신 마음도 몸처럼 평안하고 상쾌함을 느낄 것이다. 숨을 따라간다. 당신이 지금 한여름 향기롭고 깨끗한
연못에 잠겨 있다고 생각한다.
-조약돌
조용히 앉아 숨을 천천히 쉬면서, 자신이 깨끗한 강물 바닥으로 가라앉는 조약돌이라고 생각한다. 가라앉는 동안 당신의
움직임을 유도할 어떤 의도도 없다. 강바닥 부드러운 모래위로 조용히 가라앉는다. 몸과 마음이 완벽한 휴식으로 들어갈 때까지 모래 위에 얹혀 있는 조약돌을 명상한다.
이 평안과 기쁨을 30분쯤 유지하면서 호흡을 지켜본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그 어떤 생각도 지금의 평안과 기쁨에서 당신을 떼어놓지 못한다. 우주가 이 순간 안에 존재한다.
그 어떤 욕망도, 부처가 되거나 모든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욕망조차도, 지금 이 순간에서 당신을 떼어놓지 못한다.
부처가 되는 것도, 중생을 구원하는 것도,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한 평화라는 바탕 위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임을
안다.
-'마음 모음'의 날
어떤 날이든지 당신 사정에 맞추어 한 주간에 하루를 정해
놓는다. 그 날에는 다른 날에 하는 일과를 잊기로 한다.
모임을 약속하거나 친구를 만나지도 않는다. 다만, 집안 청소, 요리, 빨래, 먼지 떨기 같은 단순한 일만 한다.
일단 집안 청소를 하여 깨끗해졌고 물건들이 제 장소에 놓여졌으면 천천히 목욕을 한다. 그 다음엔 차를 준비하여 마신다.
경經을 읽거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겠다.
경을 읽거나 편지를 쓸 때에는 마음을 챙겨서 경의 본문이나 편지가 당신을 어디 다른 데로 데려가지 못하게 한다.
경을 읽을 때에는 자기가 경을 읽고 있음을 안다.
편지를 쓸 때에는 편지 쓰고 있음을 안다.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 이야기 할 때에도 그렇게 한다.
그 다음엔 호흡 수련을 위해 산책한다.
하루 동안에 30분에서 45분쯤 걸리는 산책을 두 번 한다.
저녁에는 채소나 채소즙을 약간 만들어 먹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한 시간쯤 앉아 있는다.
그리고 책을 읽는 대신 5분에서 10분쯤 완벽한 휴식을 위한
명상법을 수련한다. 언제나 자기 호흡의 주인이 된다.
눈을 감고 복부와 가슴의 오르내림을 살피면서 부드럽게 숨을 쉰다.(숨이 너무 길지 않도록 한다). 그 날에는 모든 동작을
다른 날보다 갑절로 느리게 한다.
- 상호의존성에 대한 묵상
당신의 어렸을 적 사진을 마련한다.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다.
호흡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스무 번쯤 쉰 뒤에 앞에 놓여 있는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 사진을 찍었을 때의 당신을 구성했던 오온을 재생하여
다시 살려본다.
그 때 당신의 육체적 특징, 당신의 느낌, 지각知覺,
정신작용, 의식을 되살려낸다.
계속 호흡을 따라간다.
당신의 추억이 당신을 꾀어내거나 지배하지 못하게 한다.
이 명상을 15분쯤 계속한다.
그러는 동안 계속 빙그레 웃는다.
이제 마음을 현재의 당신한테로 모은다.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의 몸, 느낌, 지각. 정신작용,
의식에 집중한다.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오온을 본다.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 부드러운 흙에 깊이 묻혀서 물기에 젖어드는
씨앗처럼 당신 안에 깊숙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이
왔다갔다 하는 당신 두뇌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추상적인
질문이어서는 안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당신의 지능에 제한된 질문이 아니라
오온 전체에 해당된 질문이다.
머리로 대답을 궁리하지 않는다.
10분쯤 묵상을 하는데 철학적 사변에 빠져들지 않도록
가벼우면서도 깊은 호흡을 유지한다.
- 당신 자신
어두운 방 안이든지 아니면 강변이든지 어디든지 혼자일 수
있는 곳을 택한다.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제 내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겠다.'
그런 다음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르키는 대신
맞은편 쪽을 가르킨다.
당신 몸 밖으로 나와있는 당신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몸이 당신 눈 앞에 나무 모양으로, 풀잎 모양으로,
강물 모양으로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우주 안에 있고 우주가 당신 안에 있음을 묵상한다.
우주가 있으면 당신이 있는 것이고,
당신이 있으면 우주가 있는 것이다.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옴도 없고 감도 없다.
빙그레 웃는다.
호흡을 지켜보면서 10분에서 20분 명상을 계속한다.
- 당신 해골
침대나 마룻바닥, 아니면 풀밭에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눕는다.
베게는 베지 않는다.
호흡을 지켜보기 시작한다.
당신 몸에 남아있는 것은 땅 위에 누워있는 백골白骨뿐이라고 상상한다.
계속 빙그레 웃으며 호흡을 따라간다.
당신을 장사지낸 지 80년이 흘러 살점은 모두 분해되었고
해골만 남아 있다고 상상한다.
머리뼈, 등뼈, 갈비뼈, 엉덩이뼈, 팔다리뼈, 손가락뼈, 발가락뼈를 자세히 살펴본다.
계속 빙그레 웃으며 가볍게 숨을 쉬고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내버려둔다.
당신의 해골이 당신이 아님을 본다.
당신 육신은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생명과 하나가 되어 나무, 풀, 다른 사람들, 새, 짐승들 속에서 하늘과 바다에 영원히 산다.
당신 해골은 당신의 한 부분 일 뿐이다.
당신은 모든 곳, 모든 때에 현존한다.
당신은 몸뚱이나 느낌, 생각, 행동, 지식만인 존재가 아니다.
20분에서 30분 명상을 계속한다.
- 당신이 태어나기 전의 참모습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호흡을 따라간다.
당신의 삶이 시작된 지점인 A에 의식을 집중한다.
거기가 바로 당신의 죽음이 비롯된 곳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당신의 삶과 죽음이 같은 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본다.
'저것'이 있어서 '이것'이 있다.
저것이 없었으면 이것도 없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이 서로 기대어 존재함을 본다.
하나가 다른 하나의 바탕이다.
당신 자신이 동시에 삶이면서 죽음임을 본다.
삶과 죽음은 적수가 아니라 같은 실재의 두 얼굴이다.
이제 그 두 현상이 끝나는 지점인 B에 의식을 집중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 하는데 잘못된 말이다.
거기가 당신의 삶과 죽음이라는 두 현상이 끝나는 곳임을 본다.
A와 B사이에 아무 차이점이 없음을 본다.
A이전과 B이후의 당신 참모습을 참구한다.
- 사랑한 사람의 죽음
의자나 침상에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눕는다.
호흡을 지켜보기 시작한다.
몇 달 전 또는 수년 전에 죽어 간 사랑한 사람의 몸을 묵상한다.
그 사람의 살점은 모두 분해되어 없고 해골만이 땅 속에
말없이 누워있음을 분명하게 본다.
당신의 몸은 아직 여기 있으며,
그 안에 육신, 느낌, 지각, 정신작용, 의식의 오온이 아직 쌓여 있음을 분명하게 안다.
그 사람과 당신이 과거와 바로 지금 서로 나누는 상호작용을 생각한다.
계속 빙그레 웃으면서 호흡을 지켜본다.
15분쯤 명상한다.
- 비어 있음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다.
호흡을 따라간다.
육신, 느낌, 지각, 정신작용, 의식의 오온이 모두 비어 있음을 묵상한다.
한 가지 온蘊을 생각하고 나서 다음 온으로 넘어간다.
그 모든 변화가 무상하며 자아를 지니고 있지 아니함을 본다.
오온의 집합은 모든 현상의 집합과 마찬가지로
상호의존의 법칙에 지배받는다.
그것들이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것은
흡사 산봉우리 부근에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같다.
오온을 붙잡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는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모두 오온의 집합에서 오는 것임을 본다.
그 오온이 자아도 없고 비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우주의 모든 현상이 경이로운 것처럼 경이롭고
모든 생명 현상이 경이로운 것처럼 경이롭다는 사실을 분명히 본다.
오온 자체가 궁극의 실재인 까닭에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임을 보려고 노력한다.
이 명상을 통해
무상도 개념이요, 비자아도 개념이요,
비어있음(空)도 개념임을 보아서
무상, 비자아, 비어 있음의 개념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한다.
당신은 비어 있음 또한 비어 있는 것임을,
비어 있음의 궁극적 실재가 오온의 긍극적 실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이 수련은 앞의 다섯 가지 수련을 모두 마치고 나서 해야 한다.
수련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시간이나 두 시간쯤 될 것이다.)
- 당신이 가장 미워하는 이를 위한 자비심
고요히 앉아 있는다.
숨을 쉬면서 빙그레 웃음 짓는다.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사람의 밉거나 싫은 모습을 생각해 보고
가장 역겨운 장면을 그려본다.
그의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이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무엇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그의 지각작용을 들여다보아, 그가 어떤 사고방식과
논리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려고 노력한다.
그의 기대와 행위가 어떤 동기動機에서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끝으로 그의 의식을 관찰한다.
그의 견해와 통찰이 열려 있고 자유로운지
아니면 닫혀 있고 부자유스러운지,
그가 무슨 편견이나 좁은 마음, 증오, 분노 따위에 사로잡혀
있는지 아닌지를 본다.
당신 가슴에서 분노와 앙심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한다.
같은 사람을 상대로 여러 번 수련한다.
- 지혜의 결핍으로 말미암은 고통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다.
호흡을 따라간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가정, 또는 사회의 상황을 선택한다.
그것을 이번 명상의 주제로 삼는다.
* 대상이 사람일 경우 :
그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을 보려고 노력한다.
몸으로 겪는 괴로움(질병, 가난, 육신의 통증 등)에서 시작하여
감정들로 말미암은 고통(내적 갈등, 불안, 증오, 질투, 양심의 가책 등)으로 나아가며 살펴본다.
그 다음 지각知覺으로 말미암은 고통 (비관주의, 자신의 문제를 어둡고 좁은 시각에서만 봄)을 본다.
그의 정신작용이 불안, 실망, 절망 또는 증오에서 비롯되지
않는지 살펴본다.
그의 의식이 상황 때문에, 그가 겪는 고통 때문에, 주변 사람들 때문에,
교육, 선전 또는 자신의 자제력 부족 때문에 닫혀 있는지 아닌지를 본다.
당신 가슴에 자비심이 솟아날 때가지,
그가 상황이나 무지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때까지,
이 모든 고통들을 계속 명상한다.
가능한 한 가장 소리 없이 그리고 겸허하게, 그를 지금 상황에서 나오게끔 도와줄 것을 결심한다.
* 대상이 가정일 경우 :
같은 방법을 따른다.
온 가족의 고통을 모두 살펴볼 수 있을 때까지,
한 식구로부터 시작하여 그 사람이 끝나면 다음 식구한테로
넘어가면서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본다.
그들 가운데 아무도 비난받아야 할 사람이 없음을 본다.
가능한 한 가장 소리 없이 겸허하게 그들을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당신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본다.
* 대상이 사회일 경우 :
전쟁이나 다른 어떤 불의한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의 상황을 선택한다.
그 갈등과 분쟁에 휘말려든 사람들 모두가 희생자임을 본다.
전쟁을 일으킨 쪽 사람들이나 그 반대편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고통이 계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다.
그런 상황을 초래된 것을 한 사람이나 몇 사람 탓으로 돌릴 수 없음을 본다.
모든 사람이 무지해서 또는 상황을 변화시킬 결심이 부족해서
결과적으로 불의한 경제 체계나 이념에 사로잡힌 탓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음을 본다.
서로 갈등하고 싸우는 양쪽이 진짜 적수가 아니라 같은 실재의 두 얼굴임을 본다.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생명이고,
살생이나 억압은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본다.
아래, 경經의 말씀을 기억한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는
네 속에 자비심을 일으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싸울 뜻을 버려라.
잔인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있는 힘을 다하여
양쪽의 힘을 대등하게 하고
분쟁을 화해로 이끌어라. -<유마경>
모든 앙심과 증오가 사라질 때가지,
당신 안에 자비와 사랑이 샘물처럼 솟아날 때까지 명상을 계속한다.
가능한 한 가장 소리 없고 겸허한 방법으로 깨달음과 화해를 위해 일할 것을 결심한다.
- 초연한 행동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다.
호흡을 따라간다.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농촌개발계획이나 다른 사업계획을 명상 주제로 삼는다.
그 사업의 목적과 사용하는 수단과 참여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살펴본다.
우선 목적을 생각해 본다.
그 사업이 칭찬이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 고통을 덜기 위해서,
자비를 실현하기 위해서임을 본다.
사업에 사용하는 수단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을
북돋아주는 것들임을 본다.
그 계획을 자선사업쯤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일에 결부된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직도 당신은 섬기는 사람과 섬김 받는 사람을 따로 놓고
보는가?
만일 당신이 섬기는 사람과 혜택을 입는 사람으로 구분해서
보고 있다면
당신의 일은 당신과 봉사자들을 위한 것이지 봉사 그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다.
<금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보살은 온갖 중생을 건너편 언덕으로 데려다주지만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중생도 건너편 언덕으로 가는데 도움을 얻은 바 없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일할 것을 다짐한다.
- 초연함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다.
호흡을 따라간다.
당신 생애에서 가장 뜻 깊었던 성공 사례들을 떠올리고 그것을 하나씩 검토해 본다.
당신의 재능, 장점, 능력, 그리고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유리했던 조건들을 떠올린다.
당신의 성공이 당신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
당신 능력 밖에 있는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들에 의한 것임을 알기 위해,
전체 과정을 상호의존의 빛에서 살펴본다.
그것을 알면 당신은 당신이 이룬 것들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을 놓아버릴 수 있을 때에만 당신은
진정 자유로울 것이고 더 이상 그것들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
당신 생애에서 겪었던 가장 비참했던 실패들을 떠올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검토해 본다.
당신의 재능, 장점, 능력 그리고 당신을 실패로 이끌었던
유리한 조건들의 결핍을 떠올려본다.
나는 성공할 수 없을 거라는 느낌에서 생겨난
당신 내면의 모든 열등의식을 살펴본다.
당신의 실패가 당신의 역부족에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는 데 더 큰 원인이 있음을 알기 위해,
전체 과정을 상호의존의 빛에서 살펴본다.
그 모든 실패의 책임을 당신 혼자 질 수 없고 또 실패가 바로 당신은 아님을 본다.
그것을 알면 그것들한테서 자유롭게 된다.
그것들을 놓아버릴 수 있을 때에만 당신은 자유로울 것이고,
더 이상 그것들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
- 포기하지 아니함에 대한 명상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는다.
호흡을 따라간다.
상호의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했던 명상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당신 자신에 대한 명상을 하든지 당신 해골에 대한 명상을
하든지, 아니면 죽은 사람에 대한 명상을 하는 가운데,
모든 것은 무상하고 영원한 실체라는 것은 없음을 본다.
아울러 비록 모든 것이 무상하고 영원한 실체는 없지만
그래도 그것들이 모두 경이롭다는 사실을 본다.
당신은 조건 지어진 것들에도 묶여 있지 않지만
조건 지어지지 않은 것들에도 묶여 있지 않다.
성인聖人을 보라.
그는 상호의존성에 대한 가르침에서 떠나 있지만
그 가르침에서 떠나 있지도 않다.
그는 그 가르침을 식은 재처럼 던져버릴 수 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그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으며,
그 가르침에 빨려 들어가지도 않는다.
깨달은 사람들은 중생을 섬기는 일에 노예가 되지도 않지만,
중생 섬기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위하여 명상을 계속한다.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 틱낫한 /이현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