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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산문답(毉山問答) - 홍대용

작성자山木|작성시간20.05.19|조회수935 목록 댓글 0

홍대용 의산문답(毉山問答)

子虛子隱居讀書三十年(자허자은거독서삼십년)。

竆天地之化(궁천지지화)。究性命之微(구성명지미)。

極五行之根(극오행지근)。達三敎之蘊(달삼교지온)。

經緯人道(경위인도)。會通物理(회통물리)。

鉤深測奧(구심측오)。洞悉源委(동실원위)。

然後出而語人(연후출이어인)。

聞者莫不笑之(문자막불소지)。

자허자(子虛子)는 숨어 살면서 독서한 지 30년에 천지의 조화와 성명(性命)의 은미(隱微)함을 궁구하고 오행(五行)의 근원과

삼교(三敎: 유교(儒敎)ㆍ도교(道敎)ㆍ불교(佛敎))의 진리를

달통하여 인도(人道)를 경위(經緯)로 하고 물리(物理)를 깨달아 통했다. 심오한 원위(源委: 처음과 끝. 사건의 원인과 자세한

전말)를 환히 안 다음에 세상에 나가 남에게 이야기했더니,

듣는 자마다 웃었다.

* 오행(五行)동양철학에서 만물을 형성하고 우주만물의 형상을 변화시키는

다섯 가지 원소를 가리키는 말로, 오(五)는 자연계의 사물과 현상에서 추상한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를 가리키며, 행(行)은 '순환'이란 의미를

나타낸다.

虛子曰(허자왈)。小知不可與語大(소지불가여어대)。

陋俗不可與語道也(누속불가여어도야)。

허자가 말하기를,

“작은 지혜와 더불어 큰 것을 이야기할 수 없고 비루한

세속 사람과 더불어 도(道)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하고,


乃西入燕都(내서입연도)。遊談于搢紳(유담우진신)。

居邸舍六十日(거저사륙십일)。卒無所遇(졸무소우)。

於是虛子喟然歎曰(어시허자위연탄왈)。

서쪽으로 연도(燕都 북경)에 들어가 선비와 더불어 이것저것

이야기할 때 여관에서 60일 동안이나 있었으나 마침내 알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에 허자가 슬피 탄식하면서 말하기를,


周公之衰耶(주공지쇠야)。哲人之萎耶(철인지위야)。

吾道之非耶(오도지비야)。束裝而歸(속장이귀)。

“주공(周公)이 쇠했는가? 철인(哲人)이 죽었는가?

우리 도(道)가 글렀는가?”하고, 행장을 차려 돌아왔다.


乃登毉巫閭之山(내등의무려지산)。南臨滄海(남림창해)。

北望大漠(북망대막)。泫然流涕曰(현연류체왈)。

老聃入于胡(노담입우호)。仲尼浮于海(중니부우해)。

烏可已乎(오가이호)。烏可已乎(오가이호)。

遂有遯世之志(수유둔세지지)。

이에 의무려산(毉巫閭山)에 올라 남쪽으로 창해(滄海)와

북쪽으로 대막(大漠)을 바라보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하기를,

“노담(老聃: 노자)은 ‘호(胡)로 들어간다.’고 했고,

중니(仲尼: 공자)는 ‘바다에 뜨고 싶다.’*고 했으니,

어찌 알건가, 어찌 알건가.”

하고는 드디어 세상을 도피할 뜻을 두었다.

* 도가 이루어지질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볼까[道不行 乘桴 浮于海]-『논어』「공야장」편,

行數十里(행수십리)。有石門當道(유석문당도)。

題曰實居之門(제왈실거지문)。虛子曰(허자왈)。

毉巫閭處夷夏之交(의무려처이하지교)。

東北之名嶽也(동북지명악야)。

必有逸士居焉(필유일사거언)。吾必往叩之(오필왕고지)。

수십 리쯤 가니 앞에 돌문[石門]이 나왔는데 실거지문(實居之門)이라고 씌어 있다.

허자가 말하기를,

“의무려산이 중국과 조선의 접경에 있으니,

동북 사이에 이름난 산이다. 반드시 숨은 선비가 있을 것이니,

내가 반드시 가서 물어 보리라.”하였다.


遂入門(수입문)。

有巨人獨坐于橧巢之上(유거인독좌우증소지상)。

形容詭異(형용궤이)。

斫木而書之曰實翁之居(작목이서지왈실옹지거)。

드디어 석문으로 들어가니 한 거인(巨人)이 새집처럼 만든

증소(橧巢) 위에 홀로 앉았는데, 모습이 괴이하였으며 나무를

쪼개서 글씨쓰기를 실옹지거(實翁之居)라 하였다.


* 증소(橧巢)지붕 없는 누각. 증(橧)은 섶나무[薪]를 쌓아 놓고 그 위에서 자는 것을, 소(巢)는 새집을 이름. 상고시대의 백성은 궁실(宮室)이 없어서 여름이면

신시(薪柴)를 모아놓고 그 위에서 살았는데, 마치 새집[鳥巢]과 같았다.

『예기』에 “여름에는 증소(橧巢)에 산다.” 하였다.

虛子曰(허자왈)。我號以虛(아호이허)。

將以稽天下之實(장이계천하지실)。彼號以實(피호이실)。

將以破天下之虛(장이파천하지허)。虛虛實實(허허실실)。

竗道之眞(묘도지진)。吾將聞其說(오장문기설)。

허자는 혼잣말로,

“내가 허(虛)자로써 호(號)를 한 까닭은 장차 천하의 실(實)을

살펴보고 싶어 한 것이며, 저가 실(實)자로써 호한 것은 장차 천하의 허(虛)를 타파시키고자 함일 것이다. 허는 허대로 실은 실대로 하는 것이 묘도(妙道)의 진리리니, 내 장차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리라.”하고,


* [虛虛實實]‘허허실실’은 본래 중국의 손자(孫子)가 처음 무술에 적용한 용어로,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가장해 상대의 허를 찌르고 실을 꾀하는 계책을 가리킨다. 『손자병법』에는 ‘적이 방심하며 오고 있을 때 아군은

편히 쉬고 있다가 기습을 하고, 적이 쉬려고 하면 기습을 한다. 동쪽에서 북을 치면서 서쪽으로 공격하며, 적이 예상하는 지역은 공격하지 않고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을 공격한다.’는 등 허허실실의 전법을 중시하고 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종횡무진으로 구사했던 전략들의 대부분이 허허실실 계책이었다.

여기에서 ‘허(虛)’는 마음가짐이나 준비 자세에 틈이 생긴 상태 또는 약점을 가리키며, ‘실(實)’은 틈이 없이 견실한 상태나 부분을 말한다.

虛子膝行而前(허자슬행이전)。向風而拜(향풍이배)。

拱手而立于右(공수이립우우)。巨人俛首視(거인면수시)。

㗳然若無見也(탑연약무견야)。

엉금엉금 기어 앞으로 나아가 우러러 절한 다음, 공수(拱手: 존경의 표시로 팔짱을 낌)하고 그의 오른쪽에 섰다. 거인(巨人)은

고개를 떨구고 멍하게 있는 채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虛子擧手而言曰(허자거수이언왈)。

君子之與人(군자지여인)。固若是其倨乎(고약시기거호)。

허자가 손을 들고 말하기를,

“군자(君子)로서 사람을 대하는데 진실로 이와 같이 거만할 수

있겠습니까?”하니,


巨人乃言曰(거인내언왈)。

爾是東海虛子也歟(이시동해허자야여)。

거인이 말하기를,

“네가 이 동해(東海)에 있는 허자인가?”


虛子曰(허자왈)。

然(연)。夫子何以知之(부자하이지지)。

無乃有術乎(무내유술호)。

허자가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부자(夫子)께서 어떻게 아십니까?

술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하니,


巨人乃據膝張目曰(거인내거슬장목왈)。

爾果虛子也(이과허자야)。余有何術哉(여유하술재)。

거인은 무릎에 기대서 눈을 부릅뜨고 말하기를,

“과연 허자로구나. 내가 무슨 술법을 가졌단 말이냐?

見爾服聽爾音(견이복청이음)。

吾知其爲東海也(오지기위동해야)。觀爾禮(관이례)。

飾讓以僞恭(식양이위공)。專以虛與人(전이허여인)。

是以知爾爲虛子也(시이지이위허자야)。

余有何術哉(여유하술재)。

너의 옷차림을 보고 너의 음성을 들으니 동해라는 것을 알겠고,

너의 예법을 보니, 겸양을 꾸며서 거짓 공손함을 삼고 오로지

허로써 사람을 대한다. 이로써 네가 허자라는 것을 알았지,

내가 무슨 술법이 있겠느냐?”하였다.


虛子曰(허자왈)。恭者德之基也(공자덕지기야)。

恭莫大於敬賢(공막대어경현)。

俄者吾見夫子以爲賢者也(아자오견부자이위현자야)。

膝行而前(슬행이전)。向風而拜(향풍이배)。

拱手而立於右(공수이립어우)。

今夫子以爲飾讓而僞恭(금부자이위식양이위공)。

何也(하야)。

허자가 말하기를,

“공손이란 덕의 바탕입니다. 공손함엔 어진 이를 높이는 것보다 더 큼이 없으니, 조금 전에 내가 부자를 보고 현자(賢者)로 여겼기 때문에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 앞으로 나아가 우러러 절했으며, 팔짱을 끼고 오른쪽에 섰던 것인데, 이제 부자께서는 겸손을 꾸며서 거짓 공손한다 함은 무엇입니까?”하니,


巨人曰(거인왈)。來(래)。吾試問爾(오시문이)。

爾以余爲誰也(이이여위수야)。

거인이 말하기를,

“이리 오라. 내 너에게 시험삼아 물어 보겠다.

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虛子曰(허자왈)。吾知其爲賢者而已(오지기위현자이이)。

吾烏知夫子之爲誰也(오오지부자지위수야)。

“현자라는 것을 알 뿐이지 부자가 누구인 줄 내 어떻게 알겠습니까?”


巨人曰(거인왈)。然(연)。雖然(수연)。

爾旣不知我之爲誰(이기불지아지위수)。

則又烏知我之爲賢者乎(즉우오지아지위현자호)。

“그렇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내가 누구인 줄을 알지 못하는데 내가 현자라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虛子曰(허자왈)。吾見夫子(오견부자)。

土木之形(토목지형)。笙鏞之音(생용지음)。

遯世獨立(둔세독립)。不迷於大麓(불미어대록)。

吾以是知夫子之爲賢者也(오이시지부자지위현자야)。

“내가 부자를 보니, 얼굴은 토목(土木)같고 음성은 생용(笙鏞)같으며 세상을 피해 외로이 서서 뇌정(雷霆)도 두려워하지 아니합니다. 이로써 부자가 현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 생용(笙鏞)생황(笙簧)과 큰 종. 생황은 아악에 쓰이는 관악기의 한 가지.

원래 생(笙)은 동쪽에 설치한 악기, 용(鏞)은 서쪽에 설치한 악기라고 하는데,

이들 악기는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할 때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다. 『서경』에서 ‘생과 용을 번갈아 치니 새와 짐승이 음율에 맞추어 춤을 춘다.’ 하였다.

巨人曰(거인왈)。甚矣(심의)。爾之爲虛也(이지위허야)。

爾獨不見夫石門之題斫木之書乎(이독불견부석문지제작목지서호)。爾由門而入(이유문이입)。見木之書(견목지서)。

吾之名(오지명)。

爾所已知而反謂不知(이소이지이반위부지)。

吾之賢(오지현)。

爾所不知而反謂之知(이소부지이반위지지)。甚矣(심의)。

爾之爲虛也(이지위허야)。

“심하구나. 너의 허(虛)여! 너는 저 석문(石門)에 적힌 것과

작목(斫木)에 쓰인 것을 보지 않았느냐? 네가 석문으로부터 들어왔고 작목에 쓰인 글자를 보았으니, 나의 이름은 이미 알았을 터이거늘 도리어 모른다 하고, 나의 어짐을 알지 못하거늘 도리어 안다고 하니 너의 허가 너무도 심하다.”


且吾語子(차오어자)。生民之惑有三(생민지혹유삼)。

食色之惑(식색지혹)。喪其家(상기가)。

利權之惑(이권지혹)。危其國(위기국)。

道術之惑(도술지혹)。亂天下(난천하)。

爾無乃有道術之惑者乎(이무내유도술지혹자호)。

또한 너에게 백성들의 세 가지 미혹됨을 말하겠다.

식색(食色: 식욕과 색욕)의 미혹은 가정을 망치고,

이권(利權)의 미혹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며, 도술(道術)의 미혹은 천하를 어지럽힌다. 너는 도술에 미혹됨이 있지 않느냐?


且爾過矣(차이과의)。名者德之符也(명자덕지부야)。

號者德之表也(호자덕지표야)。爾知我之爲實翁(이지아지위실옹)。則知我之爲實者而已(즉지아지위실자이이)。

反以我爲賢者(반이아위현자)。何哉(하재)。

爾見吾之形(이견오지형)。擬之土木(의지토목)。

聽吾之音(청오지음)。擬之笙鏞(의지생용)。

以吾之居山(이오지거산)。

擬之以遯世獨立(의지이둔세독립)。

不迷於大麓(불미어대록)。

是爾觸物而意萌(시이촉물이의맹)。

隨境而口辨(수경이구변)。非諛則妄也(비유즉망야)。

또한 너는 너무 지나치다. 이름[名]이란 덕(德)의 병부(兵符: 반으로 가른 대[竹]. 여기서는 반쪽은 덕, 반쪽은 이름에 비유)요,

호(號)란 덕의 겉이다. 내가 실옹(實翁)이라는 것을 네가 알았다면 내가 실자(實者)라는 것을 알면 그뿐이지 도리어 나를 현자(賢者)라 함은 무엇이냐? 너는 나의 얼굴을 보고 토목(土木)에 비기었고 나의 음성을 듣고 생용(笙鏞)에 비기었으며 또 내가 산중에 살고 있다는 것으로써 세상을 도망하여 외로이 서고, 뇌정(雷霆)도 두려워하지 않는 데에 비기었으니, 이것은 사물을 접촉함에

따라 생각이 싹트고 환경에 따라 말하는 것으로 아첨이 아니면

허망이다.


夫膚肉之脆(부부육지취)。去壤樹遠矣(거양수원의)。

喉肺之氣(후폐지기)。去金竹遠矣(거금죽원의)。

且遯世獨立(차둔세독립)。孔子也(공자야)。

不迷於大麓(불미어대록)。虞舜也(우순야)。

爾果以我爲孔子乎(이과이아위공자호)。

且以我爲虞舜乎(차이아위우순호)。

대저 사람의 부드러운 육체는 저 억센 흙덩이와 나무에 비교하여 동떨어지게 멀고, 목구멍과 폐에서 나오는 약한 기(氣)를 저 단단한 금과 대나무에 비교한다면 역시 동떨어지게 먼 것이다.

또한 세상을 피해 외로이 섰던 자는 공자요 뇌정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자는 우순(虞舜)이었다.

네가 과연 나를 공자로 여기고 또 나를 우순으로 생각하느냐?


我之學(아지학)。惡知不如孔子(악지불여공자)。

我之聖(아지성)。惡知不如虞舜(악지불여우순)。

惟爾無所得於我而擬議已遽(유이무소득어아이의의이거)。

是非諛則妄也(시비유즉망야)。

나의 배움[學]이 공자와 같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으며 나의 착함[聖]이 우순과 같지 않을 줄을 어찌 알겠느냐? 너는 나에게 얻은 바가 없는데도 갑작스럽게 비교해서 말하는것을 보니,

이것은 아첨이 아니면 허망[妄]이다


且吾問爾(차오문이)。何哉(하재)。

爾所謂賢者(이소위현자)。

또 내가 너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은 네가 이른바 현자란 어떤 자이냐?”


虛子曰(허자왈)。崇周孔之業(숭주공지업)。

習程朱之言(습정주지언)。扶正學斥邪說(부정학척사설)。

仁以救世(인이구세)。哲以保身(철이보신)。

此儒門所謂賢者也(차유문소위현자야)。

허자가 말하기를,

“주공(周公)과 공자의 업(業)을 높이고 정자(程子)와 주자(朱子)의 말을 익혀서 정학(正學)을 붙들고 사설(邪說)을 물리치며, 인(仁)으로 세상을 구제하고 명철함으로써 몸을 보전하는 이러한 자가 유문(儒門)에서 말하는 현자입니다.”하니,


實翁昂然而笑曰(실옹앙연이소왈)。

吾固知爾有道術之惑(오고지이유도술지혹)。

실옹이 고개를 치켜들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네가 도술(道術)에 미혹됨이 있음을 진실로 알겠다.


嗚呼哀哉(오호애재)。道術之亡久矣(도술지망구의)。

孔子之喪(공자지상)。諸子亂之(제자란지)。

朱門之末(주문지말)。諸儒汩之(제유율지)。

崇其業而忘其眞(숭기업이망기진)。

習其言而失其意(습기언이실기의)。正學之扶(정학지부)。

實由矜心(실유긍심)。邪說之斥(사설지척)。

實由勝心(실유승심)。救世之仁(구세지인)。

實由權心(실유권심)。保身之哲(보신지철)。

實由利心(실유리심)。四心相仍(사심상잉)。

眞意日亡(진의일망)。天下滔滔(천하도도)。

日趍於虛(일추어허)。

아아! 슬프다. 도술이 없어진 지 오래다. 공자가 죽은 후에 제자(諸子)들이 어지럽혔고, 주자(朱子)의 문하에 모든 유학자(儒學者)가 혼란 시켰다. 그의 업적은 높이면서 그의 진리는 잊고 그의 말을 익히면서 그의 본의는 잃어버렸다. 정학을 붙드는 것은 실상 자랑하려는 마음에서 말미암고 사설을 물리치는 것도 실상 이기려는 마음에서 말미암았으며, 인(仁)으로 세상 구제하는 것은

실상 권력을 유지하려는 마음에서 말미암고 명철함으로 몸을

보전하는 것은 실상 이익을 노려보자는 마음에서 말미암았다.

이 네 가지 마음이 서로 따르매, 참뜻은 날로 없어지고 온 천하는 물 흐르듯이 날로 허망에로 치닫도다.


今爾飾讓僞恭(금이식양위공)。自以爲賢(자이위현)。

見形聽音(견형청음)。擬人以賢(의인이현)。

心虛則禮虛(심허즉례허)。禮虛則事無不虛(예허즉사무불허)。虛於己則虛於人(허어기즉허어인)。

虛於人則天下無不虛(허어인즉천하무불허)。

道術之惑(도술지혹)。必亂天下(필란천하)。

爾其知之乎(이기지지호)。

지금 너는 겸손함을 꾸며서 거짓 공손으로 스스로를 현(賢)이라 여기며, 얼굴만 보고 음성만 듣고서 남도 현(賢)을 만드는구나.

마음이 헛되면 몸가짐이 헛되고 몸가짐이 헛되게 되면 모든 일이 헛되게 된다. 자신에게 헛되면 남에게도 헛되고 남에게 헛되면

온 천하가 모두 헛되게 된다. 도술(道術)의 미혹은 반드시 천하를 어지럽히나니, 네가 그것을 아느냐?”하였다.


虛子默然有間曰(허자묵연유간왈)。

虛子海上鄙人也(허자해상비인야)。

棲心古人之糟粕(서심고인지조박)。

誦說紙上之套語(송설지상지투어)。浮沉俗學(부침속학)。

見小爲道(견소위도)。今也聞夫子之言(금야문부자지언)。

心神惺悟(심신성오)。如有所得(여유소득)。

敢問大道之要(감문대도지요)。

허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말하기를,

“이 허자는 동해의 한 시골 사람입니다. 옛사람의 찌꺼기[糟粕]에 마음을 붙이고 종이 위의 문투만 외면서 속된 학문에 몸을 의지해온 까닭에 작은 것을 보고 도(道)로 여겨 왔는데, 이제 부자의 말을 들으니, 심신이 개운하여 깨달은 바가 있는 듯합니다.

감히 대도(大道)의 요체를 묻나이다.”하니,


實翁熟視良久曰(실옹숙시량구왈)。

爾顔已皺矣(이안이추의)。髮已蒼矣(발이창의)。

吾請先聞爾之所學(오청선문이지소학)。

실옹은 오래 동안 눈여겨보다가 이윽고 이르기를,

“너의 얼굴이 이미 쭈그러졌고 머리털이 이미 희어졌으니,

먼저 너의 배운 것부터 들어보자.”하였다.


虛子曰(허자왈)。少讀聖賢之書(소독성현지서)。

長習詩禮之業(장습시례지업)。探陰陽之變(탐음양지변)。

測人物之理(측인물지리)。存心以忠敬(존심이충경)。

作事以誠敏(작사이성민)。經濟本於周官(경제본어주관)。

出處擬於伊呂(출처의어이려)。傍及藝術星曆兵器籩豆數律(방급예술성력병기변두수률)。博學無方(박학무방)。

其歸則會通於六經(기귀즉회통어륙경)。

折衷於程朱(절충어정주)。此虛子之學也(차허자지학야)。

허자가 말하기를,

“젊었을 적에 성현의 글과 시례(詩禮)의 공부를 익혔고,

커서는 음양(陰陽)의 변화와 인물(人物)의 이치를 탐구하였습니다. 마음을 기르는 데는 충(忠)과 경(敬)으로써 했고 일을 꾀하는 데는 성실과 재빠름으로써 했으며, 경제(經濟 경국제세)는 주관(周官)에 근본 했고 출처(出處 세상에 나오고 물러남)는 이윤(伊尹)과 여상(呂尙)을 본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예술(藝術)과 성력(星曆)과 병기(兵器)와 변두(籩豆)와 수률(數律)에 이르기까지 제한하지 않고 널리 배웠으나 육경(六經)을 표준으로 삼고

정ㆍ주(程朱)의 학설에 절충하였습니다. 이것이 허자가 배운 것입니다.”


實翁曰(실옹왈)。如爾之言(여이지언)。

儒者之學(유자지학)。綱領俱備(강령구비)。

爾且何所不足而問我爲(이차하소부족이문아위)。

爾將竆我以辯乎(이장궁아이변호)。將角我以學乎(장각아이학호)。將試我以章程乎(장시아이장정호)。

실옹이 말하기를,

“너의 말과 같다면 유자(儒者)의 학문에 강령(綱領)이 모두 갖춰진 것인데, 네 또 무엇이 부족해서 나에게 묻느냐?

나를 말로써 궁하게 할 작정인가? 또는 학문으로써 겨룰 셈인가? 아니면 나의 법칙을 시험하려는 것이냐?”


虛子起拜而言曰(허자기배이언왈)。

夫子是何言也(부자시하언야)。

虛子局於謏僿(허자국어소사)。未聞大道(미문대도)。

妄尊如井蛙窺天(망존여정와규천)。

膚識如夏虫談冰(부식여하충담빙)。今見夫子(금견부자)。

心竅開豁(심규개활)。耳目淸快(이목청쾌)。

輸情竭誠(수정갈성)。夫子是何言也(부자시하언야)。

허자가 일어나서 절하고 말하기를,

“부자는 이 무슨 말씀이오. 나는 자질구레한 데 국한되어

큰 도(道)를 듣지 못했기에 우물 안에 개구리가 하늘 엿보듯

종작없이 잘난 체했고, 여름벌레가 얼음을 이야기하듯이 무식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부자를 뵙고 마음이 환히 트이고 이목이 쾌청하여져서 마음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하는 바이온데, 부자께서는 이 무슨 말씀입니까?”


實翁曰(실옹왈)。然(연)。爾儒者也(이유자야)。

先灑掃而後性命(선쇄소이후성명)。

幼學之序也(유학지서야)。

今吾將語爾以大道(금오장어이이대도)。

必將先之以本源(필장선지이본원)。

“그렇다면 너는 유자(儒者)로구나. 쇄소(灑掃: 실천적인 초학 곧 소학 따위)의 학부터 배운 다음에 성명(性命: 인성과 천명을 다루는 학문. 곧 형이상학)의 학을 하는 것이 배움의 차례다.

이제 나는 너에게 대도(大道)를 말하기에 앞서 본원(本源)부터 일러 주리라.


人之所以異於物者(인지소이이어물자)。心也(심야)。

心之所以異於物者(심지소이이어물자)。身也(신야)。

今吾問爾(금오문이)。爾身之異於物者(이신지이어물자)。

必有其說(필유기설)。

사람이 다른 물(物)과 다른 것은 마음이요,

마음이 다른 물(物)과 다른 것은 몸이다.

지금 내가 너에게 묻겠다.

너의 몸이 물(物)과 다른 점을 꼭 이야기하라.”


虛子曰(허자왈)。

語其質則頭圓者天也(어기질즉두원자천야)。

足方者地也(족방자지야)。膚髮者山林也(부발자산림야)。

精血者河海也(정혈자하해야)。雙眼者日月也(쌍안자일월야)。呼吸者風雲也(호흡자풍운야)。

故曰人身小天地也(고왈인신소천지야)。

“그 바탕을 말하오면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발이 모난 것은

땅을, 살과 머리털은 산과 숲을, 피는 하수(河水)나 바다를,

양쪽 눈은 해와 달을, 숨쉬는 것은 바람과 구름을 각각 상징한 것입니다. 때문에 사람의 몸을 일러 소천지(小天地)라 합니다.

語其生則父精母血(어기생즉부정모혈)。感而結胎(감이결태)。月滿而降生(월만이강생)。齒增而智長(치증이지장)。

七竅通明(칠규통명)。五性具足(오성구족)。

此非人身之所以異於物者乎(차비인신지소이이어물자호)。

그 태어남을 말하오면 아비의 정자(精子)와 어미의 혈액이 교감하여 태(胎)를 이루고 달이 차면 나옵니다. 나이가 더해짐에 따라 지혜가 진보하고 일곱 구멍이 모두 밝아지며 다섯 성품이 함께 갖추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곧 사람의 몸이 다른 물과 다른 점이 아닙니까?”

實翁曰(실옹왈)。噫(희)。如爾之言(여이지언)。

人之所以異於物者幾希(인지소이이어물자기희)。

夫髮膚之質(부발부지질)。精血之感(정혈지감)。

草木與人同(초목여인동)。况於禽獸乎(황어금수호)。

“아! 너의 말과 같다면 사람이 물과 다른 점이란 거의 없나니,

대저 털과 살로 된 체질과 정액의 교감은 초목(식물)이나 사람이 같거늘, 하물며 금수(동물)이겠는가?

我復問爾(아부문이)。生之類有三(생지류유삼)。

人也(인야)。禽獸也(금수야)。草木也(초목야)。

草木倒生故有知而無覺(초목도생고유지이무각)。

禽獸橫生(금수횡생)。故有覺而無慧(고유각이무혜)。

三生之類(삼생지류)。坱軋泯棼(앙알민분)。

互相衰旺(호상쇠왕)。抑將有貴賤之等乎(억장유귀천지등호)。

내가 너에게 묻겠다. 생물의 종류는 셋이 있으니,

사람ㆍ금수(동물)ㆍ초목(식물)이 그것이다.

초목은 거꾸로 나는 까닭에 지(知)는 있어도 각(覺)이 없으며,

금수는 가로 나는 까닭에 각은 있어도 지가 없다.

이 삼생(三生)의 종류는 한없이 혼란을 일으키는 바,

서로 망하게 또는 흥하게 하는데, 귀천의 등급이 있는가?”

虛子曰(허자왈)。天地之生(천지지생)。惟人爲貴(유인위귀)。今夫禽獸也草木也(금부금수야초목야)。

無慧無覺(무혜무각)。無禮無義(무례무의)。

人貴於禽獸(인귀어금수)。草木賤於禽獸(초목천어금수)。

“천지간 생물 중에 오직 사람이 귀합니다. 저 금수나 초목은

지혜도 깨달음도 없으며, 예법도 의리도 없습니다.

사람이 금수보다 귀하고 초목이 금수보다 천한 것입니다.”

實翁仰首而笑曰(실옹앙수이소왈)。爾誠人也(이성인야)。

五倫五事(오륜오사)。人之禮義也(인지례의야)。

羣行呴哺(군행구포)。禽獸之禮義也(금수지례의야)。

叢苞條暢(총포조창)。草木之禮義也(초목지례의야)。

以人視物(이인시물)。人貴而物賤(인귀이물천)。

以物視人(이물시인)。物貴而人賤(물귀이인천)。

自天而視之(자천이시지)。人與物均也(인여물균야)。

실옹은 고개를 젖히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너는 진실로 사람이로군. 오륜(五倫)과 오사(五事)는 사람의

예의(禮義)이고, 떼를 지어 다니면서 서로 불러 먹이는 것은 금수의 예의이며, 떨기로 나서 무성한 것은 초목의 예의이다.

사람으로써 물(物)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물이 천하지만 물로써 사람을 보면 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하다.

하늘이 보면 사람이나 물이 마찬가지다.

夫無慧故無詐(부무혜고무사)。無覺故無爲(무각고무위)。

然則物貴於人(연즉물귀어인)。亦遠矣(역원의)。

且鳳翔千仞(차봉상천인)。龍飛在天(용비재천)。

蓍鬯通神(시창통신)。松栢需材(송백수재)。

比之人類(비지인류)。何貴何賤(하귀하천)。

대저 지혜가 없는 까닭에 거짓이 없고 깨달음이 없는 까닭에 하는 짓도 없다. 그렇다면 물이 사람보다 훨씬 귀하다. 또 봉황(鳳凰)은 높이 천 길을 날고 용(龍)은 날아서 하늘에 있으며, 시초(蓍草)와 울금초(鬱金草)는 신을 통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재목으로 쓰인다. 사람의 유와 견주어 어느 것이 귀하고 어느 것이 천하냐?

夫大道之害(부대도지해)。莫甚於矜心(막심어긍심)。

人之所以貴人而賤物(인지소이귀인이천물)。

矜心之本也(긍심지본야)。

대개 대도(大道)를 해치는 것으론 자랑하는 마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물을 천하게 여김은 자랑하는 마음의 근본이다.”

虛子曰(허자왈)。鳳翔龍飛(봉상룡비)。不離禽獸(불리금수)。蓍鬯松栢(시창송백)。不離草木(불리초목)。

仁不足以擇民(인부족이택민)。智不足以御世(지부족이어세)。無服飾儀章之度(무복식의장지도)。

無禮樂兵刑之用(무례악병형지용)。其於人也(기어인야)。

若是班乎(약시반호)。

“봉황이 날고 용이 난다 하지만 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초와 울금초와 소나무와 잣나무는 초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또 그들은 백성에게 혜택을 입힐 인(仁)이 없고, 세상을 다스릴 지(知)가 없으며, 복식(服飾)ㆍ의장(儀章)의 제도와 예악(禮樂)ㆍ병형(兵刑)의 정사도 없거늘, 어찌하여 사람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甚矣(심의)。爾之惑也(이지혹야)。

魚鮪不淰(어유불심)。龍之澤民也(용지택민야)。

鳥雀不獝(조작불휼)。鳳之御世也(봉지어세야)。

雲氣五采(운기오채)。龍之儀章也(용지의장야)。

遍體文章(편체문장)。鳳之服飾也(봉지복식야)。

風霆震剝(풍정진박)。龍之兵刑也(용지병형야)。

高崗和鳴(고강화명)。鳳之禮樂也(봉지례악야)。

蓍鬯(시창)。廟社之寶用(묘사지보용)。松栢(송백)。

棟樑之重器(동량지중기)。

“너의 미혹이 너무도 심하구나. 물고기를 놀라게 하지 않음은

백성을 위한 용의 혜택이며, 참새를 겁나게 하지 않음은 봉황의

세상 다스림이다. 다섯 가지 채색 구름은 용의 의장이요, 온몸에 두루한 문채는 봉황의 복식이며, 바람과 우레가 떨치는 것은 용의 병형(兵刑)이고, 높은 언덕에서 화한 울음을 우는 것은 봉황의

예악(禮樂)이다. 시초와 울금초는 종묘제사[廟社]에서 귀하게 쓰이며, 소나무와 잣나무는 량(棟樑)의 귀중한 재목이다.

是以古人之澤民御世(시이고인지택민어세)。

未嘗不資法於物(미상불자법어물)。君臣之儀(군신지의)。

盖取諸蜂(개취제봉)。兵陣之法(병진지법)。

盖取諸蟻(개취제의)。禮節之制(예절지제)。

盖取諸拱鼠(개취제공서)。網罟之設(망고지설)。

盖取諸蜘蛛(개취제지주)。故曰聖人師萬物(고왈성인사만물)。今爾曷不以天視物(금이갈불이천시물)。

而猶以人視物也(이유이인시물야)。

이러므로 옛사람이 백성에게 혜택을 입히고 세상을 다스림에는 물(物)에 도움받지 않음이 없었다. 대체로 군신(君臣)간의 의리는 벌[蜂]에게서, 병진(兵陣)의 법은 개미[蟻]에게서, 예절(禮節)의 제도는 박쥐[拱鼠]에게서, 그물 치는 법은 거미[蜘跦]에게서 각각 취해 온 것이다. 까닭에 ‘성인(聖人)은 만물(萬物)을

스승으로 삼는다.’ 하였다. 그런데 너는 어찌해서 하늘의 입장에서 만물을 보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입장에서 만물을 보느냐?”

虛子矍然大悟(허자확연대오)。又拜而進曰(우배이진왈)。

人物之無分(인물지무분)。敬聞命矣(경문명의)。

請問人物有生之本(청문인물유생지본)。

허자가 크게 깨닫고 두려운 모습으로 다시 절하고 다가서서 말하기를,

“사람과 물이 등분이 없다는 것은 삼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람과 만물의 생긴 근본을 감히 묻나이다.”하니,

實翁曰(실옹왈)。善哉問也(선재문야)。雖然(수연)。

人物之生(인물지생)。本於天地(본어천지)。

吾將先言天地之情(오장선언천지지정)。

실옹이 말하기를,

“좋은 물음이다. 그렇지만 사람과 만물이 생긴 것은 천지에 근본했으니, 내가 천지의 실정부터 이야기하리라.”

太虛寥廓(태허요곽)。充塞者氣也(충새자기야)。

無內無外(무내무외)。無始無終(무시무종)。

積氣汪洋(적기왕양)。凝聚成質(응취성질)。

周布虛空(주포허공)。旋轉停住(선전정주)。

所謂地月日星是也(소위지월일성시야)。

태허(太虛)는 본디 고요하고 비었으며, 가득히 차 있는 것은

기(氣)다. 안도 없고 바깥도 없으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데,

쌓인 기가 일렁거리고 엉켜 모여서 형체를 이루며 허공(虛空)에 두루 퍼져서 돌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나니 곧 땅과 달과 해와 별이 이것이다.

夫地者(부지자)。水土之質也(수토지질야)。

其體正圓(기체정원)。旋轉不休(선전불휴)。

渟浮空界(정부공계)。

萬物得以依附於其面也(만물득이의부어기면야)。

대저 땅이란 그 바탕이 물과 흙이며, 그 모양은 둥근데

공계(空界)에 떠서 쉬지 않고 돈다.

온갖 물(物)은 그 겉에 의지하여 사는 것이다.”하였다.

虛子曰(허자왈)。古人云天圓而地方(고인운천원이지방)。

今夫子言地體正圓(금부자언지체정원)。何也(하야)。

“옛사람이 이르기를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 하였는데,

지금 부자는 ‘땅의 체(體)가 둥글다.’ 함은 무엇입니까?”

實翁曰(실옹왈)。甚矣(심의)。人之難曉也(인지난효야)。

萬物之成形(만물지성형)。有圓而無方(유원이무방)。

况於地乎(황어지호)。

“심하다. 너의 둔함이여! 온갖 물의 형체가 다 둥글고 모난 것이 없는데 하물며 땅이랴!

月掩日而蝕於日(월엄일이식어일)。蝕體必圜(식체필환)。

月體之圜也(월체지환야)。地掩日而蝕於月(지엄일이식어월)。蝕體亦圜(식체역환)。地體之圜也(지체지환야)。

然則月蝕者(연즉월식자)。地之鑑也(지지감야)。

見月蝕而不識地圜(견월식이불식지환)。

是猶引鑑自照而不辨其面目也(시유인감자조이불변기면목야)。不亦愚乎(불역우호)。

달이 해를 가리울 때는 일식(日蝕)이 되는데 가리워진 체(體)가 반드시 둥근 것은 달의 체가 둥근 때문이며, 땅이 해를 가리울 때 월식(月蝕)이 되는데 가리워진 체가 또한 둥근 것은 땅의 체가

둥글기 때문이다. 그러니 월식은 땅이 거울이다. 월식을 보고도 땅이 둥근 줄을 모른다면 이것은 거울로 자기 얼굴을 비추면서

그 얼굴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어리석지 않느냐?

昔者曾子有言曰(석자증자유언왈)。天圓而地方(천원이지방)。是四角之不相掩也(시사각지불상엄야)。

此其言有自來矣(차기언유자래의)。

옛날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난다.’ 하였으나, 이것은 사각(四角)을 서로 가리워낼 수 없는 것인데

그 말만은 여기서 유래된 것이었다.

夫天圓而地方者(부천원이지방자)。或言其德也(혹언기덕야)。且爾與其信古人傳記之言(차이여기신고인전기지언)。

豈若從現前目訂之實境也(기약종현전목정지실경야)。

대개 하늘이 둥글고 땅이 모난다는 것을 어떤 자는 천지의 덕을

말한 것이라 하였다. 또 너도 옛사람이 전해 기록한 말을 믿는 것이 어찌 직접 목도하여 실증하기만 하겠느냐?

苟地之方也(구지지방야)。四隅八角六面均平(사우팔각륙면균평)。邊際阧絶(변제두절)。如立墻壁(여립장벽)。

爾見如此(이견여차)。

진실로 땅이 둥글다면 사우(四隅)ㆍ팔각(八角)ㆍ육면(六面)이 모두 평면이고 변두리는 낭떨어지로 되어 마치 담이나 벽처럼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가?”

虛子曰然(허자왈연)。

“그렇게 봅니다.”

實翁曰(실옹왈)。然則河海之水(연즉하해지수)。

人物之類(인물지류)。萃居一面歟(췌거일면여)。

抑布居六面歟(억포거륙면여)。

“그렇다면 하해(河海)의 물과 인물(人物)의 유가 한 면(面)에만 모여 살고 있는가. 아니면 육면에 퍼져서 있다는 거냐?”

虛子曰(허자왈)。萃居上面爾(췌거상면이)。盖旁面不可橫居(개방면불가횡거)。下面不可倒居也(하면불가도거야)。

“윗면에만 모여 있습니다. 왜냐하면 옆면에서 가로 살 수 없고

밑면에서 거꾸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實翁曰(실옹왈)。然則居不可橫倒(연즉거불가횡도)。

豈不以墜下歟(기불이추하여)。

“그렇다면 가로 살 수 없고 거꾸로 살 수 없다는 것은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虛子曰然(허자왈연)。

“그렇습니다.”

實翁曰(실옹왈)。然則人物之微(연즉인물지미)。

尙已墜下(상이추하)。大塊之重(대괴지중)。

何不墜下(하불추하)。

“그렇다면, 인이나 물같은 미세한 것도 밑으로 떨어지는데,

어찌해서 무거운 땅덩이는 밑으로 떨어지지 않느냐?”

虛子曰(허자왈)。氣以乘載也(기이승재야)。

“기(氣)로써 타고 싣기 때문입니다.”하니,

實翁厲聲曰(실옹려성왈)。君子論道(군자론도)。

理屈則服(리굴즉복)。小人論道(소인론도)。

辭屈則遁(사굴즉둔)。水之於舟也(수지어주야)。

虛則載實則臭(허즉재실즉취)。氣之無力也(기지무력야)。

能載大塊乎(능재대괴호)。

실옹은 거칠은 목소리로 말하기를,

“군자(君子)는 도(道)를 논하다가 이치에 딸리면 항복하고,

소인(小人)은 도를 논하다가 말에 꿀리면 꾸며댄다.

물이 배[丹]를 실음에 있어 배가 비면 싣고 꽉 차면 가라앉힌다면 기(氣)는 힘이 없는 것인데, 능히 큰 땅덩이를 실을 수 있느냐?

今爾膠於舊聞(금이교어구문)。狃於勝心(뉴어승심)。

率口而禦人(솔구이어인)。求以聞道(구이문도)。

不亦左乎(불역좌호)。

지금 너는 과거의 들음에 집착하고 이기려는 마음에 젖어 있어

입을 앞세워 남을 막으려고 하니, 도를 얻음에 있어 잘못됨이 아닌가?

邵堯夫達士也(소요부달사야)。求其理而不得(구기리이불득)。乃曰天依於地(내왈천의어지)。地附於天(지부어천)。

曰地附於天則可(왈지부어천즉가)。曰天依於地則渾渾太虛(왈천의어지즉혼혼태허)。其依於一土塊乎(기의어일토괴호)。

소요부(邵堯夫)는 이치에 통달한 선비였다. 그런데 그는 이치를 구하다가 깨닫지 못하고 말하기를 ‘하늘은 땅에 의존하고 땅은

하늘에 의존한다.’고 하였다. 땅이 의존한다는 것은 가하거니와, 하늘이 땅에 의지하다니, 크고 넓은 하늘이 어찌 흙덩이에 의지한단 말이냐?

且地之不墜(차지지불추)。自有其勢(자유기세)。

不係於天(불계어천)。堯夫知不及此(요부지불급차)。

則强爲大言(즉강위대언)。以欺一世(이기일세)。

是堯夫之自欺也(시요부지자기야)。

뿐만 아니라, 땅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스스로 그러한 힘이 있음이지 하늘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 요부(堯夫)는 이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억지로 장담하여 한 세상을 속였으니,

이는 요부가 그의 스스로를 속인 것이다.”하자,

虛子拜而對曰(허자배이대왈)。虛子失辭(허자실사)。

敢不知罪(감불지죄)。雖然(수연)。羽毛之輕(우모지경)。

莫不墜下(막불추하)。大塊之重(대괴지중)。

終古不墜(종고불추)。何也(하야)。

허자가 절하고 대답하기를,

“허자가 잘못한 죄를 어찐 감히 모르리까? 그러나 새의 깃이나

짐승의 털처럼 가벼운 것도 모두 밑으로 떨어지는데 무거운 땅덩이가 지금껏 떨어지지 않음은 무슨 까닭입니까?”

實翁曰(실옹왈)。膠舊聞者(교구문자)。

不可與語道(불가여어도)。狃勝心者(뉴승심자)。

不可與爭口(불가여쟁구)。爾欲聞道(이욕문도)。

濯爾舊聞(탁이구문)。祛爾勝心(거이승심)。

虛爾中愨爾口(허이중각이구)。我其有隱乎哉(아기유은호재)。

실옹은 말하기를,

“옛날의 들음에 집착한 자와 더불어 도(道)를 이야기할 수 없고, 이길 마음에 버릇된 자와 더불어 언쟁할 수 없다.

도를 들으려거든 너의 옛날의 들음을 씻어버리고 너의 이기려는 마음을 버리라. 마음을 비우고 입을 삼가는데 내 어찌 숨기겠느냐?

夫渾渾太虛(부혼혼태허)。六合無分(육합무분)。

豈有上下之勢哉(기유상하지세재)。

대저 크고 넓은 하늘[太虛]은 육합(六合)의 구분도 없는데

어찌 위와 아래가 있겠느냐?

爾且言之(이차언지)。爾足墜於地(이족추어지)。

爾首不墜於天(이수불추어천)。何也(하야)。

또 대답해 보라. 네 발은 땅에 떨어지는데 네 머리는 하늘에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냐?”

虛子曰(허자왈)。此上下之勢也(차상하지세야)。

“이것은 위와 아래의 형세가 그렇게 된 때문입니다.”

實翁曰然(실옹왈연)。

我又問爾(아우문이)。爾胸不墜於南(이흉불추어남)。

爾背不墜於北(이배불추어북)。左膞不墜於東(좌전불추어동)。右膞不墜於西(우전불추어서)。何也(하야)。

“그렇다. 내가 또 너에게 묻겠다. 너의 가슴이 남쪽으로 떨어지지 아니하고 너의 등이 북쪽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너의 왼쪽 어깨도 동쪽으로 떨어지지 아니하고 오른쪽 어깨가 서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하였다.

虛子笑曰(허자소왈)。此無南北之勢(차무남북지세)。

亦無東西之勢也(역무동서지세야)。

허자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는 남쪽ㆍ북쪽과 동쪽ㆍ서쪽엔 그러한 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하니,

實翁笑曰(실옹소왈)。穎悟哉(영오재)。

可與語道也(가여어도야)。

今夫地日月星之無上下(금부지일월성지무상하)。

亦猶爾身之無東西與南北也(역유이신지무동서여남북야)。

실옹도 웃고 말하기를,

“총명하다. 더불어 도(道)를 이야기할 만하다.

이제 이 땅과 해와 달과 별의 상하가 없는 것은 또한 너의 몸에

동ㆍ서와 남ㆍ북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且人莫不恠夫地之不墜(차인막불괴부지지불추)。

獨不恠夫日月星之不墜(독불괴부일월성지불추)。

何也(하야)。

또 이 땅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데는 누구나 괴이하게 여기면서 해ㆍ달ㆍ별이 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음은 어째서인가?

夫日月星(부일월성)。升天而不登(승천이불등)。

降地而不崩(강지이불붕)。懸空而長留(현공이장류)。

太虛之無上下(태허지무상하)。其跡甚著(기적심저)。

世人習於常見(세인습어상견)。不求其故(불구기고)。

苟求其故(구구기고)。地之不墜(지지불추)。

不足疑也(부족의야)。

대저 해와 달과 별은 하늘로 올라가도 오르는 것이 아니며 땅으로 내려와도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달리어 항상 머물러 있다. 하늘이 상하가 없는 것은 분명한데도 세상 사람들은 일상 소견에 젖어 있어 그 까닭을 찾아보지 않는다. 진실로 그 까닭을 찾아보면 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夫地塊旋轉(부지괴선전)。一日一周(일일일주)。

地周九萬里(지주구만리)。一日十二時(일일십이시)。

以九萬之濶(이구만지활)。趍十二之限(추십이지한)。

其行之疾(기행지질)。亟於震電(극어진전)。

急於炮丸(급어포환)。地旣疾轉(지기질전)。

虛氣激薄(허기격박)。閡於空而湊於地(애어공이주어지)。

於是有上下之勢(어시유상하지세)。

此地面之勢也(차지면지세야)。

遠於地則無是勢也(원어지즉무시세야)。

대저 땅덩이는 하루 동안에 한 바퀴를 도는데, 땅 둘레는 9만 리이고 하루 시간은 12시간이다. 9만 리 넓은 둘레를 12시간에 도니, 번개나 포탄보다도 더 빠른 셈이다.

땅이 이미 빨리 돌매 하늘 기(氣)와 격하게 부딪치며 허공에서

쌓이고 땅에서 모이게 되니, 이리하여 상하의 세력이 있게 되는데 이것이 지면(地面)의 세력이다. 땅에서 멀다면 이런 세력이 없을 것이다.

且磁石吸鐵(차자석흡철)。琥珀引芥(호박인개)。

本類相感(본류상감)。物之理也(물지리야)。

또는 자석(磁石)은 무쇠를 당기고 호박(琥珀)은 지푸라기를 끌어당기게 되니, 근본이 같은 것끼리 서로 작용함은 물(物)의 이치다.

是以火之上炎(시이화지상염)。本於日也(본어일야)。

潮之上湧(조지상용)。本於月也(본어월야)。

萬物之下墜(만물지하추)。本於地也(본어지야)。

이러므로 불꽃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해에 근본한 때문이요,

조수(潮水)가 위로 솟는 것은 달에 근본한 때문이며,

온갖 물(物)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땅에 근본한 때문이다.

今人見地面之上下(금인견지면지상하)。

妄意太虛之定勢而不察周地之拱湊

(망의태허지정세이불찰주지지공주)。不亦陋乎(불역루호)。

지금 사람은 지면(地面)의 상하만 보고 망령되이 하늘의 정해진 세력을 짐작하면서 땅 둘레에 모이는 기(氣)는 살피지 않으니,

또한 좁은 소견이 아니냐?

且曰(차왈)。河海之水(하해지수)。人物之類(인물지류)。

萃居一面也(췌거일면야)。是夷夏數萬里(시이하수만리)。

遠近均平(원근균평)。夫泰山巨嶽(부태산거악)。

海外國土(해외국토)。升高測望(승고측망)。

可以一覽而盡之(가이일람이진지)。其果然乎(기과연호)。

또 모두 이르기를 ‘하해(河海)의 물과 인물(人物)의 무리가 한

면(面)에 모여 살게 되고 이ㆍ하(夷夏 오랑캐와 중국)의 수만 리가 먼 데나 가까운 데나 고루 판판한 바,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면 저 태산(泰山)과 거악(巨嶽)과 해외에 있는 나라끼리도 한번

보아 다 알 수 있다.’ 하는데 과연 그런가?”

虛子曰(허자왈)。竊常聞之(절상문지)。

此人視有限也(차인시유한야)。理或如是(리혹여시)。

“일찍이 사람의 눈은 한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치로 보아 혹 그럴지도 모릅니다.”

實翁曰(실옹왈)。人視固有限也(인시고유한야)。

雖然(수연)。

海行則日月出於海而入於海(해행즉일월출어해이입어해)。

野望則日月出於野而入於野(야망즉일월출어야이입어야)。

天接於海野(천접어해야)。無所障礙(무소장애)。

視限之說(시한지설)。不可行矣(불가행의)。

실옹이 말하기를,

“사람의 눈이란 진실로 한도가 있는 것이다. 비록 그러하나 바다에서 보면 해와 달이 바다에서 나왔다가 바다로 들어가 보이고,

들에서 바라보면 해와 달이 들에서 나왔다가 들로 들어가 보인다. 하늘은 바다와 맞닿고 들은 막힘이 없으니 ‘눈은 한도가 있다.’는 말은 될 수 없다.

量地準於測天(양지준어측천)。測天本於兩極(측천본어량극)。測天之術(측천지술)。有經有緯(유경유위)。

是以垂線而仰測其直線之度(시이수선이앙측기직선지도)。

命之曰天頂(명지왈천정)。距極近遠(거극근원)。

命之曰幾何緯度(명지왈기하위도)。

땅 측량은 하늘 측량에 표준하고, 하늘 측량은 남북 양극(兩極)에 근본한다. 하늘 측량하는 방법에 날[經]과 씨[緯]가 있다.

이러므로 선(線)을 드리워 놓고 그 직선(直線)의 도수[度]를

우러러 측량하는 것을 일러 천정(天頂)이라 하고, 극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측량하는 것을 기하 위도(幾何緯度)라 한다.

今中國舟車之通(금중국주차지통)。北有鄂羅(북유악라)。

南有眞臘(남유진랍)。鄂羅之天頂(악라지천정)。北距北極爲二十度(북거북극위이십도)。眞臘之天頂(진랍지천정)。

南距南極爲六十度(남거남극위륙십도)。

兩頂相距爲九十度(양정상거위구십도)。

兩地相距爲二萬二千五百里(양지상거위이만이천오백리)。

是以鄂羅之人(시이악라지인)。以鄂羅爲正界(이악라위정계)。以眞臘爲橫界(이진랍위횡계)。眞臘之人(진랍지인)。

以眞臘爲正界(이진랍위정계)。以鄂羅爲橫界(이악라위횡계)。

지금 중국에서 배와 수레가 통하는 곳으로, 북쪽에 악라(鄂羅러시아)가 있고 남쪽에 진랍(眞臘캄보디아)이 있다. 악라의 천정은 북쪽으로 북극(北極)과의 거리가 20도(度)요, 진랍의 천정은

남쪽으로 남극(南極)과의 거리가 60도(度)가 되며, 두 천정의

상거(相距)는 90도가 되고 두 지역의 상거는 2만 2천 5백 리가

된다. 이러므로, 악라 사람은 악라로써 정계(正界)를 삼고 진랍으로써 횡계(橫界)를 삼으며, 진랍 사람은 진랍으로써 정계를 삼고 악라로써 횡계를 삼는다.

且中國之於西洋(차중국지어서양)。經度之差(경도지차)。

至于一百八十(지우일백팔십)。中國之人(중국지인)。

以中國爲正界(이중국위정계)。以西洋爲倒界(이서양위도계)。西洋之人(서양지인)。以西洋爲正界(이서양위정계)。

以中國爲倒界(이중국위도계)。其實戴天履地(기실대천리지)。隨界皆然(수계개연)。無橫無倒(무횡무도)。

均是正界(균시정계)。

또 중국은 서앙(西洋)에 대히서 경도(經度)의 차이가 1백 80도에 이르는데, 중국 사람은 중국을 정계로 삼고 서양으로써 도계(倒界)를 삼으며, 서양 사람은 서양을 정계로 삼고 중국으로써 도계를 삼는다. 그러나 실에 있어서는 하늘을 이고 땅을 밟는 사람으로서 지역에 따라 다 그러하니, 횡(橫)이나 도(倒)할 것 없이 다

정계다.

世之人(세지인)。安於故常(안어고상)。

習而不察(습이불찰)。理在目前(리재목전)。

不曾推索(불증추색)。終身戴履(종신대리)。

昧其情狀(매기정상)。惟西洋一域(유서양일역)。

慧術精詳(혜술정상)。測量該悉(측량해실)。

地球之說(지구지설)。更無餘疑(경무여의)。

세상 사람은 옛 습관에 안착하여, 살피지 않는다.

이치가 눈앞에 있는데도 일찍이 연구하여 찾지 않는 때문에

일평생을 하늘을 이고 땅을 밟건만 그 심정과 현상에 캄캄하다.

오직 서양 어떤 지역은 지혜와 기술이 정밀하고 소상하여 측량에 있어서는 해박하고 자세하다. 땅을 지구(地球)라고 하는 설은

다시 의심할 여지도 없다. “

虛子曰(허자왈)。地球之體(지구지체)。上下之勢(상하지세)。謹聞命矣(근문명의)。敢問地體旋轉(감문지체선전)。

如是飈疾(여시표질)。虛氣激薄(허기격박)。其力必猛(기력필맹)。人物之不靡仆(인물지불미부)。何也(하야)。

“지구의 체와 상하의 세력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신대로 믿겠습니다. 감히 묻건대, 땅덩어리의 회전이 그처럼 빠르고, 부딪는 기운도 그처럼 격렬하다면 그 힘이 반드시 맹렬할 터인데, 사람이나

다른 사물이 쓰러지고 넘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實翁曰(실옹왈)。萬物之生(만물지생)。各有氣以包之(각유기이포지)。體有小大(체유소대)。包有厚薄(포유후박)。

有如鳥卵(유여조란)。黃白相附(황백상부)。

실옹이 말하기를,

“온갖 물(物)이 생겨날 때는 모두 기(氣)가 있어, 그것이 휩싸고 있기 때문이다. 체(體)는 크기가 있고 기(氣)는 두께가 있으니,

마치 새알의 노른자의 흰자가 서로 붙어 있는 것과 같다.

地體旣大(지체기대)。包氣亦厚(포기역후)。

籠絡經持(농락경지)。搏成一丸(박성일환)。

旋轉于空(선전우공)。磨盪虛氣(마탕허기)。

兩氣之際(량기지제)。激薄飈疾(격박표질)。

術士測之(술사측지)。認以罡風(인이강풍)。

過此以外(과차이외)。渾渾淸靜(혼혼청정)。

땅은 덩어리도 크거니와, 싸고 있는 기운 또한 두껍다.

이것이 엉켜 뭉쳐져 하나의 공 모양을 이루어서 허공에서 돌게

된다. 천지의 두 기(氣)가 같고 비비는 즈음에 서로 빨리 부딪치는 것을 술사(術士)는 측량하여 강풍(罡風)이라 한다.

이 바깥은 크고 넓고 깨끗하고 고요할 뿐이다.

兩氣相薄(양기상박)。內湊於地(내주어지)。

如江河之涯(여강하지애)。激作匯洑(격작회보)。

上下之勢所由成也(상하지세소유성야)。

천지의 두 기가 서로 부딪쳐 땅으로 모이는데 마치 강과 하수의 물이 낭떠러지에 떨어져 소용돌이를 이루듯 한다.

상하의 세력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若飛鳥之㢠翔(약비조지형상)。雲氣之舒卷(운기지서권)。

如魚龍在水(여어룡재수)。如土鼠行地(여토서행지)。

涵泳於湊氣(함영어주기)。無慮其靡仆(무려기미부)。

况人物之附於地面乎(황인물지부어지면호)。

마치 새가 공중에서 날고 구름은 피어나며 걷혀 물고기와 용은

물에서 놀고 쥐는 땅으로 다니듯, 모여진 기(氣)에서 활동하여

넘어지거나 쓰러질 염려가 없거늘, 하물며 지면에 붙어 있는 인ㆍ물이겠는가?

且爾不思甚矣(차이불사심의)。地轉天運(지전천운)。

其勢一也(기세일야)。若積氣驅走(약적기구주)。

猛於飈颶(맹어표구)。人物靡仆(인물미부)。

必將倍甚(필장배심)。譬如蟻附磨輪(비여의부마륜)。

疾轉而不悟(질전이불오)。遇風而靡(우풍이미)。

無恠於天運(무괴어천운)。而疑之於地轉(이의지어지전)。

不思甚矣(불사심의)。

또 너는 너무도 생각지 못하는구나.

지구가 돌고 하늘이 운행함은 그 형세가 같은 것이다.

만약 쌓여진 기(氣)의 달림이 회오리바람보다 더 사납다면 인ㆍ물의 쓰러지고 넘어짐이 반드시 갑절이나 될 것이다.

개미가 맷돌에 붙어 빨리 돌다가 바람을 만나 쓰러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하늘의 운행은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땅의 회전에만 의심하니, 생각의 못 미침이 심하도다.”

虛子曰(허자왈)。雖然(수연)。西洋之精詳(서양지정상)。

旣云天運而地靜(기운천운이지정)。孔子(공자)。

中國之聖人也(중국지성인야)。亦曰天行健(역왈천행건)。

然則彼皆非歟(연칙피개비여)。

“그러나 서양 사람의 정밀하고 자세함은 이미 ‘하늘은 운행하고 땅은 고요하다.’고 하였고, 중국의 성인(聖人) 공자께서도 또한 ‘하늘의 운행은 굳세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말들은

모두 잘못입니까?”

實翁曰(실옹왈)。善哉問(선재문)。民可使由之(민가사유지)。不可使知之(불가사지지)。君子從俗而設敎(군자종속이설교)。智者從宜而立言(지자종의이립언)。地靜天運(지정천운)。人之常見也(인지상견야)。無害於民義(무해어민의)。

無乖於授時(무괴어수시)。因以制治(인이제치)。

不亦可乎(불역가호)。

“좋도다. 너의 물음이여! 백성은 이치대로 말미암도록은 할 수

있어도 이치를 알도록 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니, 군자(君子)는 풍속에 따라 가르침을 베풀고, 지혜로운 자는 알맞음을 좇아 세상에 말을 세울[立言] 뿐이다. 땅은 고요하고 하늘이 운행한다는 말은 사람들의 평범한 견해로 백성의 뜻에 해로울 것 없고 책력(冊曆)을 만들어 반포하는데도 어그러질 것이 없으니, 이로 인해

다스림을 마련하는 것이 또한 가하지 않겠느냐?

在宋張子厚微發此義(재송장자후미발차의)。洋人亦有以舟行岸行(양인역유이주행안행)。推說甚辨(추설심변)。及其測候(급기측후)。專主天運(전주천운)。便於推步也(편어추보야)。

송(宋) 나라 장자후(張子厚)가 이 뜻을 조금 발명했으며 서양

사람도 또한 주행안행설(舟行岸行說)로써 추설(推說)하였는데, 매우 분명하다. 그 측후(測候)에 있어서는 오로지 천운(天運)설을 주로 하는 것이 추보(推步)하기에 편리하다.

其天運地轉(기천운지전)。其勢一也(기세일야)。

無用分說(무용분설)。惟九萬里之一周(유구만리지일주)。

飈疾如此(표질여차)。彼星辰之去地(피성신지거지)。

纔爲半徑(재위반경)。猶不知爲幾千萬億(유불지위기천만억)。况星辰之外(황성신지외)。又有星辰(우유성신)。

그러나 하늘이 운행하는 것과 땅이 회전하는 것은 그 형세가 마찬가지며 나누어 말할 필요가 없다. 오직 9만 리를 한 바퀴 도는데 빠르기가 이와 같다. 저 성계(星界)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겨우 반경(半徑) 밖에 되지 않는데도 오히려 몇 천만 억인지도 알 수

없거늘, 더구나 성계 밖에도 또 별들[星辰]이 있음에랴?

空界無盡(공계무진)。星亦無盡(성역무진)。

語其一周(어기일주)。遠已無量(원이무량)。

一日之間(일일지간)。想其行疾(상기행질)。

震電炮丸(진전포환)。擬議不及(의의불급)。

此巧曆之所不能計(차교력지소불능계)。

至辯之所不能說(지변지소불능설)。

天運之無理(천운지무리)。不足多辨(부족다변)。

공계(空界)도 다함이 없으면 별들도 또한 다함이 없으니,

그 한 바퀴를 말한다 하더라도 먼 거리는 이미 한량이 없다.

하루 동안에 그 도는 빠름을 생각해 본다면 번개나 포탄의 빠름으로도 여기에 견줄 수 없다. 이것은 추수(推數)를 잘하는 자도

능히 계산할 수 없고 말을 잘하는 자도 능히 이야기할 수 없다.

하늘이 운행한다는 설이 이치에 맞지 않음은 여러 말이 필요하지 않다.

且吾問爾(차오문이)。世人談天地(세인담천지)。

豈不以地界爲空界之正中(기불이지계위공계지정중)。

三光之所包歟(삼광지소포여)。

또 내가 너에게 묻겠다. 세상 사람들은 천지를 이야기함에 있어

지계(地界:지구)가 공계(空界)의 중심이 되며, 삼광(三光: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 빛을 이르는 말. 특히 별은 북두칠성을 이른다)의 두루 싸인 바가 되어 있다고 말하지 않느냐?”

虛子曰(허자왈)。七政包地(칠정포지)。測候有據(측후유거)。地之正中(지지정중)。宜若無疑然(의약무의연)。

허자가 말하였다. “칠정(七政)[오늘날의 태양계에 속한 천체와 비슷함. 망원경이 나오기 전에 하늘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임이

관측된 천체들로서, 해,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일곱 천체를 말한다. 이때까지 천왕성, 해왕성 등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 땅을 둘러싸고 있음은 관측으로 얻은 근거가 있으니, 땅이 (공계의) 정중앙임은 마땅히 의심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實翁曰(실옹왈)。不然(불연)。滿天星宿(만천성숙)。

無非界也(무비계야)。自星界觀之(자성계관지)。

地界亦星也(지계역성야)。無量之界(무량지계)。

散處空界(산처공계)。惟此地界(유차지계)。

巧居正中(교거정중)。無有是理(무유시리)。

실옹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하늘은 별들로 가득 차있고,

그 나름대로 세계 아닌 것이 없다. 성계(星界)[천체들이 서로

의존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이루고 있는 우주 공간의 세계]에서

보면 지계(地界) 또한 하나의 별일 뿐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공계(空界)에 서로 흩어져 있는데, 오직 이 지계(地界)만이 교묘하게 (공계의) 정중앙에 있다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이다.

是以無非界也(시이무비계야)。無非轉也(무비전야)。

衆界之觀(중계지관)。同於地觀(동어지관)。

各自謂中(각자위중)。各星衆界(각성중계)。

그러므로 저마다 세계 아닌 것이 없고, 회전하지 않는 것이 없다. 뭇 세계에서 보면 땅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각기 스스로를 중앙이라 하고 다른 별들을 뭇 세계라 한다.

若七政包地(약칠정포지)。地測固然(지측고연)。

以地謂七政之中則可(이지위칠정지중즉가)。

謂之衆星之正中則坐井之見也(위지중성지정중즉좌정지견야)。

칠정(七政)이 땅을 둘러싸고 있다고 하는데, 땅에서 관측하면

물론 그러하다. 그러므로 땅을 칠정의 중앙이라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뭇 별들의 정중앙이라 하는 것은 우물 속에 앉아 있는

자의 소견이다.

是以七政之體(시이칠정지체)。自轉如車輪(자전여차륜)。

周包如磨驢(주포여마려)。自地界觀之(자지계관지)。

近地而人見大者(근지이인견대자)。謂之日月(위지일월)。

遠地而人見小者(원지이인견소자)。謂之五星(위지오성)。

其實俱星界也(기실구성계야)。

이에 칠정의 천체는 수레바퀴처럼 자전(自轉)하면서 연자방아에 매인 나귀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것을 지계(地界)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땅에서 가까이 있어 사람 눈에 크게 보이는 것들을 일러 태양과 달이라 하고, 땅에서 멀리 있어 사람 눈에 작게

보이는 것들을 일러 다섯 별이라 한다.

하지만 사실은 모두 성계(星界)이다.

盖五緯包日而以日爲心(개오위포일이이일위심)。

日月包地而以地爲心(일월포지이이지위심)。

金水近於日(금수근어일)。故地月在包圈之外(고지월재포권지외)。三緯遠於日(삼위원어일)。故地月在包圈之內(고지월재포권지내)。金水之內(금수지내)。數十小星(수십소성)。

並心於日(병심어일)。三緯之旁(삼위지방)。

四五小星(사오소성)。並心於各緯(병심어각위)。

地觀如是(지관여시)。各界之觀(각계지관)。

可類而推(가류이추)。

오위(五緯)[지구에 가까운 다섯 개의 행성.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가 태양을 둘러싸고 있으니 태양이 그 중심이 되고, 태양과 달이 땅을 둘러싸고 있으니 땅이 그 중심이 된다.

금성과 수성은 태양과 가까우므로 땅과 달은 (금성과 수성의)

궤도권의 바깥에 있다. 삼위(三緯)[화성, 목성, 토성.]는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땅과 달은 (삼위의) 궤도권 안쪽에 있다. [중국을 통해 전래된 튀코 브라헤의 우주론이다. 태양과 달은 지구 주위를 돌고, 나머지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돈다. 수성과 금성의 궤도는 태양과 달 사이에 있고, 나머지 행성들의 궤도는 달 바깥에

있다..] 금성과 수성 안쪽의 작은 별 수십 개는 모두 태양을 중심으로 하고, 삼위 주변의 작은 별 네댓 개는 모두 각 천체를 중심으로 한다[화성, 목성, 토성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을 말한다.

실제 화성은 2개, 목성은 67개, 토성은 62개의 위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땅에서 보이는 모습이 이러하니 다른 각 세계에서 보이는 모습은 이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是以地爲兩曜之中而不得爲五緯之中

(시이지위양요지중이부득위오위지중)。

日爲五緯之中而不得爲衆星之正中

(일위오위지중이부득위중성지정중)。

日且不得爲正中(일차부득위정중)。况於地乎(황어지호)。

따라서 땅은 양요(兩曜)[칠정을 칠요(七曜)라고도 하는데,

그 중 가장 밝은 태양과 달을 말한다.]의 중심은 될 수 있지만

오위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태양은 오위의 중심은 될 수 있지만 뭇별들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태양도 중심이 될 수 없는데 하물며 땅은 어떠하겠는가?”

虛子曰(허자왈)。地之非中(지지비중)。

謹聞命矣(근문명의)。敢問銀河何界也(감문은하하계야)。

實翁曰(실옹왈)。銀河者(은하자)。叢衆界以爲界(총중계이위계)。旋規於空界(선규어공계)。成一大環(성일대환)。

環中多界(환중다계)。千萬其數(천만기수)。

日地諸界(일지제계)。居其一爾(거기일이)。

是爲太虛之一大界也(시위태허지일대계야)。

雖然(수연)。地觀如是(지관여시)。

地觀之外如河界者(지관지외여하계자)。

不知爲幾千萬億(불지위기천만억)。

不可憑我渺眼(불가빙아묘안)。

遽以河爲第一大界也(거이하위제일대계야)。

是以有明界有暗界有溫界有冷界(시이유명계유암계유온계유랭계)。近明界者(근명계자)。受明以爲明(수명이위명)。

近溫界者(근온계자)。受溫以爲溫(수온이위온)。

明溫者日界也(명온자일계야)。

暗冷者地月也(암랭자지월야)。暗冷而爲明溫者(암랭이위명온자)。地月之近日而受之者也(지월지근일이수지자야)。

虛子曰(허자왈)。衆星皆界也(중성개계야)。

各界之形色情狀(각계지형색정상)。

可得悉聞歟(가득실문여)。

實翁笑曰(실옹소왈)。邵堯夫謂天地有開闢也(소요부위천지유개벽야)。以一元十二萬九千六百年(이일원십이만구천륙백년)。爲開闢之限(위개벽지한)。自以爲大觀也(자이위대관야)。世人亦期之以大觀也(세인역기지이대관야)。

爾爲何哉(이위하재)。虛子曰(허자왈)。開闢之限(개벽지한)。聞其說而不能信其理也(문기설이불능신기리야)。

實翁曰然(실옹왈연)。物之有體質者(물지유체질자)。終必有壞(종필유괴)。凝以成質(응이성질)。融以反氣(융이반기)。地之有閉闢(지지유폐벽)。其理固也(기리고야)。惟天者虛氣(유천자허기)。蕩蕩灝灝(탕탕호호)。無形無眹(무형무진)。

開成何物(개성하물)。閉成何物(폐성하물)。不思甚矣(불사심의)。夫吾之出世(부오지출세)。計以一元(계이일원)。

不知其爲幾千萬億(불지기위기천만억)。周遊各界(주유각계)。閱其凝融(열기응융)。又不知其爲幾千萬億(우불지기위기천만억)。前乎吾者(전호오자)。又不知其爲幾千萬億(우불지기위기천만억)。後乎吾者(후호오자)。又不知其爲幾千萬億(우불지기위기천만억)。是以各界之形色情狀(시이각계지형색정상)。爾所不能知(이소불능지)。亦所不必知(역소불필지)。吾所不能言(오소불능언)。亦所不必言(역소불필언)。

設或言之(설혹언지)。爾必驚疑(이필경의)。無所徵信(무소징신)。今此據爾之所視(금차거이지소시)。語爾之所知(어이지소지)。

日者體大於地(일자체대어지)。其數多倍(기수다배)。

其質火(기질화)。其色赤(기색적)。質火故其性溫(질화고기성온)。色赤故其光明(색적고기광명)。焰煇四發(염휘사발)。

漸遠而漸微(점원이점미)。極於數千萬里(극어수천만리)。

生於本界者(생어본계자)。禀受純火(품수순화)。

其體晃朗(기체황랑)。其性剛烈(기성강렬)。其知烱透(기지경투)。其氣飛揚(기기비양)。無晝夜之分(무주야지분)。

無冬夏之候(무동하지후)。

終古居火而不覺其溫也(종고거화이불각기온야)。

月者體小於地(월자체소어지)。三十居一(삼십거일)。

其質氷(기질빙)。其色淸(기색청)。質氷故其性冷(질빙고기성랭)。色淸故暎日發光(색청고영일발광)。遠日則凝(원일즉응)。空明如鏡(공명여경)。近日則融(근일즉융)。汪洋如海(왕양여해)。

生於本界者(생어본계자)。禀受純氷(품수순빙)。其體瀅澈(기체형철)。其性潔凈(기성결정)。其知澄明(기지징명)。其氣輕浮(기기경부)。晝夜之分(주야지분)。冬夏之候(동하지후)。與地界同(여지계동)。終古居氷而不覺其冷也(종고거빙이불각기랭야)。

地者七政之滓穢(지자칠정지재예)。其質氷土(기질빙토)。

其色晦濁(기색회탁)。質氷土故其性寒(질빙토고기성한)。

色晦濁故映日少(색회탁고영일소)。光近而受溫(광근이수온)。土潤氷解(토윤빙해)。

生於本界者(생어본계자)。其軆厖駁(기체방박)。其性粗雜(기성조잡)。其知昏憨(기지혼감)。其氣鈍滯(기기둔체)。日照而爲晝(일조이위주)。日隱而爲夜(일은이위야)。日近而爲夏(일근이위하)。日遠而爲冬(일원이위동)。日火蒸炙(일화증자)。

滋產衆生(자산중생)。形交胎產(형교태산)。人物繁衆(인물번중)。神智日閉(신지일폐)。小慧日長(소혜일장)。利慾淫熬(리욕음오)。生滅芒忽(생멸망홀)。此地界之情狀而爾之所知也(차지계지정상이이지소지야)。

虛子曰(허자왈)。居日界者(거일계자)。如火鼠之居火(여화서지거화)。居月界者(거월계자)。如水族之居水(여수족지거수)。其理然也(기리연야)。敢問兩界之生(감문량계지생)。

可通其遊歷歟(가통기유력여)。

實翁曰(실옹왈)。何言之愚也(하언지우야)。陸居者入水則窒死(륙거자입수즉질사)。水居者出陸則喘死(수거자출륙즉천사)。南人不耐寒(남인불내한)。北人不耐暑(북인불내서)。

一界之中(일계지중)。尙不能通(상불능통)。各界之生(각계지생)。形氣絶異(형기절이)。有如水火(유여수화)。水火之同器(수화지동기)。豈有其理乎(기유기리호)。

虛子曰(허자왈)。虛子濁界之物也(허자탁계지물야)。

聞夫子之言(문부자지언)。始知太虛之間有此衆界(시지태허지간유차중계)。願賴神力(원뢰신력)。陞彼九霄(승피구소)。遊歷太虛(유력태허)。今日月之界(금일월지계)。尙不相通(상불상통)。將小子終不免芒忽於濁界也(장소자종불면망홀어탁계야)。

實翁笑曰(실옹소왈)。爾果欲陞彼九霄(이과욕승피구소)。

不患無術(불환무술)。盖池魚成龍(개지어성룡)。

溟鯤化鵬(명곤화붕)。壤蟲蟬蛻(양충선태)。

野蠶蝶幻(야잠접환)。人之靈巧(인지령교)。何患無術(하환무술)。十年胎息(십년태식)。丹成脫殼(단성탈각)。法身靈變(법신령변)。超越雲霄(초월운소)。不焦於火(불초어화)。

不濡於水(불유어수)。遊歷衆界(유력중계)。

永享淸快(영향청쾌)。爾欲爲之乎(이욕위지호)。

虛子曰(허자왈)。此世俗所謂仙人之術也(차세속소위선인지술야)。小子聞其說而不敢信也(소자문기설이불감신야)。

果有此術(과유차술)。棄妻子如弊屣也(기처자여폐사야)。

“이것은 세속에서 이르는 선인(仙人)의 술법입니다.

소자도 그 말을 듣기는 하였으나 감히 믿지는 않았었는데,

과연 이런 술법이 있다면 아내와 자식 버리기를 떨어진 신짝처럼 하겠습니다.”


實翁厲聲曰(실옹려성왈)。吾以汝爲可敎也(오이여위가교야)。乃愚滯之難啓(내우체지난계)。

利慾之難淸(리욕지난청)。有如是乎(유여시호)。

실옹은 노여워 거친 소리로 말하기를,

“나는 너를 가르칠 만하다고 하였더니, 어리석고 막힌 소견을

열기가 이렇게 어려우며, 이욕에 흐려진 마음을 깨끗이 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냐?



彼胎丹之術(피태단지술)。實有其理(실유기리)。

亦有其人(역유기인)。雖然(수연)。久則萬年(구즉만년)。

少則千年(소즉천년)。終歸消滅(종귀소멸)。

亦何益哉(역하익재)。

저 태(胎)로 호흡하는 방법과 단(丹)을 이루는 술법은 실상 그런 이치도 있고 또한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오래면 만 년을 살고, 작게는 천 년을 살 수 있을 뿐, 끝내는 죽음으로 돌아가니,

또한 무슨 이익이 있느냐?



人之生世也(인지생세야)。願慾無極(원욕무극)。

華美之奉(화미지봉)。靡曼之色(미만지색)。

崇高之位(숭고지위)。燀赫之權(천혁지권)。

珍恠之物(진괴지물)。詭異之觀(궤이지관)。

人皆慕之(인개모지)。

사람이 세상에 나서 소원과 욕심은 한량이 없는 것이다.

아름다운 거처, 살결 좋은 여색, 높은 직위와 빛나는 권세, 진귀한 물품과 이상한 구경 따위는 사람마다 모두 그리워하는 것이다.



其巧且黠者(기교차힐자)。念其憂危(념기우위)。

苦其訿議(고기자의)。患其芒忽(환기망홀)。

又知其不可必得(우지기불가필득)。

則乃反身淸修(즉내반신청수)。逞慾於象外(령욕어상외)。

以圖萬千年淸快(이도만천년청쾌)。

그 중에 간사하고 교활한 자는 그 직위가 위태로워질까 염려하고 남이 헐뜯음을 괴롭게 여기며, 혹 갑자기 화나 닥칠까 근심하는데 반드시 그 계획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곧 자신에 반성하여 깨끗이 닦고 욕심을 세속 밖으로 드러내서 천만 년이 지나도록

쾌락하게 살기를 도모한다.



及其仙昇(급기선승)。神思窈冥(신사요명)。

遊歷衆界(유력중계)。七情永閟(칠정영비)。

耳如無聞(이여무문)。目如無見(목여무견)。

參以俗情(참이속정)。無一樂事(무일악사)。

신선으로 된 다음에는 정신과 생각이 고요하고 까마득하여 여러 세계에 두루 노닌다. 칠정(七情)이 길이 없어지면 귀엔 들림이

없는 듯하고 눈은 보임이 없는 듯하나니, 세속의 실정으로 참작한다면 그것은 한가지도 즐거운 일이 없는 것이다.



衆生見其飛昇度世(중생견기비승도세)。

以世情妄意(이세정망의)。仙人乘龍御風(선인승룡어풍)。

招呼仙侶(초호선려)。遊戱異境(유희이경)。

備諸快樂(비제쾌악)。不亦愚乎(불역우호)。

그런데 여러 사람들은 그가 날아다니면서 한 세상 지내는 것을

보고 망령되이 생각하기를, ‘신선은 용과 바람을 타고 신선 친구를 부르면서 별천지에 노니, 모든 쾌락이 구비할 것이다.’고 하니, 또한 어리석지 않느냐?



夫仙人之術(부선인지술)。要在無爲(요재무위)。

恬恬漠漠(념념막막)。凈靜不撓(정정불요)。

艶樂俗情(염악속정)。一萌于中(일맹우중)。

眞元渙散(진원환산)。法身墮落(법신타락)。

대저 신선의 술법은 요점이 무위(無爲)에 있을 뿐이므로,

마음에 아무런 생각이 없이 고요하고 흔들림이 없다.

만약 고운 여색을 탐내는 속된 생각이 한번만 마음속에 싹튼다면 진원(眞元)이 흩어지고 법신(法身)이 하락되는 것이다.



苟令世人之慕仙者(구령세인지모선자)。置之此境(치지차경)。必將厭其寥廓(필장염기요곽)。苦其簡泊(고기간박)。

不欲斯須居也(불욕사수거야)。

만약 신선을 그리워하는 세속 사람으로 하여금 이 경지에 있게

한다면 그는 반드시 그 고요함과 쓸쓸함를 싫어하고 간솔(簡率)함과 담박(淡泊)함을 괴롭게 여겨 잠간 동안도 있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且世人或有爲幻妄之術者(차세인혹유위환망지술자)。

托以眞仙(탁이진선)。閃忽詭奇(섬홀궤기)。

以弄愚俗(이롱우속)。愚俗之妄慕(우속지망모)。

實由於此(실유어차)。

또 세상엔 혹 남을 속이는 허망한 술법을 가진 자가 있어 신선을 칭탁하고 여기 번뜩 저기 번뜩하는 기괴한 짓으로써 위치와 풍속을 우롱하나니, 어리석은 자의 망령된 생각은 실상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다.



夫眞仙(부진선)。飄颻遺世(표요유세)。忘親戚之恩(망친척지은)。絶舊鄕之戀(절구향지련)。况濁界臭穢(황탁계취예)。

不可嚮邇(불가향이)。豈其辱身降志(기기욕신강지)。

挾術驚世(협술경세)。透露光景(투로광경)。

自作罪過(자작죄과)。甚矣(심의)。

地界之愚昏也(지계지우혼야)。

대저 참된 신선은 표표히 세상을 버리고 친척의 은의를 잊으며,

고향의 그리움도 끊어버리거늘 하물며 혼탁한 세상에 냄새 나고 더러움은 가까이 할 수도 없는데, 어찌 그 몸을 욕되게 하고 뜻을 굽히고 술법을 자부하고 세상을 놀래게 하며, 자기의 신분을 다

드러내고 스스로의 죄과(罪過)를 짓겠느냐?

세상의 어리석고 혼미함이 너무도 심하구나.



是以仙昇之徒(시이선승지도)。無營無欲(무영무욕)。

以葆眞精(이보진정)。萬千年間(만천년간)。

終歸消滅(종귀소멸)。畢竟就盡(필경취진)。

久速無分(구속무분)。石火泡幻(석화포환)。

實同殤子(실동상자)。

이러므로 신선의 무리는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진원(眞元)을 보전하지만 만년이나 천년을 지낸 뒤엔 결국 소멸(消滅)로 돌아가 육체도 진원도 다 없어지고, 오램과 빠름의 구별없이 모두 부싯돌의 불이요 물거품과 눈어리[幻]로 되니 실로 상자(殤子)와 마찬가지다.



原其發願(원기발원)。實由利心而卒無其利(실유리심이졸무기리)。巧而實拙(교이실졸)。黠而實愚(힐이실우)。爾欲學道而乃有是願(이욕학도이내유시원)。不亦悞乎(불역오호)。

虛子霍然而悟(허자곽연이오)。犁然而笑曰(리연이소왈)。

小子過矣(소자과의)。

그 원을 발한 마음을 캐보면 사실은 자기 이익을 위한 마음에서

나왔던 것인데 결과는 이익이 없었으니, 그 생각이 교하였으나

실은 졸렬함이요, 꾀스러웠으나 실상은 어리석음이다.

너는 도(道)를 배우고 싶어 하면서 이러한 원을 두었으니,

또한 잘못이 아니냐?”하였다.



敢問各界俱轉(감문각계구전)。亦能周包他界(역능주포타계)。獨此地界(독차지계)。只能自轉(지능자전)。

不能周行(불능주행)。何也(하야)。

허자는 깜짝 깨닫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소자가 잘못했습니다. 감히 여쭈옵건대, 모든 세계가 다 돌고

또한 능히 다른 세계를 싸고도는데, 유독 이 지구의 세계만이

스스로 돌 뿐, 능히 싸고돌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實翁曰(실옹왈)。衆界之成(중계지성)。體有輕重(체유경중)。性有鈍疾(성유둔질)。輕而疾者(경이질자)。轉而能周(전이능주)。重而鈍者(중이둔자)。轉而不周(전이불주)。

“여러 세계의 구성을 보면 체(體)엔 가볍고 무거움이 있고 성(性)엔 둔하고 빠름이 있다. 가볍고 빠른 자는 스스로 돌고 또 싸고 돌 수 있으나 무겁고 둔한 자는 스스로는 돌지만 싸고돌지 못한다.



輕疾之極(경질지극)。周圈極濶(주권극활)。三緯之類也(삼위지류야)。重鈍之極(중둔지극)。周圈切面(주권절면)。

地界之類也(지계지류야)。輕界之生(경계지생)。

虛而靈(허이령)。重界之生(중계지생)。實而滯(실이체)。

가장 가볍고 빨리 도는 것은 주권(周圈 공전의 궤도)이 가장 넓으니, 오위(五緯)의 따위이고, 가장 무겁고 둔하게 도는 것은 주권이 절면(切面)으로 되었으니, 지구 따위다. 가벼운 세계에서 사는 자는 비어[虛]서 신령하고 무거운 세계에서 살고 있는 자는 차서[實] 둔하다.”



虛子曰(허자왈)。然則五緯(연즉오위)。五行之精也(오행지정야)。恒星(항성)。衆物之象也(중물지상야)。

下應地界(하응지계)。妖祥有徵(요상유징)。何也(하야)。

“그렇다면 오위는 오행(五行)의 정기(精氣)요, 항성(恒星)은

온갖 물(物)의 상징인데 아래로 지구 세계에 응해서 화복(禍福)의 경험이 있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實翁曰(실옹왈)。五星之體(오성지체)。各有其德(각유기덕)。五行之分屬(오행지분속)。術家之陋也(술가지루야)。

“오성(五星)의 체가 각각 그 덕성(德性)을 가졌지만 오행에

나누어 붙인 것은 술가(術家)의 좁은 소견이다.



且自地界觀之(차자지계관지)。繁星連絡(번성련락)。

如昴宿之叢萃(여묘숙지총췌)。類居羣聚(류거군취)。

其實十數點之中(기실십수점지중)。高下遠近(고하원근)。

不啻千萬其里(불시천만기리)。

또 지구로부터 보면 많은 별들이 잇달아 있는 것이 묘수(昴宿 별의 이름)가 다닥다닥 모여 있는 것처럼 끼리끼리 떼를 지어 모여 있다. 그러나 그 실에 있어서는 그 10여 개의 종횡의 거리가 천만 리도 넘는다.



自彼界觀之(자피계관지)。日月地三點(일월지삼점)。

耿耿如連珠(경경여련주)。今以日月地(금이일월지)。

舍爲一物而命之以三星(사위일물이명지이삼성)。

可乎(가호)。

다른 세계로부터 보면 해와 달, 지구 세 점이 꿴 구슬처럼 반짝인다. 이제 이 해ㆍ달ㆍ지구를 합쳐서 하나로 만들어 삼성(三星)으로 부른다면 되겠느냐?

惟曆象推步(유력상추보)。資於宮度(자어궁도)。

星之有名(성지유명)。曆家之權定也(력가지권정야)。

乃若繁衍牽合(내약번연견합)。參以俗事(참이속사)。

轉作術家之欛柄(전작술가지파병)。支離乖妄(지리괴망)。

極於分野(극어분야)。

오직 역상(曆象)은 추산하는 법은 궁도(宮度)에 따라 하는 것인데 별에 명칭이 붙은 것은 역가(曆家)에서 방편으로 전한 것이거늘, 이를 부연하고 억지로 맞추며 속된 것을 곁들여 복술가(卜術家)의 무기로 전변하였으니, 그 지리하고 난잡하고 허망함이 분야(分野)에 극하였다.



夫地界之於太虛(부지계지어태허)。不啻微塵爾(불시미진이)。中國之於地界(중국지어지계)。

十數分之一爾(십수분지일이)。以周地之界(이주지지계)。

分屬宿度(분속숙도)。猶或有說(유혹유설)。

以九州之偏(이구주지편)。硬配衆界(경배중계)。

分合傅會(분합부회)。窺覘灾瑞(규첨재서)。

妄而又妄(망이우망)。不足道也(부족도야)。

이 지구 세계를 태허(太虛)에 비교한다면 미세한 티끌만큼도

안 되며, 저 중국을 지구 세계와 비교한다면 십수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전 지구로써 별의 도수[宿度]에 나누어 붙인다면 혹 할 말이 있으려니와, 한쪽에 있는 구주(九州)로써 여러 별세계에

억지로 배합시켜 나누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여 재앙과 상서를

엿보다니 그 허망하고도 또 허망함을 말할 나위도 없다.”



虛子曰(허자왈)。然則分野之說(연즉분야지설)。

流傳已久(류전이구)。或有明徵(혹유명징)。

好風好雨(호풍호우)。塋惑守心(영혹수심)。

凡乾象之符應(범건상지부응)。皆不足信乎(개부족신호)。

허자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분야라는 말은 전해온 지 이미 오래고 혹 분명한 징험도 있었습니다. 어느 때는 좋은 바람이 불었고 어느 때는 좋은

비가 왔으며, 어느 때는 형혹성(熒惑星)이 심성(心星)을 지켰는데 이러한 천체 현상의 부응(符應)도 모두 믿을 것이 못됩니까?”



實翁曰(실옹왈)。衆口鑠金(중구삭금)。積毁銷骨(적훼소골)。口不可鑠金(구불가삭금)。毁不可銷骨(훼불가소골)。

猶致銷鑠者(유치소삭자)。人衆而勝天也(인중이승천야)。

“입이 여럿이면 금도 녹이고 비방을 쌓으면 뼈도 녹인다 한다.

입이 금을 녹일 수 없고 비방이 뼈를 녹일 수 없지마는 오히려

녹이게 되는 것은 사람이 여럿이면 하늘도 이기기 때문이리라.



技術雖妄(기술수망)。人心有感(인심유감)。

依信之極(의신지극)。或致徵應(혹치징응)。

此撮空之虛影也(차촬공지허영야)。眩於虛影(현어허영)。

不察情實(불찰정실)。惑之甚矣(혹지심의)。

기술이란 비록 허망한 것이나 마음에 느꺼워 몹시 믿고 의지하게 되면 혹 징조의 감응이 있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허공에 헛 그림자를 잡는 것이다.

헛 그림자에 현혹되어 실제는 살피지 않으니 미혹됨이 심하다.



且箕風畢雨(차기풍필우)。因其俗諺(인기속언)。

借明民情(차명민정)。

非謂兩星眞有是好(비위량성진유시호)。

또 ‘기성(箕星)이 나타나면 바람이 불고 필성(畢星)이 나타나면 비가 온다.’는 말은 세속에 전하는 말을 끌어다가 민정(民情)을 밝힌 것뿐이요, 기성과 필성 두 별이 참으로 이런 것은 아니다.



若熒惑之行(약형혹지행)。時有包旋(시유포선)。

留守進退(류수진퇴)。緣於地觀(연어지관)。

天高聽卑(천고청비)。司星之謬也(사성지류야)。

형혹성이 가다가 때로 싸기도 하고 돌기도 하는데,

‘머물고 지키고, 나아가고 물러선다.’는 말은 지구 세계에서 보는 관점이 그러한 때문이다. ‘하늘이 높아도 낮은 데의 말을 듣는다.’ 함은 역가(曆家)의 잘못이다.”



虛子曰(허자왈)。月中明暗(월중명암)。或謂水土(혹위수토)。或爲地影(혹위지영)。願聞其說(원문기설)。

“달 가운데 명암(明暗)을 일러 물과 흙이라고도 하고 혹은

지구의 그림자라 하는데, 이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實翁曰(실옹왈)。吾語其實(오어기실)。爾信吾口(이신오구)。不若據爾所見(불약거이소견)。開爾實見(개이실견)。

“내가 사실을 말한다면 너는 나의 입만 믿을 터이니,

너의 소견에 따라 너의 실견(實見)을 열어 주는 쪽이 낫겠다.



夫鄙諺所謂桂兎(부비언소위계토)。東昇之望形也(동승지망형야)。苟其水土也(구기수토야)。月之中天(월지중천)。

其形必橫(기형필횡)。月之西落(월지서락)。

其形必倒(기형필도)。今乃隨行而隨變(금내수행이수변)。

不橫不倒(불횡불도)。化成各形(화성각형)。

三停之形(삼정지형)。終古如一(종고여일)。

대개 속설에서 말하는 ‘계수나무와 토끼’라는 것은 달이 동쪽으로 올라올 때 바라보는 형체다. 진실로 그것이 물과 흙이라면 달이 중천에 왔을 때는 그 형체가 반드시 횡으로 비껴질 것이고 달이 서쪽으로 떨어질 때는 그 형체가 반드시 거꾸로 될 것이다. 이제 가는 대로 변하여 가로도 되지 않고 거꾸로도 되지 않은 채 각각의 형태로 이루어지니, 세 번 멈춰지는 형태는 옛부터 한결같은 것이다.




且觀弦月(차관현월)。宜見其半而全形備焉(의견기반이전형비언)。特其蹙而狹爾(특기축이협이)。水土之說(수토지설)。

似是而實非(사시이실비)。

또 초승달이나 그믐달일 때는 그 반절만 나타나야 마땅할 텐데

전체의 모양이 갖춰져 있으며, 다만 쭈그러지고 좁을 뿐이다.

물과 흙이라는 설은 옳은 듯하나 실은 잘못이다.



盖月體如鏡(개월체여경)。地界半面(지계반면)。隨明透影(수명투영)。東昇之影(동승지영)。東界之半面也(동계지반면야)。中天之影(중천지영)。中界之半面也(중계지반면야)。

西落之影(서락지영)。西界之半面也(서계지반면야)。

謂之地影(위지지영)。不亦可乎(불역가호)。

대개 달의 체는 거울과 같은데 지구의 반면(半面)이 밝음을 따라 그림자를 짓는다. 동쪽으로 올라올 때의 그림자는 지구 동쪽의 반면이고 중천에 있을 때의 그림자는 지구 중간의 반면이며 서쪽으로 떨어질 때의 그림자는 지구 서쪽의 반면이다.

그러니 지구의 그림자라 하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느냐?”



虛子曰(허자왈)。敢問天之有兩極(감문천지유량극)。

何也(하야)。

“감히 여쭙건대 하늘에 두 극(極)이 있다 함은 무엇입니까?”



實翁曰(실옹왈)。地界之人(지계지인)。

不知地轉(불지지전)。故謂天有兩極(고위천유량극)。

其實非天之極也(기실비천지극야)。乃地之極也(내지지극야)。

“지구 세계에 있는 사람은 지구가 도는 줄을 모르는 까닭에 하늘에 두 극이 있다고 하는데 실은 그것이 하늘의 극이 아니라 곧

지구의 극이다.



凡物之轉動(범물지전동)。

由於虛實而身外有界耳(유어허실이신외유계이)。

무릇 물체가 돌고 움직임은 허(虛)하고 실(實)한 데서 기인되는데, 몸 바깥에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今夫天者其體至虛(금부천자기체지허)。其性至靜(기성지정)。其大無量(기대무량)。其塞無間(기새무간)。

雖欲轉動(수욕전동)。得乎(득호)。

대저 하늘이란 그 체는 지극히 허하고 그 성(性)은 지극히

고요하며 그 크기는 한량이 없으며 그 가득함은 틈이 없다.

비록 돌고 움직이려고 한들 되겠느냐?

惟星宿衆界(유성숙중계)。各有轉動(각유전동)。歲次之論(세차지론)。所由起也(소유기야)。其轉動之勢(기전동지세)。

各有遲速(각유지속)。南北東西(남북동서)。遊移無定(유이무정)。特以距地絶遠(특이거지절원)。視差甚微(시차심미)。

圖象隨時(도상수시)。稽古無憑(계고무빙)。人自不覺爾(인자불각이)。

오직 여러 별세계만은 각각 돌고 움직인다. 세차론(歲次論)은 이로 말미암아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돌고 움직임엔 각각 늦고 빠름이 있고 남북과 동서가 옮겨짐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다만 지구에서 거리가 동떨어지게 멀고 시차(視差)의 각도도 아주 미세한 때문에 도상(圖象)이 시대에 따라 다른 바, 옛을 상고해도 증빙이 없는데 사람이 스스로 깨닫지 못할 뿐이다.”



虛子曰(허자왈)。敢問流妖彗孛(감문류요혜패)。

何氣致然(하기치연)。

“감히 여쭙건대ㆍ유성ㆍ요성ㆍ혜성ㆍ패성[流妖慧孛]들은

어떠한 기(氣)로 생기는 것입니까?”



實翁曰(실옹왈)。此不一端(차불일단)。有凝合於空界而成者(유응합어공계이성자)。有各界之氣相盪而成者(유각계지기상탕이성자)。有融界之餘氣流走而成者(유융계지여기류주이성자)。此皆所以然而致也(차개소이연이치야)。

“이것은 한가지 때문이 아니라 공계(空界)에서 엉키어 어루어진 것도 있고 각 계의 기(氣)가 서로 마찰되어 이루어진 것도 있으며, 융계(瀜界)의 남은 기가 흘러서 이루어진 것도 있는데, 이 모두가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것이다.



惟人地之氣(유인지지기)。極其和而成者(극기화이성자)。

慶星之類也(경성지류야)。人地之氣(인지지기)。

失其常而成者(실기상이성자)。彗孛之類也(혜패지류야)。

오직 사람과 지구의 기가 그 화기로움이 극도로 달하여 이루어진 자는 경성(慶星 상서로운 빛)의 유이고 사람과 지구의 기가 그 떳떳함을 잃고 이루어진 자는 혜발(慧孛 재앙이 생길 때 나타난다는 살별)의 유이다.



虛子曰(허자왈)。太白午見(태백오견)。

芒氣之盛也(망기지성야)。敢問衆界之氣(감문중계지기)。

時有衰旺歟(시유쇠왕여)。

“태백성(太白星)이 낮에 나타남은 망기(芒氣)가 성한 때문입니다. 감히 여쭙건대, 여러 세계의 기도 때로 성하고 쇠함이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太白包日(태백포일)。其圍半在日外(기위반재일외)。半在日內(반재일내)。在外者遠於地(재외자원어지)。在內者近於地(재내자근어지)。且太白無光(차태백무광)。受明於日(수명어일)。晦望如月(회망여월)。近於地而明滿於下者(근어지이명만어하자)。光盛於地而日不能掩也(광성어지이일불능엄야)。非體有衰旺而然也(비체유쇠왕이연야)。

“태백성이 해를 싸는데 그 둘레가 반은 해의 바깥에 있고 반은

해의 안에 있다. 바깥에 있는 것은 지구에서 멀고 안에 있는 것은 지구에서 가깝다. 또 태백성은 광채가 없어 햇빛을 받아 밝게 되며 그믐과 보름이 생기는 것이 달과 같다. 지구에 가까워져서 밝은 빛이 아래에 가득한 것은 빛이 지구보다 성하여 해가 능히 가리울 수 없기 때문이요, 그 자체의 성쇠[衰旺]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虛子曰(허자왈)。日蝕者陰抗陽也(일식자음항양야)。

月蝕者陽抗陰也(월식자양항음야)。至治之世(지치지세)。

當食而不食(당식이불식)。果有其理歟(과유기리여)。

“일식(日蝕)이란 음(陰)이 양(陽)을 항거하는 것이요, 월식(月蝕)이란 양이 음을 항거하는 것입니다. 지극히 잘 다스려지는

세상에는 일식 때를 당해도 일식하지 않고 월식 때를 당해도

월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이치가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拘於陰陽(구어음양)。泥於理義(니어리의)。不察天道(불찰천도)。先儒之過也(선유지과야)。

夫月掩日而日爲之蝕(부월엄일이일위지식)。地掩月而月爲之蝕(지엄월이월위지식)。經緯同度(경위동도)。三界參直(삼계참직)。互掩爲蝕(호엄위식)。其行之常也(기행지상야)。

“음양(陰陽) 학설에 얽매어 이치에 막히고 천도(天道)를 살피지 않은 것은 선유(先儒)의 허물이다.

대저 달이 해를 가리면 일식이 되고 지구와 달을 가리면 월식이 된다. 경도ㆍ위도가 같고 삼계(三界 해ㆍ달ㆍ지구)가 일직선에

놓이면 서로 가려져서 일식과 월식이 생기는 것이 운행의 떳떳한 법칙이다.



且日食於地界而地食於月界(차일식어지계이지식어월계)。

月食於地界而日食於月界(월식어지계이일식어월계)。

此三界之常度(차삼계지상도)。

不係於地界之治亂(불계어지계지치란)。

또 해는 지구에게 먹히고 지구는 달에게 먹히며,

달은 지구에게 먹히고 해는 달에게 먹히는 것이 삼계의 떳떳한

도수며, 지구 세계의 정치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雖然(수연)。日沒而爲夜(일몰이위야)。亦日之變也(역일지변야)。以處晝之道(이처주지도)。處夜則亂矣(처야즉란의)。

日食之爲變(일식지위변)。亦猶是也(역유시야)。

處變修省(처변수성)。人事之當然也(인사지당연야)。

비록 그러하나 해가 지면 밤이 되는 것은 역시 해의 변(變)이니, 낮에 처하는 도(道)로써 밤에 처한다면 어지럽게 되는 것이다.

일식의 변도 또한 이와 같으니, 변을 당해 닦고 반성함은 사람의 일로서 당연한 것이다.”



虛子曰(허자왈)。風雲雨雪霜雹雷霆虹暈凡天道之變(풍운우설상박뢰정홍훈범천도지변)。可得悉聞歟(가득실문여)。

“바람과 구름ㆍ비와 눈ㆍ서리와 우박ㆍ우레와 무지개 등,

천도(天道)의 변에 대하여 들을 수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虛者天也(허자천야)。是以井坎之空(시이정감지공)。甁罌之空(병앵지공)。亦天也(역천야)。凡風雲之屬(범풍운지속)。皆出於虛(개출어허)。故謂之道(고위지도)。

其實地氣之蒸成(기실지기지증성)。不專於天也(부전어천야)。

“허(虛)란 하늘이다. 이러므로 우물과 구덩이의 공(空)이나 병의 공 또한 하늘이다. 무릇 바람이나 구름 따위는 모두 허(虛)에서

나왔다 하여 도(道)라고 이르지만 실은 지기(地氣)의 증발로 생긴 것이지, 하늘에 전속된 것이 아니다.


嘗試言之(상시언지)。風者生於地角(풍자생어지각)。

地之轉也(지지전야)。不能無掀搖(불능무흔요)。

山嶺之高(산령지고)。隧壑之深(수학지심)。

不能無激盪(불능무격탕)。故虛氣簸漾(고허기파양)。

四出而爲風(사출이위풍)。

시험삼아 이야기하겠다. 바람이란 지구의 한 모퉁에서 난다.

지구가 회전하자니 높은 산고개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깊은

골짜기가 격동하지 않을 수 없다. 까닭에 허한 기(氣)가 나부끼고

일렁거려 사방으로 나와 바람이 되는 것이다.

激之急者其風猛(격지급자기풍맹)。激之徐者其風緩(격지서자기풍완)。近於激者其勢大(근어격자기세대)。遠於激者其勢微(원어격자기세미)。一激之後(일격지후)。互相衝撞(호상충당)。東西南北(동서남북)。任其驅射(임기구사)。

且蛟龍之騰化(차교룡지등화)。雷雨之翻注(뢰우지번주)。

亦能煽呼(역능선호)。皆出於地面(개출어지면)。

是以離地數百里(시이리지수백리)。未嘗有風焉(미상유풍언)。

격동이 빠르면 바람이 사납고 격동이 느리면 바람이 조용하다.

격동에 가까우면 그 세력이 크고 격동에 멀면 그 세력이 미약하다. 일단 격동하여 서로 부딪치면 동서남북 할 것 없이 멋대로 몰아친다. 또 이무기와 용이 날치고 우레와 소낙비가 갑자기 쏟아지는데도 능히 선동하고 호령하는 것이 모두 지면(地面)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지구에서 수백 리 거리를 떨어지면 바람이 있지 않다.


雲者(운자)。山川之氣騰結而成形(산천지기등결이성형)。

其色本淡(기색본담)。借日光以成雜采(차일광이성잡채)。

日午多白(일오다백)。正受光也(정수광야)。其黑者(기흑자)。積厚而陰也(적후이음야)。朝夕多紅紫(조석다홍자)。

地氣之盪日也(지기지탕일야)。

구름이란 산천의 기(氣)가 올라가 엉기어 형체를 이룬 것으로 그 빛이 본디는 맑은데 햇빛의 작용으로 여러 가지의 색깔을 낸다.

한낮에 흰 것이 맑은 까닭은 햇빛을 바로 받기 때문이요, 검은 것은 두껍게 쌓여 그늘진 때문이며, 아침 저녁으로 붉은 빛깔이 많은 것은 지기(地氣)가 해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雨者(우자)。甑露之勢也(증로지세야)。水土之氣蒸騰于空(수토지기증등우공)。鬱于密雲(울우밀운)。無所泄而凝成(무소설이응성)。氣蒸而雲不密則不成雨(기증이운불밀즉불성우)。雲密而氣不蒸則亦不成雨(운밀이기불증즉역불성우)。

비는 시루 속에 이슬이 맺히는 형상으로, 수토(水土)의 증기(蒸氣)가 공중에 증발하여 오르다가 빽빽한 구름에 막혀 샐 데가 없으면 엉기어 비가 된다. 그러므로 증기는 있어도 구름이 빽빽하지 않으면 비가 되지 못하고 구름이 빽빽해도 증기가 없으면 역시

비가 되지 않는다.


雪者(설자)。冷氣之蒸也(랭기지증야)。霜者(상자)。

溫冷之襍也(온랭지잡야)。雹者(박자)。溫冷相薄(온랭상박)。急雨之凍也(급우지동야)。皆成於蒸氣(개성어증기)。

雨之類也(우지류야)。

눈은 냉기(冷氣)가 증발한 것이요, 서리는 온기(溫氣)와 냉기가 섞인 것이며 우박은 온기와 냉기가 서로 부딪쳤을 때 급작스럽게 내리던 비가 언 것이니, 이 모두 증기(蒸氣)에서 생기는 비의

종류다.


雷者(뢰자)。蒸氣隔鬱(증기격울)。相撞發火(상당발화)。

電者其光也(전자기광야)。雷者其聲也(뢰자기성야)。

火之所觸(화지소촉)。物必靡爛(물필미란)。

先電而後雷者(선전이후뢰자)。發於遠也(발어원야)。

電雷並作者(전뢰병작자)。發於近也(발어근야)。

遠於地者(원어지자)。散於空界(산어공계)。

近於地者(근어지자)。觸而震物(촉이진물)。

不雷而電者(불뢰이전자)。百里以遠也(백리이원야)。

不電而雷者(불전이뢰자)。積雲之隔也(적운지격야)。

천둥이란, 꼭 갇히었던 증기가 서로 부딪치면 불이 나는데,

그 빛은 번개요, 그 소리는 천둥이다. 불에 닿으면 물체는 부서지고 뭉크러진다. 번개가 먼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뒤에 나는 것은 멀기 때문이요, 번개와 우레가 한꺼번에 이는 것은 가깝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먼 것은 공계(空界)로 흩어지는데 지구에서 가까운 것은 물(物)에 닿게 된다. 천둥 없이 번개만 치는 것은 백 리 이상 먼 것이며, 번개 없이 천둥하는 것은 쌓인 구름이 막혔기 때문이다.



鐵鎌扣石(철겸구석)。火鈴布地(화령포지)。違避堅濕(위피견습)。必就燥絨(필취조융)。蓋堅濕者(개견습자)。

火之所畏(화지소외)。燥絨者(조융자)。火之所嗜(화지소기)。夫雷者(부뢰자)。其性剛烈(기성강렬)。其氣奮猛(기기분맹)。違避正直(위피정직)。必就邪沴(필취사려)。

蓋正直者(개정직자)。雷之所畏(뢰지소외)。

邪沴者(사려자)。雷之所嗜(뢰지소기)。

철겸(鐵鎌)으로 돌을 두드려 화령(火鈴)이 땅에 펴지는데도 젖은 데는 피하고 반드시 마른 곳으로 나아감은, 대개 젖은 것은 불이 두려워하고 마른 것은 불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저 천둥이란, 그 성(性)이 굳세고 그 기(氣)가 맹렬하여 바르고 곧음은 피하고 반드시 사뙤고 요망함에로 나아간다. 대개 바르고 곧음은 천둥이 두려워하고 사뙤고 요망함은 천둥이 좋아하는 바이다.



夫人之靈覺(부인지령각)。乃一身之火精(내일신지화정)。

况雷者(황뢰자)。天地之正火(천지지정화)。剛烈奮猛(강렬분맹)。好生嫉惡(호생질악)。翣時暴霆(삽시폭정)。靈覺如神(령각여신)。凡人物被震(범인물피진)。時顯奇跡(시현기적)。曲施機巧(곡시기교)。是雷神之有情也(시뢰신지유정야)。

火精靈覺(화정령각)。實同人心(실동인심)。

대개 사람의 영각(靈覺)이 곧 한 몸의 화정(火精)인데, 더구나

천둥이란 천지의 정화(正火)이다. 굳세고 맹렬함이 살리기를

좋아하고 악한 자를 미워하여, 삽시간에 벼락을 때리는데도

그 영각이 신(神)과 같다. 무릇 사람이나 물체가 벼락을 맞을 때 기적(奇跡)을 나타내고 기교를 베푸는데, 이것은 뇌신(雷神)에게도 정(情)이 있기 때문이다. 화정과 영각이 실로 사람의 마음과 같다.



虹者(홍자)。水氣也(수기야)。朝東夕西(조동석서)。

借日以成(차일이성)。日之斜射(일지사사)。必成半規(필성반규)。日午無虹(일오무홍)。水氣不厚也(수기불후야)。

日月之暈(일월지훈)。虹之類也(홍지류야)。成於空故必成全規(성어공고필성전규)。虹暈之成規(홍훈지성규)。

日月之圓也(일월지원야)。

무지개는 수기(水氣)로서 아침에는 동쪽, 저녁에는 서쪽에서 햇빛을 빌어 이루어진다. 해가 비스듬히 비치면 반드시 둥근 형태가 반원을 이루며 해가 정오가 되면 무지개가 없어지는 것은 수기가 두텁지 못한 때문이다. 해무리와 달무리도 무지개의 한 종류인데, 허공에 생기는 까닭에 반드시 원모양을 이룬다. 무지개와 해무리가 원을 이루는 것은 해와 달이 둥글기 때문이다.”



虛子曰(허자왈)。人在地上(인재지상)。見天未半(견천미반)。雖然(수연)。或日已東昇而西見月食(혹일이동승이서견월식)。且日月之在地面(차일월지재지면)。距人遠而圈徑必大(거인원이권경필대)。其在中天(기재중천)。

距人近而圈徑反小(거인근이권경반소)。何也(하야)。

“사람이 지구 위에 있으면서 하늘을 반도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해가 이미 동쪽으로 올라왔는데 서쪽에는 월식하는 것을 봅니다. 또는 해와 달이 지면(地面)에 있을 때는 사람과의 거리가 멀지마는 그 둘레가 반드시 크고, 해나 달이 중천에 있을 때는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운데도 둘레가 도리어 작아집니다. 어째서 그러합니까?”



實翁曰(실옹왈)。此氣之所爲也(차기지소위야)。試將銅錢置于浴盤(시장동전치우욕반)。退而窺之(퇴이규지)。纔見一點(재견일점)。及灌注淸水(급관주청수)。全形騰露(전형등로)。此水之力也(차수지력야)。玻瓈籠眼(파려롱안)。

秋毫如指(추호여지)。此玻瓈之力也(차파려지력야)。

“이것은 기(氣)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시험삼아 동전(銅錢)을 대야에 넣고 물러서서 보면 겨우 한 쪽만 보이다가 깨끗한 물을

다시 부어주면 동전 전체가 드러나게 되니, 이것은 물의 힘이다.

눈에 파려(玻瓈 유리ㆍ수정 따위)를 대고 보면 미세한 털도

손가락만큼 크게 보이니, 이것은 파려의 힘이다.



今水土之氣(금수토지기)。蒸包地面(증포지면)。

外嫋三光(외뇨삼광)。內眩人目(내현인목)。映發如水(영발여수)。靉靆如玻瓈(애체여파려)。騰卑爲高(등비위고)。

幼小爲大(유소위대)。西洋之人(서양지인)。

有見於此(유견어차)。命以淸蒙(명이청몽)。仰測見小(앙측견소)。淸蒙之薄也(청몽지박야)。橫望見大(횡망견대)。

淸蒙之厚也(청몽지후야)。

지금 수토(水土)의 기가 증발하여 지면을 싸고 있어, 밖으로는

삼광(三光 해ㆍ달ㆍ별)을 약하게 하고, 안으로는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한다. 물처럼 비치고 유리처럼 어리어리하여 낮은 것은

높게 만들고 작은 것은 크게 만든다. 서양 사람은 이에 대한 견해가 있어 이것을 청몽(淸蒙)이라 이름하였다. 쳐다보면 작게 보이는 것은 청몽이 얕은 때문이고, 비스듬히 보면 크게 보이는 것은 청몽이 두텁기 때문이다.



夫雷聲之壯而不過百里(부뢰성지장이불과백리)。銃丸之猛而不及千步(총환지맹이불급천보)。此遠近之勢也(차원근지세야)。雖然(수연)。遠近之所以致然(원근지소이치연)。

必有其故(필유기고)。

대저 천둥소리가 웅장하다 해도 백 리를 넘지 않고 총탄(銃彈)이 사납다 해도 천 걸음을 미치지 못하니, 이것은 멀고 가까운 형세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멀고 가까움이 그렇게 되는 것도 반드시 그 까닭이 있는 것이다.

盖遊氣充塞(개유기충새)。穿撥有限(천발유한)。

聲馳丸走(성치환주)。力竭而止(력갈이지)。

人之目力(인지목력)。亦猶是也(역유시야)。

夫日月眞徑(부일월진경)。終不可測也(종불가측야)。

대개 유기(遊氣 공중에 떠다니는 운기(雲氣))가 꽉 차서 뚫고

빼는 것이 한도가 있으므로 소리가 울리고 탄환이 나는 데도 힘이 다하면 멈추는 것이다. 사람의 보는 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저 해와 달의 직경(直徑)은 끝내 헤아릴 수 없다.

月體初朏(월체초비)。明飽魄外(명포백외)。

是光燄成暈(시광염성훈)。非月本體(비월본체)。

弦望徑圍(현망경위)。靡所適從(미소적종)。

况太陽純火(황태양순화)。燄暈倍大(염훈배대)。

眞界深淺(진계심천)。竟無槩量(경무개량)。

달의 체가 초사흘 저녁에 새로 나타날 때, 훤한 둘레가 언저리

밖으로 빙 두른 것은 광채가 무리[暉]로 된 것이고 달의 본체(本體)는 아니다. 반달과 망월(望月)의 경위(徑圍)도 어디를 표준해야 할는지 모르는데, 하물며 태양(太陽)은 순화(純火)로 광선과 둘레가 갑절이나 큰 데에 있어서랴? 진계(眞界)의 깊고 얕음은 마침내 헤아릴 수 없다.

且測望圜體(차측망환체)。近則見小(근즉견소)。

遠則見大(원즉견대)。彈丸之微(탄환지미)。

莫辨本形(막변본형)。况於日月乎(황어일월호)。

또 둥근 형체를 헤아려 바라볼 때 가까이서 보면 작고 멀리서 보면 크다. 포탄처럼 작은 것도 본 형체를 분변할 수 없거늘 하물며

해와 달에 있어서랴?”



虛子曰(허자왈)。地體之圓(지체지원)。分野之妄(분야지망)。旣得聞命矣(기득문명의)。敢問一日之間朝晝異候(감문일일지간조주이후)。一歲之中冬夏異候(일세지중동하이후)。一地之中南北異候(일지지중남북이후)。何也(하야)。

“지구의 형체가 둥글다는 것과 분야(分野)의 허망함은 이미 가르침을 받아 알았으나, 감히 묻건대, 하루 동안에 아침과 낮의 기후가 다르고 한 해 중에 겨울과 여름의 기후가 다르며 한 지구 가운데 남쪽과 북쪽의 기후가 다른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實翁曰(실옹왈)。冷者(랭자)。地界之本氣也(지계지본기야)。溫者(온자)。日火之熏炙也(일화지훈자야)。

실옹이 대답하기를,

“차가움은 지구의 본기(本氣)이고 따뜻함은 태양 화기의 쪼임이다.



且以中國言之(차이중국언지)。北京北至之日(북경북지지일)。不及天頂十六度(불급천정십륙도)。日光微斜(일광미사)。溫候已减(온후이감)。從此以北至于極下(종차이북지우극하)。則夏候如冬候(즉하후여동후)。若其冬候(약기동후)。土地凍坼(토지동탁)。有氷無水(유빙무수)。

또 중국을 가지고 말한다면 북경(北京)에서는 하지(夏至)날 해가 천정점[天頂]에 16도를 못 미치기 때문에 햇빛은 조금 비껴지고 따뜻한 기후도 이미 줄어지게 된다. 이로부터 북쪽으로 극에 이르면 여름 기후는 겨울 기후와 같으며, 만약 거기에 겨울이 되면 땅이 얼어 터지며 얼음만 있고 물은 없다.



南海北至之日(남해북지지일)。正當天頂(정당천정)。夏日直射(하일직사)。烈炎如焚(렬염여분)。終古無氷(종고무빙)。從此以南至赤道南二十餘度(종차이남지적도남이십여도)。

一歲溫候(일세온후)。互有消長(호유소장)。

惟赤道南北(유적도남북)。冬夏易其候(동하역기후)。

남해(南海)에서는 하짓날 해가 바로 친정점에 닿으므로 여름엔 햇볕이 직사하여 더운 불꽃이 타는 듯하여 옛부터 얼음이 없다.

여기서부터 남쪽으로 적도(赤道) 남쪽 20여 도(度)에 이르기까지는 한 해 가운데 따뜻한 기후가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고 오직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만은 겨울과 여름의 기후가 아주 다르다.

赤道南數十度(적도남수십도)。以南至爲夏(이남지위하)。

以北至爲冬(이북지위동)。其溫冷之候(기온랭지후)。

畧同中國(략동중국)。由此益南至極下(유차익남지극하)。

則夏候如冬(즉하후여동)。若其冬候(약기동후)。

土地凍坼(토지동탁)。有氷無水(유빙무수)。

亦如北極之下(역여북극지하)。

적도(赤道)로부터 수십 도 남쪽은 동지에 여름이 되고 하지에

겨울이 되는데, 그 기후의 차고 더움은 대개 중국과 비슷하다.

여기서부터 더욱 남쪽 끝으로 내려가면 여름 기후가 겨울과 같으며, 겨울철엔 땅이 얼어 터져서 얼음만 있고 물이 없어 북극의

기후와 같다.



由南極而南(유남극이남)。由北極而北(유북극이북)。

其漸溫漸冷(기점온점랭)。極溫極冷幷同(극온극랭병동)。

此地界惟南北易其候而已(차지계유남북역기후이이)。

남극에서 남쪽으로, 북극에서 북쪽으로 간다면 기후는 차츰 따스하고 차츰 추우며 극도로 따스하고 극도로 추운 것은 모두 같은데, 이 지계(地界)는 오직 남과 북이 그 기후가 바꾸어진 것뿐이다.



盖日由黃道(개일유황도)。出入於赤道(출입어적도)。內外各二十三度(내외각이십삼도)。地界之近赤道而日光直射者(지계지근적도이일광직사자)。其氣極溫(기기극온)。稍遠於赤道而日光斜射者(초원어적도이일광사사자)。其氣微溫(기기미온)。絶遠於赤道而日光橫射者(절원어적도이일광횡사자)。

其氣極冷(기기극랭)。是以地之有溫(시이지지유온)。

受於日也(수어일야)。溫有微極(온유미극)。

日之斜直也(일지사직야)。

대개 해는 황도(黃道)로 말미암아 적도(赤道)에 드나드는데 안과 밖이 각각 23°다. 지구 세계로서 적도에 가까운 지대는 햇빛이

직사하여, 그 기후가 극도로 따스하고 적도에서 조금 먼 지대는

햇빛이 비스듬히 쏘이므로, 그 기후가 약간 따스하며, 적도에서 동떨어지게 먼 지대는 햇빛이 횡으로 쏘아 그 기후가 몹시 차다. 그러므로, 지구가 따스한 것은 햇빛을 받는 때문이며, 그 따스함에 약간 따뜻함과 극히 따스함이 있음은 햇빛이 비스듬히 쏘느냐 직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察乎此則朝晝之異候明矣(찰호차즉조주지이후명의)。朝晝之異候明(조주지이후명)。則冬夏之異候明矣(즉동하지이후명의)。冬夏之異候旣明(동하지이후기명)。則南北之異候亦明矣(즉남북지이후역명의)。

이것을 자세히 안다면 아침과 낮의 기후가 다른 이유가 분명하며, 아침과 낮 기후가 다름이 분명하다면 겨울과 여름 기후가 다름이 분명하며, 겨울과 여름 기후가 다름이 이미 분명하다면 남과 북의 기후가 다른 것도 분명할 것이다.”

虛子曰(허자왈)。日南至而一陽生(일남지이일양생)。日北至而一陰生(일북지이일음생)。陰陽交而爲春夏(음양교이위춘하)。天地閉而爲秋冬(천지폐이위추동)。南陽而北陰(남양이북음)。地勢之定局也(지세지정국야)。夏溫而冬冷(하온이동랭)。陰陽之交閉也(음양지교폐야)。今夫子舍陰陽之定局(금부자사음양지정국)。去交閉之眞機(거교폐지진기)。率之以日火之遠近斜直(솔지이일화지원근사직)。無乃不可乎(무내불가호)。

허자가 말하기를,

“해가 남지(南至 곧 동짓날을 말함)하면 한 양(陽)이 생하고,

해가 북지(北至 곧 하지날을 말함)하면 한 음(陰)이 생하게 됩니다. 음과 양이 서로 바꿔짐에 따라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며, 천지가 닫겨짐에 따라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니, 남쪽이 양으로 되고 북쪽이 음으로 됨은 지세(地勢)의 정해진 국면이며, 여름이 따뜻하고 겨울이 추운 것은 음과 양이 번갈아 닫혀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부자는 음과 양으로 정해진 국면과 바뀌고 닫기는

참 기틀은 버리고, 태양[日火]의 멀고 가까움과 비스듬하고 바름[斜直]을 가지고 통틀어 설명하시니, 옳지 못한 것이 아닙니까?”


實翁曰(실옹왈)。然(연)。有是言也(유시언야)。雖然(수연)。陽之類有萬而皆本於火(양지류유만이개본어화)。陰之類有萬而皆本於地(음지류유만이개본어지)。古之人有見於此而有陰陽之說(고지인유견어차이유음양지설)。

“그렇다.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양(陽)의 종류가 여러 가지로

있지만 모두 불에 근본했고, 음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땅에 근본했다. 옛사람이 여기에 깨달은 바가 있어 음양의 학설이 있게 되었다.



萬物化生於春夏則謂之交(만물화생어춘하즉위지교)。

萬物收藏於秋冬則謂之閉(만물수장어추동즉위지폐)。

古人立言(고인립언)。各有爲也(각유위야)。

究其本則實屬於日火之淺深(구기본즉실속어일화지천심)。

非謂天地之間別有陰陽二氣隨時生伏主張造化

(비위천지지간별유음양이기수시생복주장조화)。

如後人之說也(여후인지설야)。

만물이 봄과 여름에 화생(化生)하는 것을 교(交)라 하고, 가을과 겨울에 거두어 저장하는 것을 닫긴[閉]다 했으니, 옛사람이 말을 세운[立言] 것도 각각 까닭이 있다. 그러나 그 근본을 미루어 본다면 실상 태양빛[日火]의 얕음과 깊음에 속할 뿐, 후세 사람의 말대로 천지 사이에 별도로 음양 두 기(氣)가 있어서 때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숨기도 하며 조화(造化)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虛子曰(허자왈)。地界生物(지계생물)。統屬於日火(통속어일화)。假令日界一朝融滅(가령일계일조융멸)。卽此地界將無一物(즉차지계장무일물)。

“지구 세계의 생물이 모두 태양빛에 속했다면, 가령 해의 세계가 일조에 녹아 없어진다면 곧 이 지구의 세계에는 한 물체도 없게 될 것입니까?”

實翁曰(실옹왈)。氷土相結(빙토상결)。物不生成(물불생성)。暗冷混沌(암랭혼돈)。成一死界(성일사계)。虛空之中(허공지중)。絶遠日火(절원일화)。徒成死界(도성사계)。

奚啻千萬(해시천만)。

“얼음과 흙이 서로 얼어붙어 물(物)이 생성할 수 없다면 어두움과 싸늘한 한 덩어리 죽음의 세계가 될 것이다. 허공(虛空)의 중간에 태양빛이 단절된다면 다만 죽음의 세계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虛子曰(허자왈)。天者五行之氣也(천자오행지기야)。

地者五行之質也(지자오행지질야)。天有其氣(천유기기)。

地有其質(지유기질)。物之生成(물지생성)。

自有其具(자유기구)。豈其專屬於日乎(기기전속어일호)。

“하늘이란 오행(五行)의 기(氣)요, 땅이란 오행의 질(質)입니다. 하늘이 그 기를 갖고 땅이 그 질을 갖기 때문에 물(物)의 생성이 절로 갖추어지는 것인데, 어찌 태양에만 전속됩니까?”



實翁曰(실옹왈)。虞夏言六府(우하언륙부)。

水火金木土糓是也(수화금목토곡시야)。

易言八象(역언팔상)。

天地火水雷風山澤是也(천지화수뢰풍산택시야)。

洪範言五行(홍범언오행)。

水火金木土是也(수화금목토시야)。

佛言四大(불언사대)。地水火風是也(지수화풍시야)。

“우하(虞夏) 때 육부(六府)를 말했는데 수ㆍ화ㆍ금ㆍ목ㆍ토ㆍ곡(水火金木土糓)이 이것이고, 주역(周易)에 팔상(八象)을 말했는데 천ㆍ지ㆍ화ㆍ수ㆍ뇌ㆍ풍ㆍ산ㆍ택(天地火水雷風山澤)이 이것이며, 홍범(洪範)에는 오행(五行)을 말했는데 수ㆍ화ㆍ금ㆍ목ㆍ토가 이것이고, 불(佛)은 사대(四大)를 말했는데 지ㆍ수ㆍ화ㆍ풍(地水火風)이 이것이다.

古人隨時立言(고인수시립언)。

以作萬物之總名(이작만물지총명)。

非謂不可加一(비위불가가일)。不可减一(불가감일)。

天地萬物(천지만물)。適有此數也(적유차수야)。

옛사람이 때에 따라 모범될 만한 말을 세워 만물(萬物)의 총명(摠名)을 지은 것은 여기에 한 가지도 보탤 수 없고 한 가지도 줄일 수 없다는 것이 아니고 천지 만물이 이런 수(數)가 있다는 것이다.



故五行之數(고오행지수)。原非定論(원비정론)。

術家祖之(술가조지)。河洛以傅會之(하락이부회지)。

易象以穿鑿之(역상이천착지)。生克飛伏(생극비복)。

支離繚繞(지리료요)。張皇衆技(장황중기)。

卒無其理(졸무기리)。

그러므로 오행의 수(數)는 원래에 정해진 의론이 아닌데,

술가(術家)는 이를 조종(祖宗)으로 삼아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로써 억지로 맞추고 주(周易) 상수(象數)를 파고 들어가

생극(生克)이니 비복(飛伏 점치는데 쓰는 술어로, 비신(飛神)과 복신(伏神)을 말함)이니 하는 지리한 수작으로 여러 술수(術數)를 장황스럽게 이야기하나 끝내 그런 이치는 없는 것이다.



夫火者日也(부화자일야)。水土者地也(수토자지야)。

若木金者(약목금자)。日地之所生成(일지지소생성)。

不當與三者並立爲行也(불당여삼자병립위행야)。

대저 화(火)는 태양이요 수(水)와 토(土)는 땅이다.

목(木)과 금(金) 따위는 해와 땅의 기(氣)로 말미암아 생성하는 것이니, 당연히 이 3자(화ㆍ토ㆍ수)와 더불어 병행될 수 없는 것이다.



且天者(차천자)。淸虛之氣彌滿無際(청허지기미만무제)。

其可以蕞爾地界之噓吸(기가이최이지계지허흡)。

擬議於至淸至虛之中乎(의의어지청지허지중호)。

또 하늘이란, 맑고 허한 기(氣)가 끝없이 가득한 것인데,

자그마한 지구세계의 움직임을 가지고 이 지극히 맑고 지극히

허한 데 비겨 논할 수 있겠느냐?

是知天者氣而已(시지천자기이이)。日者火而已(일자화이이)。地者水土而已(지자수토이이)。萬物者(만물자)。

氣之粕糟(기지박조)。火之陶鎔(화지도용)。地之疣贅(지지우췌)。三者闕其一(삼자궐기일)。不成造化(불성조화)。

復何疑乎(부하의호)。

이래서 하늘은 기(氣)뿐이요 해는 불 뿐이며 땅은 물과 흙일 뿐임을 안다. 만물(萬物)이란 기의 찌꺼기[糟粕]이고 불의 거푸집[陶鎔]이며 땅의 군살[疣贅]인 것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없어도 조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어찌 의심하겠느냐?”



虛子曰(허자왈)。人物之生(인물지생)。胎卵根子(태란근자)。各有其本(각유기본)。何待於日火乎(하대어일화호)。

허자가 말하기를,

“사람이나 물체가 생길 때에 태와 알과 뿌리와 씨(胎卵根子)가 각기 근본이 있는 것인데, 어찌 태양의 화기를 기다리겠습니까?”


實翁曰(실옹왈)。人物之生動(인물지생동)。本於日火(본어일화)。使一朝無日(사일조무일)。冷界凌兢(랭계릉긍)。萬品融消(만품융소)。胎卵根子(태란근자)。將安所本(장안소본)。故曰地者萬物之母(고왈지자만물지모)。日者萬物之父(일자만물지부)。天者萬物之祖也(천자만물지조야)。

“인과 물의 생동이 태양빛에 근본한 것이다. 가령 하루아침에 해가 없어진다면 온 세계는 얼어붙고 온갖 물체는 녹아 없어질 텐데, 태ㆍ난ㆍ근ㆍ자가 어디에 근본하겠느냐? 까닭에 이르기를 ‘땅은 만물의 어미요, 해는 만물의 아비이며, 하늘은 만물의 할아버지다.’고 하였다.



虛子曰(허자왈)。古云天不滿西北(고운천불만서북)。地不滿東南(지불만동남)。天地果有不滿歟(천지과유불만여)。

“옛사람이 이른 말에 ‘하늘은 서쪽과 북쪽이 가득 차지 않고 땅은 동쪽과 서쪽이 가득 차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하늘과 땅도

과연 가득 차지 않은 곳이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此中國之野言也(차중국지야언야)。

見北極之低旋(견북극지저선)。則疑天之不滿(즉의천지불만)。見江河之東注(견강하지동주)。則疑地之不滿(즉의지지불만)。泥於地勢之適然(니어지세지적연)。不察環面之異觀(불찰환면지이관)。不亦愚乎(불역우호)。

“이것은 중국의 야언(野言)이다. 북극(北極)이 낮게 도는 것을 보고 하늘이 가득 차지 않은 줄로 의심하며, 강하(江河)가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보고 땅이 가득 차지 않은 줄로 의심한 것이다.

땅 형세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에 얽매어 온 지구의 다른 관점을 살피지 않으니, 또한 어리석지 않느냐?”



虛子曰(허자왈)。地面之晝夜長短(지면지주야장단)。彼此齊同(피차제동)。無有差別乎(무유차별호)。實翁曰(실옹왈)。豈其然乎(기기연호)。

“지구의 표면에서는 밤낮의 길이가 저쪽과 이쪽이 다 같고 차이가 없습니까?”

假如晝午於此(가여주오어차)。則自此以東九十度爲夕照(즉자차이동구십도위석조)。過此則爲昏曚(과차즉위혼몽)。自此而西九十度爲朝暾(자차이서구십도위조돈)。過此則爲晨曚(과차즉위신몽)。東西各一百八十度(동서각일백팔십도)。

卽此之對面而爲夜半(즉차지대면이위야반)。赤道南北各二十餘度(적도남북각이십여도)。終年晝夜俱均(종년주야구균)。所差不過刻分(소차불과각분)。過此則晝夜之差漸多(과차즉주야지차점다)。

“어찌 그렇겠느냐. 가령 여기서 낮 정오라면 여기서 동쪽 90°인 곳은 석양일 테고, 거기서 또 90°쯤 지나가면 밤일 것이다.

여기서 서쪽 90°인 곳은 아침일 테고 거기서 또 90° 지나면 새벽일 것이다. 동쪽과 서쪽이 각각 1백 80°의 이곳과 맞서는 곳은 밤 자정일 것이다. 적도(赤道)의 남쪽과 북쪽은 각각 20° 남짓한데

1년 중 밤낮의 길이는 균일하여 차이가 각ㆍ분(刻分)에 불과하며 여기에서 더 지나가면 밤낮의 차이는 점점 많아진다.



極長或過十一時(극장혹과십일시)。極短或不及一時(극단혹불급일시)。至于兩極而赤道爲地平(지우량극이적도위지평)。則日在赤道上爲晝而占半年(즉일재적도상위주이점반년)。

日在赤道下爲夜(일재적도하위야)。亦占半年(역점반년)。

극도로 긴 데는 열한 시가 넘고 극도로 짧은 데는 한 시간이 차지 않는다. 두 극(極)에 이르러 적도가 지평선(地平線)처럼 되면

해가 적도 위에 있을 때는 반년 동안 낮이 계속되고, 해가 적도의 밑에 있을 때는 반년 동안 밤이 된다.”



虛子曰(허자왈)。今夫海之爲物也(금부해지위물야)。旱不渴雨不溢寒不氷(한불갈우불일한불빙)。百川灌注而不變其鹹(백천관주이불변기함)。朝汐隨時而不失其期(조석수시이불실기기)。願聞其理(원문기리)。

“바다라는 물체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장마에도 넘치지 않으며 추워도 얼음이 얼지 않는다. 여러 냇물이 흘러들어도 그 짠맛이

변하지 않으며 때에 따라 밀물과 썰물이 져도 그 주기는 잃지 않는데, 그 이치를 듣고 싶습니다.”



實翁曰(실옹왈)。月者水精也(월자수정야)。水遇月則感而應之(수우월즉감이응지)。湧而成浪(용이성랑)。月有常道(월유상도)。潮有常期(조유상기)。浪勢簸掀(랑세파흔)。自成進退(자성진퇴)。

“달은 물의 정기[水精]라, 물이 달을 만나면 감응하여 솟아 물결을 이룬다. 달은 일정한 길이 있고 조수는 일정한 시간이 있는 바, 물결 형세가 나부끼고 흔들리어 스스로 나아가고 물러서게 된다.



近於本浪者(근어본랑자)。進退俱猛(진퇴구맹)。遠於本浪者進退俱微(원어본랑자진퇴구미)。其益遠者(기익원자)。

浪勢不及(랑세불급)。不成潮汐也(불성조석야)。

본 물결에 가까운 데는 간만의 차가 심하고 본 물결에 먼 데는

간조와 만조가 모두 미약하며, 본 물결에 더욱 먼 데는 물결 형세가 못 미치게 되므로 밀물과 썰물이 이뤄지지 않는다.



海水雖大畜而不洩(해수수대축이불설)。近於赤道(근어적도)。日火蒸炙(일화증자)。轉成鹹味(전성함미)。味鹹如鹽豉(미함여염시)。浪湧如灘水(랑용여탄수)。地且近日(지차근일)。冬不成氷(동불성빙)。

바닷물은 아무리 많이 모여도 새지 않는다. 적도 가까이는 태양열이 찌는 듯 볶는 듯하여 점점 짠맛이 되는데 그 맛이 소금 같고

솟는 물결은 여울물과 같으며, 육지 또한 해에 가까우므로 겨울에는 얼음이 얼지 않는다.



若兩極之下(약량극지하)。地候極冷(지후극랭)。日火煮微而潮浪不及(일화자미이조랑불급)。則亦有氷海(즉역유빙해)。

또 남극ㆍ북극은 기후가 극도로 냉하고 태양열도 따라서 미약하며 밀물이 미치지 않는 데에는 얼음 바다[氷海]도 있다.



且積水巨涵(차적수거함)。汪洋無際(왕양무제)。江海之灌(강해지관)。霖雨之浸(림우지침)。實如一杯之水(실여일배지수)。無所增損於千頃之陂(무소증손어천경지피)。

또 모인 물이 크고 넓어, 왕양(汪洋)함이 가이 없으므로 모여드는 강해의 물과 끊임없는 장마비도 한 잔의 물과 같아 천 경(頃)의 물결엔 아무런 보탬도 손실도 없다.



且江河之源(차강하지원)。本於重泉(본어중천)。重泉之源(중천지원)。本於海水(본어해수)。水隨土脉(수수토맥)。如激如吸(여격여흡)。橫流倒行(횡류도행)。無遠不到(무원불도)。土氣滲潤(토기삼윤)。變鹹爲淡(변함위담)。溢爲井泉(일위정천)。湊成江河(주성강하)。此是互相輸瀉(차시호상수사)。

均是海水(균시해수)。

또 강하(江河)의 근원은 샘물이고 샘물의 근원은 바다다.

물은 토맥(土脈)에 따라 부딪치는 듯 호흡하는 듯 옆으로도 흐르고 거꾸로도 흘러서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스며들어 흙을 윤택하게 만들고 짠물을 변해 민물로 만들며 넘쳐서 우물과 샘이 되고

모여서 강ㆍ하수[江河]가 된다. 곧 서로서로 넘나들면서 이루어 주는 것으로 모두가 바다물이다.

且風陽之熯曝(차풍양지한폭)。人物之沃飮(인물지옥음)。

足以當雨雪之淋漓(족이당우설지림리)。

則不渴不溢(즉불갈불일)。其勢然也(기세연야)。

또 바람과 햇볕에 증발되고 사람과 만물에게 소비되는 양이,

비와 눈으로 인한 불음과 서로 맞먹게 되므로,

그 물은 자연 마르지도, 붇지도 않기 마련인 것이다.”



虛子曰(허자왈)。古云桑海之變(고운상해지변)。

亦有其理乎(역유기리호)。

“옛사람의 말에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다.’고 하였는데,

그런 이치가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余觀地界(여관지계)。人壽不過百年(인수불과백년)。國史未傳實蹟(국사미전실적)。地水之變(지수지변)。漸而不驟(점이불취)。人不能覺也(인불능각야)。蚌蛤之殼(방합지각)。水磨之石(수마지석)。或在高山(혹재고산)。海傍之山(해방지산)。類多沙白(류다사백)。此其互相進退(차기호상진퇴)。其蹟甚著(기적심저)。

“내가 보건대, 지구 세계에서 인간의 수(壽)는 백 년을 넘기지 못하고 국사(國史)에도 그 실적이 전하지 않는다. 땅과 물의 변화는 점차로 되는 것이지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데, 인간이 능히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조개껍질과 조약돌이 혹 높은 산에서 나타나고 바다 가까운 산의 모래가 흔히 흰 모래인 것으로 보아 산과 바다가 서로 넘나든 흔적이 뚜렷함을 알 수 있다.

且觀中國(차관중국)。遼野千里(료야천리)。乃是九河故道(내시구하고도)。漠外沙磧(막외사적)。乃是黃河故道(내시황하고도)。孟子不云乎(맹자불운호)。洪水橫流(홍수횡류)。

汎濫於中國(범람어중국)。

또 중국을 보더라도 요동 들[遼野] 천 리는 곧 구하(九河)의 옛 길이요, 사막(沙漠) 밖에 모래와 자갈은 곧 황하(黃河)의 옛 길이다. 맹자(孟子)가 이르지 않았느냐 ‘홍수(洪水)가 가로 흘러 중국으로 넘어들었다.’고.

夫流沙淤塞(부류사어새)。水道漸高(수도점고)。

不能不橫決也(불능불횡결야)。

대개 흘러내리는 모래가 쌓여 막히고 물길이 점점 높아지면 둑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黃河橫決(황하횡결)。正當堯時(정당요시)。崇伯不察時運(숭백불찰시운)。爲中國遠慮(위중국원려)。欲復其故道(욕부기고도)。陻之九年(인지구년)。績用不成(적용불성)。堤防一壞(제방일괴)。九州懷襄(구주회양)。禹乃嗣興(우내사흥)。

鑿龍門順其勢而導之(착룡문순기세이도지)。以救其急而卒爲中國患(이구기급이졸위중국환)。觀乎此(관호차)。

則桑海之互變(즉상해지호변)。可知也(가지야)。

황하(黃河)가 넘쳐흐른 것은 바로 요(堯)의 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숭백(崇伯 우(禹) 아버지 이름은 곤)이 시대의 운수를 살피지 못하고 중국을 위해 먼 계획을 세운다고 그 옛 길만 회복하고자

하여, 9년 동안 막았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제방(堤防)이 한번 무너지매 구주(九州)가 물속에 빠져 버렸다. 우(禹)가 곧 잇달아 일어나 용문산(龍門山)을 뚫어 물의 성질대로 인도하여 그 다급함을 구제하긴 하였으나, 마침내 중국의 후환이 되었다.

이로 본다면 뭍이 바다로 되고 바다가 뭍으로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虛子曰(허자왈)。地之有震(지지유진)。山之有遷(산지유천)。何也(하야)。

“땅에 지진(地震)이 있고 산이 옮기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實翁曰(실옹왈)。地者活物也(지자활물야)。脉絡榮衛(맥락영위)。實同人身(실동인신)。特其體大持重(특기체대지중)。

不如人身之跳動(불여인신지도동)。是以少有變(시이소유변)。則人必恠之(즉인필괴지)。妄測其灾祥也(망측기재상야)。

“땅이란 활물(活物 움직이는 물체)이다. 맥락(脈絡)과 영위(榮衛)가 실상 사람의 몸과 같은데 다만 그 몸뚱이가 크고 무거워 사람처럼 뛰고 움직이지 못할 뿐이다. 이 때문에 조그만 변이 일어나도 사람은 반드시 괴이하게 여겨, 재앙이니 상서니 하고 함부로

추측한다.



其實水火風氣周行流注(기실수화풍기주행류주)。閡而成震(애이성진)。激而推遷(격이추천)。其勢然也(기세연야)。

그 실에 있어서는 수화(水火)와 풍기(風氣)가 두루 유행(流行)하다가 막히면 지진이 일어나고 격하면 밀어 옮기기도 하나니,

그 형세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虛子曰(허자왈)。地之有溫泉鹽井(지지유온천염정)。何也(하야)。

“땅에 온천(溫泉)과 염정(鹽井)이 있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實翁曰(실옹왈)。太虛者(태허자)。水之精也(수지정야)。

太陽者(태양자)。火之精也(화지정야)。地界者(지계자)。

水火之査滓也(수화지사재야)。地非水火(지비수화)。不能生活(불능생활)。旋轉定位(선전정위)。化成萬物(화성만물)。水火之力也(수화지력야)。夫溫泉鹽井(부온천염정)。

水火之相盪也(수화지상탕야)。

“태허(太虛)는 물의 정[水精]이고 태양(太陽)은 불의 정[火精]이며 지구는 물과 불의 찌꺼기다. 물과 불이 아니면 땅은 능히 살아 활동할 수 없다. 돌고 위치를 정하고, 만물을 내고 성장 시키는 것은 물과 불의 힘이다. 이 온천과 염정도 물과 불이 서로 부딪쳐 생기는 것이다.”



虛子曰(허자왈)。然則人之死也(연즉인지사야)。

葬不得其地(장불득기지)。則風火之爲灾(즉풍화지위재)。

亦有其理歟(역유기리여)。

“그렇다면 사람이 죽어 장사 지내는데 그 묘(墓)자리가 길하지 않으면 바람과 불이 재앙을 만든다 하니, 또한 그런 이치가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水火風氣(수화풍기)。運行有脉(운행유맥)。遇實則走(우실즉주)。遇虛則集(우허즉집)。葬失其道(장실기도)。灾必立至(재필립지)。翻覆焦坼(번복초탁)。

化生蟲廉(화생충렴)。骨骸朽散(골해후산)。不得安厝(부득안조)。

“수화와 풍기(風氣)는 운행하는 길이 있으니, 실(實)을 만나면

피해 달아나고 허(虛)를 만나면 모이게 된다. 장사를 지냄에 있어 그 옳은 방법[道]를 잃으면 재앙이 반드시 이르나니, 해골(骸骨)이 엎어지거나 뒤쳐지거나 타버리거나, 심지어 벌레가 생기고 썩어 없어지기까지 함은 장사를 안전하게 지내지 못한 때문이다.”



虛子曰(허자왈)。方其葬人(방기장인)。土性凈潤(토성정윤)。水火風蟲(수화풍충)。無所形現(무소형현)。及其發開舊壙(급기발개구광)。絶少安吉(절소안길)。何也(하야)。

“장례를 치를 적엔 토질이 깨끗하여 물ㆍ불ㆍ바람ㆍ벌레의 작용할 데가 없었는데, 뒤에 혹 면례(緬禮)를 하려고 구광(舊壙)을

해쳐 보면 편하고 좋은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實翁曰(실옹왈)。善哉問也(선재문야)。人之於父母(인지어부모)。生則致其養(생즉치기양)。死則致其敬(사즉치기경)。

遺書遺服(유서유복)。尊奉而謹藏之(존봉이근장지)。

敬之至也(경지지야)。况於遺骸乎(황어유해호)。宅兆者(댁조자)。遺骸之藏也(유해지장야)。敢不敬謹也(감불경근야)。

“좋은 물음이구나. 사람이 부모에게, 살아 계실 때 봉양을 극진히 하고 죽으면 정성을 다하며 남긴 글과 남긴 의복을 높이 받들고

삼가 갈무리하는 것은 공경의 극치인데, 더구나 유해(遺骸)에 있어서랴. 묘 자리란 유해를 갈무리하는 곳인데, 감히 공경하고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雖然(수연)。布帛衣衾(포백의금)。養生之具也(양생지구야)。棺槨旌翣(관곽정삽)。美觀之文也(미관지문야)。

入土則腐汚穢遺骸(입토즉부오예유해)。惟務目下之美觀(유무목하지미관)。不念畢竟之汚穢(불념필경지오예)。

可謂孝且智乎(가위효차지호)。

그렇기는 하지만 포백(布帛)이나 의금(衣衾)은 생존시에 봉양하는 기구이고, 관곽(棺槨)이나 정삽(旌翣)은 남보기에 아름답게 하는 장식으로 흙에 들어가면 썩어서 유해를 더럽힐 뿐인데,

오직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힘써 필경엔 더럽히는 것은 생각지 않으니, 효도하고 또 지혜롭다고 할 수 있느냐?


况虛必引物(황허필인물)。地之理也(지지리야)。旌翣之備而槨虛(정삽지비이곽허)。衣衾之腐而棺虛(의금지부이관허)。瀝靑灰石之堅而壙虛(력청회석지견이광허)。

水火蟲風(수화충풍)。皆由於虛(개유어허)。哀哉(애재)。

藏父母之遺骸(장부모지유해)。內被腐穢(내피부예)。

外引風火(외인풍화)。肢節焦散(지절초산)。

不保其體(불보기체)。於人心其能恔乎(어인심기능교호)。

더구나 허하면 반드시 딴 물건을 끌어들이는 것은 땅의 생리다.

정삽을 갖춤으로 해서 곽(槨)은 허해지고, 옷과 이불이 썩음으로 해서 관(棺)이 허해지고, 역청(瀝靑 송지(松脂)에 기름을 섞어서 짠 도료(塗料))과 회석(灰石)이 견고함으로 해서 광(壙)은 허해진다. 물ㆍ불ㆍ바람ㆍ벌레는 모두 허함으로 인해서 생기니 슬프다. 부모의 유해를 갈무리함에 있어, 안으로 썩을 물체를 입히고 바깥으로 풍화(風火)를 끌어들여 사지(四肢) 백절이 타고 흩어져 시체를 보존하지 못한다면 마음에 괘하겠느냐?



夫土者(부토자)。物之母也而生之本也(물지모야이생지본야)。文繡不足以擬其美(문수불족이의기미)。珠玉不足以擬其凈(주옥불족이의기정)。惟人生血肉(유인생혈육)。濕處則病(습처즉병)。服用采色(복용채색)。近地則汚(근지즉오)。是以高堂重茵(시이고당중인)。遠土以爲貴(원토이위귀)。

陶穴藉處(도혈자처)。近土以爲賤(근토이위천)。

대저 흙은 물(物)의 모체요 생의 근본이다. 비단으로 족히 그 아름다움에 겨룰 수 없고 구슬도 족히 그 깨끗함에 비길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사람의 육체란 습한 데에 거처하면 병이 생기고 좋은

의복도 땅에 가까우면 더러워진다. 그러므로 높은 집에서 겹방석을 까는 것은 흙을 멀리하기 때문에 귀한 것이요, 움막에서 거적을 까는 것은 흙과 가깝기 때문에 천한 것이다.


人習故常(인습고상)。遂忘其本(수망기본)。及其死也(급기사야)。衾冒襲斂(금모습렴)。惟恐其不厚(유공기불후)。棺槨灰石(관곽회석)。惟恐其不堅(유공기불견)。深憂永圖(심우영도)。惟遠土是謀(유원토시모)。

사람이 옛 습관에 젖어 그 근본을 잊어버린다. 죽음에 임해서 염습(斂襲)하는 의복이 두텁지 못할까 염려하고 관곽과 회석이 단단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깊은 걱정과 긴 계획은 오직 흙을 멀리하기를 꾀한다.


殊不知死生異道(수불지사생이도)。貴賤殊物(귀천수물)。

黃中溫潤(황중온윤)。莫貴於土(막귀어토)。眞美眞淨(진미진정)。實爲遺骸之寶藏也(실위유해지보장야)。

사(死)와 생의 도가 다르고 귀와 천의 물이 다르나, 누른 정색(正色)으로 따뜻하고 윤택함이 흙보다 더 귀함이 없으니, 참 아름답고 참 깨끗한 것이 실로 유해(遺骸)의 보장(寶藏)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是以不封不樹(시이불봉불수)。太古之已愨也(태고지이각야)。包布裸葬(포포라장)。達士之弔詭也(달사지조궤야)。

茶毗舍利(다비사리)。佛氏之淨法也(불씨지정법야)。堲周瓦棺(즐주와관)。聖人之中制也(성인지중제야)。

그러므로 무덤도 만들지 않고 나무도 심지 않음은 태고(太古) 시대의 너무 질박한 일이었고, 베로 싸기만 하고 관(棺)이 없이 나장(裸葬 관곽을 쓰지 않는 장례)한 것은 달사(達士)의 괴이한 짓이었으며, 다비(茶毘)로 사리(舍利)를 모아 탑(塔)을 쌓는 것은 불씨(佛氏)의 정법(淨法)이었고, 벽돌로 둘러쌓고[周] 기와 [瓦棺]관을 만든 것은 성인(聖人)의 적중한 제도였던 것이다.”



虛子曰(허자왈)。然則太上茶毗(연즉태상다비)。其次裸葬(기차라장)。安用封樹堲瓦爲哉(안용봉수즐와위재)。

“그렇다면 가장 좋은 법은 다비이고 그 다음은 나장입니다.

무덤을 만든다 나무를 심는다 벽돌로 쌓는다 기와로 관을 만든다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實翁曰(실옹왈)。葬師主義(장사주의)。葬親主恩(장친주은)。西竺之敎(서축지교)。割恩而立義(할은이립의)。

中國之敎(중국지교)。屈義而伸恩(굴의이신은)。

王孫裸葬(왕손라장)。矯俗之激也(교속지격야)。

“스승을 장사 지내는 데는 의리를 주로 하고 어버이를 장사 지내는 데는 은애를 주로 하는 것이다. 서축(西竺 곧 불교를 말함)의 가르침은 은애를 끊고 의리를 세웠으며, 중국의 가르침은 의리를 굽히고 은애를 폈다. 그러나 왕손(王孫)을 나장한 것은 풍속을 바로 잡는데 과격했던 때문이다.



生于中國(생우중국)。自有其義(자유기의)。崇其儉節其文(숭기검절기문)。不忘其本(불망기본)。參以時義(참이시의)。

勿循俗習(물순속습)。永思安厝(영사안조)。夫平原高崗(부평원고강)。俱是福地(구시복지)。何有於風火之灾(하유어풍화지재)。此爲人子之所當知也(차위인자지소당지야)。

중국에 나면 자연 그 의가 있다. 곧 검소함을 숭상하고 그 꾸밈을 절제하며, 그 근본을 잊지 않고 시의(時義)를 참작하며 속습에

따르지 않고 어버이의 안장(安葬)을 길이 생각하는 일이다.

대개 판판한 언덕과 높은 산은 모두 복지(福地)인데, 무슨 풍화(風火)의 재앙이 있겠느냐? 이것은 남의 자식된 자가 마땅히 알아야 할 일이다.



盖成周尙文(개성주상문)。禮物太備(례물태비)。

孟氏距墨(맹씨거묵)。力排薄葬(력배박장)。

重棺明器之具(중관명기지구)。無土親膚之論(무토친부지론)。不能無流弊也(불능무류폐야)。

대개 성주(成周 주(周) 나라의 별칭) 시대엔 문(文)을 숭상하여 예악(禮樂)과 문물(文物)이 너무 갖춰졌고, 맹씨(孟氏)는 묵씨(墨氏)를 배척함에 있어 박장(薄葬)을 나무랐다. 그러나 ‘관(棺)을 무겁게 하고 명기(明器)를 써야 한다. 흙이 어버이 피부에 닿지 않아야 한다.’라는 의론은 폐단이 없지 않은 것이다.”



虛子曰(허자왈)。宅兆有吉凶(댁조유길흉)。子姓有禍福(자성유화복)。一氣感應(일기감응)。亦有其理乎(역유기리호)。

“택조(宅兆)의 길흉과 자손의 화복이 한 기(氣)로 감응(感應)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이치가 있습니까?”



實翁曰(실옹왈)。重囚在獄(중수재옥)。宛轉楚毒(완전초독)。至不堪也(지불감야)。未聞重囚之子身發惡疾(미문중수지자신발악질)。况於死者之體魄乎(황어사자지체백호)。

“중형(重刑)을 당한 죄수가 옥(獄)에 있을 때 겪는 고통이 견딜 수 없다 하여, 죄수의 아들이 몸에 악한 병이 생겼다는 말을 듣지 못했거늘, 하물며 죽은 자의 혼백에 있어서랴?



雖然(수연)。技術之妄(기술지망)。實無其理(실무기리)。

傳信之久(전신지구)。衆心合靈(중심합령)。想無成有(상무성유)。往往有中人之機巧(왕왕유중인지기교)。天亦隨之(천역수지)。鑠金銷骨(삭금소골)。自有其理(자유기리)。

비록 그러하나 기술이란 허망하여 본래는 그럴 이치가 없지만,

그런 줄로 믿어 내려온 지 오래고 마음을 모으고 영을 합하면

무(無)를 상상하여 유(有)를 이루나니, 가끔 중인(中人)의 기교를 하늘이 따라준다. ‘입이 여럿이면 금도 녹이고 비방이 쌓이면 뼈도 녹아진다.’는 말이 이치가 있는 것이다.


夫天文之祥祲(부천문지상침)。卜筮之休咎(복서지휴구)。

禱祀之格響(도사지격향)。地術之禍福(지술지화복)。

其理一也(기리일야)。

대개 천문(天文)에 대해서 상서와 재앙, 복서(卜筮)에 있어서

길흉, 기도와 제사에 있어서 귀신의 흠향, 지술(地術)에 있어서의 화와 복은 모두 그 이치가 마찬가지다.



蔡季通之得罪也(채계통지득죄야)。悔遷人墓(회천인묘)。

夫無故改葬(부무고개장)。宜其罪悔(의기죄회)。

惟崇信左術(유숭신좌술)。實爲罪悔之本(실위죄회지본)。

채계통(蔡季通)이 귀양갈 때에 남의 묘(墓)를 옮겨준 것을 후회하였다. 연고없이 남의 면례(緬禮)를 시켰으니, 뉘우쳐 마땅하나 사실은 오직 간사한 술법을 숭상하여 믿은 것이 후회의 근본이었던 것이다.



况紫陽之山陵議狀(황자양지산릉의상)。專主術說(전주술설)。甚矣臺史(심의대사)。言出儒宗(언출유종)。人不敢議(인불감의)。異說鴟張(이설치장)。天下若狂(천하약광)。

訟獄繁興(송옥번흥)。人心日壞(인심일괴)。流弊之酷(류폐지혹)。奚啻頓悟事功之比而已哉(해시돈오사공지비이이재)。

더구나 자양(紫陽)의 산릉 의장(山陵議狀)이 오로지 술가(術家)의 말만 주장한 것이 너무 심한 데도 대사(臺史)가 이 말이 유종(儒宗)에서 나왔다 하여 감히 의논하지 못했다. 이러므로 간사한 말이 거침없이 퍼져서 천하가 미친 듯하여 송옥(訟獄)이 들끓고 인심이 날로 무너지게 되었으니, 폐단의 혹독함이 어찌 선학(禪學)이나 공리론[事功]에 비등할 뿐이겠느냐?”



虛子曰(허자왈)。天地之體形情狀(천지지체형정상)。

旣聞命矣(기문명의)。請卒聞人物之本(청졸문인물지본)。

古今之變(고금지변)。華夷之分(화이지분)。

“천지의 형체와 정상은 이미 가르쳐 주심을 들었으나,

인물의 근본과 고금의 변화와 화이(華夷 중국과 오랑캐)의 구별을 듣고 싶습니다.”



實翁曰(실옹왈)。夫地者虛界之活物也(부지자허계지활물야)。土者其膚肉也(토자기부육야)。水者其精血也(수자기정혈야)。兩露者其涕汗也(량로자기체한야)。風火者其魂魄榮衛也(풍화자기혼백영위야)。是以水土釀於內(시이수토양어내)。日火熏於外(일화훈어외)。元氣湊集(원기주집)。

滋生衆物(자생중물)。草木者地之毛髮也(초목자지지모발야)。人獸者地之蚤蝨也(인수자지지조슬야)。

“대저 땅이란 허계(虛界)의 활물(活物)이다. 흙은 그의 살이고 물은 그의 정기와 피이며, 비와 이슬은 그의 땀이고, 바람과 물은 그의 혼백이며 영위(榮衛)다. 이러므로 물과 흙은 안에서 빚어내고 태양 화기는 밖에서 쪼이므로, 원기가 모여 온갖 물을 생산시킨다. 풀과 나무는 땅의 모발(毛髮)이고 사람과 짐승은 땅의 벼룩이며 이[虱]이다.


巖洞土窟(암동토굴)。氣聚成質(기취성질)。謂之氣化(위지기화)。男女相感(남녀상감)。形交胎產(형교태산)。謂之形化(위지형화)。

바위 골짜기와 땅 속에 뚫린 굴은 기(氣)가 모여 바탕을 이룬 것이니 기화(氣化)라 이르고, 남녀가 서로 느끼어 육체로 교접하여

태(胎)로 낳은 것은 형화(形化)라 이른다.



邃古之時(수고지시)。專於氣化(전어기화)。人物不繁(인물불번)。鍾禀深厚(종품심후)。神智淸明(신지청명)。動止純厖(동지순방)。養生不資於物(양생불자어물)。喜怒不萌於心(희노불맹어심)。呼吸吐納(호흡토납)。不飢不渴(불기불갈)。

無營無欲(무영무욕)。遊戱于于(유희우우)。鳥獸魚鼈(조수어별)。咸遂其生(함수기생)。草木金石(초목금석)。各葆其體(각보기체)。天無淫沴之灾(천무음려지재)。地無崩渴之害(지무붕갈지해)。此人物之本(차인물지본)。眞太和之世也(진태화지세야)。

상고(上古) 시대에는 오로지 기화(氣化)로 되었기 때문에 인물이 많지 않았으나 태어난 성품이 두텁고 정신과 지혜가 밝고 동정(動靜)도 점잖았다. 음식은 물(物)에 자뢰하지 않고 기뻐함과 노여워함도 마음에 싹트지 않고 호흡만 토하고 마시는데 배고프지도 않고 목마르지도 않았다. 하는 일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놀러만 다니니, 조수(鳥獸)와 어별(魚鼈)도 모두 제 마음대로 살고 초목과 금석(金石)도 각각 제 자체를 보전하였으며, 하늘엔 음하고 요사스러운 재앙이 없고, 땅엔 무너지고 마르[渴]는 해가 없었다. 이야말로 인물의 근본이요 태평한 세상이었다.



降自中古(강자중고)。地氣始衰(지기시쇠)。人物生成(인물생성)。轉就駁濁(전취박탁)。男女相聚(남녀상취)。乃生情欲(내생정욕)。感精結胎(감정결태)。始有形化(시유형화)。自有形化(자유형화)。人物繁衍(인물번연)。地氣益泄而氣化絶矣(지기익설이기화절의)。氣化絶則人物之生(기화절즉인물지생)。專禀精血(전품정혈)。滓穢漸長(재예점장)。淸明漸退(청명점퇴)。此天地之否運(차천지지부운)。禍亂之權輿也(화란지권여야)。

중고(中古)로 내려오면서부터 지기(地氣)가 비로소 쇠해지자

인물들이 점점 박잡하고 흐리게 되었다. 남녀가 서로 모이면 곧

정욕이 생기고 정신이 감동되어 아이를 배게 되었으니, 비로소 형화(形化)가 생긴 것이다. 형화가 있음으로부터 인물은 점점 늘어나고 지기는 더욱 줄어지며 기화(氣化)가 끊어졌다. 기화가 끊어지면 인물의 나는 것이 오르지 정혈(精血)만 타고나기 때문에 찌꺼기의 나쁜 것만 점점 자라나고 맑고 밝은 마음은 점점 없어졌다. 이것이 천지의 비운(否運 불행한 운영)이요, 화란(禍亂)의 시초였다.

男女形交(남녀형교)。精血耗竭(정혈모갈)。機巧攻心(기교공심)。神火焦熬(신화초오)。內有飢渴之患(내유기갈지환)。

外有寒暑之苦(외유한서지고)。囓草飮水(설초음수)。以充飢渴(이충기갈)。巢居穴處(소거혈처)。以御寒暑(이어한서)。於是萬物各私其身而民始爭矣(어시만물각사기신이민시쟁의)。

남녀가 육체로 교접하매 기혈(氣血)이 소모되고, 기교한 꾀가

본심을 해치매 정신에 울화(鬱火)가 생겼다. 안으로 기갈(飢渴)의 걱정과 밖으로 한서(寒署)의 괴로움이 있게 되매, 풀잎을 먹고

물을 마셔서 기갈을 채웠으며, 나무로 둥우리를 틀고 토굴을 파서 움을 만들어 한서를 방비하였다. 이렇게 되자 온갖 물(物)은 각각 제 몸을 위하기에 이르렀으니, 백성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草水之薄而濫以佃漁(초수지박이람이전어)。鳥獸魚鼈(조수어별)。不得遂其生矣(불득수기생의)。巢穴之陋而侈以棟宇(소혈지루이치이동우)。草木金石(초목금석)。不得葆其體矣(불득보기체의)。膏粱適其口而臟腑脆矣(고량적기구이장부취의)。布帛暖其體而支節解矣(포백난기체이지절해의)。園囿臺榭陂塘之役作而地力損矣(원유대사피당지역작이지력손의)。忿怒怨詛淫穢之氣昇而天灾現矣(분노원저음예지기승이천재현의)。

풀잎을 먹고 물을 마심이 너무 박하다 하여 함부로 사냥하고 고기 잡으매, 조수(鳥黙)와 어별(魚鼈)이 제대로 살 수 없게 되었고, 둥우리와 움집이 누추하다 하여 좋은 저택을 지으매 초목(草木)과 금석(金石)이 형체를 보전할 수 없게 되었다. 고량진미(膏粱珍味)로 그 입맛을 맞추자 장부[臟胃]가 약해졌고 베와 비단으로 그 몸을 따스게 하자 지절(肢節)이 해이하게 되었다.

동산을 만든다 정자를 짓는다 못을 판다는 일이 생기자 땅 힘이

줄어들고, 성냄과 원망함과 저주(咀呪)하는 더러운 기(氣)가

오르자 하늘 재앙이 나타나게 되었다.

於是勇智多欲者生於其間(어시용지다욕자생어기간)。驅率同心(구솔동심)。各占雄長(각점웅장)。弱者服其勞(약자복기로)。强者享其利(강자향기리)。割裂疆界(할렬강계)。睢盱兼幷(휴우겸병)。治兵格鬪(치병격투)。張拳肉薄(장권육박)。民始傷其生矣(민시상기생의)。

이에 용맹스럽고 지혜롭고 욕심 많은 자가 그 중간에 나서 제 마음과 같은 자를 몰아 이끌고 각각 우두머리 노릇을 하게 되매, 약한 자는 일만 수고로웠고, 억센 자는 이권을 누렸다. 각각 갈라 점령한 강토를 아울러 차지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벌리면서 육박을 하므로 백성이 제대로 살 수 없게 되었다.

巧者運技(교자운기)。挑發殺氣(도발살기)。鍊金刳木(련금고목)。凶器作矣(흉기작의)。刀戈之銳(도과지예)。弧矢之毒(호시지독)。爭城爭地(쟁성쟁지)。伏尸原野(복시원야)。

盖生民之禍至此而極矣(개생민지화지차이극의)。

교(巧)한 자가 재주를 부려 살기(殺氣)를 도발시켰다. 쇠를 불리고 나무를 쪼개어 흉기(匈器)를 만들었다. 날카로운 칼과 창, 혹독한 활과 화살로 성(城)을 뺏고 땅을 다투매 쓰러진 시체가 들을 메웠다. 생민의 재앙이 이에 이르러 극에 달했다.


冀方千里(기방천리)。號稱中國(호칭중국)。負山臨海(부산림해)。風水渾厚(풍수혼후)。日月淸照(일월청조)。寒暑適宜(한서적의)。河嶽鍾靈(하악종령)。篤生善良(독생선량)。

夫伏羲神農黃帝堯舜氏作而茅茨土階(부복희신농황제요순씨작이모자토계)。身先儉德(신선검덕)。以制民產(이제민산)。欽文恭讓(흠문공양)。躬行明德(궁행명덕)。以敷民彜(이부민이)。文敎洋溢(문교양일)。天下煕皥(천하희호)。此中國所謂聖人之功化至治之世也(차중국소위성인지공화지치지세야)。

기주(冀州)는 지방이 천리로 중국이라 일컬었다. 산을 등지고 바다에 임하매 바람과 물이 혼후(混厚 넉넉함)하고, 해와 달이 맑게 비치매 춥고 더움이 알맞고, 물과 산이 영기(靈氣)를 모으매 선량한 사람을 탄생시켰다. 대개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황제(黃帝)ㆍ요순(堯舜)이 일어나서 초가집에 살면서 자신부터 검소한 덕을 닦아 백성의 재산을 마련해 주었으며, 공손하고 겸양한 모습으로 밝은 덕을 몸소 실천하여 백성의 질서를 바로잡았다. 문명한 교육이 차고 넘쳐서 천하가 화락하였다. 이것이 중국에서 이른바, 성인의 정치요 가장 잘다스려진 시대였다.

因時順俗(인시순속)。聖人之權(성인지권)。制治之術也(제치지술야)。夫太和純厖(부태화순방)。聖人非不願也(성인비불원야)。時移俗成(시이속성)。禁防不行(금방불행)。逆而遏之(역이알지)。其亂滋甚(기란자심)。則聖人之力(즉성인지력)。實有不逮也(실유불체야)。故曰居今之世(고왈거금지세)。

欲反故之道(욕반고지도)。烖及其身(재급기신)。

시대를 따르고 풍속에 순응함은 성인의 방편이요 다스림의 기술이다. 대저 가장 화락하게 잘 지내는 것은 성인이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건만, 시대가 바뀌고 풍속이 변해져서 법이 행해지지 않는데 만약 거스려 막는다면 그 혼란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성인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까닭에 이르기를 ‘지금 세상에 살면서 옛 도(道)를 회복시키려고 하면 재앙이 반드시 자신에게 미친다.’고 하였다.


情欲之感(정욕지감)。旣不可禁(기불가금)。則婚姻之禮(즉혼인지례)。夫婦定偶(부부정우)。禁其淫而已(금기음이이)。宮室之居(궁실지거)。旣不可禁(기불가금)。則蔀屋蓬藋(즉부옥봉조)。不礱不斲(불롱불착)。禁其華而已(금기화이이)。魚肉之食(어육지식)。旣不可禁(기불가금)。則釣而不網(즉조이불망)。厲禁山澤(려금산택)。禁其濫而已(금기람이이)。布帛之服(포백지복)。旣不可禁(기불가금)。則老少異制(즉로소이제)。上下有章(상하유장)。禁其侈而已(금기치이이)。

정욕에 대한 느낌을 이미 금할 수 없게 되자, 혼인하는 예절로

부부(夫婦)로 짝지었으니 그 음탕함만 금했을 뿐이요, 좋은 집에 거처함을 금할 수 없게 되자 초가집을 짓되 갈고 깎지 못하게 하였으니 그 화려함만 금했을 뿐이며, 고기 먹는 습관을 이미 금할 수 없게 되자, 낙시만 하고 그 물질을 못하도록 산과 못을 금하였으니 함부로 잡는 것만 금했을 뿐이요, 좋은 옷 입는 것을 이미 금할 수 없게 되자 노소와 상하의 제도를 구별하였으니 그 사치함만 금했을 뿐이었다.

是以禮樂制度(시이례악제도)。聖人所以架漏牽補(성인소이가루견보)。權制一時(권제일시)。而情根未拔(이정근미발)。利源未塞(리원미새)。勢如防川(세여방천)。

畢竟潰決(필경궤결)。聖人已知之矣(성인이지지의)。

그러므로 예악(禮樂)과 제도로서 성인이 인도해 주고 보충도

해주어 한 시대를 제어하는 방편으로 하였는데, 그것은 정욕의

뿌리가 뽑히지 않고 이욕의 근원이 막히지 아니하면 마치 방천처럼 끝내는 무너지리라는 것을 성인이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夏后傳子而民始私其家(하후전자이민시사기가)。湯武放殺而民始犯其上(탕무방살이민시범기상)。非數君之過也(비수군지과야)。至治之餘(지치지여)。衰亂之漸(쇠란지점)。時勢然矣(시세연의)。

하후(夏后)가 천자(天子)의 위(位)를 아들에게 전하게 되자 백성이 비로소 제집 이익만 꾀하게 되었고, 탕무(湯武)가 임금을 내쫓고 죽이자 백성이 비로소 위를 범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 몇몇 임금의 허물은 아니다. 잘 다스려진 끝에 쇠하고 어지럽게 됨은 시대와 형세의 자연인 것이다.


夏忠商質(하충상질)。比唐虞則已文矣(비당우즉이문의)。成周之制(성주지제)。專尙夸華(전상과화)。降自昭穆(강자소목)。君綱已替(군강이체)。政在列侯(정재렬후)。徒擁虛器(도옹허기)。寄生於上(기생어상)。不待幽厲之傷而天下之無周久矣(불대유려지상이천하지무주구의)。

하(夏) 나라가 충(忠)을 숭상하고, 상(商) 나라가 질(質)을 숭상했으나 당우(唐虞)에 비하면 이미 꾸민 것이었고, 성주(成周)의 제도는 오로지 화려하고 사치함만 숭상하여 소왕(昭王)과 목왕(穆王)부터는 임금의 기강이 이미 떨어져 정사가 제후(諸侯)에게 있었고, 한갓 헛 이름만 안고 윗자리에 기생(寄生)하였으니, 유왕(幽王)ㆍ여왕(厲王)이 천하를 망치기 전에 주(周) 나라는 이미 없어졌던 것이다.


靈臺辟雍(령대벽옹)。遊觀美矣(유관미의)。九鼎天球(구정천구)。寶器藏矣(보기장의)。玉輅朱冕(옥로주면)。服御侈矣(복어치의)。九嬪御妻(구빈어처)。好色漁矣(호색어의)。洛色鎬京(락색호경)。土木繁矣(토목번의)。夫秦皇漢武(부진황한무)。其有所受之矣(기유소수지의)。

영대(靈臺)은 놀이를 위해 아름답게 만든 것이고, 구정(九鼎)는 보배로 여겨 갈무리한 것이었다. 옥로(玉輅)와 주면(朱冕)은

복식(服飾)을 사치하게 한 것이고, 구빈(九嬪)과 어첩(御妾)은

예쁜 여색을 뺏아들인 것이었다. 이리하여 낙읍(洛邑)과 호경(鎬京)에 토목 공사가 번다하였으니, 저 진 시황(秦始皇)이나

한 무제(漢武帝)도 이것을 본받았다 하겠다.


且捨微箕而立武庚(차사미기이립무경)。殷道不復(은도불부)。興周之微意(흥주지미의)。焉可諱也(언가휘야)。及成王初立(급성왕초립)。管蔡䦧墻(관채혁장)。三年東征(삼년동정)。缺戕破斧(결장파부)。八誥妹邦(팔고매방)。頑民梗化(완민경화)。周之代殷(주지대은)。其能無利天下之心乎(기능무리천하지심호)。

또 미자(微子)와 기자(箕子)를 버리고 무경(武庚)을 세워서 은(殷) 나라 도(道)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였으니, 주 나라의 속 마음을 어찌 숨길 수 있겠느냐? 성왕(成王)이 즉위(卽位)함으로부터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형제간에 다투었던 바, 주공(周公)이 3년 동안이나 동쪽으로 정벌하는데 창과 도끼가 다 부서지고 여덟 번이나 매방(妹邦)에 고시(誥示)하였으나 미련한

백성이 대항하고 따르지 않았으니, 주 나라가 은 나라를 대신함에 천하를 차지하려는 마음이 어찌 없었다 할 수 있겠느냐?


孔子贊舜(공자찬순)。以德爲聖人(이덕위성인)。及武王則曰不失天下之令名(급무왕즉왈불실천하지령명)。稱泰伯以至德(칭태백이지덕)。語武則曰未盡善也(어무즉왈미진선야)。

孔子之意(공자지의)。大可見也(대가견야)。

공자(孔子)가 순(舜)의 덕을 칭찬함에는 ‘성인(聖人)이라’ 했으나 무왕(武王)에 대해서는 ‘천하의 좋은 이름을 잃지 않았다.’ 했고, 태백(泰伯)의 덕을 칭찬함에는 ‘지극하다.’ 했으나 무왕을 말함에는 ‘다 착하지는 못했다.’ 하였으니, 공자의 뜻을 크게 알 수 있는 것이다.


自周以來(자주이래)。王道日喪(왕도일상)。覇術橫行(패술횡행)。假仁者帝(가인자제)。兵彊者王(병강자왕)。用智者貴(용지자귀)。善媚者榮(선미자영)。君之御臣(군지어신)。啗以寵祿(담이총록)。臣之事君(신지사군)。餂以權謀(첨이권모)。半面合契(반면합계)。隻眼防患(척안방환)。上下掎角(상하기각)。共成其私(공성기사)。嗟呼咄哉(차호돌재)。

天下穰穰(천하양양)。懷利以相接(회리이상접)。

주 나라 이후로 왕도(王道)가 날로 없어지고 패도(覇道)가 횡행하여 거짓 인(仁)한 자가 황제(帝)로 되고 병력(兵力)이 강한 자가 왕(王)이 되었으며, 지략(智略)을 쓰는 자가 귀하게 되고 아첨을 잘한 자가 영화롭게 되었다. 임금이 신하를 부림에는 괴임과

녹으로 꾀이고 신하가 임금 섬김엔 권모(權謀)를 미끼로 하였다.

이리하여 얼굴을 반쯤 알아도 마음이 맞게 되고 남모르는 식견으로 걱정을 예방하는 바, 상하가 서로 다투어 사욕만 꾀하였다.

아아! 슬프구나. 천하가 번잡하게 됨은 이욕을 품고 서로 대한 때문이었다.


儉用蠲租(검용견조)。非以爲民也(비이위민야)。尊賢使能(존현사능)。非以爲國也(비이위국야)。討叛伐罪(토반벌죄)。非以禁暴也(비이금폭야)。厚往薄來(후왕박래)。不寶遠物(불보원물)。非以柔遠也(비이유원야)。惟守成保位(유수성보위)。沒身尊榮(몰신존영)。二世三世傳之無窮(이세삼세전지무궁)。此所謂賢主之能事(차소위현주지능사)。忠臣之嘉猷也(충신지가유야)。

비용을 절약하고 부세를 덜어줌이 백성 위함이 되지 못하고,

어진 이를 높이고 유능한 자를 쓰는 일이 나라 위함이 되지 못하며, 반역을 치고 죄를 치는 것이 포악을 금하는 일이 못되며,

후하게 주고 박하게 받으며 먼 데 물건을 보배로 아니 여김이

먼 나라를 회유함이 못된다. 오직 이뤄진 업을 지키고 위를 보전하여 몸이 마치도록 영화롭게 지내다가 2대 3대 무궁토록 전하는 것, 이것이 소위 ‘어진 임금의 할 일이요 충신이 낼 아름다운 꾀’라는 것이었다.

或曰(혹왈)。木石之灾(목석지재)。肇於有巢(조어유소)。鳥獸之禍(조수지화)。創於包羲(창어포희)。飢饉之憂(기근지우)。由於燧人(유어수인)。巧僞之智(교위지지)。華靡之習(화미지습)。本於蒼頡(본어창힐)。縫掖之偉容(봉액지위용)。不如左袵之便易(불여좌임지편역)。揖讓之虛禮(읍양지허례)。不如膜拜之眞率(불여막배지진솔)。文章之空言(문장지공언)。不如騎射之實用(불여기사지실용)。暖衣火食(난의화식)。體骨脆軟(체골취연)。不如毳幕潼酪(불여취막동락)。

筋脉勁悍(근맥경한)。此或是過甚之論(차혹시과심지론)。而中國之不振則所由來者漸矣(이중국지불진즉소유래자점의)。

어떤 자는 말하기를 ‘나무와 돌의 재앙은 유소씨(有巢氏)에게서 비롯했고

짐승의 재화는 포희씨(包羲氏)에게서 시작되었으며,

흉년의 걱정은 수인씨(燧人氏)에서 유래되었고 교묘한 지혜와 화려한 풍습은 창힐(蒼頡)에게서 근본하였다.

봉액(縫掖)의 위용이 좌임(左袵)의 편리함만 못하고 읍양(揖讓)의 허례가 막배(膜拜) 참다움만 못하며, 문장(文章)의 빈말[空言]이 말타고 활쏘는 실용만 못하고 따뜻하게 입고 더운밥 먹으면서 몸 약한 것이 저 추운 장막에서 우유 먹고 몸 강건한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는 혹 지나친 의론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이 떨치지 못한 까닭이 여기서 싹트게 되었다.

混沌鑿而大樸散(혼돈착이대박산)。文治勝而武力衰(문치승이무력쇠)。處士橫議(처사횡의)。周道日蹙(주도일축)。秦皇焚書(진황분서)。漢業少康(한업소강)。石渠分爭(석거분쟁)。新莽簒位(신망찬위)。鄭馬演經(정마연경)。三國分裂(삼국분렬)。晉氏淸談(진씨청담)。神州陸沈(신주륙침)。

혼돈(混沌)이 뚫어지매 대박(大樸)이 흩어졌고 문치(文治)가 승해지매 무력(武力)이 쇠했으며, 처사(處士)가 제멋대로 의논하매 주(周) 나라 도(道)가 날로 쭈그러졌다. 진 시황(秦始皇)이

서적을 불사르매 한(漢) 나라 왕업이 조금 편케 되었고 석거(石渠)에서 분쟁이 생기매 신망(新莾신은 국명 왕은 왕망이 왕위(王位)를 찬탈했으며, 정현(鄭玄)과 마융(馬融)이 경서를 연역(演繹)하매 삼국(三國)이 분렬 되었으며 진씨(晋氏)가 청담(淸談)을 일삼으매, 신주(神州 중국)가 망하였다.


六朝附庸於江左(륙조부용어강좌)。五胡跳盪於宛洛(오호도탕어완락)。拓跋正位於北朝(척발정위어북조)。西凉一統於唐祚(서량일통어당조)。遼金迭主(료금질주)。合於松漠(합어송막)。朱氏失統(주씨실통)。天下薙髮(천하치발)。夫南風之不競(부남풍지불경)。胡運之日長(호운지일장)。乃人事之感召(내인사지감소)。天時之必然也(천시지필연야)。

육조(六朝)는 강좌(江左) 부속되었고 오호(五胡)는 완락(宛洛)을 처부시었으며, 척발(拓跋)은 북조(北朝)에서 위(位)를 바르고 서량(西凉)은 당(唐) 나라에 통합되었다. 요(遼)와 금(金)은

서로 주인 노릇하다가 송막(松漠)에서 합쳐졌고, 주씨(朱氏)가 왕통을 잃으매 천하는 오랑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남풍(南風 천자의 덕)이 떨치지 못하고 오랑캐[胡]의 운수가 날로 자라남은 곧 인사(人事)의 감응이기도 하지만 천신(天時)의 필연이다.”


虛子曰(허자왈)。孔子作春秋(공자작춘추)。內中國而外四夷(내중국이외사이)。夫華夷之分(부화이지분)。如是其嚴(여시기엄)。今夫子歸之於人事之感召(금부자귀지어인사지감소)。天時之必然(천시지필연)。無乃不可乎(무내불가호)。

“공자(孔子)가 춘추(春秋)를 짓되 중국은 안으로, 사이(四夷)는 밖으로 하였습니다. 중국과 오랑캐의 구별이 이와 같이 엄격하거늘 지금 부자는 ‘인사의 감응이요 천시의 필연이다.’고 하니, 옳지 못한 것이 아닙니까?”

實翁曰(실옹왈)。天之所生(천지소생)。地之所養(지지소양)。凡有血氣(범유혈기)。均是人也(균시인야)。出類拔華(출류발화)。制治一方(제치일방)。均是君王也(균시군왕야)。重門深濠(중문심호)。謹守封疆(근수봉강)。均是邦國也(균시방국야)。章甫委貌(장보위모)。文身雕題(문신조제)。均是習俗也(균시습속야)。自天視之(자천시지)。豈有內外之分哉(기유내외지분재)。

“하늘이 내고 땅이 길러주는, 무릇 혈기가 있는 자는 모두 이 사람이며, 여럿에 뛰어나 한 나라를 맡아 다스리는 자는 모두 이 임금이며, 문을 거듭 만들고 해자를 깊이 파서 강토를 조심하여 지키는 것은 다 같은 국가요, 장보(章甫)이건 위모(委貌)건 문신(文身)이건 조제(雕題)건 간에 다 같은 자기들의 습속인 것이다.

하늘에서 본다면 어찌 안과 밖의 구별이 있겠느냐?


是以各親其人(시이각친기인)。各尊其君(각존기군)。各守其國(각수기국)。各安其俗(각안기속)。華夷一也(화이일야)。

이러므로 각각 제 나라 사람을 친하고 제 임금을 높이며 제 나라를 지키고 제 풍속을 좋게 여기는 것은 중국이나 오랑캐가 한가지다.


夫天地變而人物繁(부천지변이인물번)。人物繁而物我形(인물번이물아형)。物我形而內外分(물아형이내외분)。

대저 천지의 변함에 따라 인물이 많아지고 인물이 많아짐에 따라 물아(物我 주체와 객체)가 나타나고 물아가 나타남에 따라 안과 밖이 구분된다.


臟腑之於肢節(장부지어지절)。一身之內外也(일신지내외야)。四體之於妻子(사체지어처자)。一室之內外也(일실지내외야)。兄弟之於宗黨(형제지어종당)。一門之內外也(일문지내외야)。鄰里之於四境(린리지어사경)。一國之內外也(일국지내외야)。同軌之於化外(동궤지어화외)。天地之內外也(천지지내외야)。夫非其有而取之謂之盜(부비기유이취지위지도)。非其罪而殺之謂之賊(비기죄이살지위지적)。四夷侵疆(사이침강)。中國謂之寇(중국위지구)。中國瀆武(중국독무)。四夷謂之賊(사이위지적)。相寇相賊(상구상적)。其義一也(기의일야)。

장부[五臟六腑]와 지절(肢節)은 한 몸뚱이의 안과 바깥이요,

사체(四體)와 처자(妻子)는 한 집안의 안과 바깥이며, 형제와

종당(宗黨)은 한 문중의 안과 바깥이요, 이웃 마을과 넷 변두리는 한 나라의 안과 바깥이며, 법이 같은 제후국(諸侯國)과 왕화(王化)가 미치지 못하는 먼 나라는 천지의 안과 바깥인 것이다.

대저 자기의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도(盜)라 하고, 죄가 아닌데 죽이는 것을 적(賊)이라 하며, 사이(四夷)로서 중국을 침노하는 것을 구(寇)라 하고, 중국으로서 사이(四夷)를 번거롭게 치는 것을 적(賊)이라 한다. 그러나 서로 구(寇)하고 서로 적(賊)하는 것은 그 뜻이 한 가지다.


孔子周人也(공자주인야)。王室日卑(왕실일비)。諸侯衰弱(제후쇠약)。吳楚滑夏(오초활하)。寇賊無厭(구적무염)。春秋者周書也(춘추자주서야)。內外之嚴(내외지엄)。不亦宜乎(불역의호)。

공자는 주 나라 사람이다. 왕실(王室)이 날로 낮아지고 제후들은 쇠약해지자 오(吳) 나라와 초(楚) 나라가 중국을 어지럽혀 도둑질하고 해치기를 싫어하지 않았다. 춘추(春秋)란 주 나라 사기인 바, 안과 바깥에 대해서 엄격히 한 것이 또한 마땅치 않겠느냐?


雖然(수연)。使孔子浮于海(사공자부우해)。居九夷(거구이)。用夏變夷(용하변이)。興周道於域外(흥주도어역외)。

則內外之分(즉내외지분)。尊攘之義(존양지의)。自當有域外春秋(자당유역외춘추)。此孔子之所以爲聖人也(차공자지소이위성인야)。

그러하나 가령 공자가 바다에 떠서 구이(九夷)로 들어와 살았다면 중국법을 써서 구이의 풍속을 변화시키고 주 나라 도(道)를

역외(域外)에 일으켰을 것이다. 그런즉 안과 밖이라는 구별과

높이고 물리치는 의리가 스스로 딴 역외 춘추(域外春秋)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공자가 성인(聖人)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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