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아무것도 보지 말고, 아무것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느끼지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 보십시오.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보이고, 듣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고, 느끼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생각이 일어납니다.
‘나’라는 주체, 자아가 있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하는 ‘나’가 있다고 여길 뿐입니다.
볼 줄 알고, 들을 줄 알고, 느낄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각각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일하고 동일한 힘, 의식-존재-생명이 보는 것으로, 듣는 것으로, 느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어젯밤 꾸었던 꿈을 떠올려 보십시오. 꿈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이 꿈이었습니다. 작용의 주체도 꿈이었고, 작용의 객체도 꿈이었으며, 작용 그 자체마저 꿈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주체도 의식-존재-생명이요, 그 객체도 의식-존재-생명이며, 그 작용 전체 또한 다름 아닌 의식-존재-생명입니다.
실제로는 보는 자도 없고, 보이는 대상도 없고, 보는 일도 없지만, 꿈에서와 같이 보는 자도 있고, 보이는 대상도 있고, 보는 일도 있습니다.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보아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본 것이 없고, 아무리 들어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고, 아무리 느껴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느낀 것이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생각한 것이 없습니다.
출처 : "아쉬타바크라의 노래", 심성일 강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