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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 憂 所

작성자unclevan|작성시간11.07.10|조회수25 목록 댓글 2

지난 오월 고향 방문시 마나님 고교 오십주년 행사에 따라다니며 "장가 한번 잘든 德" 을 톡톡히 보았다.

왜냐하면 마나님을 따라다닐수 있는 기회가 외국에서 온 영감들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우리집 마님과 단 한학년 차이만 나므로 다른 영감님들 보다 훨씬 젊어서 뭇 마나님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거다.

그러나 한편 고달픈 수고를 감내 해야할 고충도 없지 않았다.

 

전남의 많은 명소와 고적들을 둘러보며 전에 가봤던 곳이지만 새롭게 단장을하고 비치된 자세한 역사적 자료들과 함께 자원봉사 하는 해설사들의 설명들을 통해 많은것을 새롭게 배울수 있었다.

어느곳에선가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연히 解憂所란 간판을 보게 되였다.

그런데 그곳은 바로 공중화장실 이였다.

외국의 화장실은 매우 폐쇄적인 반면 한국의 화장실들은 쫌 개방적인 면이 없질 않다.

북미주의 공중화장실들은 문앞에서 안을 드려다 보려고 아무리 기웃거려 봤자 보이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 조국의 화장실들은 특히나 남자 화장실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변보는 남자들의 엉덩이가 종종 보이기도 한다.

 

많은 인원이 여러대의 뻐스로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모든게 단체행동으로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날인가 점심을 위해 식당에 들었는데 넓은 이층에 음식이 마련되여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드넓은 홀의 오른편 가운데 화장실이 있었고 그 주위로 ㄷ자 형으로 식탁들이 배열되여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보통은 화장실이 은밀한 구석쟁이에 있게 마련인데 말이다.

그러나 여기는 말끔하게 치장된 화장실이였으므로 식사하는데 별 지장을 주진 않았다.

전라남도의 음식문화는 어딜가나 전통적으로 매우 발달되여 있으므로 곳곳마다 독특한 별미를 즐길수 있어 기분이 매우 좋았다.

비록 화장실 옆에서 식사를 할망정 맛에 도취되여 정말 식사를 푸짐하게 즐겼다.

 

식사가 거의 끝나고 만복감에 어슬렁 어슬렁 뻐스에 오를 준비를 했다.

그러나 언제나 장거리 여행에서 잊지 말아야 할게 하나 있는데 오르기 전에 꼭 볼일을 봐 두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식당 가운데 있는 화장실 곧 해우소가 만원이 되였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점이 딱 하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여자 화장실만 길게 줄이 서있다.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므로 나는 여유만만하게 볼일을 보러 들어갔다.

여기 변소는 또한 특이해서 들어가 보니 소변기와 마주해서 대변칸들이 대층으로 마주보고 있는데다 그 사이가 무척 좁았다.

그래서 제일 마지막쪽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는데 내 바로 뒤 맞은편 대변칸의 문이 열리면서 내 엉덩이를 친다.

본능적으로 조금 앞으로 다가서니 "어머' 하는 소리와 함께 미지의 마나님이 뒤돌아 보지도 않고 쏜살같이 나가 버린다.

갑자기 난감한 생각이 드는데 내가 곧장 따라 나가면 밖에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척 걱정이 되였다.

그러나 한편 얼마나 급하면 그랬을까 라고 생각하며 또 무한정 안에 있을 수도 없구 해서 나와보니 여자쪽 화장실엔 아직도 줄이 길게 남아 있었다.

이왕 베린몸 "제가 망을 볼테니 급한분들은 남자 화장실을 사용하세요" 라고 외쳐댔다.

그러니 노심초사 전전긍긍 발을 동동 구르던 마나님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 가신다.

 

내 생전에 여자들을 위해 화장실 문지기 해보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볼일을 보시고 나오시는 마나님들의 解憂된 모습에서 자못 야릇한 쾌감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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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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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건우 | 작성시간 11.07.1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Elmer | 작성시간 11.07.13 하하... 재미있는 경험담이네요. 저는 지난 번 카나디언 타이아에 갔는데 큰일을 보시는 지 당체 나오질 않고 저는 급하고, 그래서 옆을 보니 여자 쪽에는 아무도 없어서 급한대로 해우를 했죠. 그런데 나와 보니 어떤 여성 분이 기다려서 좀 난처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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