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 밭에서 따온 풋고추에 된장 듬뿍 찍어 차가운 물에 말은 밥과 함께 우적우적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날 것이다. 우리의 식탁에서 고추가 없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고추를 먹으면서 사람들은 ‘아프다’고 하지 않고 ‘맵다’고 한다. 사실 매운맛은 맛이 아니고 혀가 느끼는 통증이다. 혀의 감각세포가 고추의 맛을 적으로 판단하고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통증을 즐긴다. 조금 참고 견디다 보면 땀이 흐르고 코가 시큰거리며 감각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쾌감을 얻는다. 원래 고추는 한반도 태생의 식물이 아니다. 남미의 안데스와 멕시코 고지대에서 태어나 유럽을 거쳐 아시아에 도착하는 기나긴 여행을 하였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발을 디딘 것은 16∼17세기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 낯선 식물을 우리 조상들은 숙명처럼 받아 들였다. 고추는 김치의 붉은 빛깔이 되었고 고춧가루와 고추장은 우리나라 밥상의 대표색이 되었다. 90세가 넘은 농촌의 노인이 “농사는 힘들다. 특히 고추농사는 허리가 휠 정도로 힘들다. 그런데 밭에 고추가 없으면 섭섭하고 허전해서 해마다 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매운 맛은 우리의 일상과 연계되어 있다. 여름철 땡볕 아래에서 고추를 수확하는 촌로의 피곤함과 마당 한 구석을 장식하며 말리는 고추더미, 입안에서 느끼는 고추의 풋풋함, 국물을 들이키며 느끼는 시원함 속에 우리 인생의 쓴맛과 단맛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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