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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 / 말라르메

작성자아스트라이아|작성시간15.03.18|조회수961 목록 댓글 0

목신의 오후

목가

 

 

아 이 수정들의 모습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이네들 발그레한 살빛 하그리 연연하여 숲속같이 깊

은 잠에 싸여 조는 대기 속에

하늘하늘 떠오른다.

 

내가, 꿈에 취한 것일까?

내 의혹은 해묵은 밤인 듯 쌓이고 쌓여

마침내 숱한 실가지로 돋아나더니

생시의 무성한 숲이 되어 내개 일깨우니,

오호라!

끝에 남은 것이란 나 혼자 애타게 그린

장미꽃 빛 과오.

 

아니 가만히 생각해 보자……

 

그대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는

여자들은 그대 엉뚱한 감각이 열망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가를!

목신이여, 환각은 가장 청순한 쪽 여자의

푸르고 차가운 두 눈에서, 눈물 흘리는

샘물처럼 솟아난다.

그러나, 한숨에 젖은 저쪽 여자는, 그대 털

가슴에 깃드는 대낮 미풍처럼 대조적이라 할 것인가?

아아 아서라? 움직이지도 않고 나른하여 정신이 혼

미하니, 안간힘을 쓰는 신선한 아침도 열기로 목이 조

인다, 화음으로 추겨 주었을 뿐 내 피리도 이제는 부어

주지 않는 물소리로 속삭이지 마라, 막 대롱 밖으로 터져 나

가려는 것은 오직 바람일 뿐.

그 바람은 주름살 하나 없는 지평에서 하늘로 되돌

아가는 영감의 가시적이고 맑은 인공의 숨결일 뿐.

 

태양에게 질세라 내 들뜬 허영이 휩쓰는 늪, 햇빛

반짝여 튀기는 불꽃들의 꽃 밑에 입 봉하고

말없는 늪, 그 늪의 시실리아 기슭이여, 오오 이야기해 보라.

<재능으로 길들인 속 빈 갈대를 내 여기에 꺾고

있었노라. 머나먼 초원에는 청록의 황금, 푸른 포

도 밭은 그네 잎새를 샘물들에게 바치고, 그 위로

휴식하는 짐승 같은 흰 빛이 물결칠 때:

목동의 피리 소리 천천히 서곡으로 울려 퍼지자

백조 떼들이, 아니! 수정의 떼들이 날아 올

라 도망치던가 혹은 물속에 잠기던가……>

 

죽은 듯이 모두가 야수의 시간 속에서 불탄다. <>

음을 찾는 자의 그리도 영원하던 결혼은 모두 그 무슨

재주로 다 사라져 버렸는지 알 수도 없다.

그 때 문득 소스라쳐 깨어나면, 첫 번째의 타는 그리

움을 위하여 나는, 해묵은 빛 물결 속에서, 오 백합꽃들

이여 그대들 중 어느 순진한 한 떨기처럼 홀로 우뚝

서 있을 뿐이리.

 

그네 입술이 들릴까 말까 발설한 부드러운 그 무엇

과는 달리,

불성실한 이들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심시키는 입

맞춤, 흔적도 남지 않은 나의 순결한 젖가슴은

그 무슨 장엄한 이빨이 깨문 신비스런 자취를 보여

주는가.

그러나 아서라! 은밀한 사람에게 들려주는 비밀 얘

기처럼

푸른 하늘 아래서 골풀 쌍피리를 부노라

피리는 두 뺨의 경련을 잊게 하고 긴

독주에 잠겨 꿈을 구니, 우리는

아름다운 꿈과 생시의 노랫소리를

슬쩍 뒤섞어 그 둘레의 아름다움을

즐겁게 하였던가,

내 감은 두 눈으로 더듬던 등이나 순결한 허리의 몽

상이랑 지워 버리고

한 줄기 낭랑하고

헛되고 단조로운 가락을

사랑이 조를 바꾸는 그만한 높이로

피리는 불어 내려고 꿈을 꾼다.

도피의 악기여, 오 깜찍한 피리여,

그러거든, 그대 한 송이 꽃으로나 다시

피어나, 호숫가에서 나를 기다리거라!

나는 내 나직한 속삭임에 뽐나서

오래 오래 여신들 얘기를 하리라,

열애에 찬 그림을 그려

여신의 그림자에 걸린 허리띠를 벗겨 내리라

하여, 내 모른 체하며 회한을 지워 버리려고, 맑은

포도알을 빨아 먹고

웃으며 빈 포도 껍질을 여름 하늘에 비쳐 들고

투명한 살 껍질에 숨을 불어넣으며

취기에 잠겨 저녁토록 비춰 보노라.

 

오 수정들이여, 다채로운 <추억>

바람을 넣어 다시 가득 차게 하자.

<내 눈은 피리에 구멍을 뚫고 불후의 목구멍을

찌르고, 목의 타는 듯한 아픔이 물결에 실려 숲

위의 하늘로 광란하듯 절규한다.

찬란하게 멱 감은 머리털은 빛과 오열 속에 사

라진다 오 보석들아!

내닫는 내 발 아래, (둘이 있음의 이 고백을 맛

보고 번민에 기진하여) 잠자는 미녀들 이리저리

팔을 뻗어 저희끼리 부둥켜안는다

나는, 서로 안은 팔 풀지도 않은 채, 이 미녀들

을 호려 내어, 경박한 그들도 들지 않는 이 산등

성이에 날 듯이 뛰어오르니 태양열에 장미 향기

모두 닳고

엎치락뒤치락 우리들의 열전은 불태워 버린 대 낮 같다.>

 

그대를 찬미하노라, 처녀들의 분노여,

오 성스러운 전라의 짐이 주는 미칠 듯한 감미로움

이여, 번갯불이 몸을 떨 듯, 불타는 내 입술의 목마름

을 피하려 그대는 미끄럽게 달아난다.

살의 저 은밀한 몸서리침이여,

무정한 여자의 발끝에서부터 수줍은

여자의 가슴에까지,

광란의 눈물에, 혹은 보다 덜 슬픈

한숨에 젖은 순진함은 벌써 옛날 얘기.

 

<이 간악한 두려움을 이겨 내는 것이 좋아서,

머리칼 뒤엉킨 깊은 숲속 포옹을, 신들이 그

리 잘 맺어 준 포옹을 떼어놓은 것이 나의 죄.

한쪽 여자의 행복한 몸 주름 속에 내 불타는 기

쁨의 웃음을 감추려 하자마자, (온 몸에 불을 켜는

작은 동생, 순진하고 얼굴도 붉히지 않는 저쪽 여

자의 흥분에, 정숙한 그네 흰 깃털이 물들도록,

손가락만 꼭 잡고 있는 동생), 어렴풋한 죽음으로

풀리는 내 팔에서 나의 포로는 끝내 덧없이 사라

져 버린다. 내 아직도 그로하여 취해 있었던 가엾

음의 눈물도 남기지 않은 채.>

 

할 수 없지! 다른 여자들이 내 머리에 난 뿔에 머리

채를 감고 행복으로 이끌어 주리라.

정열이여 너는 알리라.

빨갛게 벌써 익은 저마다의 석류알은

터져서 벌떼들로 지저귀고,

때맞게 잡은 자에게 쉬 반하는

우리들의 피는 욕망의 영원한 모든

벌떼들을 위하여 흐름을.

이 숲이 황금빛과 잿빛으로 물드는 시각,

불 꺼졌던 잎새들 속에서 축제의 소리가 울려 터진다.

에트나 화산이여, 비너스가 그대를 찾아와 그의 순

박한 발길을 그대의 용암 위에 옮겨 놓을 때

한숨의 슬픈 잠이 벼락치듯 오고, 불꽃은 차츰 이즈

러진다.

나는 여왕을 보듬어 안는다!

 

오 반드시 오고야 말 징벌……

 

아니다, 하지만, 언어가

부재하는 나의 영혼, 무거워진 육체는 정오의 씩씩

한 침묵 앞에 결국은 쓰러진다.

이제 그만하고, 불경한 생각을 잊은 채,

목마른 모래 위에 잠들어야 한다.

, 포도주의 효험 좋은 별들에게

입술을 여는 것은 이리도 좋은가!

한 짝의 수정들이여 안녕히! 나는 그대가 둔갑한 그

림자를 보리라.

 

 

시현

 

 

달빛이 슬피 나리더라

꽃핀 요정들 꿈에 젖어

어렴풋한 꽃들의 고요 속,

손끝에 활을 골라잡고

빈사의 현을 슬어 내니

하얀 흐느낌이 창공의 꽃잎들 위로 번지더라

그때는 너의 첫 입맞춤으로 축복받은 날이었지.

가슴 조이 저미던 나의 몽상도

얌전히 취하더라 슬픔의 향기에

꺽은 꿈이 가슴속에

회한도 환멸도 없이 남기는

슬픔의 향기에

내 그렇게, 해묵은 포식 위에 눈을 깔고

방황하노라면,

머리카락에 햇빛 가득 담고, 거리에,

저녁 속으로 너는 웃으며 나타나더라,

, 그래, 빛의 모자를 쓴 선녀를

보는가 여겼더라.

귀염둥이 아기 시절 내 고운 잠 위로 지나가며,

언제나 반쯤 열린 그의 손에서

향기 어린 별들의 하얀 꽃다발

눈 나리게 하던 옛 선녀를 보는가 여겼더라.

 

 

인사/ 말라르메

 

 

아무것도 아닌 것, 이 거품은, 이 때 묻지 않은 시는

술잔의 모습을 지시할 뿐

멀리 해정의 떼들

수 없이 몸을 엎치락뒤치락

바닷물에 든다

 

오 나의 다양한 친구들아

우리는 함께 항행(航行)하나,

나는 벌써 선미에 자리 잡고

그대들은 장려한 선수에서

우레와 찬 겨울의 물결을 끊고 나간다

 

아름다운 취기에 젖어

배의 요동을 두려워 않고

내 일어서 이 술잔을,

 

고독, 암초, 별의 술잔을 들어

우리들 돛이 받아 안은

그 백색의 모든 심려에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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