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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과 고은

작성자손영숙|작성시간16.05.10|조회수171 목록 댓글 1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

 

擧世皆濁(굴원왈 거세개탁): 굴원이 말하기를, 세상이 다 혼탁한데

我獨淸(아독청): 나 홀로 깨끗하고

衆人皆醉(중인개취):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我獨醒(아독성): 나 홀로 깨어 있었습니다

 

어부사(漁父辭)에는

굴원의 강직한 성품이 묻어나며, 어부의 달관(達官)한 삶의 자세와 굴원의 인품이 대조되어 그 빛을 더하는 작품이다. "모두가 취해 있으나 홀로 깨어있다"라는 "중취독성(衆醉獨醒)"의 고사성어는 이 어부사에서 연유한 말이다

 

굴원(屈原)은 억울하게 모함 받고 쫓겨난 점을 애타게 간(諫)하며 충정(忠情)을 아뢰어 한 번은 용서 받은 바 있었으나, 다시금 간신(姦臣)들의 참소(讒訴)를 받아 경양왕(頃襄王)에 의해 멀리 양자강 남쪽 강남(江南)으로 내쫓기는 몸이 되고 만다. 그로부터 그는 백성들로부터는 지조 강한 애국시인(愛國詩人)이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며 유명세를 타면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詩人이 되었다.

그는 유배에 대한 절망감으로 강가를 하염없이 거닐며 울분을 삭히며 詩를 짓기도하면서 10 년 간을 방랑 생활로 보낼 무렵 자신이 그토록 우려하고 걱정한 대로, 진(秦)나라에 의해 조국인 초(楚)나라가 결국 멸망 당하자, 울분을 참지 못한 굴원(屈原)은 온 몸에 돌을 매달고 미뤄강 즉 멱라강(汨羅江)에 몸을 던져 자결하고 만다. 그 때가 그의 나이가 54세 였다고 전하나 이 또한 정확하진 않다.

 

新沐者(신목자):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必彈冠(필탄관): 반드시 관을 털어서 쓰고,

新浴者(신욕자): 새로 목욕한 사람은

必振衣(필진의):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어찌 맑고 깨끗한 몸으로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녕부상류): 차라리 상수에 몸을 던져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 어찌 결백한 몸으로서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지진애호):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라는 굴원의 말에 대한 어부의 짧은 답사로 마무리된다



 

 

사치(奢侈) / 고은(高銀)


 

​어린 시절, 고향 바닷가에서 자주 초록빛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바다가 저에게 자꾸 달려오려고 애를 썼으나

저는 조금씩 물러날 뿐 다가가지도 못하고 바다는 그곳에서 바다일 뿐이었습니다

빨랫줄은 너무 무겁게 늘어지고 마른 빨래는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저세상의 깃발인 빨래와 이 세상의 몸인 바다로

제가 가지고 있던 오랜 병은

착한 우단 저고리의 누님께 옮겨갔습니다

아주 그 오동꽃의 폐장(肺臟)에 묻혀버리게 되었습니다

누님은 이름 부를 남자 하나가 없고

오직 '하느님!' '하느님!'만을 부르고 때로는 아버지도 불렀습니다

저는 파리한 몸으로 누님의 혈맥에 흐르는 갈대밭의 애꿏은 애내(欸乃)를 들었습니다​

이듬해 봄이 뒤뜰에서 머물다 떠나면

어쩌다 늦게 피는 꽃에 봄이 남아 있었습니다

흰 철쭉꽃이야말로 여름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이윽고 여름 한동안 저는 흙을 파먹기도 하며 잠들기도 했습니다

비가 몹시 내리고 마을 뒤 넓은 간사농지(干瀉農地)는 홍수에 잠겼습니다

집이 둥둥 떠내려가는 온종일의 물 세상

누님께서 더욱 아름다웠기 때문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코 누님이야말로 가을이었습니다

찬 세면(洗面)물에 제 푸른 이마 잔주름이 떠오르고

세수를 하고 나면 가을이 와서 마치 하늘이 서서 우는 듯 했습니다

멀리 기적 소리는 확실하고 그 위에 가을은 한번 더 깊었습니다

잎 진 나무에 겨우 몇 잎새만 붙어 있을 때도​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빈 나무이게 하고

누님에게는 살아남은 이웃이었습니다

기역자나 니은자 없이도 새소리 없이도 곧잘 말했습니다

그리고 맑은 뜰 그 땅 밑에서 뿌리들도 놀고 있었습니다

하늘 역시 이 세상의 한 곳인 하늘나라임에 틀림없고

그 하늘이 소리치며 더 푸르기 때문에 제가 눈 감는 버릇이 되고

어디서인지 제 행선지가 재삼재사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님께서 숨막히며 기침을 시작한 뒤 저는 급격하게 삭막하였습니다

차라리 제 턱을 치켜들어 삼라만상을 우러러보아도

다만 제 발등은 움쩍도 않고 제자리에서 복수(復誰)받았습니다

마침내 제가 참을 수 없게, 울 수도 없게 누님은 피를 쏟았습니다

한 아름의 치마폭으로 그 피를 껴안았습니다 쓰러졌습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보았습니다 누님의 깊은 내부가 외부임을

그리고 그 동정(童貞)안에 내재하는 조석(潮汐)의 고향 바다를

그 뒤로 저의 잠은 누님의 시든 잠이었습니다

누님의 방에는 산 자 죽은 자의 고막(敲膜)으로 가득 찼고

저는 문 밖에서 숱한 밤을 한 발자국씩 새웠습니다​

누님께서 우단 저고리를 갈아입던날

저는 모든 가난을 뒤로한 누님의 황홀한 시간을 더해서

겨울 썰물 개펄을 헤매다가 빈 소라고둥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듬해 봄의 음력 안개방울 달린 빈 빨랫줄을 가리키며

누님의 흰 손은 떨어지고 이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저는 울지 않고 그의 흰 백자(白磁) 배게 가까이 누워

얼마만큼 그의 죽음을 따라가다 돌아왔습니다

관 속은 누님인지 나인지 또는 어떤 기쁨인지 모르는 어둠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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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손영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10 5월 3일 시천 선생님 화요반 강의 중에 언급된 작품 참고하시라고 자료 찾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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