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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13) 2019 유기농 복전(茯磚 푸좐) vs. 2013 하관철병(下關鐵餅 샤관티에빙)

작성자Polaris(김용성)|작성시간26.06.15|조회수40 목록 댓글 7

2019 유기농 복전(茯磚 푸좐)과 2013 하관철병(下關鐵餅 샤관티에빙),

         흑차와 보이차의 세계를 오가며

 

 

학회장님의 백두산 빛의 잔의 빛역사 말씀으로 시작된 다회.

 

찻잔 속에 담긴 차(茶), 그것은 시간이고, 미생물이며, 인간의 기다림이고, 자연과 인공이 맺은 일종의 타협의 산물이다. 이번 다회에서 마신 2019년 유기농 복전과 2013년 하관 철병은 바로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탕색(湯色)은 의외였다.

하나는 흑차(黑茶)이고 하나는 생차(生茶)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 황금빛에서 연한 주황빛으로 이어지는 색채를 보여주었다. 마치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어느 순간 같은 석양 아래 서 있는 것과 같았다.

 

 

2019 유기농 복전은 첫 잔부터 금화(金花 진화)에서 우러난 당류(Saccharides)가 주는 달콤함으로 말을 걸어왔다. 단맛 뒤에는 은은한 목향(木香)이 숨어 있었고, 여러 차례 우려내자 그 단맛은 점차 물러나며 폴리페놀(polyphenols)의 떫은 기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2013 하관철병은 정반대였다.  처음에는 카테킨과 폴리페놀이 주는 생차 특유의 긴장감과 떫은 기운이 혀를 감쌌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서서히 생진(生津)이 돌며 회감(回甘) 이 주는 단맛이 피어올랐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은 차갑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따뜻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과 같았다.

 

복전차는 인간이 Aspergillus cristatus(아스페르질루스 크리스타투스)로 불리는 누룩곰팡이의 일종인 금화균이라는 미생물과의 협동작업의 결과물이다. 금화균은 후발효 과정에서 차 속에서 증식하며 차를 변화시킨다. 인간은 조건을 제공하고, 균은 차를 빚어낸다. 인간과 자연과의 협업(協業)이다.

 

 

철병(鐵餅)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보이생차는 기다림의 철학이다. 인간은 최소한의 개입만 하고 물러난다. 이후의 일은 시간에게 맡긴다. 자연발효와 성숙을 거쳐 오늘의 떫음이 내일의 향이 되고, 오늘의 풋내가 수십 년 후 약재향으로 변한다. 인간은 만들고, 자연에 맏겨 완성한다.

 

후발효(Post-fermentation)는 변혁이다. 미생물이 차의 화학적 성질을 바꾸고 새로운 세계를 연다. 반면 숙성(Aging)은 성숙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시간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깊이를 얻는다. 마치 와인(Wine)처럼. 후발효가 생리활성의 혁명이라면, 숙성은 가치를 더하는 문명이다.

 

다회회장님의 열정적 강의덕분에 일찌감치 경험해본 복전차와 육보차, 천량차가 3대 흑차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후발효의 정신 때문일 것이다. 금화균은 복전차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황금의 꽃이다. 다인(茶人)들이 금화를 찬양하는 이유는 효능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가 눈에 보이는 황금빛으로 현현(顯現) 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차(生茶)는 미래를 마신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현재에 품고 있는 시간과의 동맹이다. 반대로 흑차(黑茶)는 과거를 마신다. 이미 지나간 세월과 미생물의 흔적을 잔 속에서 음미하게 한다. 자연인 미생물과의 동맹이다. 그러나, 두 차는 더욱 깊은 향, 더욱 부드러운 맛, 더욱 완성된 차라는 같은 이상향(理想鄕)을 향한다.

다회를 장식한 '한련화' 라는 꽃은 다회의 운치를 더했다. 학회장님 말씀으로 이수은 회원님께서 영국에서 씨를 가져다 비채담에서 키운 꽃이라 하셨다. 색깔이 예뻐서 초여름에 어울리는 꽃이다. 처음 듣는 꽃이름인데, 꽃과 잎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후추 비슷한 맛이어서 서양사람들은 샐러드에 섞어서 먹는다고도 한다. 한련화 덕분에 전혀 관련은 없지만 이름이 비슷한 한련초라는 약초에 대해서도 전문가이신 조우진님과 이진아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다회는 탕색이 비슷하지만 맛이 전혀 반대 방향에서 다가오는 발효 숙차와 성숙 생차를 통해 다시 한 번 과거와 미래를 현재에 마시는 경험을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침향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연산 침향의 향기를 피어주신 학회장님과 또 한 번 색다른 비교의 기회를 주신 다회 회장님의 안목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그리고 준비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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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부산 오윤정 | 작성시간 26.06.16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귀중한 시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하송민 | 작성시간 26.06.16 복전의 계절이 돌아왔네요.
    차를 관찰하고 풀어내시는 솜씨에 늘 감탄합니다.
    행복한 시간 축하드리며 후기 감사합니다.^^
  • 작성자하늘향기 양상연 | 작성시간 26.06.16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차를
    마셨는데 어찌 이렇게 느낄 수 있는지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이제사 다시 음미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최운겸 | 작성시간 26.06.19 글이 너무 멋지십니다.
    소중한 다희 시간 축하드리며,
    후기도 감사합니다.

    학회장님, 다회 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
  • 작성자정윤서 | 작성시간 26.06.19 유기농 복전과 하관철병
    비교하시며 특징들을 세세하게 올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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