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이암차를 우릴 땐 반드시 문향배(聞香杯)를 사용합니다. 문향배란 향을 맡기에 특화된 잔이에요. 다도와 향도에서의 향은 ‘맡는다’는 표현보다 ‘듣는다’라는 표현을 써요, 그래서 ‘들을 문(聞)’이지요. 좁고 높은 형태의 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작과 세트로 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크기가 클수록 향을 더 오래, 더 진하게 간직하므로 저는 큰 문향배를 좋아합니다. 차호에서 잘 우러난 차탕을 예열된 문향배에 잠시 담았다가 공도배로 옮기고, 빈 문향배에서 향을 맡는 순간은 차를 마시는 분이라면 눈에 그리듯 떠올릴 수 있으실 거예요.
‘문향배를 써야 한다’는 공식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문향배를 쓰고 싶은 마음 자체가 강하게 일어나요. 무이암차에서 제가 좋아하는 향이 얼마나 많이 나는지 알기 때문이지요. 무이암차를 한 번이라도 마셔보셨다면, 그윽한 암향을 한 번이라도 느껴봤다면 이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하실 거예요. 무이암차와 마주하는 순간은 그래서 살짝 두근거려요. 그 향을 더욱 선명하게, 더욱 잘 즐기기 위해서 문향배를 꼭 사용합니다.
출처: 산수화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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