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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땅 - ‘아랍의 봄’

작성자서현식|작성시간18.06.03|조회수25 목록 댓글 0

청년에게는 손수레가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습니다. 청과물을 수레에 싣고 노점상을 하던 청년은 그만 경찰에게 수레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청년은 참을 수 없어 자기 몸에다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을 합니다. 이것이 튀니지 혁명으로 이어갈 줄은 그때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청년의 분신에서 시작한 혁명의 불꽃은 이집트, 예멘, 바레인, 시리아, 리비아로 번져갔습니다. 이것이 아랍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이고, 그것은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소도시의 한 시장에서 촉발한 것입니다.


  한국에 온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태영호씨가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 말이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공포 통치에도 북한 내부에 중대하고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랍의 봄’ 같은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주민 봉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가 그 근거로 내세운 건 장마당과 정보 유통의 힘입니다.


  북한에서 100만 명 이상 굶어 죽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지금 같은 시장이 없었습니다. 당을 믿고 배급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굶어 죽었고, 공터에 나가 옷가지라도 팔았던 사람은 살아남았습니다. 지금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건 배급이 아니라 시장입니다. 6년 전 김정일이 사망할 무렵 북한 시장은 200여 곳이었지만 이제는 공식 시장만 450여 곳에 이른다고 하죠. 김정일 시대 평양 지도부는 시장을 조였다 폈다 하면서 통제 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11월, 이 장마당 세력 확대를 막기 위해 단행했던 화폐개혁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이후 북한은 시장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은 시장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주민 생활을 다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2016년 북한 경제 성장률이 조금 성장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시장 덕분입니다. 시장을 풀어주면 경제난은 다소 완화되겠죠. 하지만 체제 이완이라는 것도 함께 가속할 겁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산 영화와 드라마를 점점 더 많이 보는 등 갈수록 주민 통제가 약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10년 아랍권 주민들은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이용해 혁명의 불씨를 빠르게 퍼뜨렸습니다. 북한의 휴대전화 서비스 첫해인 2008년 1700여명에 불과하던 가입자는 이제 250만 명을 넘고 있습니다. 북한 시장은 ‘생존’ 그 자체가 됐습니다. 북한 주민이라 해도 시장의 맛을 알면 통제에 반항하는 감정이 생길 겁니다. 주는 것 없으면서 권력이 시장을 누르면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휴대전화는 한낱 한 개의 점(点)이겠지만 한 점의 분노를 공분(公憤)으로 만듭니다. 북한판 ‘아랍의 봄’은 시장과 휴대전화를 타고 벼락처럼 올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체제를 지키면서  한국 수준으로 번영하는 것을 지원 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김정은의 체제 보장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의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 보장 CVIG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핵심이 ‘CVID’와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와 맞교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 됐습니다.


 이 정도가 됐으니 미국은 확실하게 김정은 정권 체제를 보장한다는 얘기가 됐다고 보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에 ‘아랍의 봄’이 왔을 때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리비아의 카다피가 시민 반군에게 한 것처럼 미사일과 화학무기로 시민을 학살하고 있는데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그때도 ‘김정은의 체제’를 지켜주고(보장해주고) 있을 것인가? 카다피의 시민 무차별 학살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들끓자 유럽 나토군은 하는 수 없이 시민 편에 서서 전투기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 정부는 ‘체제 보장’ 약속 때문에 끝까지 지켜보고만 있었죠. 미국 트럼프 정부도 그렇게 할까?  ‘아랍의 봄’과 같은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 혁명이 북한 땅에서 벌어졌을 때, 김정은 군(軍)이 시민을 향해서 무참한 학살을 자행한다면 ‘체제 보장’ 약속에 묶여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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