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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문화

베트남의 설날 풍속 : 송덧(Xȏng đất)

작성자안완식|작성시간17.01.03|조회수530 목록 댓글 0

자정이후 새해 첫 날에 자신의 집 땅을 가장 먼저 밟는 사람이 그 해의 행운을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만약 그 해에 불운이 많이 끼면 송덧을 한 사람의 마음상태가 안 좋아서 불운이 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베트남사람은 송덧(xȏng đất )할 사람의 나이와 인품 그리고 사업이나 장사가 잘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미리 송덧할 손님으로 점지해서 음력 12월 31일 밤 12시를 막 넘긴 이후에 초청한다. 그리고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또 한 번 송냐(xȏng nha)의 예식을 가진다. 송(xȏng)은 '밟다'라는 뜻이고 냐(nha)는 집이라는 뜻이다. 원단 아침에 가장 먼저 자기 집을 방문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해의 행운이 결정된다. 그러니까 행운의 신이 2명이다. 안전장치를 철저히 한 것이다. 혹 한 사람이 불운을 몰고 오게 되더라도 다음 사람이 행운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거나 외국인은 설날 아침에 초대 받지 않았다면 베트남 사람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그 해에 그 가정에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하게 되면 두고두고 원망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제수용품은 소박하게

베트남의 제수용품은 한국보다 훨씬 가지 수도 적고 형식이 단순하다. 아니 특별한 형식이 없다. 그러나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제수용품은 바잉 쯩(banh chung)과 바잉 자이(banh day)라는 두 개의 떡이다. 이 두 떡에 대한 흥미로운 전설이 있다. 훙왕(Hung Vuong, 雄王)이 은나라를 물리친 후 나라가 안정이 되자 왕위를 물려주고자 22명의 왕자를 소집했다. 조건은 설날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바치는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것이었다. 

18 번째 아들 랑 리에우(Lang Lieu)는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고 외가 집도 한미하여 좋은 음식을 만들 길이 없어 밤낮 걱정만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꿈에 신령이 나타나서 천지의 물건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쌀이라고 하면서 찹쌀로 찰지게 찧어서 둥근 모양으로 빚어 하늘을 본뜨고 네모모양으로 빚어 땅을 본떠서 그 안에 맛난 것을 넣으면 하늘과 땅이 만물을 품고 있는 형상이 된다. 이것을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은혜에 빗댄다면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려 왕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한이 되어 모든 자식들이 산해진미로 상을 가득 채웠는데 18번째 왕자만이 달랑 두 종류의 떡만 바친 것이다. 왕이 이상해서 그 연고를 물으니 랑 리우에(Lang Lieu)는 신령이 가르쳐준 대로 대답을 했고, 왕은 그 의미를 알고 그 떡을 맛보니 온갖 맛이 느껴지며 입에 맞아 물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왕은 모든 백성에게 명절에는 반드시 이 두 가지 떡을 만들어 부모님을 봉양하라고 명령했다.

이 두 떡의 모양이 말해주듯 고대 베트남인들은 동양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음양의 조화를 인생철리로 생각했다. 라종(la dong)잎에 싸여있는 네모의 바잉 쯩 속에는 완두콩과 돼지편육이, 둥근 모양의 바잉 자이 속에는 완두콩과 설탕이 들어있다. 찹쌀은 수도작 농업의 주요 생산물인 쌀 중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으며, 콩은 밭의 가장 주요 소산이며, 돼지는 초목문화에서 자라는 모든 동물들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 두 떡은 땅의 소산물의 정수들을 조상에게 헌정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제수용품의 유래에서도 보았듯이 베트남은 복잡한 형식보다는 본질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제사상에 놓여지는 시(詩)

제수용품으로 먹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詩 한수도 있다. 설날 전부터 가게에서 베트남어로 쓰여진 詩를 판매한다. 이 詩를 사서 버젓이 제사상에 놓는 것이다. 더 인기가 있는 시는 원단 이틀이나 삼일 째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문묘국자감에서 서예가들이 직접 한문으로 써주는 대구시(對句詩)이다. 문묘-국자감 안쪽에 위치한 공자사당의 별관 앞에서는 해마다 방문자의 요청으로 꺼우 도이(대구시)를 대필해주는 베트남인 서예가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부모들과 함께 온 대학 입시생들과 중고등학생들까지 합세하여 복을 희망하는 대구시를 받아가려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친가쪽 사람들·스승·친구와 교류

북부의 복숭아꽃베트남인들은 설날 아침 쏭냐(xong nha) 이후부터 비로소 사회적인 교류를 시작한다. 첫째 날에는 주로 친가 쪽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며 축복하고 이튿날에는 친척집과 스승의 집을, 셋째 날에는 친구 집을 방문한다. 방문할 때 그 집에 아이들이 있으면 우리가 세배 돈을 주는 것처럼 그들은 미리 준비한 빨간 작은 봉투에 돈을 넣어 덕담과 함께 건넨다. 우리처럼 세배는 하지 않는다. 선물도 주고받지 않는다. 모든 선물은 적어도 원단 이틀 전까지는 보내야 한다. 그래서 원단 전에는 시내교통이 매우 혼잡하다. 원단 절기의 진풍경은 1m 남짓한 꼬마 귤나무(cay quat)와 복숭아꽃(hoa dao)이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것은 새해에 발전을 기원하는 가장 중요한 선물 중의 하나이다. 그 외에도 바잉 쯩(banh chung-찹쌀 속에 돼지고기를 넣은 떡)과 설탕에 절인 열매인 뭇(mut)이나 술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베트남인들의 원단은 수평적으로는 사회적인 교류를 그리고 수직적으로는 조상과 여러 신들인 가신(家神), 토신(土神), 재신(財神)들과 연속적인 교류를 가지면서 마지막으로 화방(Hoa Vang)제사를 지냄으로써 모든 제의와 풍속은 마무리를 하고 긴장과 흥분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원단은 베트남인의 세시풍속 중에서 가장 큰 의례와 풍속이며 베트남 문화의 특성을 농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세계관인 신관, 우주관, 사죄관, 영혼관, 구원관, 축복관 등을 표출하고 있어 베트남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 글쓴이: 심상준  문화인류학박사 / 하노이대 청빙교수역임 / 現  한베문화교류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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