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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에게 경배하는 일곱 왕자들
" 여러 강이 잇어서, 각기 강가·야무나·아치라바티·시라부·마히라고 불리거니와, 그 강들이 한번 바다에 이르고 나면, 그 전 이름은 없어지고, 오작 바다라고만 일컬어진다.
그와 마찬가지로 크샤트리아·브라아만·바이샤·수드라 네 계급도 일단 법과 율을 따라 발심하고 나면 에전의 계급 대신 오직 중(衆)이라고 불린다. "
-증일아함경 권42-
이발사 우파알리(Upali)
1 이제 석가모니는 연꽃 수레를 이끄시고 고향 가빌라(城)로 돌아 왔다. 부처님은 궁중에 들지 않고 거리에서 탁발하며 밥을 빌었다. 그는 이미 왕자가 아니라 만민(萬民)의 벗이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께서 아버지(Suddhodana)와 아내(Yasodhara)와 아들(Rahula)을 제도하니, 수많은 가빌라 사람들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참 생명의 눈을 떴다.
2 이때 석가모니의 세속 형제들인 일곱 왕자들이 출가하기로 결심하고, 시종이요 이발사인 우파알리(Upali, 優婆離)를 시켜 머리를 깍게 하였다.
홀로 남아 탄식하던 우파알리는 부처님께 나아가 제자되기를 소원하니, 부처님은 허락하셨다.
3 일주일 뒤에서야 출가를 허락받은 일곱 왕자가 상가(Sanggha, 교단)의 법도에 따라, 먼저 출가한 사형(師兄)들에게 차례로 절하며 인사하다가, 맨 나중에 이르러 우뚝 멈추어 서고 말았다.
시종 우파알리가 가사를 입고 의연히 앉아 있지 아니한가.
부처님은 멈추어 선 왕자들을 보자 엄히 질책하셨다.
"너희는 왜 주저하느냐. 아만심을 꺽는 자라야 이 가문의 형제가 되나니, 내가 우파알리에게 먼저 허락한 것도 이 때문이니라. 너희는 마땅히 우파알리에게 경배하라."
일곱 왕자가 크게 깨닫고 엎드려 절하니, 모든 대중들이 즐거워하며 한 마음으로 화합하였다. -본생경 권 1-
누가 주인인가?
4 우리는 스님들을 보고 흔히 중(衆)이라고 부르고, 승(僧)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중이란 대중(大衆)·민중(民衆)의 중이고, 승이란 승가(僧伽)에서 온 말입니다.
승가는 Sanggha(상가)라는 원어를 옮긴 것인데, 청정하고 화합하는 대중(淸淨和合衆)이란 뜻입니다.
부처님의 깨침이 내면적인 자각에서 출발하여, 사회와 나라를 바꾸는 역사적인 민중 해방 운동으로 발전되어 가는 것을 보았거니와, 이 해방 운동은 현실적으로 낡은 세상, 낡은 구조를 개혁하고, 전혀 새로운 사회, 새로운 공동체 건설 운동으로 구체화되어 간 것입니다.
이 전혀 새롭고 놀라운 공동체를 상가라 부르고, 뜻으로 보아 대중, 또는 중이라고 합니다.
5 낡은 사회, 낡은 체제의 근본 구조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곧 계급(階級)이요, 차별입니다.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세상 사람들이 이 계급과 차별의 갈등에서 벗어나 살아본 적이 일찍 있었던가요?
혹은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의 이름으로, 혹은 양반·상놈, 혹은 흰둥이·깜둥이, 혹은 믿는 자와 불신자(不信者), 혹은 창조주와 피조물 ....의 이름으로, 어떻게 하던지 갈라 놓고, 이름을 달리해 놓고, 다스리고 다스림 받아야 하는 절대 구조의 사슬에 매여 살도록, 우리는 훈련되고, 세뇌되고, 최면되어 온 것이 아닙니까?
6 "너희는 마땅히 우파알리 앞에 경배하라."
석가모니의 이 준엄한 질책 앞에서, 낡은 세상의 근본 골격이 뿌리에서부터 부서져 버렸습니다. 악순환의 사슬이 풀려 버린 것입니다.
때 묻고 병든 눈에는 왕자와 종, 이발사가 각기 남(他者)으로 보이겠지만, 또 그래야 편하겠지만, 참 생명의 모습을 투시하는 지혜로운 눈에는, 이 우주 삼라만상이 나로 더불어 한 생명이요, 한 호흡이요, 한 체온이 아닙니까?
그러기에 일체 중생(一切衆生, Sattva)이라 하였고, <부처와 중생이 둘 아니다.(화엄경)> 하셨습니다.
7 백천 강물이 한 바다로 돌아가 하나 되듯이, 일체 중생은 부처님의 바다(佛法大海)로 돌아가 하나의 상가(Sanggha)를 건설합니다.
더불어 한 몸이요 같은 몸이라는 대평등(大平等)의 자각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불자 공동체(佛子共同體), 곧 상가의 움직일 수 없는 기초인 것입니다.
이 상가 공동체 속에는 출가자(스님)도 없고, 재가자(신도)도 없으며, 왕도 없고, 종도 없으며, 하늘도 없고, 땅도 없으며, 절대자도 없고, 상대자도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더불어 하나의 형제요, 벗이며, 대중(大衆)일 뿐입니다.
대중은 곧 이름 없는 민중, 이들이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영원한 주인이 아닙니까?
<자료출처> 룸비니에서 구시나가라까지(불광출판사/김 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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