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의 초대 경(M49)
Brahmanimantanika sutta
대림스님옮김 『맛지마니까야』 제2권 375-390쪽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거기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라고 비구들을 부르셨다.
"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비구들이여, 한때 나는 욱깟타에서 수바가 숲의 큰 살라 나무 아래 머물렀다.
비구들이여, 그때 바까 범천(*1)에게 이런 아주 나쁜 견해[惡見](*2)이 생겼다.
'이것은 항상하고, 이것은 견고하고, 이것은 영원하고, 이것은 유일하고, 이것은 불멸의 법이고,
이것은 참으로 생겨나지 않고 늙지 않고 죽지 않고 떨어지지 않고 태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넘어 다른 더 수승한 벗어남은 없다.'라고."
3. "비구들이여, 그러자 나는 마음으로 바까 범천의 마음을 알고
마치 힘센 사람이 구부린 팔을 펴고 편 팔을 구부리듯이 그렇게 재빨리
욱깟타의 수바가 숲의 큰 살라 나무 아래에서 사라져 그 범천의 세상에 나타났다.
비구들이여, 바까 범천은 멀리서 내가 오는 것을 보았다.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존자시여. 환영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기 오실 기회를 만드셨습니다.
존자시여, 이것은 항상하고, 이것은 견고하고, 이것은 영원하고, 이것은 유일하고,
이것은 불멸의 법이고, 이것은 참으로 생겨나지 않고 늙지 않고 죽지 않고
떨어지지 않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넘어 다른 더 수승한 벗어남은 없습니다.”
4. "비구들이여, 바까 범천이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참으로 바까 범천은 무명에 싸여있다.
그는 무상한 것을 항상하다고 말하고, 견고하지 않은 것을 견고하다고 말하고,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하다고 말하고, 완전하지 않은 것을 완전하다 말하고,
멸하기 마련인 법을 불멸의 법이라 말하고, 참으로 생겨나고 늙고 죽고 떨어지고
태어나는 것을 두고 '생겨나지 않고 늙지 않고 죽지 않고 떨어지지 않고 태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다니 참으로 바까 범천은 무명에 싸여있다.”
5. "그러자 사악한 마라가 어떤 범중천의 [몸에] 들어가서(*3)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구여, 비구여, 이 분을 비난하지 마십시오. 이 분을 비난하지 마십시오.
이 분은 범천이고 대범천이며 지배자이고 지배되지 않는 자이며
모든 것을 보는 자이고 신이며 조물주이고 창조주이며(*4)
최고자이고 주재자(*5)이며 통치자이고
존재하는 것들과 존재할 것들의 아버지이십니다.
비구여, 그대 이전에 어떤 사문‧바라문들이 있어 이 세상에서 땅을 혐오하여 땅을 비난했고,(*6)
물을 혐오하여 물을 비난했고, 불을 혐오하여 불을 비난했고, 바람을 비난하여 바람을 비난했고,
존재를 혐오하여 존재를 비난했고, 신을 혐오하여 신을 비난했고, 빠자빠띠들 혐오하여 빠자빠띠를 비난했고,
범천을 혐오하여 범천을 비난했습니다.
그들은 몸이 무너져 목숨이 다한 뒤 저열한 몸을 받았습니다.(*7)
비구여, 그러나 그대 이전에 어떤 사문‧바라문들이 있어 이 세상에서 땅을 기뻐하여 땅을 찬탄했고,(*8)
물을 기뻐하여 물을 찬탄했고, 불을 기뻐하여 불을 찬탄했고, 불을 기뻐하여 불을 찬탄했고,
바람을 기뻐하여 바람을 찬탄했고, 존재를 기뻐하여 존재를 찬탄했고, 신을 기뻐하여 신을 찬탄했고,
쁘라자빠띠를 기뻐하여 쁘라자빠띠를 찬탄했고, 범천을 기뻐하여 범천을 찬탄했습니다.
그들은 몸이 무너져 목숨이 다한 뒤 수승한 몸을 받았습니다.(*9)
비구여,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존자여, 그대는 저 범천이 말씀하신 대로 행하십시오.
그대는 범천의 말씀을 넘어서지 마십시오. 비구여, 만일 그대가 범천의 말씀을 넘어서려 한다면,
그것은 마치 사람이 다가오는 행운을 막대기로 쳐서 쫒아내듯이,
혹은 마치 사람이 지옥 절벽에 떨어질 때 손과 발로 움켜쥐고 설 땅을 놓쳐버리듯이,
그런 일이 그대에게 닥칠 것입니다.
존자여, 그러니 참으로 그대는 저 범천이 말씀하신 대로 행하십시오.
그대는 범천의 말씀을 넘어서지 마십시오.
비구여, 참으로 그대는 여기 모여 있는 범천의 회중을 보지 못합니까?'”
비구들이여, 이렇게 하여 사악한 마라는 나를 범천의 회중으로 끌어들였다."(*10)
6. "비구들이여,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사악한 마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악한 자여, 나는 그대를 아노라. 그대는 내가 그대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악한 자여, 그대는 마라이다.
사악한 자여, 범천과 범천의 회중과 범천의 회중의 일원들은
모두 그대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그대의 지배하에 놓였다.
사악한 자여, 그대는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자도 나의 손아귀에 들어왔고, 나의 지배하에 놓였다.'라고.
사악한 자여, 그러나 나는 결코 그대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았고
결코 그대의 지배하에 놓이지 않았다.””
(*1) 바까 범천(Baka brahma)은 초기불전에서 언급되는 유력한 범천들 가운데 하나이다.
문자적으로 바까(baka)는 왜가리(crane)를 뜻한다.
인도에서 왜가리는 교활하고 속임수를 잘 부리는 새로 통한다.
(*2) “‘아주 나쁜 견해[惡見, pāpaka diṭṭhigata]’란
저열한 상견(常見, sassata-diṭṭhi)이 생긴 것이다.”(MA.ⅱ.405)
(*3) “어떻게 마라가 세존을 보았는가?
그는 자기의 거처에 앉아서 때때로 스승을 예의주시하고는 했다.
‘오늘은 사문 고따마가 어느 마을이나 성읍에서 머물까?’ 라고 그렇게 마음을 기울일 때에
‘사문 고따마는 욱깟타의 수바가 숲에 머무는구나.’라고 알고
‘그가 어디로 갔을까?’라고 둘러보다가 범천(brahma-loka)으로 가시는 것을 보았다.
‘사문 고따마가 범천으로 가고 있다. 그곳에서 법을 설하여
범천의 무리를 내 영역(visaya)에서 벗어나게 하기 전에
얼른 가서 법을 설하고자 하는 마음을 거두게 하리라.’라고 생각하면서
스승의 뒤를 쫓아가서 범천의 무리 가운데 보이지 않는 몸(adissamāna kāya)으로 참석했다.
그는 바까 범천이 스승에게 비난 받는 것을 알고 범천을 의지하여 참석했고,
그리하여 마라가 말하게 된 것이다. ‘어떤 범중천의 [몸에] 들어가서’는 한 명의 범중천의 몸(sarīra)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범천들과 범보천들의 몸에는 들어갈 수 없다.”(MA.ⅱ.405)
(*4) “‘조물주(kattā)이고 창조주(nimmātā)’라는 것은
땅, 히말라야, 수미산, 우주, 대해, 달, 태양이
이것에 의해 창조되었다(nimmita)고 말하는 것이다.”(MA.ⅱ.406)
(*5) “‘최고자이고 주재자(seṭṭho sajitā)’라는 것은 ‘너는 끄샤뜨리야가 되고,
너는 바라문이 되고, 너는 와이샤가 되고, 너는 수드라가 되고, 너는 재가자가 되고,
너는 출가자가 되고, 너는 낙타가 되고, 너는 소가 돼라.’라고
이렇게 중생들을 통할하는 자(visajjetā)라고 말하는 것을 나타낸다.”(MA.ⅱ.406)
(*6) “‘땅을 비난했고’라는 것은
지금 당신이 땅은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무아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땅을 혐오하여 비난하듯이 그들도 역시 땅을 비난했다.
그러니 당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MA.ⅱ.406)
(*7) “‘저열한 몸을 받았다’는 것은
네 가지 불행한 곳[즉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에 태어났다는 말이다.”(MA.ⅱ.406)
(*8) “‘땅을 찬탄했고’라는 것은
당신이 비난하는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땅은 항상하고 견고하고 영원하고 끊어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이렇게 땅을 찬탄하고 땅을 칭송했다고 말한다.
‘땅을 기뻐한다.’는 것은
갈애와 사견을 가지고 땅을 기뻐한다는 말이다.”(MA.ⅱ.406)
(*9) “‘수승한 몸을 받았다.’는 것은
범천에 태어났다는 말이다.”(MA.ⅱ.406)
(*10) “‘여기 모여 있는 범천의 회중(brahma-parisa)을 보지 못합니까?’라는 것은
그대는 이 범천의 회중이 찬란하게 빛나고(obhāsamāna) 광채를 발하고 광휘로운 것을 보고 있다고 하면서
범천의 위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를 범천의 회중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은
범천의 회중이 이렇듯 명성(yasa)과 영광(siri)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광채를 발하고
광휘로운 것을 그대가 직접 보듯이, 만일 그대도 대범천의 말을 넘어서지 않고
범천이 말하는 대로 행하면 그대도 그들과 같은 명성과 영광으로 빛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를 범천의 회중으로 데려갔다는 말이다.”(MA.ⅱ.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