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겨냥한 李대통령 “해결책 없는 편 가르기는 선동”
이슬기 기자2026. 6. 13. 21:09
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 중인 李
X에 막스 베버 인용해 ‘與의 책임’ 글 올려
‘신념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 주문
강성지지층 소구력 강한 정청래 염두에 둔 듯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더불어민주당에 ‘집권여당’의 자세를 주문하면서 “이상이 없는 현실주의자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기회주의자가 되고,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당의 역할에 대한 원론적 발언이지만, 차기 당권 경쟁 국면에서 정청래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8박10일 일정으로 유럽을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의 긴 글을 올렸다. ‘더불어 함께 하는 무리’라는 여당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설명한 이 대통령은 “야당은 여당과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공격이 중요하지만,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독일 철학자 막스 베버가 제시한 ‘정치인의 세 가지 자질’로 ▲사익이 아닌 대의(Idea)에 대한 열정 ▲자신의 행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 ▲현실과 이상 간의 균형감각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은 신념을 버리지는 않되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야당은 이상과 신념을 외치고 상대를 부정하며 투쟁에 매달릴 수 있지만, 여당은 장애와 방해를 뚫고 국민의 먹고사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며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며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강성 지지층에 소구력이 있는 정청래 대표 등 친청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유시민 ‘ABC론’ 논란 때도 막스 베버 소환
‘막스 베버’는 지난 3월 30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타운홀미팅에서도 나왔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막스 베버를 인용하면서 “국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이념과 가치, 개인적 성향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했다. 이 시기는 유시민 작가가 여권 지지층을 세 부류로 나누는 소위 ‘ABC론’을 언급해 여권 내 갈등이 심화하던 때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이런 주장에 불편함을 내비쳤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었다.
여당을 향한 쓴 소리도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할 곳에서 졌다면 최소한 승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큰 승리’라고 자평했던 정 대표와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이다. 당시에도 ‘여당다운 여당’을 강조하면서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하며 포용·통합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도 했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