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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멈추게 한 '심쿵' 행렬... 줄지어 숲길 오르는 아기 캐리어 10대

작성자Pray without ceasing|작성시간26.06.10|조회수1 목록 댓글 0

발걸음 멈추게 한 '심쿵' 행렬... 줄지어 숲길 오르는 아기 캐리어 10대

김인수2026. 6. 9. 19:07

 

 

 

[동행 취재] 서울둘레길 가족 프로그램 '도란도란'... 걷기로 만드는 육아 치유 공간

[김인수 기자]

▲  등산용 캐리어 안의 아이들이 서울둘레길을 보고 있다.
ⓒ 김인수

"한 달 만에 또 컸네요."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경의중앙선 양원역 앞에서 부모 등의 등산용 캐리어에 앉아 있던 아이가 땅으로 내려졌다. 아이를 바라보던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인솔자가 웃으며 건넨 말이다. 4월 1일 처음 만났던 아이는 그사이에도 쑥쑥 크고 있었다.

지난 6일 열린 서울둘레길 가족 프로그램 '도란도란'에는 열 가족 남짓이 참가했다. 두세 살배기 아기들은 등산용 캐리어에 올라앉아 부모의 등에서 숲을 바라봤고, 조금 더 큰 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거나 작은 등산 스틱을 쥐고 걸었다. 휴일이라 아빠들의 얼굴도 많이 보였다.

▲  '서울둘레길 도란도란'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모들이 아기들을 캐리어에 태운 채 길을 걷고 있다.
ⓒ 김인수

걷기 행사는 흔하다. 하지만 아기 캐리어 열 개가 줄지어 숲길을 오르는 풍경은 흔치 않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한 번쯤 발걸음을 늦추고 미소를 보냈다.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멋지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을 담았다. 무언의 응원 같았다.

아빠 엄마 그리고 아기와 함께 걸으며 육아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유식과 간식, 어린이집과 병원, 성장 과정과 생활 고민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소재가 됐다. 같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공감대를 만들어 갔다.

▲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생활 정보와 육아 정보를 도란도란 교류 중이다.
ⓒ 김인수

"처음에는 서울둘레길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가했던 부모들로부터 우울감이 줄고 치유 효과를 경험했다는 이야기가 들렸어요. 가볍게 듣지 않았지요. 이후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연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시작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둘레길 도란도란'은 올해 상·하반기 총 4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번 걷고 끝나는 단발성 체험이 아니라 참가 가족들이 서울둘레길 완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숲길을 함께 걷고 아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  서울둘레길 도란도란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기와 부모들이 용마산 스카이워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인수

참가 가족들은 이미 걷기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일부 부모들은 평소에도 아이를 캐리어에 태우고 산을 찾는다고 했다. '2025 제주 올래 걷기 축제'도 참여한 가족도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를 데리고 산을 간다'는 것에 놀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연에 잘 적응했고 숲을 즐긴다고 말한다.

이날 점심시간.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잣나무 숲 아래에서 프로그램 이름처럼 '도란도란' 모여 앉은 부모들이 도시락을 꺼냈다. 아기들에게 이유식을 먹이며 다시 육아 이야기를 이었다. 한쪽에서는 24개월 된 아기들이 등산 스틱을 양손에 잡고 사용 흉내를 내고 있었다. 어른들에게는 평범한 장면일지 모르지만, 부모들에게는 신선한 성장 기록이었다.

▲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옳음을 보여준다.
ⓒ 김인수

이날 처음 참가한 두 가족도 있었다. 걷기의 힘은, 육아 이야기는 낯선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다. 숲길을 함께 걷고 아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같은 공동체가 되어 있었다.

가족들의 다음 도란도란 만남은 가을에 예정돼 있다. 10월 24일, 무대는 서울둘레길 16코스다. 봉산과 앵봉산을 걷는 이 구간은 서울 서북권의 대표적인 숲길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은평구와 마포구 일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멀리 북한산 능선까지 조망할 수 있다. 서울둘레길 가운데서도 전망이 뛰어난 코스로 손꼽힌다.

▲  서울둘레길 4코스를 완주한 참가자가 인증스템프를 찍고 있다.
ⓒ 김인수

이번에 부모의 등에 업혀 숲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가을이면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어쩌면 캐리어에 앉아 벌어진 밤송이를 발견하고 손을 뻗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도 엄마와 아빠들은 부모의 길을 지금처럼 걷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말함이 아니다. 배우지 않았던 부모의 역할도, 아기들의 두터워진 성장 일기도, 가족들과의 관계도, 인연도 조금 더 자라 있을 것이다. '서울둘레길 도란도란'은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목격하고, 부모들의 성장을 서로 응원하는 건강한 공동체다. 멋짐이 여기에 있다.

▲  서울둘레길 16코스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인수

덧붙이는 글 | 모성이 참 강하다는 걸 함께 걸으며 확인했다. 등산용 캐리어만 3~4kg이다. 여기에 아기들이 13~14kg. 등에 메고 산길을 걷는다는 건 일반인들도 힘든 무게다. 아기들이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자연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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