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교육일반

대학도 평준화, 명문대학 없는 독일

작성자고재경|작성시간10.06.16|조회수61 목록 댓글 0

            대학도 평준화, 명문대학 없는 독일

 


얼마 전 발표 된 더타임스의 ‘2009 세계대학평가’에서 우리나라 서울대(47위)와 카이스트(69위), 포항공대(134위), 연세대(151위) 등 4개 대학이 200위 안에 들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끊임없이 교육에 투자한 결과가 이제 서서히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장의 리더십이 뛰어났다거나 대학혁신의 결과라는 등의 자화자찬 속에 순위 안에 든 4개 대학은 잔치분위기겠지요.


그럼 독일은 어떨까요? 독일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진국 중 50위 안에 든 대학이 하나도 없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은 뮌헨 대학이 55위에 그쳤습니다. 유럽의 소국가인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대(49위)나 덴마크의 코펜하겐대(51위)보다도 못한, 강대국 체면이 전혀 서지 않는 순위입니다. 그러나 50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55위부터 186위 안에 10개나 되는 대학이 밀집해 있어 아직 독일 교육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도 합니다.


20세기 초 독일이 누렸던 학문적 명성은 이제 영원히 다시 찾을 수 없는 빛바랜 추억일 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요? 원인을 찾기 전에 200위 안에 10개나 되는 대학이 들어있다는 것조차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독일에는 명문대학이 없기 때문이지요. 한국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베를린 공대나 하이델베르크 대학, 아헨 공대는 정작 독일 사람들에게는 관심 없는 이름입니다. '어떤 학과인가'가 중요한 것이지 대학은 모두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독일 학생들이 대학을 먼 곳으로 가는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가 지금 사는 곳의 대학에는 없다든지 아니면 성적이 부족해서 자리를 받지 못했을 경우입니다. 그렇지 않고 대학 이름을 찾아 먼 곳으로 이사까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 등 여타의 나라들처럼 1등만이 입학할 수 있는 명문대학이라는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인재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세계 대학의 경쟁에서 독일이 상위권에 진입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2008 더타임스 순위에 독일 35개 대학 400위 안에 진입


50위 안에 든 대학은 없었지만 뮌헨공대(55위)를 시작으로 하이델베르크대(57위), 베를린 자유대(94위), 뮌헨종합대(98위), 프라이부룩대(122위), 베를린훔볼트대(146위), 튜빙엔대(149위), 아헨공대(182위), 칼스루에대(184위), 괴팅엔대(186위) 등 10개 대학이 200위 안에 진입해 있습니다. 10개의 대학 수준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지요.


2009년 200위부터 400위까지의 순위가 아직 발표되지는 않아 2008년 결과로 몇몇 관심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표를 통해 보면 평준화된 독일 대학의 전체적인 수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35개 대학이 400위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2008 더타임스 세계대학 평가 순위


     순  위

     독  일

    프랑스

    캐나다

    일   본

    한  국

    핀란드

      1-50


       2

       2

       2



      50-100

       6

       1

       2

       2


       1

     100-200

       8

       3

       2

       5

       1


     200-300

       10

       5

       12

       3

       2


     300-400

       11

       2

       0

       5

       4


     합  계

       35

      13

       18

      17

       7

       1


그런데 이 표에서 재미있는 것은 항상 피사의 성적이 세계에서 가장 높게 나오는 교육 강국 핀란드는 헬싱키 대학 하나만이 400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뜻밖의 결과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피사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는 유명하지요. 정확한 분석은 할 수 없지만 피사의 성적은 독일이 가장 하위권이니 전체적인 대학 수준과 피사 성적이 반비례하는 묘한 대조를 이루어 흥미롭습니다.


엘리트 대학을 만들면 사라지는 것들


독일은 중고등학교도 대학도 세계 학력평가의 순위에서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교육개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요. 그러나 나는 현재 독일의 교육개혁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일반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입장이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대학은 현재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이 꾸준히 계속 된다면 언젠가는 독일도 명문대학이 생겨나겠지요. 지금 진행되는 교육개혁에는 명문대를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살리겠다는 당찬 취지가 들어있습니다. 개혁이 성공해서 명문대학이 생겨난다면 독일도 더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 순위 명단에서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을 위해 독일 학생들은 무엇을 내어 주어야 할까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되면 학생들은 학교의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성적을 올려 명문대를 가기 위해 과외를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사교육이 발 빠르게 성장하겠지요. 과외를 받은 학생과 받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나면 소신 것 공부하던 아이들도 방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사회는 명문대를 가지 않은 사람은 잉여인간으로밖에 취급되지 않을 테니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명문대를 가기위해 노력하겠지요. 기업은 당연 실력을 인정받은 명문대 생을 우선적으로 찾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취직도 힘들어지니 점점 더 경쟁은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유급의 위기에 처하지 않고는 과외가 필요 없는 지금의 독일 학생들은 여행을 즐기고 운동이나 음악활동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통하여 젊음을 만끽합니다.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겠지요. 그 생활을 계속해서 영위하는 사람들은 이미 인생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금 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 있으나 수준이 비슷한 독일 대학은 사라지고, 엘리트대학이 되지 못한 나머지 대부분의 학교들은 상아탑의 자존감을 잃어갈 것입니다. 인재가 명문 대학을 찾아 떠나버린 도시들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독일, 상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